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88화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피와 먼지, 폭발, 그리고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
그곳의 한복판에 선 고명우는 처참함을 느끼고 있었다.
“부길드장님…….”
글로리 길드장 고명우.
그가 이토록 큰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했다.
부길드장으로 모셨던 표원웅.
그가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왜…….”
왜.
대체 왜 표원웅이 왜 인민군 간부용 옷을 입고 있단 말인가.
대체 왜 표원웅이 이신혁과 검을 맞대고 있단 말인가.
아니, 검을 맞대는 수준을 넘어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있단 말인가.
고명우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크윽…….”
고명우는 머릿속으로 표원웅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글로리 길드 설립 초기, 지금보다 훨씬 더 앳된 얼굴로 만났던 순간.
지금은 고인이 되신 권대호 길드장님과 함께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을 토벌하러 갔던 순간.
권대호가 길드장이 된 후에는 공격대장으로서 늘 앞을 든든하게 지켜줬던 표원웅의 모습.
다소 미숙했던 시절의 고명우를 항상 따뜻하게 격려해 주던 팀장 표원웅.
사냥을 마친 후, 단골 술집에서 맥주잔을 짠하고 부딪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나중에 글로리 길드의 수뇌부가 되면 이루고 싶었던 꿈들.
헌터로서의 목표와 시민들이 누리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소한 소망들까지.
표원웅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부길드장님, 이건 아닙니다…….”
그 모든 추억을 떠올리며 고명우는 서글픔을 느꼈다.
거칠어진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표원웅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고명우는 몇 번이고 읊조렸다.
이건 아니라고.
아무리 헌터로서의 자존심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헌터 이전에 인간이 있는 거라고.
이렇게 인간성을 저버리면서까지 살아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라고.
“어디서 한눈을 팔고 있네, 이 간나 새끼야!”
그때, 인민군 하나가 달려들었다.
검은 오러를 펄펄 흩뿌리며 달려드는 인민군.
그를 바라보는 고명우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스릉!
고명우는 검을 들었고, 총알처럼 날아오는 인민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교차하는 순간,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들려왔고.
콰당탕!
날아오던 인민군의 몸뚱이는 둘로 갈라져 바닥에 처박혔다.
미동도 없는 인민군의 시체에서 내장과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고명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부길드장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명우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눈물을 흩뿌리며 전장 한복판으로 달려가 인민군들을 무차별로 베기 시작했다.
* * *
전장 한복판에 회오리가 쳤다.
회오리가 발생할 수 없는 곳에 치는 거친 회오리.
그것에 휘말린 인민군 수십 명은.
“끄아아아아악!”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졌다.
인민군들 수십 명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칼날의 폭풍.
탁!
그것이 그친 뒤에 땅에 착지한 것은, 다름 아닌 ‘미카’였다.
일본의 S급 헌터이자, 세계 랭킹 2위의 헌터 말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
칼날 폭풍을 시전한 미카는 전장을 둘러보았다.
냉철한 두뇌로 판단하건대, 이 싸움의 끝은 패배뿐이었다.
조금 전에 인민군 수십 명을 단숨에 쓸어버렸지만, 미카는 패배만을 예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적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고, 대장급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티, 팀장님! 어떻게 하죠?”
그때, 뒤쪽에 있던 일본팀원이 물었다.
미카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피투성이가 된 일본팀원 3인의 모습이 보였다.
심지어 팔 하나가 잘려나간 이도 있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
미카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탈출할 준비를 하세요.”
“네?”
“상황을 봐서 도주로를 뚫고 후퇴할 거예요.”
“그,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아직 미국팀과 한국팀은 싸우고 있는데요…….”
일본팀원의 말에 미카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어요. 일단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해요.”
미국팀과 한국팀에겐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미카는 후퇴를 선택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과 일본팀을 살리는 것.
미카의 머릿속엔 그것밖에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팀장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일본팀원들이 곧장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아들였다.
미카는 다시 등을 돌려 인민군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엔 희망이 없어.”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전장.
그곳을 넓게 둘러보며 미카는 회의감을 느꼈다.
촤앙!
미카는 양손에 달린 기다란 클로를 펼쳤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
‘탈출’뿐이었다.
* * *
죽음만이 가득한 땅.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대지.
그곳에서 나는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죽어라, 이신혁!”
나를 향해 광인처럼 검을 휘두르는 표원웅.
검은 오러를 자욱하게 흩뿌리며 달려드는 그의 검을 나는 쉼 없이 받아냈다.
‘엄청난 무력이군. 블랙필의 위력이 이 정도인가.’
표원웅이 과격하게 내지르는 검격은 정말이지 강렬했다.
조금만 집중을 놓았다간 용살검을 놓쳐버릴 정도로.
채애애애앵!
나와 표원웅의 검이 맞부딪쳤다.
오러와 오러의 만남에 발생한 폭발.
우리는 그에 밀려났다.
“뭐 하는 거지, 이신혁?”
순식간에 벌어진 거리에서 표원웅이 내게 말했다.
“예전에 날 무참히 쓰러뜨렸던 무력은 어디로 간 거냐. 응? 왜 그렇게 바보처럼 막고만 있냔 말이다.”
표원웅이 검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고작 네 한계였냐? 다이아 공격대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가고, 부길드장 자리까지 빼앗아, 강태하란 놈까지 제압한 너의 무력이 고작 그 정도였단 말이냐.”
“왜, 시시한가?”
“하하하, 그래. 시시하다. 너무 시시해서 허무할 정도구나.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놈에게 패했었다니. 정말 허망할 정도야.”
“그렇군.”
나는 용살검을 들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제대로 해주지.”
체내에 있던 마력을 끌어올리자, 용살검이 더욱 밝게 빛났다.
무지갯빛이 아니라 순백색으로.
광원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환하게 빛났다.
그러나 표원웅은 비웃을 뿐이었다.
“큭큭큭, 의미 없는 짓이다. 지금까지 안 되던 게 갑자기 되겠느냐.”
“그야 두고 보면 알겠지.”
“미련한 짓을 하는구나.”
표원웅이 검을 들어 올렸다.
스멀스멀 뿜어지는 검은 오러.
흑색의 염화에 파묻힌 듯한 그가 땅을 박차더니, 내게로 달려왔다.
팟!
나 역시 달려갔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나는 악귀와도 같은 표원웅에게로 검을 휘둘렀다.
콰과아아앙!
* * *
표원웅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남한을 떠난 뒤, 북한에 온 그는 어마어마한 수련을 거쳤다.
게다가 블랙필이라는 비약도 섭취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막을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상대도 블랙필을 복용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소용없는 짓이다.’
순백색 섬광을 흩뿌리며 마주 달려오는 이신혁.
그를 보며 표원웅은 피식 웃었다.
검을 여러 번 맞대본 표원웅은 확신했다.
블랙필을 복용한 자신은 이신혁을 몇 단계나 뛰어넘었다는 것을.
“죽어라아아!”
그렇기에 표원웅은 자신 있게 검을 휘둘렀다.
이신혁의 검을 쳐내고 놈의 목을 베어버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채애애애앵!
밀려나는 것은 표원웅의 검이었다.
뭐, 뭐지?
표원웅은 이해할 수 없었다.
상대의 힘이 갑자기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콰당탕!
엉망으로 넘어져 바닥을 구른 표원웅.
그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신혁이 무심한 얼굴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해? 일어나.”
“…….”
“안 일어나? 그대로 죽고 싶은 거냐?”
이신혁의 고압적인 말에 표원웅은 굴욕감을 느꼈다.
맘 같아선 벌떡 일어나 저놈의 목에 칼을 박아넣고 싶었다.
‘이상해. 갑자기 너무 강해졌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의 힘이 너무나 강력해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검을 맞대기 두려울 정도로 말이다.
‘뭐지? 힘을 아껴뒀던 건가?’
나를 상대로?
감히 블랙필을 복용한 이 몸을 상대로 힘을 아껴뒀다고?
아니, 아껴둘 힘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표원웅의 머릿속은 어질러진 방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팟!
그 순간, 이신혁의 몸이 사라지더니 코앞에 등장했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벼락처럼 떨어지는 검격.
표원웅은 벌떡 일어났다.
채애애앵!
겨우 막긴 했지만, 손을 통해 느껴지는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대체 뭐냐.
이 어마어마한 힘은 대체 뭐냔 말이다.
키이이잉! 키잉! 키이이잉!
계속되는 검격.
표원웅은 이신혁의 검을 겨우 받아냈다.
하지만 받아내기만 할 뿐, 검을 겨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싸우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막는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채애애앵! 채앵! 채애앵! 챙!
이신혁의 검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하늘에서, 사선으로, 종으로, 횡으로.
또 예상 못 할 각도로 미친 듯이 날아왔다.
“크윽……!”
표원웅은 이신혁의 검격을 겨우겨우 받아냈다.
계속해서 뒷걸음질이 쳐졌다.
발에 인민군들의 시체가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표원웅은 정면만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0.1초라도 딴생각을 했다간 이신혁의 검에 목이 달아날 신세이기 때문이었다.
쐐애애액!
이신혁의 검이 사선으로 날아오는 듯하더니, 별안간 궤도를 바꿨다.
방향은 표원웅의 발치.
검을 들어 막으려던 그는 황급히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순식간에 하늘 위로 떠오른 표원웅.
그를 향해 이신혁 또한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채애애앵! 킹! 키이이이! 채애앵!
밤하늘을 배경으로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사방으로 거칠게 튀는 오러가 밤하늘과 대지를 쪼갰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날아오는 검격을 표원웅은 계속해서 막아냈다.
“크윽……!”
밤하늘에서도 계속해서 후퇴만을 외치며 검을 받아내는 표원웅.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검을 막아낼 뿐.
‘이크!’
그러다 결국 한 번의 검격을 놓쳤고.
이신혁의 검을 허용하고 말았다.
콰과아아아앙!
땅에 처박힌 표원웅.
자욱한 먼지 속에 널브러진 표원웅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저놈은 대체 뭘까.
대체 뭔데 어마어마한 수련에 블랙필까지 복용한 자신을 이토록 몰아붙일 수 있는 걸까.
표원웅으로선 이 모든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안 되겠어…….’
자욱한 먼지 속.
표원웅은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블랙필 5개를 추가로 꺼냈다.
이걸 전부 털어 넣으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질 것이다.
‘그럼 난 죽고 말겠지…….’
하지만 그럼 분명 자신은 십중팔구 자신은 죽을 것이다.
아니, 십중팔구가 아니라 100% 죽을 것이다.
블랙필은 한 정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니까.
그런 걸 추가로 5개나 먹으면 몸에 엄청난 부담을 줄 테니까.
‘상관없어.’
표원웅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었다.
이미 자신은 선을 넘은 상황이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그렇기에 표원웅은 손에 든 블랙필 5개를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으적으적 씹었다.
“크윽……!”
그 순간, 표원웅의 몸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