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89화
모든 힘을 개방한 나는 자욱한 먼지를 바라보았다.
전력을 다한 검격을 표원웅은 막아낼 수 없었고, 엉망으로 처박힌 표원웅은 흙먼지 속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흐음.
먼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긴 싫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털었다.
그때였다.
파앗!
흙먼지를 뚫고 검은빛이 여러 갈래로 뿜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흑색의 섬광.
그것이 뿜어지자 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저 느낌 같은 게 아니었다.
‘마력이 강해졌어…….’
표원웅의 몸에서 느껴지던 마력이 강해졌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마치 소인이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강해졌다.
뭐지?
갑자기 저렇게 강해질 수가 있다고?
각성도 아니고 이럴 수는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잠깐만. 설마?’
일반적인 각성자들의 마력이 갑자기 강해질 일은 없다.
2차 각성처럼 헌터들 사이에 도시전설로 전해지는 일이 아니라면 그럴 일은 없다.
체내에 감도는 마력이라는 것은 정해진 값이니까.
그렇다는 건.
‘설마 저놈, 블랙필을 더 복용한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제발 아니기를 바랐다.
블랙필을 복용한 표원웅은 이미 자연법칙을 엄청나게 거스른 상태였다.
하지만 블랙필을 더 복용한다면.
느껴지는 마력값처럼 블랙필을 대량으로 추가 복용했다면.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밤바람에 옅어진 흙먼지 속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마치 맹수, 아니, 괴물의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흙먼지가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이, 이게 무슨…….”
표원웅이 아니었다.
표원웅을 닮았지만 절대로 표원웅은 아니었다.
“크르르르…….”
표원웅이었던 것이 울부짖었다.
5미터 정도로 불어난 몸은 완전히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고.
팔과 다리, 목은 기괴할 정도로 길어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산발에다 검은 눈은 얼굴의 절반을 차지했다.
심지어 눈에서는 피눈물이 철철 흐르고 있었고, 커다란 입은 누군가 찢어놓은 듯 귀까지 늘어나 있었다.
“표원웅, 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나는 표원웅이었던 괴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피눈물을 흘리며 괴물 같은 신음을 내뱉는 표원웅.
놈의 생김새는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키야아아아아아악!”
표원웅이 아가리를 쩍 찢으며 포효했다.
여자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기도 한 고성이 밤하늘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일반인이 이곳에 있었다면 분명 고막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그 순간, 표원웅의 팔이 흐릿해졌다.
콰아아아앙!
채찍처럼 날아와 나를 후려치는 표원웅의 팔.
나는 그것을 간신히 쳐냈다.
‘……빨라.’
괴물이 된 표원웅의 공격은 확실히 빨랐다.
모든 힘을 개방한 내가 막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키야아아아아악!”
표원웅이 포효하며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기다란 팔은 채찍처럼 나를 두드렸고, 나는 용살검을 휘둘러 그것들을 쳐냈다.
엄청난 양의 마기와 나의 마력이 맞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울렸고, 위험한 검기가 사방을 찢었다.
콰과아앙! 콰앙! 콰과아아앙!
표원웅이 두 팔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나를 몰아붙였다.
블랙필을 대량으로 복용한 그의 공격은 매서웠다.
이제는 나로서도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그래, 표원웅. 나도 너처럼 끝까지 가주마.”
나는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젠 나 역시도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
그 순간, 땅이 거칠게 울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만 같은 땅 울림에 표원웅의 몸이 기우뚱했다.
주변에선 인민군들이 놀란 소리를 내뱉었고, 중심을 잃은 이들은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오직 내가 마력을 끌어올린 덕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후우…….”
마력을 전신에 뻗은 나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한계선을 넘은 내 머릿속은 너무나 맑았고, 전신이 너무나 가벼웠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아니, 모든 것을 초월해 버린 듯한 기분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크르르르…….”
땅 울림이 끝나자, 괴물이 된 표원웅이 나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이지를 잃어버린 듯한 그의 눈동자는 멍했고, 피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자, 이제 끝내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표원웅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표원웅의 몸집은 더더욱 컸다.
검은 피부는 마치 달의 분화구처럼 기괴한 구멍들이 나 있었고.
“키야아아악!”
순식간에 파고든 나를 향해 표원웅이 팔을 휘둘렀다.
나는 그것을 정확히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소리와 함께 용살검의 칼날 끝에서 돼지고기를 써는 느낌이 났다.
“키에에에에에엑!”
절단된 팔이 땅에 떨어지자, 표원웅이 괴성을 내질렀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걸까?
아니었다.
그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이성이란 게 없다.
그렇기에 그저 고통스러워서 울부짖고 있는 것뿐이었다.
“키야아아아악!”
표원웅이 더 큰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더욱 빠른 속도.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아아아앙!
표원웅의 팔이 땅에 박히자, 사방이 움푹 파였다.
표원웅은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팔을 다시 바깥쪽으로 휘둘렀다.
또 한 번 날아오는 팔.
나는 땅을 박차고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착지와 동시에 용살검을 휘둘렀다.
순백의 섬광이 밤하늘을 길게 수놓았다.
물론 표원웅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키야아아아악!”
표원웅은 괴성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기다란 기둥과도 같은 팔이 허공의 나를 찢기 위해 날아왔다.
스각!
나는 용살검을 휘둘렀고, 나를 향해 날아오던 표원웅의 손바닥이 갈라졌다.
손목도 갈라졌고, 팔뚝도 길게 갈라졌다.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진 표원웅의 팔이 붉은 피를 뿌리며 쿵 하고 떨어졌다.
바닥에 착지한 나는 표원웅을 향해 다시금 달려갔다.
“키야아아아악!”
두 팔을 잃은 표원웅이 기다란 목을 쭉 내밀었다,
그러더니 아가리를 쩌억 벌려 내 머리를 씹어 먹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몸을 비트는 것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허공에서 이를 다무는 딱 소리가 들려왔고, 표원웅은 목을 빠르게 회수했다.
하지만 나는 그 기다란 목을 회수하기도 전에.
스각!
표원웅의 몸을 베었다.
말끔한 검의 궤적이 표원웅의 몸을 갈랐고, 뒤늦게 터진 핏물이 푸확 하고 튀었다.
하지만 워낙 단단해서 그런지 놈의 몸은 절단되지 않았다.
전력을 다한 내 검이 베지 못하는 게 있다니.
블랙필의 위력이란 정말 놀라웠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여러 번 베면 된다.’
나는 그러한 마음으로 용살검을 휘둘렀다.
마력을 잔뜩 머금어 순백으로 물든 용살검이 적을 베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검격이 표원웅의 몸을 헤집었다.
“키, 키에에에엑!”
표원웅이 괴성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놈은 아가리를 벌려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검격을 멈추지 않았고, 표원웅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베었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상태.
나는 빛무리에 휘감긴 채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스각! 스각! 스각! 스각!
표원웅의 몸이 난자되었고, 허공에는 수많은 직선들이 그어졌다.
괴물의 신음이 들려오고, 뜨거운 핏물이 내 얼굴과 몸에 튀었지만 나는 검격을 멈추지 않았다.
“크, 크르르르…….”
그렇게 수천 번의 검을 휘두르다 멈췄을 때, 표원웅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피투성이가 되어 바들바들 떠는 표원웅은 궁지에 몰린 짐승 같았다.
“이만 죽어라.”
나는 피 칠갑이 된 용살검을 집어 들었다.
피비린내가 나는 싸움을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
“키, 키에엑……!”
표원웅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인간 상태의 표원웅이었다면 저런 표정은 짓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분노를 했으면 했지, 절대로 저런 불쌍한 표정을 짓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저 괴물이 더 이상 표원웅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이만 끝내자.’
나는 모든 마력을 용살검에 끌어모았다.
우우웅, 하고 진동하며 빛을 뿜어내는 용살검.
이 검에 닿은 모든 것은 둘로 갈라질 것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그렇게 내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표원웅에게 걸음을 내디딘 순간.
스각!
표원웅의 기다란 목에 가로로 금이 그어지더니.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운 머리가 피를 품으며 천천히 기울었다.
쿠웅!
기괴한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늘어진 머리에서 옆으로 흐르는 피눈물.
그와 함께 기괴할 정도로 늘어난 몸통도 쿵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에서 드러난 것은.
“……명우 씨?”
놀랍게도 고명우였다.
빈사 상태의 표원웅에게 막타를 날린 게 고명우인 모양이었다.
왜일까.
왜 고명우가 표원웅의 목을 벤 걸까.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 좋긴 하다만 왜 그런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 전만 해도 고명우는 달라져 버린 표원웅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울부짖지 않던가.
절그렁!
고명우는 검붉은 피가 묻은 검을 떨어뜨렸고, 그와 동시에 고명우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표원웅의 기괴한 머리통 앞에 말이다.
“부길드장님……. 아니, 원웅이 형……. 우리 그만하자. 이런 거 이젠 그만하자…….”
고명우가 표원웅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커다란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피눈물만이 철철 흘렀지만 그것을 품에 가득 끌어안았다.
“형이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잖아……. 이런 건 형이 바라왔던 게 아니었잖아…….”
고명우가 표원웅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구슬피 울었다.
그래.
고명우는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표원웅과 함께 했었지.
함께 했었다는 건 추억이 많이 쌓였다는 거겠고.
“미안해, 형……. 많이 아팠지?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형이 더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 정말 미안해, 형…….”
고명우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표원웅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고명우는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형, 돌아가자…….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자. 환영받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편안해지자…….”
고명우는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그러더니 피투성이가 된 고명우의 수급을 옷으로 고이 감쌌다.
아주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흐윽, 원웅이 형…….”
고명우가 보자기를 끌어안은 채 오열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알 수 없었다.
표원웅과의 즐거운 추억을 생각하는지, 아니면 지금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고명우가 가슴이 무너져 내릴 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을 거라는 사실 말이다.
“명우 씨.”
나는 펑펑 울고 있는 고명우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명우 씨, 일어나세요.”
“흐윽…….”
“일어나십시오. 돌아가야죠, 한국으로.”
“…….”
“조금 전에 명우 씨가 부길드장님한테 약속하셨잖습니까, 한국으로 돌아가 편안해지게 만들어드리겠다고. 그러니 일어나세요.”
나는 고명우를 부축했고, 고명우는 여전히 보자기를 품 안에 안은 채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명우 씨,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놈들만 모두 처치하면 돌아갈 수 있어요.”
나는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검은 산불이라도 난 듯 인민군들이 활개 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힘을 보태주세요. 그러면 제가 저놈들을 모두 해치우고 대한민국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흐윽…….”
고명우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담담하게 위로했다.
“갑시다. 가서 악을 몰아냅시다.”
내 말에 고명우는 보자기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검을 쥐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팟!
그 순간, 나와 고명우는 흑안개와 같은 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