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9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92화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발생했던 테러는 끝이 났다.
더 이상 백화점이나 아파트, 박물관, 빌딩 등에선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학교나 유치원, 관공서, 그리고 각종 식당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활기를 되찾은 세상.
그곳에서 하율이는 다시금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하율아, 잘 다녀와.”
문이 훤히 열린 밴을 두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
밴 안에는 김동수 매니저, 그리고 하율이와 조하나가 있었다.
‘같이 못 가서 미안해, 하율아.’
오늘은 하율이의 첫 예능 녹화가 있는 날.
하지만 나는 거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난 조하나에게 부탁을 했고, 조하나는 흔쾌히 하율이의 케어를 맡아주었다.
‘별일 없겠지.’
내가 직접 따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걱정됐지만, 딱히 별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듬직한 김동수도 있고, 조하나도 케어에 능하고, 또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으니 말이다.
“아빠, 다녀올게! 이따 저녁 때 봐! 빠이빠이~!”
하율이의 천진난만한 인사와 함께 밴의 문이 닫혔다.
그렇게 부웅, 하고 밴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본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유나 씨. 저 이신혁입니다.”
내가 전화를 건 대상은 성유나였다.
치유계 마법사이자, 오성 그룹의 막내딸 말이다.
“오늘 약속 잊지 않으셨죠?”
-그럼요.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성유나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에겐 오늘이 꽤나 역사적인 날인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로 가겠습니다.”
-네! 거기서 뵈어요!
나와 성유나는 약속을 잡은 뒤,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곧장 카이엔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좀 귀찮긴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겠지.”
나는 오늘 성유나와 만나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북한 침투 작전을 마치면, 성유나가 설립하는 새로운 길드의 길드장이 되어주기로 한 약속 말이다.
* * *
이하율의 밴이 아파트 입구 왼쪽으로 빠져나갔고.
그다음으로 이신혁의 포르쉐 카이엔이 아파트 입구 오른쪽으로 빠져나갔다.
다소 고요해진 아파트 단지.
스윽.
그곳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먼 곳에서 망원경으로 이곳을 보고 있던 사내.
비쩍 말랐지만, 눈빛은 독사처럼 날카로운 사내였다.
“간나 새끼…….”
그의 이름은 ‘림재진’.
이름처럼 북한의 사람이었다.
대장이었던 림학철의 아들이기도 했고.
“내래 반드시 아버지의 복수를 해 보이갔어…….”
림재진은 이를 빠득 갈았다.
불끈 쥔 두 주먹이 분노로 인해 바들바들 떨렸다.
림재진은 복수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림학철을 죽게 만든 주범인 이신혁에게 말이다.
“내래 이신혁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다만…….”
림재진은 맘 같아선 이신혁을 직접 죽여 버리고 싶었다.
정말 잡아다가 온갖 고문을 한 다음에 처절하게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신혁은 S급 헌터다.
심지어 이젠 라이언이 갖고 있던 세계 랭킹 1위의 타이틀을 빼앗네 마네 하는 실력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고작 18세에 평범한 각성자인 림재진으로선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림재진은 결심했다.
“네놈한테서 제일 소중한 걸 빼앗아주갔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아버지를 빼앗긴 것처럼, 이신혁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주겠다고.
림재진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신혁의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부아아앙!
림재진이 나간 방향은 왼쪽.
이신혁의 딸이 타고 있던 차가 향한 곳이었다.
* * *
나는 강북의 한 동네에 와서 만났다.
오성 그룹의 막내 성유나를.
“신혁 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꽤 오랜만이네요.”
나와 성유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에겐 예전에 없던 전우애 같은 감정이 생겨 있었다.
북한에 함께 침투해 힘겹게 쌓은 전우애 말이다.
“이만 가실까요, 길드장님?”
성유나가 너스레를 떨었다.
“길드장님이라니. 아직 길드를 내지도 않았잖습니까.”
“내기로 결정됐잖아요. 오늘은 그 건물을 보러 가는 거고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그러네요. 어색하기도 하고.”
“에이, 뭘 그러세요. 글로리 길드 시절에 실질적인 길드장 역할을 하셨으면서. 북한에 침투했을 때도 라이언을 대신해서 작전팀장 역할을 맡으셨고요.”
성유나가 나를 띄워주며 말했다.
머쓱했던 나는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성유나와 함께 걸어 도착한 곳에는.
“여깁니까?”
세련된 빌딩 하나가 있었다.
대략 30층 정도 되는 듯한 건물이었다.
“네. 여기가 저희의 보금자리가 될 길드 본사예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건물주라니. 세상 사람들이 보면 질투하겠습니다.”
“크흠! 대, 대신 헌터로서 세상에 이런저런 기여를 많이 하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
오성 그룹의 막내딸, 그야말로 플래티넘 수저를 자랑하는 성유나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아직 정리가 안 된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건물 자체는 세련되고 좋았다.
실용적으로 빠진 구조도 좋았고, 통유리창으로 채광에 신경 쓴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여기예요.”
그렇게 꼭대기에 올라온 뒤, 성유나가 문 하나를 열며 말했다.
“여기가…….”
“네. 길드장실이 될 곳이에요. 신혁 씨가 머무를 곳이죠.”
성유나의 말에 나는 내부를 바라보았다.
풋살을 해도 될 정도로 널따란 공간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좋네요. 제가 정말 이런 곳을 써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한국 최초의 S급 헌터이자, 라이언을 제치고 세계 랭킹 1위로 거론되는 분이신데 이 정돈 제공해 드려야죠.”
“하하, 비행기 태우시기는.”
나는 피식 웃으며 방 내부를 계속해서 살폈다.
아직 콘크리트가 드러난 부분도 많고, 가구도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내 공간이 될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유나 씨, 물어볼 게 있습니다.”
나는 길드장실 한쪽 면의 통유리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데요?”
“유나 씨는 길드를 세워서 하고 싶은 게 뭡니까?”
“말씀드렸잖아요,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게 전부입니까?”
“음…….”
그게 전부냐는 말에 성유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가능하면 정의로운 일을 했으면 좋겠네요.”
“정의 말입니까?”
“네. 나쁜 사람을 벌하고,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착한 길드요. 아,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갖다주기도 하고요.”
“흐음, 그렇군요. 정의라. 나쁘지 않네요. 그럼 그걸 길드 명으로 하는 거 어떻습니까?”
“네?”
깜짝 놀라 되묻는 성유나에게 나는 말했다.
“정의로운 길드가 되고 싶다면서요. 그럼 초심도 지킬 겸 ‘정의 길드’라고 짓는 거 어떻냔 말입니다.”
“흐음, 뭐 나쁠 건 없지만 신혁 씨는 괜찮으시겠어요? 정의로운 길드로 만들고 싶다는 건 제 뜻이고, 신혁 씨의 뜻은 다를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길드를 만들고 싶다거나,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길드를 만들고 싶다거나요.”
“돈, 좋죠. 가장 강한 길드를 만드는 것도 좋고요. 하지만 저도 유나 씨처럼 정의로운 길드를 만들어서 나쁜 사람을 벌하고, 또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시민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고 싶습니다.”
“왜요?”
성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야 제 딸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
내가 정의로운 길드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내 딸 하율이 때문이었다.
아직 5살인 하율이.
그녀가 나중에 커서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길드를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그렇군요…….”
“하하, 네. 좀 고리타분하죠?”
“아뇨, 그냥 좀 놀라워서요.”
“뭐가 말입니까?”
“그냥 신혁 씨의 머릿속에는 따님이 정말 큰 부분이구나, 싶어서요.”
“하하, 그렇습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돈을 버는 것도 따님을 위해, 길드 활동도 따님을 위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것도 따님을 위해서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아, 심지어 북한 침투 작전에 참여하신 것도 따님이 위험할까 봐 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이야…….”
성유나가 헛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진짜 딸바보시네요, 딸바보.”
“딸 가진 아빠들이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아무리 딸바보라도 딸을 위해서 북한에 침투하진 않죠.”
“하하하, 그런가요.”
성유나의 말에 나는 빵 터졌다.
“아, 그래도 저는 다른 아빠들이 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요?”
“네. 물론 북한에 침투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다른 딸바보 아빠들은 직장에 나가서 싸우잖습니까. 그것도 제가 한 것들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음, 그렇긴 하죠. 자식을 위해서 밖에 나가 돈을 버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맞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들고, 또 괴로운 일이죠. 그렇기에 저는 이 세상 아빠들이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S급 헌터만큼 말입니다.”
“크, 모든 아빠는 S급 헌터만큼이나 강하다니. 아빠들이 들으면 감격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겠는데요?”
“하하, 그 정돈 아닙니다. 아무튼 이만 가죠. 건물도 다 둘러봤으니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그러자 성유나가 따라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무슨 길드장님입니까 또.”
“이제 길드장님 맞죠. 길드 설립 절차만 마치면 진짜 길드장님인데.”
“하하, 마음대로 하십시오.”
“넵! 정의 길드장님! 앞으로 깍듯이 모시겠습니다!”
성유나가 경례 포즈를 하며 장난을 쳤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정의 길드라.’
정의 길드.
글로리 길드를 떠난 내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순간이었다.
* * *
한편, 이하율은 한창 예능 촬영 중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예능의 이름은 로, 어린이 패널들이 나와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과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반갑습니다! 의 MC 박만수입니다!”
예능 세트장.
수십 대의 카메라와 100여 명의 스태프 앞에서 MC 박만수는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늘도 많은 어린이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었네요?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여어어어~!”
박만수의 말에 어린이 5명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아기새들의 합창과도 같은 모습에 박만수는 흐뭇한 미소로 진행을 이어갔다.
“여러분, 오늘의 요리도 자신 있나요?”
“네에에에에에!”
“좋아요. 우리 어린이 친구들이 어떤 음식을 보여줄지 너무너무 궁금한데요?”
박만수의 말에 아이들이 얼른 요리를 시작하고 싶다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아직 박만수는 요리 대결을 시키지 않았다.
그는 그 이유를 지금 공개했다.
“아저씨도 얼른 여러분의 요리를 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 여러분에게 특별한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해요.”
“특별한 칭구여? 누군데여~?”
“궁금해요?”
“네에에에에!”
“좋았어요! 그럼 여러분 앞에 특별한 친구를 소개할게요!”
박만수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쾌활하게 멘트를 이어갔다.
“자, 데뷔하자마자 멜로 차트 10위를 차지한 초신성이며! 현재는 음악 프로그램 뮤직스톰의 1위! 그리고 멜로 차트 1위에 빛나는 천재 소녀! 이하율 양을 모셔보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박만수의 우렁찬 멘트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치며 손뼉을 쳤다.
그 순간, 무대 뒤쪽에서 인형처럼 예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하율.
그녀가 예능에 데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