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99화
촬영은 계속되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와 우리만을 바라보는 스태프들.
그들 사이에서 하율이와 한승민 앵커는 웃음꽃을 피우며 대화했다.
한승민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방송을 이끌었고, 하율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음악적 견해나 창법 혹은 연예계 생활처럼 진중한 질문들도 많았지만, 하율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 유치원 생활 등에 대한 가벼운 질문들도 많았다.
“하하, 어린 나이에 차기 국민가수로 평가받고, 브랜드 파워 1위에 온갖 광고 출연까지. 정말 인생 2회차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네요.”
한승민이 대단하다는 듯 말하더니, 이번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대단한 하율 양을 키우신 아버님의 교육철학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아버님, 도대체 하율 양을 어떻게 키우신 겁니까? 하하.”
교육철학이라.
나는 손을 모은 채 그 단어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교육철학이라고 하시면 너무 거창하고요, 저는 그저 저희 하율이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친구처럼요?”
“네. 물론 아빠로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든든한 벽이 되어줘야겠지만, 저는 언제나 하율이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에 소통이 어렵지 않았고, 그게 너튜버부터 가수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 그렇군요. 사실 부모님이 가수 활동을 반대한다는 얘기는 참 흔한데, 아버님은 전혀 반대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땐 이것저것 해봐야 한다는 주의라, 너튜버나 가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습니다. 그 활동들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경험도 자산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내 말에 한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음, 그럼 오늘의 주인공은 하율 양이지만 아버님에 대해서도 잠시 얘기해 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하하, 네. 저야 영광입니다.”
“네. 음, 헌터 데뷔 때부터 초신성이란 평가를 받아 결국 글로리 길드의 실질적 리더에 한국 최초의 S급 헌터의 위치까지 오르셨는데요, 그 비결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S급 헌터가 된 비결이라.
그건 너무 쉽게 말할 수 있지.
“간단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련하면 됩니다.”
“오랜 시간이요?”
“그렇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훈련하면 반드시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셀 수도 없는 시간을 훈련으로 보냈고요.”
나는 이세계에서 천 년 동안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건 말할 수도 없지만, 말해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허, 그렇군요. 서울대생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 같은 말씀이긴 하지만 사실 그게 정도이자 왕도겠지요.”
“맞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엔 새로운 길드를 창설하셔서 화제가 됐는데요, 혹시 길드 설립의 의의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 이신혁 헌터님께서는 잠시 헌터계를 떠나셨던 걸로 알아서 말이죠.”
한승민이 이번엔 ‘정의 길드’에 대해 물었다.
“음, 제가 길드를 설립한 이유는 새로운 길드의 이름처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의요?”
“그렇습니다. 사실 정의라는 게 애매한 개념이긴 합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정의가 다르니까요. 그러한 측면에서 저희는 ‘평화’라는 개념을 정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화라. 혹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실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몬스터들을 사냥해 평화를 실현한다. 단,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평화 그 자체를 위해 활동한다는 게 저희 정의 길드가 추구하는 신념입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평화 때문이라. 하, 역시 정의 길드가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었군요.”
“하하, 과분한 칭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한승민은 나와 하율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렇게 1시간짜리 방송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자, 이제 를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마지막 질문으로 하율 양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하율 양?”
“넹!”
“가수 혹은 유치원생으로서 하율 양의 목표는 어떻게 되는지 시청자 여러분께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움…….”
마지막 질문에 하율이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댄 채로 고민했다.
그러더니 생각을 정리한 듯,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단 가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수가 되구 싶어여! 멜로 차트뿐만 아니라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들어서 우주 전체에 하율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어여!”
“하하, 우주라. 정말 스케일이 대단하네요. 그럼 인간으로서 하율 양의 목표는요?”
“일단 유치원에서 칭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졸업했으면 좋겠구여, 선생님들이랑두 잘 지내구, 아빠랑 겨울이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여!”
하율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나는 그런 하율이가 귀여운 나머지,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좋습니다.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하율 양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한 사람의 팬으로서 기대하겠습니다. 두 분,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미당! 시청자 선생님들 봐주셔서 감사해여~!”
하율이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뿌렸고, 한승민 역시 아빠 미소를 지은 채로 클로징 멘트를 했다.
하율이와 함께 9시 뉴스에 나오다니.
이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 * *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밤.
우리 역시 두근두근한 마음을 품은 채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했다.
“오빠, 잘 되어가요?”
주방으로 온 조하나가 물었다.
내 뒤에서 다정한 백허그를 한 채로.
“응. 잘 되어가지. 왜?”
“아뇨, 그냥 도와드릴 거 없나 해서요.”
“괜찮아. 거의 다 했어. 하나 너는 하율이 트리 만드는 거나 도와줘.”
“거의 다 해서 와봤어요. 우와, 근데 진짜 맛있겠다~!”
조하나가 내가 만든 음식들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찹스테이크.
통통한 새우살이 들어간 감바스.
오븐에 구워 기름이 쫙 빠진 닭봉 간장구이.
새콤달콤한 레몬 크림새우.
그리고 비스킷 위에 토마토, 연어, 아보카도 등을 올린 카나페까지.
주방과 식탁에는 정말이지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하하, 맘에 들어?”
“그럼요! 완전 맛있겠다. 오빠, 저 하나만 먹어보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 잠깐만.”
나는 카나페 하나를 집어 조하나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그녀는 입에 넣은 카나페를 우물거리더니.
“으음! 너흐 마히써혀!”
웅얼거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 그 정도야?”
“네, 네에. 와, 진짜 맛있다. 어쩜 이렇게 맛있지? 오빠 진짜 저 몰래 요리학원 다니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돈 아냐. 음, 이제 슬슬 다 됐으니까 먹을까? 하나야, 상 좀 차려줄래?”
“좋아요. 근데 요금을 지불해야 해요.”
“요금?”
“네에.”
조하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입술을 내밀었다.
하하, 참.
부끄럽게 정말.
나는 하율이가 보고 있지 않은지 살핀 후, 쪽 소리 나게 입술을 맞추었다.
“됐지?”
“네에. 요금 확실히 받았네요, 헤헤.”
조하나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하더니 거실에 상을 펴러 갔다.
하율이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었던 그녀와 이런 사이가 되다니.
참 신기했다.
‘뭐, 이젠 법적으로도 완벽한 부부니까.’
물론 문제 될 건 없었다.
며칠 전, 우리는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니까.
식은 내년 봄에 하기로 했지만 우리는 엄연한 부부가 되었으니까.
그러니 입맞춤 정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홈파티 요리를 마무리했고, 조하나는 음식을 거실로 부지런히 옮겼다.
그렇게 나 역시 거실로 갔을 때.
“우와, 하율아. 짱이다아!”
나는 곧장 감탄사를 내뱉었다.
거실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너무나 멋졌기 때문이었다.
“헤헤, 그치?”
“응. 이거 하율이가 꾸민 거야?”
“웅! 하율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꾸며써!”
“대단하다. 우리 하율이 미적 감각이 대단한데? 우리 하율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솜씨가 좋아?”
“당연히 우리 아빠지!”
하율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귀여운 녀석.
나는 하율이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옆에 둔 채, 우리는 홈파티를 시작했다.
펑!
샴페인을 따자,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하율이는 귀를 막고 있었고, 겨울이는 멍멍 짖었다.
“자, 다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조하나의 잔에 샴페인을 따라주었고, 하율이의 잔에는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었다.
그렇게 조하나에 의해 내 잔까지 채운 후, 우리는 잔을 높이 들었다.
“음, 우리 가족의 행복과 잠시 후에 발매될 하율이의 신곡을 위하여!”
“위하여~!”
우리는 잔을 짠 하고 부딪쳤다.
그렇게 원샷을 때려버린 후, 우리 셋은 동시에 “캬~!” 소리를 냈다.
그렇게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던 중, 조하나가 말했다.
“하율아, 이번 노래는 어떤 거라고 했지?”
“아, 캐럴이에여!”
“캐럴?”
“넹!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작곡가 아저씨가 신곡을 캐럴로 가자구 해써여!”
하율이의 말이 맞았다.
메가 히트곡 에 이은 신곡.
그것은 캐럴이었고, 이번에도 스타 작곡가 류영수가 만들어주었다.
“우와, 그렇구나. 제목이 뭐야?”
“예여! 이번 제목두 하율이가 지었구여!”
“오, 예쁘다. 근데 왜 그렇게 지은 거야?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어?”
조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냐면여, 크리스마스는 전부 다 반짝거리자나여! 이렇게 트리두 반짝거리구, 조명두 반짝거리구, 또 가족이나 연인들의 마음두 반짝거리구, 또 새해를 맞이하는 두근두근한 마음두 반짝거리구여! 그래서 그러케 지었어여!”
“그렇구나.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마음이 막 반짝반짝한 것 같긴 하네.”
“넹! 마자여, 헤헤.”
“역시 하율이는 천재다. 이번 곡도 잘 되길 바랄게, 하율아.”
“네엥! 감사합미다아!”
하율이와 조하나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넘쳐흘렀다.
“아, 맞다. 하나야, 너도 소설 거의 완결이라며?”
카나페를 집어 먹던 중, 나는 조하나가 연재 중인 웹소설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조하나가 곧장 대답했다.
“아, 네. 이제 한 다섯 편만 쓰면 돼요, 헤헤.”
“와, 대단하네. 웹소설 써본다고 한 게 어제 같은데 그게 벌써 완결할 때가 됐어?”
“그러게요. 하루하루 쓸 때는 진짜 괴로웠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금세 200화에 다다랐네요.”
“맘에 들게는 나왔어?”
“음, 성에 차지는 않고요. 부족한 점이 많죠.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그래, 열심히 했으면 된 거야. 아무튼 완결 미리 축하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조하나 역시 배시시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그렇게 짠, 하고 잔을 부딪친 순간.
“앗! 눈 온당! 아빠, 선생님! 눈 와여!”
창밖에서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