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02화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이 짧고도 단순한 문장으로 인해 지구는 게임이 되었다.
물론 게임이란 단어의 느낌처럼 행복하게 변한 게 아니었다.
게임의 시작으로 인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게이트.
그 안에서 쏟아진 몬스터들로 인해 세상은 전쟁터 그 이상의 지옥으로 변했다.
물론 평범한 인류 사이에서 각성자들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막으려 하긴 했다.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려대는 게이트 탓에 인류는 매일같이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마치 지금처럼.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건물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건 탱크나 전투기가 아니었다.
높다란 건물을 부순 건, 놀랍게도 생명체였다.
거인과도 같은 육신에 황소의 머리를 한 괴물.
그 괴물의 이름은 ‘미노타우로스’였다.
“우워어어어어!”
건물을 부순 미노타우로스가 양팔을 하늘로 쳐들며 포효했다.
크기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성량에 주변의 공기가 저릿저릿해졌다.
도심 한복판에 별안간 나타난 미노타우로스.
그 괴물은 사자후 이후에 또다시 건물들을 주먹으로 부수고, 차량들을 짓밟아 파괴하기 시작했다.
물론 놈이 날뛰게 가만히 둔 건 아니었다.
길드의 헌터들은 진작에 파견되어 미노타우로스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놈의 엄청난 힘에 헌터들은 무력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티, 팀장님! 어떡하죠?”
헌터 윤대영이 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팀장이라 불린 여성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뚜렷한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헌터 양지수가 욕설을 내뱉었다.
검을 든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미노타우로스의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었다.
그녀가 딱히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제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곁에서 열심히 싸우던 팀원들이 대부분 죽었다.
남은 건 팀원 윤대영 하나뿐.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도 결국 사람이니까.
사람인 이상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태연할 수는 없으니까.
“팀장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싸울까요? 아니면 퇴각할까요? 네? 뭐라도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이러다 전멸하겠습니다!”
“조, 조금만 기다려 봐! 길드에 지원을 요청했으니까!”
“지원이요? 아니, 그거 한참 전 아닙니까? 지원을 올 거라면 진작에 왔어야 했다고요!”
팀원 윤대영이 소리쳤다.
양지수는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녀의 소속 길드인 ‘글로리 길드’에 지원 요청을 넣은 건 한참 전이었다.
지원 병력이 왔어도 진작에 왔어야 하는 시간.
그럼에도 오지 않는다는 것은, 길드 측에서 지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길드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이러다간 모두가 개죽음을 당할 뿐이라고······!’
글로리 길드가 일부러 지원 병력을 안 내주는 건 아니다.
그저 전국 각지에서 게이트가 너무 많이 열린 탓에 지원 병력을 보낼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양지수나 윤대영이 그 점에 대해 양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건 목숨이 달린 상황이니까.
“우워어어어어!”
건물을 때려 부수던 미노타우로스가 또다시 포효했다.
그러더니 조금 떨어져서 동태를 살피던 두 사람에게로 쿵쾅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티, 팀장님! 옵니다! 어, 어떡하죠?”
윤대영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외쳤다.
그는 미노타우로스와 양지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럴 거면 퇴각하자고 했다.
어차피 둘이서 저 괴물을 이길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양지수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퇴각은 없어.”
“네? 왜, 왜죠?”
“퇴각하면 우리는 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은 저놈에게 죽을 거야.”
“그, 그럼······.”
“싸우자. 싸워서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자.”
“말도 안 돼요! 저런 괴물이랑 싸웠다간 1초컷이란 말입니다! 들이대봤자 시간도 못 끌고 저희만 죽을 뿐이라고요!”
“알아.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벌기 위해 우리는 목숨을 바쳐야 해. 그게 헌터의 일이니까.”
양지수가 검을 들어 올렸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윤대영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던 그는 욕설을 한 번 내뱉은 뒤, 마찬가지로 검을 쳐들었다.
그 모습을 본 양지수가 말했다.
“고맙다, 윤대영. 혼자 죽지 않게 해줘서.”
“팀장님은 나쁜 사람입니다······.”
“그래, 난 나쁜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가 먼저 죽을게. 아무튼 그동안 고마웠다. 못난 팀장 만나서 고생 많았어.”
양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윤대영이 뒤쪽에서 뭐라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하지만 양지수는 멈추지 않았다.
건물의 잔해 사이에 파묻힌 팀원들의 시체를 가로질러 그녀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진격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양지수는 검을 휘둘렀고, 미노타우로스는 육중한 주먹을 뻗었다.
그때였다.
파지직!
둘 사이의 허공에 푸른 스파크가 튀더니.
돔형의 에너지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콰과아아앙!
엄청난 압력에 미노타우로스가 뒤로 밀려났다.
양지수 역시 태풍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뭐, 뭐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양지수.
그녀는 얼굴을 가로막았던 팔을 치우고 앞을 바라보았다.
“······!”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돔 형태의 에너지 파장이 방출됐던 곳.
그곳에 남자 하나가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양지수는 눈을 끔뻑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공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을 아무리 깜빡거려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저, 저기요!”
양지수는 쓰러진 사람에게로 황급히 달려갔다.
정체불명의 사내는 잠에 든 듯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양지수는 태평하게 자고 있는 그를 깨우기 위해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미노타우로스가 코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으, 으음······.”
그때였다.
의문의 사내가 눈을 천천히 떴다.
“저기요! 정신이 들어요? 네?”
“여, 여긴······.”
“여기가 어딘진 나중에 설명하고, 일단 피하죠!”
양지수는 남자를 부축했다.
그녀는 도망칠 생각이었다.
팀원 윤대영과 단 둘이 있다면 모를까, 민간인이 있는 상황에서 전투를 지속할 수는 없었다.
“우워어어어어!”
그때였다.
미노타우로스가 완전히 사정거리에 들어온 두 사람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높다란 건물 수십 채를 산산조각 내고도 멀쩡한 주먹이 양지수와 사내를 향해 날아왔다.
‘시간이 없어······!’
양지수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라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인을 부축한 채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와락!
양지수는 황급히 사내의 몸을 감쌌다.
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미약한 몸뚱이론 사내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렇게 감싸봤자 결국 미노타우로스의 저 거대한 주먹에 두 사람 다 가루가 되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그녀는 사내를 보호했다.
헌터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을 마지막까지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응?”
의문의 사내, 이신혁은 눈을 깜빡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전신의 감각이 천천히 돌아옴과 동시에 그는 감지했다.
위협적인 마력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정신이 완전히 든 그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인의 몸에 소의 머리를 단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이쪽으로 주먹을 뻗고 있다는 것을.
‘저놈이 왜 여기에······.’
확실하진 않지만 이신혁은 자신이 지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풍경이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왜 저놈이 여기 있는 걸까.
이세계에 있어야 할 저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의문이 차올랐다.
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이 코앞까지 가까워졌기에,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잠깐 실례.”
주변을 둘러보던 이신혁은 자신을 감싸 안은 여성의 손에서 검을 빼앗았다.
그리고 여성을 뒤쪽으로 살짝 밀침과 동시에 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각!
제자리에서 매끈한 반원을 그렸을 뿐인 검격.
그 위력은 실로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