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0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20화
글로리 길드 본사.
팀장실에서 양지수는 집무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서류들에는 헌터들의 인적사항이 가득했다.
정확히는,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겠다는 헌터들의 인적사항이었다.
“흐음······.”
하지만 양지수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수많은 서류들 중에 확 끌리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스펙들은 다 좋은데······.”
양지수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서류 속 헌터들의 스펙은 정말이지 좋았다.
헌터 자격시험을 우수하게 통과했으며, 다른 길드에서 경력도 착실하게 쌓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나이는 아주 젊었으며, 장비한 아이템들도 너무나 좋았다.
“하아······.”
하지만 그 대단한 스펙들에도 양지수는 끌림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길드에 이력서를 넣었다면 프리패스가 되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양지수는 끌리는 헌터를 찾지 못했다.
이것도 나름 글로리 길드 차원에서 거르고 걸러 뽑은 헌터들임에도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중.
“티, 팀장님!”
누군가가 팀장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문을 부술 듯한 패기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팀원 윤대영이었다.
“뭐야, 윤대영.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세게 들어와? 문 부서지면 책임질 거야?”
“예?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근데 너무 급해서요······.”
평소 깃털처럼 가벼운 성격을 가진 윤대영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자, 양지수는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뭐지?
혹시 브론즈 공격대장이 또 괴상한 지시를 한 건가?
그게 아니면 글로리 길드 본사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그것도 아니면 위험한 게이트가 발생했나?
양지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뭔데?”
“허, 헌터넷 보셨습니까?”
“헌터넷은 왜?”
“역시 아직 못 보셨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멀쩡하시지. 제가 보여드릴게요!”
윤대영은 그렇게 말하며 양지수의 책상 가까이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양지수에게 보여주었다.
양지수는 뭔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윤대영이 보여준 화면을 보았다.
화면은 헌터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헌터넷’의 뉴스란이었다.
“이게 뭐 어쨌다는······. 어?”
양지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입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양지수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속보)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으로 합격한 지원자 등장해 화제!」
「역대급 기적! 헌터 자격시험에서 전설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이신혁’」
「새로운 전설의 시작! 5과목 전체에서 100점을 받은 지원자 등장!」
「헌터 협회, 믿을 수 없는 일 벌어져······ 합격자 ‘이신혁’에 대한 인터뷰 준비 중.」
「충격! 사상 최초로 헌터 자격시험 만점자 발생! 길드들은 관심, 헌터들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
시야를 어지럽히는 기사들.
그 정신없는 기사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어렵기로 소문난 헌터 자격시험.
거기에서 다섯 과목 전부 만점을 받아 ‘평균 100’점으로 합격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게 이신혁 씨라고······?”
하지만 진짜로 놀라운 점은.
평균 100점의 합격자가 다름 아닌 ‘이신혁’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니까요? 대박이죠? 그쵸?”
윤대영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에도 양지수는 이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도,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지 않아?”
“아니에요. 기사에 사진도 있고, 제가 직접 헌터 협회에 전화해서 확인도 했어요. 정말 저희가 아는 이신혁 씨가 맞다니까요?”
윤대영은 그렇게 말하며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
그러자 기사 최상단에 이신혁의 증명 사진이 떴다.
“마, 말도 안 돼······.”
자신이 아는 얼굴이 나오자, 양지수는 경악했다.
믿을 수 없었다.
다섯 과목 전부 100점이라니.
평균 100점이라니.
단 하나의 실점도 없다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화, 확인해보자. 그럼 더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양지수는 충격을 어떻게든 억눌렀다.
헌터의 강인한 정신력으로도 누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이신혁의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음이 가는 소리가 양지수의 심장을 울리게 했다.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이신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지수는 마른침을 삼킨 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물었다.
“이신혁 씨?”
– 아, 네.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이신혁의 목소리는 너무나 태연하고도 일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양지수는 자신이 봤던 기사와 통화 중인 상대가 동일인물이란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아, 네. 전 잘 지냈어요. 그나저나 여쭤볼 게 있어서요.”
– 뭔데요?
“제가 좀 놀라운 기사들을 봐서 그러는데요, 이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양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본 기사들에 대해 말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다섯 과목 전부 만점을 받아 평균 100점을 받은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이 이신혁이며, 이신혁 당신과 얼굴이 똑같다.
이게 설마 당신이 맞느냐고 물었다.
‘과연······.’
양지수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양지수지만 지금의 그녀의 마음은 너무나 초조하기만 했다.
이신혁의 대답에 따라 헌터계 역사가 새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수화기 너머의 이신혁의 음성이 들려왔다.
– 아, 그게 벌써 기사가 났습니까?
약간의 웃음기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
그 음성에 양지수는 심장이 쿵 하고 울리는 기분을 느꼈다.
이신혁이 말했다.
– 네, 저 맞습니다.
“저, 정말요? 정말 이신혁 씨가 평균 100점으로 합격했다고요?”
– 네, 그런데요? 하하, 근데 그게 기사까지 날 일입니까? 뭔가 좀 쑥스럽네요. 제가 뭐 연예인도 아니고.
이신혁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확인한 양지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 어떻게. 대체 어떻게 평균 100점을 받으신 거죠······?”
–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평균 100점은 지금껏 그 어떤 각성자도 이뤄내지 못한 업적이에요. 근데 어떻게 평균 100점을 받으신 거죠······?”
– 흐음, 무슨 답변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저 전 열심히 한 것뿐이라서요. 저번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이신혁의 말에 양지수는 과거에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이 갑자기 영입 기준을 확 높였을 때.
정확히는 평균 70점에서 90점으로 높였을 때, 이신혁은 말했었다.
‘해보겠습니다.’
‘네?’
‘평균 90점이라는 거, 제가 한번 달성해보겠다고요.’
평균 90점으로 기준을 올린다는 건, 길드에서 받아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신혁은 해보겠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듣는 양지수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불가능이 확정된 일에 애를 쓰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양지수는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이신혁에 대한 보상금 1억 원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뤄냈어······.’
이신혁은 정말로 평균 90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아니, 평균 90점을 넘어서 평균 100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양지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는 이 대단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 상투적인 말을 내뱉었다.
“추, 축하드려요······.”
그 어떤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었던 양지수는 일단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신혁은 가볍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지수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양지수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맞죠? 이신혁 씨가 평균 100점으로 합격했다는 거 사실이죠? 그쵸?”
윤대영의 물음에 양지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레기들의 헛짓거리라 생각했던 기사들이 사실이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으로 합격한 자가 실제로 등장한 것이었다.
“와, 그 아저씨 진짜 대단하네요. 하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단했죠. 미노타우로스를 한 방에 썰어버리고. 전 그 아저씨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양지수는 윤대영을 향해 눈을 흘겼다.
윤대영은 이신혁이 절대로 이룰 수 없을 거라 말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윤대영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굴었지만.
“캬, 팀장님. 아무튼 이신혁 씨가 우리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실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렇겠지. 이신혁 씨가 원하신다면.”
“엥? 원한다면요? 그럼 이신혁 씨가 저희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대한민국 랭킹 2위인 우리 글로리 길드를 거절한다고요?”
“당연하지. 그 정도의 실력자라면 글로리 길드가 아니라 더 높은 곳도 갈 수 있을 테니까.”
“더 높은 길드요?”
“응.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에도 갈 수 있을 테고, 해외에서도 컨택을 해올 수도 있겠지······.”
“흐음, 그렇네요. 아, 이렇게 되니까 엄청 아깝네. 이럴 줄 알았으면 시험 전에 계약서를 써놓을 걸 그랬어요. 그쵸?”
윤대영의 말에 양지수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았다.
미리 계약서를 써서 잡아둔다면 대단한 이득이다.
하지만 잡아놓기만 한다고 끝일까?
평균 100점의 괴물을 글로리 길드가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었다.
드르륵.
양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팀장실에 마련된 작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청명한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떠다니는 게 보였다.
‘처음부터 신기하긴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신혁과의 첫만남은 너무나 신기했다.
미노타우로스를 단숨에 베어버리는 검격.
그건 정말이지 대단했다.
그런데 이신혁의 대단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신혁은 사상 최초로 평균 100점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지금껏 그 어떤 각성자도 해내지 못했던 업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녀는 생각했었다.
이신혁이 대한민국 최초의 S급 헌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신혁.
그는 어쩌면 S급보다 더 상위 단계까지 도달할지도 모르겠다고.
* * *
나는 헌터 자격시험을 평균 100점으로 통과했다.
처음엔 그게 그리 대단한 건지 몰랐다.
하지만 양지수의 반응을 보니 좀 특별한 업적이긴 한 모양이었다.
헌터넷에 뜬 기사들을 보니 더더욱 그러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조금 특별한 헌터가 되었다고 할지언정, 나는 아빠고 아빠의 삶은 매일 계속되니까.
“자, 하율이는 잘 보냈고.”
평온한 아침.
나는 하율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서 보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내복이 아니라 예쁜 옷을 입혀서 보냈다.
물론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로지 하율이의 취향이 듬뿍 담긴 분홍분홍한 옷을 입혀서 보냈다.
“오랜만에 청소 좀 해볼까?”
하율이도 등원했고, 조하나도 오지 않는 날.
조용한 집에서 나는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바닥을 닦고.
작은 걸레를 깨끗하게 빨고 꼬옥 짜서 TV나 장롱 위쪽까지 말끔하게 닦았다.
나 혼자 사는 집이라면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하율이와 함께 사는 집.
5살 짜리 아이가 사는 집이므로 나는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청소를 했다.
그렇게 몇 개 되지도 않는 가구를 닦던 나는, 마지막으로 책상을 닦기 시작했다.
원래는 나와 아롬이가 사용하던 컴퓨터가 있던 곳이지만, 이제는 하율이의 공부 책상으로 쓰이는 곳이었다.
드르륵.
한참이나 청소를 하던 나는 책상에 붙어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세 칸 짜리 서랍장.
이곳에도 하율이의 손이 닿는 만큼 나는 나는 내부도 꼼꼼하게 닦았다.
그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서랍을 닦고 마지막 서랍을 여는데.
“······응? 이게 뭐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하얀 도화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궁금증과 함께 그것을 꺼내서 뒤집었다.
그러자 화사한 그림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그림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하율이가 그렸을 그림.
거기에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계란 볶음밥 먹었을 때잖아?”
비록 삐뚤빼뚤한 그림이지만 나는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림 속 사람들은 나와 하율이며, 그들 앞에 차려진 음식은 계란 볶음밥이라는 것을.
나는 귀엽게 그린 그림을 한참 감상했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 적힌 선생님의 코멘트를 읽었다.
「하율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은 아빠와 함께 계란 볶음밥을 먹었던 거구나? 너무 맛있게 그려서 선생님도 군침이 도네? 친구들 말처럼 나중에 하율이네 아빠를 유치원으로 모셔서 계란 볶음밥을 먹어보자. 아무튼 예쁜 그림 그리느라 고생했어, 하율아!」
선생님의 코멘트로 인해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그림의 주제는 ‘소중한 추억’이며, 하율이는 소중한 추억으로 나와 계란 볶음밥을 먹었던 일을 선정한 것이었다.
“녀석, 지구가 아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 거라더니······.”
계란 볶음밥을 먹던 당시, 하율이는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때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녀석이 기특하고 또 고마워서 왠지 코끝이 찡해졌다.
“코팅해서 보관해야겠네.”
나는 하율이의 그림을 코팅해서 소중히 보관하기로 했다.
하율이가 이때의 일을 소중해하는 만큼.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