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00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200화
“어? 진짜네? 눈이다.”
나와 조하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하율이는 이미 베란다로 후다닥 달려 나간 상태였다.
겨울이 역시 멍멍 짖으며 베란다로 따라갔고.
“와, 이제야 제대로 된 눈이 오네. 그렇지?”
실제로 이게 첫눈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눈이 참 애매하게 오곤 했다.
이게 비인지 눈인지 모를 정도로.
“그러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앞두고 함박눈이 내려주니 너무 고맙네요. 낭만적이기도 하고요.”
“하하, 그러게. 타이밍 좋다. 신께서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라고 내려주시는 건가 봐.”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눈이 내리는 걸 감상했다.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은 금세 땅에 쌓이기 시작했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또 낭만적이기도 한 분위기.
나는 환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하율이 몰래 조용히 조하나의 손을 잡았다.
스윽.
조하나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모른 척을 했다.
피식 웃는 조하나.
나 역시 그녀를 보며 픽 웃었다.
“아빠, 우리 눈사람 만들러 가장!”
하율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
“눈사람?”
“웅! 눈 오니까 눈사람 만드러야지!”
“좋지. 근데 눈이 좀 쌓인 다음에 가야 할 것 같은데?”
“히잉, 기다리기 힘든데에……!”
하율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하자, 조하나가 입을 열었다.
“하율아, 그럼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 열어볼까? 눈 쌓이는 거 기다릴 동안.”
“크리스마스 선물이여? 아직 크리스마스 아닌데 그래두 대여?”
“아빠랑 선생님이랑 각자 하나씩 준비했으니까 오늘은 선생님 거 열어보고, 내일은 아빠 거 열어보면 되지.”
“우와아아아! 할래여! 그럴래여! 크리스마스 선물 까볼래여!”
하율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
녀석, 그렇게 좋을까.
나와 조하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하율아. 그럼 선생님이랑 얼른 가보자.”
“우와아앙! 신난다아! 크리스마스 선물이다아아아아!”
하율이와 조하나, 그리고 겨울이가 다시 거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귀여운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왜일까.
창밖에는 차가운 눈이 펑펑 내리는데 내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 * *
이하율의 신곡 .
이제는 국민가수 반열에 든 이하율의 신곡은 이번에도 ‘대박’이 났다.
발매와 동시에 13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것이었다.
멜로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당연한 것이었고.
그 바람에 이하율의 소속사 다프네 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의 메가 히트에 이은 연타석 홈런에 회사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대한민국 어딜 가도 울려 퍼지는 이하율의 캐럴.
그것은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였다.
그러나 이번엔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발매되자마자 멜로 차트의 천장을 뚫어버린 .
그 곡은 너튜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고, 단숨에 조회 수 1억을 찍어버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에서 1억을 찍어버린 덕분일까?
이하율의 는 빌보드 핫100 차트에 오르고야 말았다.
딸깍.
어두컴컴한 새벽.
조하나는 마우스를 클릭했다.
작은 조명으로 밝힌 밤.
컴퓨터 앞에 앉은 조하나는 인터넷 뉴스 기사들을 조용히 읽었다.
「가수 이하율의 빌보드 핫100 차트 진출!」
「대한민국에 이어서 전 세계까지 접수하다! 가수 이하율의 끝은 어디?」
「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 랭크인!」
「음악계 관계자 “이 정도의 등반 속도라면 랭크 3위 안에 드는 것도 꿈은 아닐 것.”」
「대한민국 최초 빌보드 메인 차트 입성! 그 주인공은 5세 ‘이하율’.」
「이하율의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 등극! 대한민국에 이어 전 세계까지 접수하나.」
이하율이 빌보드 핫100차트에 입성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랭킹 10위에 올랐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3위까지는 오를 수 있을 거라는 핑크빛 전망도 이어졌다.
“엄청 잘됐네. 다행이다.”
조하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발매한 신곡이 잘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되어서 마음이 너무나 푸근했다.
“후,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돼.”
오늘은 1월 1일.
새벽 3시의 어두컴컴한 하늘을 본 조하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그녀의 첫 소설 마지막 화의 파일이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작은 조명 아래에서 조하나는 열심히 키보드를 눌렀다.
자신의 데뷔작인 .
성적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썼다.
그렇기에 조하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타닥, 타다닥.
모두가 잠든 새벽.
주홍빛 조명 아래의 그녀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눌렀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입을 꾹 다문 채로 집필을 하던 중.
「두 사람은 손을 꼬옥 잡은 채로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지금껏 수많은 어려움을 만났고, 또 앞으로도 정말 많은 어려움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나뿐인 딸이자, 하나뿐인 아빠니까.
(完)」
“……됐다.”
조하나는 마침내 손가락을 멈추었다.
끝났다.
드디어 첫 소설의 완결을 쓰고야 만 것이었다.
“시원섭섭하네.”
조하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왜일까.
연재 중에는 매일이 힘들고 괴로웠는데, 다 쓰고 나니까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조금 더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캐릭터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아쉬운 점도 너무 많았고.
딸깍.
그럼에도 조하나는 저장 버튼을 누른 뒤, 파일을 종료했다.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이대로 보내주기로 했다.
부족한 작가를 만나 캐릭터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지만,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니 소설 속에서 행복하게 잘 지낼 거라 생각했다.
스윽.
컴퓨터를 종료한 조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식어버린 커피를 든 채로 거실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화롭고 고요한 새벽이 물러가고, 어스름이 희미한 빛을 뿜어내며 세상을 밝게 물들이고 있었다.
지평선 너머로 드러난 햇살은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조하나의 가슴속은 신비로운 희망으로 가득 찼다.
뭔지 알 수 없지만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감정.
왠지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감정을 느끼며 그녀는 안방으로 갔다.
달칵.
문을 조심스레 열자, 옅은 조명 아래에 자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이신혁과 이하율.
동화책을 읽어주다 잠든 듯, 이신혁은 책을 편 채로 자고 있었고.
이하율 역시 이신혁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사람들.
조하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설핏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새해 소원을 빌었다.
이 사람들과 오랫동안 영원히 함께하게 해달라고.
* * *
희뿌연 공간에서 이하율은 천천히 눈을 떴다.
“웅? 여긴 어디징?”
사방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고, 바닥은 폭신폭신한 구름이 깔려 있었다.
여긴 어딜까.
이하율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하율아.”
뒤쪽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와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이하율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앗! 엄마!”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엄마 신아롬이기 때문이었다.
“엄마아아아아!”
이하율은 자신의 엄마에게로 달려가 와락 안겼다.
엄마는 싱긋 웃으며 이하율을 안아주었다.
따뜻했고 포근했다.
다정했고 부드러웠다.
영원히 이대로 있고 싶을 만큼.
“우리 하율이, 잘 지냈어?”
엄마가 물었다.
이하율은 그제야 얼굴을 뗀 후,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웅! 잘 지냈어!”
“그래. 엄마가 보기에도 잘 지내더라.”
“징짜? 엄마두 하율이 지켜보구 있었어?”
“그럼. 엄마는 언제나 하율이를 지켜보고 있었지. 하율이 너튜브 한 것도, 가수 된 것도, 텔레비전에 나간 것도 다 보고 있었는데?”
“우와아아! 그러쿠나! 짱이다아!”
이하율이 활짝 웃었다.
그렇게 이하율은 엄마의 손을 잡고 새하얀 공간을 거닐었다.
이하율은 구름 위를 걷는 내내 재잘재잘 떠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새하얀 공간 한복판에서 엄마가 말했다.
“하율아, 이제 엄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웅? 왜애? 더 얘기하면 안 대?”
이하율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 엄마도 하율이랑 더 있고 싶지만 가야 해. 누가 엄마를 부르거든.”
“히잉, 하율이는 엄마랑 더 얘기하구 시픈데…….”
이하율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서운함을 느끼는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미안해, 하율아. 그래도 엄마가 가끔 이렇게 나타날 테니까 너무 서운해하진 마. 알았지?”
“히잉, 또 언제 올 건뎅?”
“하율이가 엄마 엄청 보고 싶을 때, 그때마다 한 번씩 찾아올게. 그러니까 꾹 참을 수 있지?”
“알아써. 참아볼게…….”
“그래. 착하다, 우리 딸.”
엄마가 다정하게 웃었다.
이하율은 너무나 슬펐지만,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눈물을 꾹 참았다.
“아, 그리고 하율아.”
“웅?”
“엄마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부탁? 먼뎅?”
고개를 갸웃하는 이하율에게 엄마가 말했다.
“선생님 있잖아. 하율이 매일 돌봐주시는 분.”
“웅! 조하나 선생님은 왜?”
“그분한테 엄마라고 불러드릴 수 있을까?”
“웅? 왜애……?”
이하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분이 하율이를 가까이에서 돌봐주시잖아. 이젠 아빠와 부부가 되기도 했고. 그러니까 엄마라고 불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할 수 있을까?”
“아니이…….”
“왜애?”
“그럼 엄마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 슬프자나. 그렇다구 조하나 선생님 보구 떠나라구 할 수두 없구…….”
이하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음,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어떠케……?”
“여기에서 이렇게 엄마 만날 땐 나한테 엄마라고 부르고, 한국에선 선생님한테 엄마라고 부르는 거야.”
“두 명 다한테 엄마라구 부르라구?”
“응. 대신 두 사람이 한 곳에 있지 않으니까 괜찮잖아.”
엄마의 말에 이하율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알아써! 그럴게!”
“정말?”
“웅! 여기에선 엄마한테 엄마라구 하구, 거기에선 선생님한테 엄마라구 부를게!”
“그래. 고마워, 하율아. 우리 딸 너무너무 착하다.”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이하율도 따라 웃었다.
다시금 미소를 되찾은 이하율을 바라보며 엄마가 말했다.
“하율아, 엄마 이제 가볼게.”
“우웅. 엄마, 빨리 와야 대.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대. 알아찌?”
“응, 알았어. 엄마도 하율이 보고 싶으니까 가끔 찾아올게. 하율이 잘 지낼 수 있지?”
“웅웅! 잘 지낼 수 이써!”
“그래, 맞아. 우리 하율이는 밝고 씩씩한 아이니까 잘 지낼 거야.”
엄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하율을 꼬옥 안아주었다.
이하율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엄마 품의 따스함을 느꼈다.
“하율아, 엄마는 이 자리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빠랑 사이좋게 잘 지내. 아프지 말고. 알았지?”
“웅. 엄마, 사랑해. 또 보자!”
“그래, 또 보자. 사랑해, 우리 딸.”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엄마의 품이 점점 옅어졌다.
그렇게 손끝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때.
이하율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 * *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내 딸 하율이는 정말이지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크리스마스 시즌에 낸 가 빌보드 핫100 랭킹 2위까지 올라갔고, 그로 인해 우리 하율이는 그야말로 월드 스타가 되었다.
신문이나 TV에 매일같이 얼굴을 비추는 것은 물론, 류영수 작곡가와 함께 낸 정규앨범 또한 평단의 호평을 받아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그야말로 프로 가수로 자리 잡은 하율이.
그녀는 나의 자랑이었다.
조하나의 삶도 꽤 많이 바뀌었다.
겨울을 지내고 다음 해 봄에 나와 결혼한 그녀는,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웹소설 작가의 삶을 살았다.
비록 차기작을 내는 게 쉽지 않아 슬럼프 기간을 꽤 많이 겪었지만, 그녀는 나와 하율이의 이름을 딴 힐링물을 썼고, 그게 대박이 났다.
돈방석에 오를 정도로 대박이 난 건 아니지만, 플랫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프로모션도 받고, 웹툰화도 진행 중이라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했다.
나의 삶 역시 참 많이 변했다.
미국의 S급 헌터 라이언의 은퇴로 인해 나는 명실상부 세계 랭킹 1위의 헌터가 되었다.
‘정의 길드’ 또한 엄청나게 성장했다.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우리의 신념은 전 세계에서 조력자들을 모으게 되었고, 우리 길드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리하여 테라 길드와 글로리 길드의 규모를 넘어선 우리 정의 길드는 세계 진출을 결정했다.
그렇게 미국에 터를 잡은 우리 정의 길드는, 웬만한 상급 헌터들도 토벌하지 못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평화를 수호했다.
우리 정의 길드가 처리하는 대상은 몬스터뿐만이 아니었다.
정의 길드는 세계 전역에서 음모를 꾸미는 악인들을 박멸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S급 헌터로 인정받게 된 성유나와 홍세라가 참 많이 도와주었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정의 길드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세계인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다는 설립 이념처럼 우리는 정말 평화만을 생각하며 활동했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땅에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한 영원히.
* * *
10년도 넘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최후의 적을 쓰러뜨린 뒤, 더 이상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다.
더 이상 몬스터의 울음소리도, 그들이 등장했다는 사이렌 소리도, 헌터들이 그들을 토벌했다는 뉴스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에 따라 헌터도, 길드도 이제는 과거의 개념이 되었다.
각성자들 역시 토벌할 몬스터가 없어진 지금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정의 길드의 길드장으로서 세상을 호령하고,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EX급 헌터’ 자격을 얻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헌터 시절에 벌어놓았던 막대한 돈으로 공익목적의 재단을 열어 사회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삶 말이다.
“아빠, 여기야?”
차에서 내린 순간, 하율이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이제는 20살의 어엿한 성인이 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가 된 하율이가 말이다.
“응, 맞아. 여기야.”
나는 전방의 널따란 잔디 마당과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분수대, 그리고 익숙한 대리석 건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가 엄마가 있는 곳이야.”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곳.
이곳은 나의 아내 아롬이가 있는 ‘납골당’이었다.
“그렇구나. 되게 예쁘다. 20년 가까이 아빠만 혼자 오고. 너무하네.”
“하하, 그래서 오늘 같이 왔잖아.”
“흥. 그래도 밉거든? 내가 그동안 엄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자기 혼자만 오고.”
하율이가 날 장난스레 흘겨보았다.
긴 생머리가 길게 자라난 하율이.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돌아가신 엄마가 미국에 있다고 믿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데려온 것이었고.
“하율아.”
“응? 왜애?”
“여기 온 거, 엄마가 서운해하지 않겠지?”
여기에서 엄마는 ‘조하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내 사랑하는 아내 조하나 말이다.
“괜찮아. 엄마한테 허락받고 온 거잖아.”
“그래도 좀 걱정되네. 괜히 섭섭해할까 봐.”
“아냐. 엄마도 나한테 잘됐다고 했어. 하준이 학원만 아니었으면 엄마도 같이 오고 싶다고 했고.”
“그렇구나. 그럼 다행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하율이와 둘째 하준이의 엄마인 조하나.
그녀가 이해해 주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빠, 얼른 가자. 나 엄마 빨리 보고 싶어.”
“그래, 어서 가자. 엄마 기다리시겠다.”
꽃다발을 든 하율이가 다가와 내게 팔짱을 꼈다.
나는 미소를 지은 뒤, 그녀와 함께 푸른 잔디와 분수대를 지났다.
그렇게 꿈 같은 공간을 지나 납골당에 들어간 우리는,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3층으로 향했다.
이후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가로지른 우리는 한 유골함 앞에 멈춰 섰다.
「故 신아롬」
유백색의 유골함.
그곳에는 내 여자친구이자 아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와, 여기가 엄마가 있는 곳이구나. 반가워, 엄마!”
하율이가 유리막 속의 유골함을 들여다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평소처럼 밝고 환하게 인사했지만, 나는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는 것을.
“엄마, 내가 너무 오래 걸렸지? 미안해. 나도 오고 싶었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하율이가 유리막을 매만졌다.
하지만 아롬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유리막에 가로막혀 유골함을 만질 수 없는 것처럼.
“그래도 이렇게 와서 엄마 보니까 진짜 좋다. 못난 딸 기다려 줘서 고마워, 엄마.”
하율이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 뒤에서 조용히 울음을 삼켰다.
“엄마, 그래도 가끔 꿈에 나타나 줘서 정말 고마워. 그 덕분에 엄마 보고 싶은 거 견딜 수 있었어. 너무 보고 싶을 때마다 나타나 준다는 약속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하율이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진 속에서 방긋 웃고 있는 아롬이를 향해.
“나도 엄마랑 한 약속 지켰어. 선생님한테 엄마라고 불러 달라는 거, 아빠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거,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는 것까지 다 지켰어.”
하율이의 뺨을 타고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뒤, 내게 말했다.
“아빠, 엄마가 웃고 있는 거 보니까 나 잘살았다고 칭찬하나 보다. 그렇지?”
“그럼. 잘했지. 우리 하율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딸인데.”
나 역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아롬이에게 말했다.
“아롬아, 우리 하율이 엄청 잘 지내.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한 가수 됐고, 노래도 엄청 잘하고, 돈도 엄청 많이 벌어. 아픈 데도 없고.”
“뭐야, 아빠. 완전 팔불출이다. 그치, 엄마? 큭큭큭.”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납골당에 올 때마다 매번 홀로 펑펑 울곤 했는데, 하율이와 같이 오니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우리는 유리막 속의 아롬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즐거운 얘기, 슬픈 얘기, 행복한 얘기, 그리고 그냥 사는 얘기까지도 도란도란 나누었다.
정말 아롬이가 듣고 있는 것처럼.
“아무튼 아롬아, 하율이는 앞으로도 잘 지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맞아, 엄마. 난 걱정할 필요 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빠가 날 지켜줄 거야. 왜냐면…….”
하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니까.”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