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21화
같은 시각.
글로리 길드 본사 회의실.
그곳에선 열띤 회의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이 매일같이 치열하게 회의를 이어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1위 길드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조명이 반쯤 꺼진 회의실에선 프레젠테이션이 계속 되었고, 글로리 길드의 모든 임원은 그 발표에 집중했다.
글로리 길드장도 그러했고.
– 길드의 랭킹은 결국 상급 헌터가 몇 명이냐에 따라 갈립니다. 그러나 우리 길드에는 랭킹 1위 길드인 테라 길드보다 상급 헌터 숫자가 2배 이상 적으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계속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딱히 랭킹 1위 탈환에 관심 없는 이가 있었다.
‘하암, 졸려 죽겠네.’
그건 다름 아닌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이었다.
물론 배성철이 무능한 인물은 아니다.
랭킹 2위인 글로리 길드에서 한 공격대를 이끌고 있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업적이었다.
실력 또한 대단했다.
비록 가장 낮은 단계인 브론즈 공격대를 맡고 있지만, 배성철의 실력이 브론즈라는 건 아니니까.
‘대충 좀 살면 안 되나? 2위도 충분하잖아.’
하지만 배성철은 딱 거기까지만 원했다.
랭킹 2위 길드에서 하나의 공격대를 맡는 것.
그 정도면 그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배성철은 길드장을 포함한 나머지 임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잘나가는데 뭘 그렇게 아등바등 애를 쓰는지 말이다.
그러나 브론즈 공격대장이라는 낮은 직급으로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배성철은 술이나 여자 생각을 하며 회의 시간을 때웠다.
그때였다.
벌컥!
굳게 닫혀있던 회의실 문을 열고 길드원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발표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길드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의 시선이 길드원에게 꽂혔다.
“지금 뭐 하는 거지? 회의 중인 거 안 보이나? 어?”
임원 중 하나가 호통을 쳤다.
다른 임원들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열성적으로 이어지던 회의가 끊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하게 보고드릴 사안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급하게 보고할 사안?”
길드원의 말에 반응한 것은 부길드장이었다.
글로리 길드의 이인자 말이다.
“예! 너무 급한 사안이라 불가피하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급한 사안이라. 만약 회의를 중단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각오는 됐겠지?”
부길드장이 엄포를 놓으며 위협했다.
그럼에도 길드원은 사죄를 올리지 않았다.
그저 땀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 급하게 보고해야 할 사안이란 게 뭐지?”
부길드장이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임원들 역시 날카로운 눈빛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길드원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허,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을 받은 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길드원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며 불신하기도 했다.
부길드장이 손을 들어 임원들을 정숙시킨 뒤에 말했다.
“평균 100점?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허, 사실이라고?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을 이룬 자가 나타났다는 거야. 그런데 사실이라고?”
“사, 사실입니다! 저도 믿기 힘들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길드원의 외침에 또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핸드폰을 켜는 이들도 있었고, 미간을 좁힌 이도 있었으며, 길드원에게 약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자도 있었다.
길드원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제가 기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길드원은 그렇게 말하더니 양해를 구하고 회의 자료를 종료했다.
그리고 헌터넷에 접속한 뒤,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따끈따끈한 기사들을 스크린에 띄웠다.
「(속보)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으로 합격한 지원자 등장해 화제!」
「역대급 기적! 헌터 자격시험에서 전설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이신혁’」
「새로운 전설의 시작! 5과목 전체에서 100점을 받은 지원자 등장!」
「헌터 협회, 믿을 수 없는 일 벌어져······ 합격자 ‘이신혁’에 대한 인터뷰 준비 중.」
「충격! 사상 최초로 헌터 자격시험 만점자 발생! 길드들은 관심, 헌터들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
거대한 스크린에 뜬 기사들을 본 임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껏 사나운 눈으로 으르렁거리던 부길드장 역시 동요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 그럼 정말 평균 100점의 합격자가 나타났단 말인가?”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이거 헌터 자격시험에 문제가 있는 거 이닌가?”
“글쎄. 헌터 자격시험은 공정하기로 유명하잖아. 조작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허어, 평균 100점이라니. 우리 글로리 길드는 물론, 테라 길드에서도 만점자는 나오지 않았거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길드원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깨달은 임원들이 웅성거렸다.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던 부길드장이 길드원에게 말했다.
“흐음, 의심해서 미안하군. 확실히 회의를 끊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긴 해.”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길드장님.”
“그래. 자네에겐 마땅한 보상이 주어질 거야. 아무튼 이만 나가봐.”
길드원은 깍듯이 인사한 뒤, 문을 닫고 조용히 나갔다.
임원들은 입을 닫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어쩐지 들뜬 상태였다.
생각지도 못한 거물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길드장님.”
부길드장이 스크린 앞에 서서 말했다.
그러자 내내 팔짱을 낀 채로 사태를 관망하던 길드장이 입을 열었다.
“말하게.”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가 말했다.
환갑을 앞둔 그의 음성은 동굴 같았으며, 인상은 그의 이름처럼 맹호와도 같았다.
“감히 제안드리건대, 오늘 회의의 안건보다는 지금 이 헌터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 그러도록 하지. 생각지도 못한 보석이 나타난 것 같으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권대호의 허락과 함께 부길드장이 새로운 안건을 꺼냈다.
그건 평균 100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이신혁이란 자를, 어떻게 하면 글로리 길드로 데려올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회의는 쉽지 않았다.
‘이신혁’이라는 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보를 떠나서 이름을 들어본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 수많은 임원들 사이에서 이신혁에 대한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배성철.
브론즈 공격대장인 그는 스크린에 기사가 띄워졌을 때부터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 이신혁이라고······?’
배성철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신혁.
그건 양지수 팀장이 직접 찾아와 추천한 길드원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분명 평균 90점으로 올렸었는데······.’
하지만 양지수가 고까웠던 배성철은 그녀가 추천한 길드원을 거절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성철은 합격 기준을 평균 70점에서 90점으로 대폭 상향했다.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양지수가 추천한 길드원을 쳐내려고 한 것이었다.
‘근데 그걸 정말로 달성했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최상위 헌터 몇몇이나 달성했던 평균 90점.
그걸 정말로 돌파해버린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대단했다.
난다 긴다 하는 헌터들도, 심지어 저기 있는 글로리 길드장도 달성하지 못한 100점을 달성한 것이었다.
그 듣보잡 이신혁이란 놈이 말이다.
‘젠장할······.’
배성철은 이를 빠득 물었다.
아무래도 건드리면 안 되는 놈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 * *
평온한 주말.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날.
나와 하율이는 집앞 놀이터에 갔다.
“자아, 엄마가 맘마 해주께~!”
하율이가 돌판에 나뭇잎들을 올려놓더니 작은 돌로 그것을 썰기 시작했다.
오늘의 놀이는 소꿉놀이.
나는 아들 역할이고, 하율이는 엄마 역할이었다.
‘으, 귀여워.’
나는 나뭇잎을 썰어 반찬을 만드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율이는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다.
나뭇잎을 썰어 반찬을 만들고, 모래알로 밥을 만들고, 꽃잎으로 장식까지 마쳤다.
“자아, 애기야. 밥 먹자아!”
귀여운 밥상을 완성한 하율이가 내게 말했다.
“와아, 엄마! 엄청 맛있겠어요!”
“그렇지이~?”
“네!”
“엄마가 맛있게 차렸으니까 하나도 남김없이 꼭꼭 씹어먹어야 해. 알았지~?”
“네엡!”
나는 명랑하게 대답했다.
혀짧은 소리를 하는 게 솔직히 좀 민망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아빠니까.
이게 다 육아고 교육의 과정이니까.
“자아, 우리 애기. 아, 하세여. 아~!”
하율이가 커다란 나뭇잎에 모래알, 잘게 썬 나뭇잎, 그리고 꽃잎까지 알차게 담아서 내게 내밀었다.
하율이가 정성스럽게 만든 쌈밥(?)이었다.
“아아아~!”
나는 아이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렸다.
하율이는 정성스럽게 마련한 쌈밥을 내 입으로 내밀더니.
쏘옥!
그대로 내 입에 집어넣었다.
“우웩! 퉤퉤퉤!”
풀떼기와 모래알들이 혀에 닿자마자 나는 몽땅 뱉어버렸다.
그럼에도 씁쓸함과 텁텁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하율아!
이걸 진짜 입에 넣으면 어떡해!
“모야아! 우리 애기 편식하는 어린이였어여?”
모래알을 퉤퉤 뱉어내는 내게 하율이가 잔소리하듯 말했다.
허리춤에 양팔을 얹은 채 나름의 엄한 표정을 지은 하율이.
아무래도 그녀의 소꿉놀이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 엄마. 죄송해요. 음식이 너무 매워서 뱉어버렸어요. 정말 죄송해요.”
“에이, 그러면 안 되지이. 편식하면 나쁜 어린이야. 밥을 잘 먹어야 키도 크구 건강한 어린이가 될 수 있어여. 안 되겠당. 다시 먹자.”
“······예?!”
하율이가 쌈밥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하자, 나는 기겁했다.
하율아, 잠깐만!
나한테 왜 이래!
나는 나뭇잎에 모래를 2배로 올리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질겁했다.
그때였다.
부우웅.
저 멀리에서 차량의 배기음이 들려왔다.
안정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배기음.
이 허름한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기음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엥? 저거 롤스로이스 아니야?’
배기음의 주인은 다름 아닌 롤스로이스였다.
와, 저런 게 우리 동네에 오네?
저거 기본 5억은 넘는 차 아닌가?
그나저나 더욱 놀라운 것은, 롤스로이스를 선두로, 뒤쪽에 검은 세단 5대 정도가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뭐냐, 저건.
무슨 대통령 행차라도 하시나.
나는 괘념치 않고 지옥의 쌈밥을 먹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끼익.
롤스로이스와 검은 세단들이 우리가 있는 놀이터 근처에 차를 세웠다.
세단에서 시커먼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허겁지겁 내렸다.
그들 대부분은 롤스로이스 주변을 호위했고, 소수는 롤스로이스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사내가 내렸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정장, 그리고 검은 눈동자까지.
마치 고독한 늑대처럼 생긴 남자가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하율아, 소꿉놀이는 나중에 하자.”
“안 대! 우리 애기 편식하려고 그러는 거지? 엄마한테 거짓말하면 혼나요! 떼끼!”
하율이가 또다시 허리춤에 팔을 올리고 날 혼냈다.
하지만 심각했던 나는 하율이를 안아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늑대 같은 남자와 정장 사내들은 우르르 몰려와 우리 앞에 섰다.
흑발의 사내가 말했다.
“네가 이신혁인가?”
뭐야.
내 이름을 알아?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었어.
“그런데요. 그쪽은 누구십니까?”
내 말에 정장 사내들이 웅성거렸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흑발 사내가 말했다.
“날 모르나?”
“모르면 안 됩니까? 뭐, 당신이 뭐 연예인이라도 돼요?”
적대감 가득한 말에 정장 사내들이 더욱 소란스럽게 웅성거렸다.
그때, 흑발 사내 옆에 있던 비서가 입을 열었다.
“말씀에 주의하십시오. 이분은 테라 길드의 길드장님이십니다.”
비서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내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테라 길드라면······.’
테라 길드.
그건 다름 아닌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