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22화
“아저씨, 저 사람 모야아?”
내 품에 안긴 하율이가 말했다.
나는 하율이를 품에 꼬옥 끌어안아 더 이상 말하지 않도록 했다.
원래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자꾸만 품에서 벗어나려 하는 하율이에게 그냥 져줬을 테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다.
상대는 테라 길드장.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의 수장이니까.
“테라 길드장?”
나는 하율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저항하던 하율이는 내가 등을 두드리니 조금 잠잠해졌다.
“왜, 그래도 모르겠나?”
테라 길드장이 말했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아뇨, 압니다.”
나는 결국 테라 길드장을 안다고 인정했다.
물론 얼굴은 모른다.
그의 헌터 직업이 무엇인지, 무기가 무엇인지, 또 얼마나 강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랭킹 1위의 수장이기에 모른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 이신혁, 테라 길드에 들어와라.”
하하.
몇 마디나 나눴다고 다짜고짜 길드 영입이라니.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직진이었다.
“제가 왜 그쪽 길드에 들어가야 합니까?”
하지만 나는 놈의 제안에 고분고분 응할 생각이 없었다.
테라 길드가 얼마나 좋은지를 떠나서 나를 하대하는 자에게 굽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야 네가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을 달성했으니까 그렇지.”
“제가 고득점한 거랑 테라 길드에 들어가는 게 대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당연히 관련이 있지. 그 정도의 고득점이라면 최고의 길드에 들어가야 마땅하고, 한국 최고의 길드는 우리 테라 길드니까.”
이야.
놀라울 정도의 자신감이었다.
그래, 뭐 사실이라 반박은 못 하겠네.
하지만 난 여전히 테라 길드장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겐 못 하겠는데요.”
내 말에 주변에 있던 비서진들이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테라 길드장의 제안을 거절한 게 놀라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테라 길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흠, 조건을 듣고 싶은 모양이군.”
“이봐요, 그런 게 아니라······.”
“얼마를 원하지? 100억? 200억? 아니면 300억? 말만 해라. 네가 원하는 대로 맞춰줄 테니까.”
테라 길드장의 입에서 말도 안 되는 단위의 거액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미친.
대한민국 1위 길드 정도면 저 정도 거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팍팍 쓸 수 있는 거야?
나는 헌터계의 미친 자금력에 경악했다.
하지만.
“필요 없습니다.”
나는 테라 길드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비서진이 더 크게 웅성거렸다.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300억.
그건 인생을 가뿐히 졸업할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다.
그런 거금을 거절했으니 평범한 월급을 받을 비서진들이 술렁이는 게 당연했다.
“흐음, 그 정도로도 부족한가 보군. 이봐, 차 비서. 이신혁 저놈을 영입하는 데 얼마까지 준비했다고 했지?”
“아, 500억까지는······.”
“두 배로 준비해.”
“네?”
500억의 두 배.
무려 1천억 원을 준비하라는 말에 차 비서라는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긴 했다.
천억이라니.
그건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나 사용하는 단위 아니던가.
“어떻게, 이 정도면 되겠나? 천억 정도면 이신혁 널 살 수 있겠냐고 물었다.”
테라 길드장이 내게 물었다.
천억을 주겠다는 사람 치고 표정은 너무나 태연했다.
반면, 내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리 사람이 돈 때문에 일한다지만, 대놓고 사겠다고 말하니 기분이 영 언짢았다.
아무리 큰돈이라고 해도 말이다.
“안 해.”
그렇기에 나는 거절했다.
그것도 반말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말이 짧아졌군. 뭐, 괜찮아. 그나저나 거절하는 이유가 뭐지? 천억으로도 부족한가? 그럼 얼마를 원하는 거지?”
“아까부터 자꾸 돈돈 거리는데, 돈 때문이 아니야.”
“그럼 뭐지?”
“난 당신처럼 사람을 그저 부품으로 보는 사이코패스 밑에선 일 못 해.”
사이코패스라는 말에 테라 길드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이코패스라. 글쎄. 난 이게 해석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이런 방식을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군가는 조건부터 말하는 걸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소리하지마.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니까.”
“돈 때문만이 아니라고? 그럼 또 뭐가 거슬린단 거지?”
테라 길드장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네 발밑을 봐.”
내 말에 테라 길드장은 물론, 비서들 모두가 테라 길드장의 발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테라 길드장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발밑이 뭐 어쨌다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 너 같은 사이코패스는 못 알아볼 줄 알았어. 나와 내 딸의 소중한 밥상을 말이야.”
테라 길드장의 검은 구두.
그 밑에는 하율이가 정성스레 차린 밥상이 짓밟혀 있었다.
“우웅? 밥상? 앗! 모야! 내가 힘들게 차린 맘마가!”
밥상 얘기를 하자, 품에 잠자코 안겨있던 하율이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하율이는 테라 길드장에게 나쁜 아저씨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내가 잘 다독여 말리긴 했지만.
“하, 밥상? 이딴 애들 장난을 얘기하는 거였냐?”
테라 길드장이 구둣발을 휙 저어 밥상을 더욱 어지럽혔다.
그래.
테라 길드장의 말처럼 저건 애들 장난인지도 모른다.
어른의 입장에선 눈에 안 보이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고.
‘내가 얘기한 후라면 다르지.’
하지만 내가 밥상이라고 얘기했음에도 테라 길드장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니,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망가트릴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테라 길드장을 좋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인간 밑에서 일하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아무튼, 나는 우리의 부녀의 소중한 추억을 무시하는 놈 밑에선 일 못 해. 그건 자녀 교육상 너무 안 좋거든.”
거의 조롱에 가까운 말을 던지자, 테라 길드장의 눈빛이 조금 더 사나워졌다.
“고작 그딴 이유로 테라 길드장인 내 제안을 거절한다는 거냐?”
“응. 그러면 안 돼?”
“하아, 장난이 지나치군.”
“장난 아닌데? 그치, 하율아?”
“웅! 저 아저씨 완전 바보 똥개 말미잘이야! 메~롱!”
내 품에 안긴 하율이가 테라 길드장을 향해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게 심기를 거스른 걸까?
테라 길드장이 나를 노려보았다.
마치 당장 죽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오호······.’
맹수와도 같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테라 길드장.
그의 매서운 눈빛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고, 나는 조금 감탄하고 말았다.
저자가 한국 랭킹 1위 헌터라는 걸 믿을 정도의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론 안 돼.’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상대가 한국 랭킹 1위 헌터라는 건 알겠다.
나름 대단한 자라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고작 저 정도로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것에 허무해진 걸까?
테라 길드장은 눈빛을 풀었다.
“재미있는 놈이군. 그래, 오늘은 그냥 물러가지. 아무튼 잘 생각해보라고. 테라 길드에 들어오는 건, 너에게 반드시 득이 될 테니까.”
테라 길드장이 등을 돌렸다.
곁에 있던 차 비서라는 여자는 명함 한 장을 꺼내더니 흙바닥에 툭 던졌다.
롤스로이스와 세단들이 시동을 걸더니, 배기음을 내며 빠르게 멀어졌다.
나는 수많은 차량들이 점처럼 멀어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테라 길드? 웃기고 있네. 1조를 가져와 봐라. 내가 들어가나.’
* * *
롤스로이스 내부.
널찍한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있는 테라 길드장 강태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고요한 내부에서 그는 단 한 명의 사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남자.
‘이신혁’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신혁이라······.’
테라 길드장 강태하는 이신혁에게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가 헌터 자격시험에서 100점을 달성하다니.
대한민국 랭킹 1위 헌터인 자신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무명의 각성자가 이룩하다니.
천하의 강태하도 놀랄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맨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평균 100점은 말도 안 되니까.
하지만 거짓이라기엔 너무나 많은 뉴스와 헌터들의 증언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강태하는 이신혁에게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정말 평균 100점을 맞을 정도의 실력자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 점수가 사실이었나.’
그리하여 이신혁을 만난 강태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테스트를 했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위압’이었다.
위압.
그것은 마력을 극한으로 잘 다루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정신 공격으로, 살기를 담은 눈빛만으로도 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기술이었다.
비록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못하지만, 실력자일수록 상당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한국 랭킹 1위인 강태하라면 말할 것도 없었고.
하지만.
이신혁에겐 그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마력을 가득 담아 위압을 사용했음에도 이신혁의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강태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평균 100점이라는 이신혁의 점수가 결코 조작이나 오류가 아니라는 것을.
끼익.
그때였다.
이신혁에 대한 생각을 한참 하고 있으니 차가 멈춰 섰다.
비서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내리자, 테라 길드 본사 앞에 사람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는 게 보였다.
강태하는 허리를 꾸벅 숙인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그때, 길드 본사 입구에서 누군가가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 나왔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강태하를 마중 나온 사람은 테라 길드의 삼인자로, 어마어마한 거한이었다.
물론 무력 또한 덩치에 맞게 대단한 사내였고.
“그래.”
“어디 다녀오신 겁니까?”
“알 거 없어.”
“아, 그러십니까? 그럼 혹시 술 한잔 안 하시겠습니까? 저희가 자주 가는 룸에 좋은 술이 들어왔다던데, 흐흐흐.”
거구의 삼인자가 껄껄 웃었다.
평소의 강태하라면 함께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전에도 종종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고.
“······.”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태하는 삼인자의 말이 너무나 거슬렸다.
한 대 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이놈한테 한번 써보면 답이 나오겠지. 내 위압이 녹슬었는지 아닌지.’
이신혁에게 위압이 통하지 않았을 때, 강태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이신혁이 강한 게 아니라, 자신의 위압이 예전 같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가설 말이다.
그렇기에 강태하는 삼인자에게 위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백주 대낮부터 술을 먹자고 하는 꼴이 좀 거슬리기도 하니까.
“흐흐, 길드장님.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아, 여자 얘기를 안 해서 그러시는 겁니까? 아이, 당연히 여자도 싱싱한 애들로 준비를······.”
삼인자가 개소리를 나불댄 순간.
강태하는 위압을 사용해 살기를 뿜어냈다.
강태하의 눈빛이 날카로워짐과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묵직해졌다.
그 순간.
“끄르륵······.”
거목처럼 튼튼하게 서 있던 삼인자가 입에서 게거품을 물며 그대로 쓰러졌다.
거목처럼 거대한 삼인자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지자,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경악했다.
물론 강태하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삼인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테라 길드 본사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군.’
테라 길드장 강태하.
그는 이신혁의 건방진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피를 끓게 할 정도로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