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2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28화
난동을 부리던 배불뚝이가 우당탕탕 자빠지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배불뚝이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손님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가게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사람이 제압당하자 그들은 악당이라도 쓰러진 것처럼 기뻐했다.
“얼른 데리고 나가시죠. 더 험한 꼴 보기 싫으시면.”
내 말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배불뚝이의 일행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수습해서 나갔다.
식당을 소란스럽게 만들던 놈들이 나가자, 가게는 다시 평소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저기,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뒤쪽에 있던 점장이 나를 바라보며 감사를 전했다.
그의 머리카락과 얼굴, 그리고 옷은 주홍색 커리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10배로 배상을 하나 싶어 걱정했는데 손님 덕분에 잘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해결됐다니 다행입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여성 종업원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이제 고작 스무 살쯤 됐을 법한 그녀의 한쪽 뺨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 네에.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요. 당연히 그래야 했는데. 아무튼 몸조리 잘하세요.”
“네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손님!”
여직원과 점장은 허리를 몇 번이나 굽히며 내게 감사를 전했다.
손님들 역시 나를 향해 환호하거나 박수를 보냈고.
‘이거 원, 부끄러워 죽겠네.’
나는 뭔가 쑥스러운 듯한 기분과 함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러자 하율이와 조하나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혁 씨,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요. 제가 뭘 했다고.”
“아저씨! 짱 멋졌어! 아저씨 꿀밤 진짜 세더라! 헌터는 원래 꿀밤도 세?”
하율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응. 헌터는 꿀밤도 세.”
“우와아, 그렇구나! 진짜 멋지다!”
“하하, 아저씨 멋져?”
“웅! 힘세서 멋지고, 사람들 도와줘서 멋져!”
하율이가 내게 엄치를 척 내밀며 말했다.
뿌듯했다.
점장이나 여직원, 그리고 손님들에게 환호를 받은 것보다 하율이의 엄지 하나가 더 뿌듯했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하율이 너도 어른이 되면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을 도와주도록 해. 물론 여유가 되는 한에서만. 알았지?”
“웅! 기억할게!”
하율이는 양쪽 관자놀이에 검지를 하나씩 갖다 대며 말했다.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듯이.
나는 하율이의 귀여움에 피식 웃으며 보람을 느꼈다.
‘그래. 지금 이 나이대엔 어른의 냉정함보단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게 나아.’
어른의 입장에선 남이 행패를 부리든 말든 끼어들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하율이 정도의 어린이에게 그런 걸 똑똑한 행동이라고 가르칠 순 없었다.
그랬다간 하율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나 차갑고 각박해질 테니까.
난 하율이를 그런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 그럼 다시 맛있게 먹어볼까?”
“우웅! 먹자아!”
모든 일을 해결한 우리는 다시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 * *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축하 파티인지라 조하나가 지갑을 들고 앞장섰고, 나는 하율이와 손을 잡은 채 뒤쪽에 섰다.
그렇게 조하나가 카운터에 있던 점장에게 카드를 내미는데.
“손님들의 음식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점장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네? 왜요?”
“신사분께서 도와주신 것에 대한 감사로 음식값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점장의 시선이 내게 와서 닿았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희가 좀 많이 먹었는데······.”
“괜찮습니다. 헌터님 덕분에 얻은 것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러니 저희의 성의를 받아주십시오.”
점장이 정중하게 부탁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하나에게 그러자고 했다.
그러자 조하나도 수긍했는지 카드를 다시 지갑에 집어넣었다.
나는 점장을 향해 말했다.
“음식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네. 꼭 방문해주십시오. 다음에 방문하시면 더욱 맛있는 음식과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점장은 그렇게 말하더니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꼬마야, 정말 멋진 아빠를 두었구나. 정말 든든하겠어.”
“헤헤, 그래여?”
하율이는 ‘아빠’라는 표현에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점장이 말했다.
“응.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너희 아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정말 고마워.”
점장은 하율이를 바라보면서도 몇 번이나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점장과의 대화를 마친 후.
우리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섰다.
그때, 조하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휴, 제가 사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괜찮습니다, 하나 씨. 어차피 사주시려고 한 거니까 먹은 셈 치죠. 무엇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점에 데려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이건 억울해서 못 넘어가요. 제가 나중에 다른 식당 잡아서 거하게 쏠게요.”
“하하, 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나는 조하나의 마음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셋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에는 구면인 여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아, 네. 무슨 일이시죠?”
여성은 아까 그 종업원이었다.
배불뚝이에게 뺨을 맞았던 여성 종업원 말이다.
흠, 근데 무슨 일일까.
내가 물건이라도 놓고 왔나?
“실례지만 두 분 어떤 사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존댓말을 하시는 게 부부 같진 않아서요······.”
종업원의 말에 나와 조하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그때, 하율이가 입을 열었다.
“저희 아저씨랑 선생님이에여!”
아저씨와 선생님이라.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뭔가 이상한 조합으로 들릴 법한 말이었다.
그러나 종업원에게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 그러세요? 그럼 애인이나 부부 사이는 아니시라는 거죠?”
종업원이 안도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애인이나 부부가 아니란 사실이 다행스러운 모양이었다.
“뭐, 그렇긴 합니다만. 왜 그러시죠?”
“아, 그게······.”
종업원은 입술을 달싹이며 한참을 망설이더니, 나를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다름 아닌 냅킨이었는데, 거기에는 숫자들이 좌르륵 쓰여 있었다.
“이게 뭡니까?”
“제 번호예요. 아깐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따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어서요······.”
종업원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모쏠이 아닌 이상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종업원이 내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앗! 언니도 얼굴이 커리처럼 변했어여! 이번엔 빨간색 커리다!”
하율이가 종업원의 얼굴을 가리키며 웃었다.
종업원은 달아오른 얼굴을 들킨 게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흐음······.’
나는 건네받은 냅킨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여성이 내게 호감을 보인 건 기쁜 일이다.
특히나 저렇게 예쁜 여성이 호감을 보인 건 더더욱 기쁜 일이고.
하지만.
스윽.
나는 곁에 있는 조하나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가 바라보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럼에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근심이 서려 있는 것을.
그녀의 표정을 본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종업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식사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네? 왜요?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충분히 미인이세요. 다만 제가 육아에 바빠서 따로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 분명 아저씨라고 했는데······.”
“그건 제 딸이 장난을 친 것뿐입니다. 저는 이 아이의 아빠가 맞습니다.”
나는 하율이의 손을 더 꼬옥 잡으며 말했다.
하율이는 “아빠 아닌데, 아저씬데.” 라고 꿍얼거렸지만.
“아, 그러셨군요······.”
“네. 죄송합니다. 용기 내셔서 말씀하신 건데.”
“아니에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육아에 바쁘시면······.”
종업원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이었다.
“네. 충분히 아름다우시니 훨씬 더 좋은 분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나와 하율이는 무슨 일이 있기나 했냐는 듯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때, 하율이가 조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웅? 선생님, 왜 웃고 있어여?”
하율이의 말에 나는 조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배시시 웃고 있던 조하나가 황급히 표정을 감추는 것을.
“으, 으응? 내가? 언제?”
“웃고 있었잖아여! 하율이가 분명히 봤는데에?”
하율이가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더니 자신의 눈에 대고 말했다.
똑똑히 보았다는 뜻이었다.
“아, 아니야. 하율이가 잘못 본 것 같은데?”
“엥? 선생님 말 더듬는다! 선생님 거짓말하면 말 더듬잖아여! 모예여! 무슨 좋은 일이라두 있는 고예여? 넹?”
“아, 아니야. 하율이가 오해하는 거래도······!”
조하나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참 재밌고도 귀여웠다.
나는 자꾸만 차오르는 웃음을 억누르며 하율이에게 말했다.
“하율아, 이제 그만하자. 선생님 놀리면 못 써.”
“하지만 하율이가 분명히 봤단 말이양······!”
“에이, 선생님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왜 그래. 자, 1층 왔네. 아저씨가 탕후루 사줄 테니까 어서 가자.”
“진짜?! 탕후루? 와아아, 탕후루다! 탕후루 먹자아아아!”
나는 조하나를 배려하고자 하율이의 관심을 돌려버렸다.
조하나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 * *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고, 결국 수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하율이네 유치원에서 계란 볶음밥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다행히 재료는 유치원 측에서 준비해준다고 했고, 나는 몸만 가서 음식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자, 여러분들. 주목해주세요.”
원장 선생님이 앞에 나오셔서 인자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은 토끼반의 이하율 학생 아버님께서 특별히 요리를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와아아아아!”
아이들이 환호했다.
실로 뜨거운 환대에 나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아아.
일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는데.
난 그저 계란 볶음밥을 적당히 만들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하율이 아버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오늘 만들 요리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아, 예.”
원장 선생님의 부탁에 나는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거대한 몬스터들 앞에서도, 심지어 테라 길드장 앞에서도 당당하던 내가 아이들 앞에 서니 잔뜩 긴장을 했다.
나는 목을 가다듬은 뒤, 수많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안녕, 얘들아. 나는 토끼반 이하율 학생의 아빠야. 오늘 너희들에게 해줄 요리는 계란 볶음밥이란다. 아저씨가 전문 요리사는 아니라 조금 서툴지만 최대한 열심히 만들어볼게. 이따가 맛있게 먹어줘!”
나는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환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하, 이건 뭐 월드컵 결승전도 아니고.
너무나 뜨거운 반응에 나는 얼떨떨했다.
“후우······.”
이제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
평소에도 종종 만들던 계란 볶음밥을 양만 늘려서 만들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되는데 떨려서 몸이 굳어서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척.
수많은 아이들 속에 있는 하율이가 주먹을 꾸욱 쥐어 보였다.
마치 힘내라는 듯한 포즈.
그 모습을 보니 긴장이 살짝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하율아. 알았어. 아빠가 힘내볼게!’
나 역시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결심했다.
하율이와 친구들에게 인생 최고의 볶음밥을 만들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