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37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37화
권대호의 말에 내 몸이 살짝 멈칫했다.
수룡을 잡은 헌터가 나라는 사실을 권대호가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기 때문이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내 물음에 권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 흔들림이 없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거죠? 아니, 어떻게 아신 겁니까?”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나와 권대호는 만난 적도 없는데.
심지어 내가 그 수룡을 잡았다는 사실은 그 어디에도 떠벌린 적이 없는데.
“물론 나도 처음엔 확신이 없었네. 하지만 한 사람씩 소거하다 보니 자네라는 걸 알 수밖에 없더군.”
“소거, 말입니까?”
“그래, 소거. 일단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라면 분명히 대한민국 랭커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아니었네. 테라 길드장 강태하 역시 해외에 있기에 아니었지.”
권대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단 한국의 탑 랭커들은 전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위의 랭커들을 추적해 보았으나 그들 역시 사정이 있거나, 검을 쓰는 헌터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네라고 99% 확신한 거야. 마지막 1%의 확신은 자네의 표정을 보고 가질 수 있었고.”
권대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표정을 보고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니.
눈썰미가 대단한 게 역시 보통 노인네가 아니었다.
권대호가 말했다.
“그래도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말게. 자네가 수룡 토벌의 주인공이란 사실은 그 어디에도 떠벌릴 생각이 없으니까.”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와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가 고작 그것들 때문이라니. 생각보다 싱거운데요.”
내가 수룡을 잡은 헌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건 충분히 신기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글로리 길드장씩이나 되는 인물이 나와 친분을 쌓고 싶다는 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룡을 잡은 게 대단한 업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기존의 한국 랭커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아,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네.”
“그럼 뭔가 또 있단 말입니까?”
“그래, 또 있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말이야.”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좁히자, 권대호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보여준 업적들은 대단해. 하지만 정말 대단한 건, 그게 이제 시작이라는 거야. 쉽게 말해, 빙산의 일각이라는 거지.
권대호가 번뜩이는 눈동자로 말을 보탰다.
“과연 해수면 아래에 있는 얼음덩어리는 얼마나 클까. 얼음 조각만 봐도 그토록 대단한데 얼음 전체의 실력을 드러낸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나는 그 생각 때문에 아주 설렐 지경이네. 그렇기에 이 자리를 마련한 거고.”
권대호의 눈동자를 통해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설렘, 흥분, 기대, 환희 등의 감정이었다.
“얼음덩어리라.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닙니까?”
“과대평가?”
“그렇잖습니까. 제가 세상에 공개한 게 빙산의 일각일지, 아니면 그게 얼음덩어리의 전부일지 어떻게 아십니까?”
“하하,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난 그저 확률의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야.”
“확률 말입니까?”
“그래. 자네의 실력이 전부일 확률보단 힘을 숨기고 있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네. 난 그저 거기에 배팅하는 것뿐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생은 결국 확률 게임이지.
“그 도박이 성공하셨으면 좋겠군요.”
“당연히 그러길 바라네. 아니, 바라는 게 아니라 확신하고 있지. 자네는 분명 힘을 숨기고 있거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 힘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헌터계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야.”
권대호가 흥분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한국 랭킹이 바뀌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지. 내가 지금 맡고 있는 길드장 자리를 뺏기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권대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면에 나는 조금 놀랐다.
‘길드장 자리까지 내줄 각오를 하고 있단 말인가?’
인간은 보통 자기 자리를 내주기 싫어하는 법이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라면 더더욱 그러하고.
하지만 조금 전에 권대호가 내뱉은 발언은 어서 자신의 길드장 자리를 가져가 주길 바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저를 그렇게까지 높게 평가해주시다니. 감사하단 말을 할 수밖에 없겠군요.”
“하하, 내가 더 감사하지. 그 대단한 실력으로 우리 글로리 길드에 들어와 주었으니 말이야.”
권대호가 인자하게 웃었다.
그 이후, 나와 권대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로리 길드에 대한 이야기.
헌터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짧게나마 나누었다.
“아, 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술잔을 부딪치던 중, 나는 권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부탁 말인가?”
“네.”
“허허, 자네의 부탁을 들어줄 일이 있다니. 이것 참 영광이군. 그래, 말해보게. 원하는 게 뭔가?”
권대호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가온 팀에 인력 충원 좀 해주십시오.”
“인력 충원?”
“네. 저희 가온 팀은 양지수 팀장을 포함해 3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선 아무리 제가 있다고 한들 정상적인 활동이 힘듭니다. 그러니 인력 충원 좀 해주십시오.”
사실 나는 권대호와의 식사 자리를 피하려 했었다.
길드장씩이나 되는 사람과 독대를 하는 건 영 불편한 일이기에.
그럼에도 결국 식사 자리에 나온 것은, 인력 충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순간, 권대호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아니, 브론즈 공격대의 팀 중에 아직 인력 충원이 안 된 곳이 있었단 말인가?”
“모르셨습니까?”
“전혀 몰랐네. 대체 왜 인력이 부족한 팀이 있는 거지? 길드 차원에서 길드원들을 대대적으로 선발해 각 팀에 인력을 배치하라고 지시했는데.”
권대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론 브론즈 공격대장님께 아무리 인력 충원을 요청해도 사람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래? 배성철 그 친구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권대호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생각에 빠진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일단 알았네. 자네에게 들었으니 내가 브론즈 공격대장에게 직접 연락해 시정하도록 지시하지.”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감사하긴. 길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내가 미안하군. 자네의 팀이 그토록 고생하는지 몰랐으니 말이야.”
“조치해주셨으니 이제 괜찮습니다. 아무튼,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하하하, 좋지. 가득 따라주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권대호의 잔에 술을 채웠다.
향긋한 술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 * *
“젠장할!”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
그가 자신의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개 같은 자식이 감히 다이렉트로 꼰질러?”
배성철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가 이토록 활화산처럼 화를 내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5분 전에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에게서 걸려온 전화 말이다.
공격대장실로 직접 걸려온 전화에서 길드장 권대호는 언성을 조금 높이며 말했다.
대체 왜 지금까지 인력 충원을 안 한 거나고.
공격대장씩이나 되어서 팀 관리를 안 하고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그런 식으로 할 거면 공격대장직을 내려놓으라며 호통과 함께 경고했다.
호랑이처럼 쏟아내는 분노에 배성철은 수화기에 대고 굽신거리며 말했다.
죄송하다고.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길드장님 걱정하지 않으시게 곧바로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납작 엎드린 채로 말했다.
“이신혁 이 싸가지없는 놈이 기어코 개소리를 했구나······.”
배성철은 이신혁의 낯짝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개자식.
길드장님과 식사 자리가 잡혔을 때부터 뭔가 불안했는데 결국 그딴 소리를 떠들었다니.
권대호의 말 한마디에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배성철의 입장에선 이신혁이 너무나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이신혁 그놈의 발언 하나 때문에 브론즈 공격대장인 자신의 이미지가 완전히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치익.
배성철은 답답한 나머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이신혁으로 인한 화를 다스리려 노력했다.
그때였다.
“······맞아. 그걸 이용하면 되잖아?”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는 표현처럼, 이 상황을 뒤집을 방법이 있었다.
해주기가 더럽게 싫은 인력 충원으로 양지수와 이신혁에게 엿을 먹일 방법 말이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아, 어디 한번 엿 좀 먹어봐라. 큭큭큭.”
가온 팀을 골탕 먹일 방법을 떠올린 배성철은 하이에나처럼 킬킬거렸다.
* * *
내가 헌터가 되면서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휴일엔 반드시 하율이와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능하면 야외활동으로.
“아빠아, 간다! 잘 받아아!”
파릇파릇한 잔디 위.
하율이는 알록달록한 공을 발치에 둔 채로 말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알았어, 하율아. 받을 테니까 마음 놓고 차!”
내가 마음껏 차라고 하자, 하율이는 몇 걸음 뒤에서 와다다다 뛰어오더니 공을 확 찼다.
물론 발힘이 워낙 약한지라 굴러오는 속도는 달팽이처럼 느렸지만, 나는 성심성의껏 받았다.
“오, 하율아. 완전 잘 차는데?”
“진짜아? 나 완전 슛돌이야? 아닌가? 하율이는 여자니까 슛순이인가?!”
“하하하, 슛순이라니. 뭐, 그것도 좋지. 아무튼 이번엔 아빠가 찰게!”
“웅!”
하율이가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나는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공을 가볍게 차서 데구루루 굴렸다.
“얍!”
하율이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공을 받았다.
“아빠, 내가 받았어! 어때? 나 완전 축구 선수 같아?”
“응! 완전 축구 선수 같은데? 당장 해외로 진출해도 되겠어!”
“정말이야?!”
“그럼! 어디로 갈래? 파리? 아니면 뮌헨? 하율이가 정해봐!”
나는 온갖 주접(?)을 다 떨면서 하율이를 칭찬했다.
누군가는 딸바보란 말과 함께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내 딸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자, 간다! 불꽃 슛!”
하율이가 다리를 뒤로 확 젖히더니 공을 걷어찼다.
또 한 번 데구루루 굴러오는 공.
나는 그렇게 하율이와 공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였다.
“야, 너 진짜 뒤질래? 어?”
욕설이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더니, 저만치에 있는 벤치에서 아이들이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다.
5명 정도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싼 채 윽박지르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흐음, 어떡하지?’
덩치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의 멱살을 잡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니 영 기분이 안 좋았다.
근데 또 막상 나서려니 조금 망설여졌다.
만약 어른들끼리의 싸움이라면 당장 가서 말렸겠지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싸움인지라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듯했다.
“아이고, 저걸 어째? 싸움 났나 본데?”
“에휴, 요즘 애들은 어른들이 보는데도 그냥 싸우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러는 건지, 쯧쯧쯧.”
“여보,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러다 진짜 큰 싸움이라도 나겠는데?”
“놔둬. 요즘 저런 거 도와줬다간 괜히 덤터기나 쓴다고. 그냥 모른 척해. 그게 속 편하니까.”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나랑 비슷하게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와주고도 욕먹는 요즘의 사회 분위기상 쉽게 나서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야아아아! 니네들 모야!”
하율이가 소리치더니 폭력의 현장으로 와다다다 달려갔다.
너무 놀란 나는 눈만 깜빡였다.
그러는 사이, 하율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니네들 모야! 왜 칭구를 괴롭혀! 그러면 안 되는 거자나!”
“니네? 아, 이 꼬맹이가 미쳤나. 너 뭔데 반말이야? 나 알아?”
“됐구, 그만 괴롭히고 저리 가! 칭구를 괴롭히면 못 써!”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야, 저리 안 가?”
“안 갈 건데? 하율이가 가구 싶을 때 갈 건데?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대는데? 네 마음만 있어? 하율이 마음도 있다구!”
“아, 이게 진짜 미쳤나. 야, 너도 뒤질래? 어?”
가장 덩치 큰 초등학생이 하율이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땅을 박차고 달려가 녀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 뭐야!”
내게 팔을 붙잡힌 초등학생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놓아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나 이 여자애 아빤데, 너희들도 그만해라.”
“뭐, 뭔데요! 아저씨가 뭔데 그만하라는 건데요!”
“그건 알 거 없고, 너희들도 떳떳하지 않은 행동이란 거 알잖아. 그러니까 그만둬.”
“맞아! 그만둬! 칭구를 괴롭히는 건 나쁜 행동이라구!”
하율이가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자기보다 훨씬 큰 아이에게 대항하는 건 위험한 일이기에 나는 하율이를 내 뒤쪽으로 당겼다.
하율이는 내 다리 뒤에 숨어서 참새처럼 종알종알댔지만.
초등학생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저씨, 저희 그냥 대화하는 거거든요? 근데 왜 갑자기 끼어들어서 난리인데요!”
“대화를 멱살 잡고 하는 사람도 있나? 그것도 주먹을 들고 위협하면서?”
“그, 그건······.”
초등학생이 입술을 달싹였다.
“우와아, 말 못 하쥬? 바부처럼 어버버하쥬? 괴롭힌 거 맞으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쥬?”
하율이의 원거리 딜(?)에 초등학생 녀석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곁에 있던 아이들도 난처한 얼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노, 놓으세요! 이거 놓으시라구요!”
“놔주면 그냥 갈 거니?”
“네, 갈 거예요! 그러니까 놓으시라구요!”
그때, 하율이가 또다시 끼어들었다.
“아빠, 그냥 놔주면 안 대! 사과하게 시키고 보내야지!”
“하, 저 꼬맹이가 진짜······!”
초등학생이 하율이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나는 하율이의 말대로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 친구한테 사과해. 너희들도 전부 다. 그러면 놔줄게.”
내 말에 초등학생들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괴롭힘당하던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그제야 팔을 놓아주었고, 초등학생들은 재수 옴 붙었다는 듯이 구시렁대며 사라졌다.
“괜찮니?”
나는 괴롭힘 당하던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멱살잡이 때문인지 티셔츠의 앞섶이 잔뜩 늘어나 있었다.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응. 근데 저 애들, 혹시 학교 친구들이야?”
“아니에요. 그냥 걷고 있는데 피시방 갈 돈이 필요하다면서 저한테 돈을 달라고 하더라구요······.”
하아, 고작 그 이유 때문이었나.
하여튼 요즘 애들은 정말 발랑 까졌네.
어른들 다 있는 공원에서 대놓고 삥을 뜯고 말이야.
“아무튼 크게 다치진 않아서 다행이다.”
“네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 그리고 꼬마야. 너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가 하율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기는 뭘! 하율이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하율이가 배를 볼록 내밀며 말했다.
녀석, 귀엽기는.
“아니야. 당연하긴. 저 애들, 너보다 덩치도 훨씬 큰데 나서줘서 정말 고마워. 너는 나보다 더 무서웠을 텐데.”
“아니야, 오빠! 하율이는 하나도 안 무서웠어. 악당들이 모가 무섭다구!”
“이름이 하율이구나? 넌 진짜 대단하다. 나중에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아.”
“당연하지! 하율이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우리 아빠처럼. 그치, 아빠?”
하율이가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가 하율이에게 물었다.
“너희 아빠도 훌륭한 분이셔? 뭐 하시는 분인데?”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아빠는 헌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