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3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38화
“······헌터?”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웅! 엄청 강한 헌터야! 오빠, 혹시 글로리 길드라구 알아? 우리 아빠가 거기 소속이거든. 그리구 거기 길드장이라는 대빵 아저씨가 우리 아빠도 엄청 예뻐하시구······.”
하율이는 무슨 팔불출이라도 된 것처럼 내 자랑을 재잘재잘 늘어놓았다.
민망했던 나는 하율이의 말을 적당히 들어주다가 입을 열었다.
“학생, 아무튼 이만 가봐. 혹시 그 애들이랑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큰길로 돌아가고.”
“네, 아저씨. 끝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마야, 고마웠어. 나중에 만나면 내가 보답으로 아이스크림 사줄게.”
“웅! 기다리고 있을게. 약속 꼭 지켜. 잘 가, 오빠!”
아이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하율이 역시 빠이빠이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휴.
드디어 상황 종료인가.
모든 상황을 정리한 나는 그제야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하율이에게 말할 게 있었다.
“하율아, 고생 많았어.”
“웅! 아빠두!”
“근데 있잖아, 아까 왜 갑자기 달려가서 도와준 거야?”
나는 공놀이를 하다 말고 갑자기 다다다 뛰어가 싸움을 말린 행동에 대해 물었다.
“왜애? 그러면 안 대?”
“아니. 안 된다기보단 하율이가 갑자기 왜 그랬는지 궁금해서.”
“아아, 아빠두 예전에 그랬자나!”
“내가?”
“웅! 기억 안 나? 저번에 선생님이랑 셋이서 커리 먹을 때, 아빠도 직원 언니 괴롭히는 아저씨 혼내줬자나! 그래서 나두 그런 거야, 헤헤!”
아아.
그런 거였나.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더니.’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언행은 결국 어른의 모습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하율이는 내가 일전에 인도풍 음식점에서 진상 손님들을 제압한 일을 보고 뭔가를 배운 듯했다.
“그랬구나. 잘했어, 하율아.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보고 도와줄 줄도 알고. 참 착하네.”
“웅! 하율이는 착한 어린이야!”
“으응. 앞으로도 괴롭힘당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도와줘. 다만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하율이보다 너무 큰 아이들이 있으면, 직접 나서지 말고 주변 어른들한테 부탁해야 해. 알았지?”
“웅! 기억할게!”
“그래. 착하다, 우리 딸.”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을 말리기 위해 나선 행동은 조금 위험했다.
하지만 괴롭힘당하는 아이를 위해 나서준 건 충분히 칭찬할 만한 일이기에 나는 하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부드러운 손길에 하율이는 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배시시 웃었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네.’
그와 동시에 나는 앞으로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착한 일을 하면 하율이는 착하게 클 테고, 내가 나쁜 일을 하면 하율이도 나쁘게 클 테니 말이다.
뭐, 결국 내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겠지.
“아무튼, 우리 하율이가 착한 일 했으니까 상을 줘야겠지?”
“우와! 상? 무슨 상 줄 건데에?”
“맛있는 거 사줄게. 흐음, 빙수 어때?”
“우와아아! 빙수! 빙수 조아! 하율이 빙수 먹을랭! 애플 망고 빙수로!”
하율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빙수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하, 알았어. 공 가지고 빙수 먹으러 가자.”
“웅! 내가 가지고 올게! 우와아아, 빙수다! 빙수! 내가 짱 조아하는 빙수!”
하율이가 공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갔다.
날씨도 좋고, 초목도 푸르고, 하율이도 예쁘고.
그야말로 모든 게 좋은 날이었다.
* * *
하율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 나는 곧장 글로리 길드로 향했다.
몬스터 토벌 명령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게이트이기에 길드 본사에게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출입증을 찍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데.
“하아, 그게 말이 돼요? 아, 진짜 미치겠네!”
안쪽에서 윤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 말이다.
뭐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달칵.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한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양지수와 윤대영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신혁 씨 오셨어요?”
양지수가 근심 섞인 얼굴로 내게 인사했다.
고성의 주인공인 윤대영은 적잖이 화가 났는지 벌게진 얼굴로 내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나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무슨 일 있습니까? 대영 씨 목소리가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리던데.”
“아, 그게······.”
양지수가 윤대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씩씩대고 있던 윤대영이 내게 말했다.
“신혁 씨, 우리 엿 됐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아, 우리 인력 충원됐는데 그냥 망했다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토록 바라던 인력 충원이 됐다는데 왜 저렇게 절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알아듣게 설명 좀 해주시죠. 인력 충원이 됐는데 망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하아, 그게······.”
윤대영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내게 설명했다.
일단 인력 충원이 되긴 했다.
고작 1명이지만 일단 되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온다는 사람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방해가 된다고요? 뭐 어떤 사람이길래 그러는 겁니까? 실력이 안 좋아요?”
“아뇨, 실력은 좋죠. 짬밥도 꽤 많이 먹었고요. 근데 성격이 아주 그냥 지랄 같은 놈이에요. 하아, 공격대장님은 왜 그런 놈을 우리 팀으로 보내신 건지······.”
윤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실력은 좋은데 성격은 지랄 같다니.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었던 나는 양지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대영이 말대로 실력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팀워크가 없는 사람이라 조금 방해될지도 몰라요.”
“그렇습니까? 팀장님도 컨트롤하기 힘든 사람인가요?”
“네. 저뿐만이 아니라 일전에 있었던 팀에서도 문제를 자주 일으켜서 그쪽 팀장님이 골머리를 썩으셨어요. 그런데 공격대장님이 그 사람을 우리 팀으로 옮긴 거죠.”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배성철 이 인간.
길드장을 통해서 인력 충원을 하라고 했더니 이상한 놈을 보낸 거구나.
이 돼지 같은 놈.
언젠가 후회하게 해주마.
그때였다.
벌컥!
셋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이 벽에 부딪혀 쾅 소리를 내자,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거기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여자처럼 긴 머리카락에 온통 검은색의 외투를 입은 남자였다.
“양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남자의 말에 양지수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긴 머리의 사내는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걷더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되죠?”
그러더니 다리를 꼰 채 담배 한 대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지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다가 입을 열었다.
“아, 씹. 라이터가 없네. 야, 윤대영. 라이터 있냐?”
사내가 윤대영을 향해 말했다.
윤대영은 이를 빠득 물더니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은 금연인데요.”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고 그래. 가끔씩 땡기면 피우고 그러는 거지.”
“죄송하지만 안 됩니다. 그러니까 피우실 거면 나가서 피워주세요.”
“아, 새끼가 진짜. 야, 윤대영. 너 이리 와봐.”
사내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윤대영을 호출했다.
윤대영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야, 윤대영. 너 많이 컸다? 너 예전엔 형 얼굴도 못 쳐다봤잖아. 근데 갑자기 왜 그래? 뭐, 양 팀장님 밑에 있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응? 그런 거야?”
“······.”
“왜 대답이 없어. 말해봐. 말해보라고, 이 꼴통 새끼야.”
남자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평소 같았다면 윤대영은 뭐라고 대꾸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대영은 뭔가에 억눌린 건지 모멸적인 말을 듣고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씨발, 이 새끼가 입이 붙었나. 야, 윤대영. 말해보라고.”
“······.”
“이 새끼가 끝까지 말 안 하네? 야, 너 지금 반항하냐? 어? 너 내 성격 까먹었어?”
남자는 화가 난 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대영의 멱살을 잡았다.
그럼에도 윤대영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고, 남자는 화가 난 건지 주먹까지 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만하시죠.”
그때, 내가 나섰다.
그러자 윤대영의 멱살을 잡고 있던 사내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넌 뭐냐?”
“알 거 없고, 그 손이나 놓으시죠. 같은 팀원끼리 뭐하시는 겁니까?”
“하, 이 새끼 보게. 야, 너 나 몰라?”
“모르겠는데요.”
“아, 진짜 어이가 없네. 야, 너 뭐냐? 너도 가온 팀 소속이야? 이름이 뭔데?”
“이신혁입니다.”
내 이름을 말하자, 남자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더니 뭔가 고민하듯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이신혁? 아, 그 새끼?”
남자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윤대영의 멱살을 놓고, 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네가 그 유명한 이신혁이냐?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을 받았다는 놈?”
“······.”
“대답이 없는 걸 보니까 맞나 보네. 이야, 반갑다? 아주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시는 게 거의 연예인이던데? 어떻게, 사인 좀 해줄 수 있냐? 응?”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비아냥댔다.
반면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내의 눈을 가만히 바라볼 뿐.
“새끼, 엄청 무뚝뚝하네. 뭐, 아무튼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됐는데 악수나 한번 하자.”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아니,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아이구, 악수도 어려우세요? 언론에 오르내리고 길드장님도 예뻐하니까 아주 모가지가 빳빳하시구만? 씨발, 뭐 연예인 병이라도 걸렸냐?”
“······.”
“뭐, 됐다. 악수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아무튼, 내 이름은 조범근이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사내, 조범근이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렇게 사무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힌 순간, 사무실의 얼어붙은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하아······.”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윤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굳어있던 양지수도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숨을 내쉬었다.
“대영 씨, 저 사람 대체 뭡니까? 뭔데 저렇게 막 나가요?”
나는 조범근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러자 윤대영이 또 한 번 한숨을 길게 내쉰 뒤에 말을 이었다.
“뭐, 말하자면 선배예요.”
“선배요?”
“네. 팀장님보다 한 달 후배니까 저한테는 까마득한 선배죠.”
양지수의 한 달 후배라.
그러한 설명을 들으니 왜 윤대영이 찍소리도 못했는지, 양지수가 마땅히 통제를 하지 못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지만.
“아무리 선배라도 그렇지, 저렇게 막 나가도 되는 겁니까?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질 않나, 대영 씨 멱살을 잡질 않나, 처음 본 사람한테 욕지거리를 하질 않나.”
“에휴, 이 정도면 양반이죠. 전에 있던 팀에서는 팀원들 군기 잡고 두들겨 패는 건 일도 아니었어요. 조금 전 같은 상황은 그냥 일상적인 일이죠.”
“그 정도입니까?”
“예. 더 더러운 소문들도 엄청 많긴 한데 증거가 없으니 일단 말을 아낄게요. 아무튼 이제 아시겠죠? 제가 왜 인력 충원이 됐는데 망했다고 한 건지.”
윤대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왜 양지수와 윤대영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조범근.
저놈은 팀워크가 모자란 수준을 넘어, 팀을 망치는 성향을 가진 놈이었다.
‘이런 걸 의도한 건가.’
나는 배성철의 그 투실투실하고 심술 가득한 얼굴을 떠올렸다.
보낸다고 보낸 사람이 저딴 인간이라니.
배성철의 고약한 성미에 아주 질릴 지경이었다.
맘 같아선 당장 끌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우선 조범근 저놈이 먼저겠지.’
나는 조범근이 거칠게 닫고 나간 문을 노려보았다.
조범근.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진 모른다.
다만 언젠가 부딪치게 될 상황에서 약간의 참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의 방식이 대화일지, 아니면 몽둥이 찜질일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