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4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41화
양지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속상하기만 했다.
겨우 들어온 팀원인 조범근과 이신혁이 싸우다니.
물론 길드 내에서 대련은 권장된다고 하지만, 이건 그저 평범한 대련이 아니었다.
아무리 목검으로 한다고 한들, 이건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 분명한 ‘싸움’이었다.
“대련 시작!”
연무장 중앙에 선 윤대영이 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조범근이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위협적으로 이글거리는 푸른 마력.
저것으로 보아 양지수는 알 수 있었다.
조범근이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역시나 이건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는 것을.
휘익!
탄환처럼 튀어 나간 조범근이 금세 이신혁의 코앞에 도달했다.
헌터 경력이 긴 조범근의 장기는 다름 아닌 ‘속도’.
조범근은 자신의 빼어난 장점인 속도를 무기로 이신혁에게 다가가 목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조범근은 목검을 하늘 높이 쳐든 후, 푸른 마력을 머금은 목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목표는 목.
조범근은 목검을 휘둘러 이신혁의 목뼈를 단숨에 으스러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따악!
매서운 사선을 그린 조범근의 목검은 막히고 말았다.
가만히 서 있던 이신혁이 목검을 들어 방어한 것이었다.
‘큭큭, 첫 공격은 운 좋게 막았구나. 하지만 행운이 계속될까?’
첫 번째 공격이 막혔지만 조범근은 여전히 웃었다.
이신혁이 막아내긴 했지만, 조범근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이신혁의 행운은 곧 끝날 테니까.
‘이번엔 여기다.’
조범근은 목검의 방향을 빠르게 바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신혁의 허벅지를 노렸다.
허벅지를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조범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보통 상체는 막기 쉬워도, 하체는 막기 힘든 법이니까.
하지만.
따악!
이신혁은 이번에도 막아냈다.
조범근이 번개처럼 빠르게 공격을 가했지만,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것이었다.
‘재밌네.’
조범근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목검과 목검이 맞부딪힌 힘을 이용해 그대로 회전했다.
옷자락이 휘리릭 흔들림과 동시에 조범근은 가로로 검격을 날렸다.
그러나.
따악!
이번에도 이신혁은 목검을 세로로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조범근은 또 한 번 회전했다.
이번엔 반대로.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목검을 휘둘렀다.
그럼에도.
따악!
이신혁은 공격을 막아냈다.
조범근의 입가에 가득하던 웃음기가 살짝 사라졌다.
네 번의 공격이 빗나간 조범근은 가볍게 스텝을 밟아 순식간에 몇 미터를 벌렸다.
“흐흐흐, 재밌네. 글로리 길드 들어온 게 완전히 운빨은 아니었나 봐?”
조범근은 이신혁을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하지만 이신혁은 여전히 고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인정할게, 네 실력이 완전히 빈 깡통은 아니라는 거.”
“······.”
“하지만 네 비효율적인 훈련은 여전히 틀렸어. 그리고 지금부터 왜 그 훈련이 틀렸는지, 왜 전사는 검에만 오로지 올인해야 하는지 알려줄게.”
조범근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사악하게 웃었다.
그 순간, 조범근의 목검에 감돌았던 푸른 기운이 훨씬 더 짙어졌다.
영롱하고도 몽롱한 마력의 힘.
그것을 목검에 잔뜩 불어넣은 조범근은 이신혁을 향해 총알처럼 달려들었다.
* * *
대련이 시작하기 전, 양지수는 걱정했다.
조범근이 이신혁을 다치게 할까 봐.
물론 이신혁이 약할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조범근의 성향이었다.
맘에 안 들면 같은 길드원들을 기절할 때까지 패는 조범근.
그의 잔인한 성향이라면 대련을 빙자한 싸움으로 이신혁에게 상해를 입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신혁은 그러한 조범근의 성향을 잘 모른다.
아마 순수한 대련이라 생각하고 있을 터.
그렇기에 양지수는 이 대련을 그토록 말린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결과를 까보니 상황은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쐐애애액!
조범근의 공격은 평소처럼 너무나 매서웠다.
같은 길드원들을 죽을 듯이 패던 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거칠었다.
그러나.
따악! 딱! 딱! 따아악!
이신혁은 무심한 표정으로 조범근의 맹공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가로, 세로, 사선, 위, 아래.
궤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쏟아지는 검격들.
그것을 이신혁은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전부 다 막아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양지수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범근은 브론즈 공격대긴 하지만, 경력도 길고 속도 측면에선 실버 공격대원 몇몇을 압도하기도 한다.
그만큼의 실력자인 그가 모든 마력을 방출해가며 공격을 퍼붓는데도 전부 막아내다니.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검격들을 모조리 가볍게 쳐내다니.
이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경지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건, 당연하게도 대련의 당사자인 조범근이었다.
‘젠장할······!’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의 얼굴에 가득했던 여유는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공격이 단 하나도 먹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왜······!’
자신은 정말이지 미친 듯이 검격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마력 한 방울까지 전부 짜내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검격은 이신혁의 몸에 단 한 발도 닿을 수 없었다.
왜.
대체 왜 안 닿는단 말인가.
조범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단, 하단, 중단.
목, 가슴, 허벅지, 발목.
베기, 찌르기, 후리기 등.
그 어떤 공격도 이신혁에게 통하지 않았다.
조범근이 검을 휘두르면, 이신혁의 검이 거기에 있었다.
빠르게 궤적을 바꾸어 반대쪽을 공격해도 이신혁의 검은 거기에 있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거기에도.
그 어딜 찌르고 베어도 이신혁의 목검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내 속도를 따라잡고 있단 말인가.
‘아니, 이건 거의 기다리는 수준이야.’
조범근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정확히 말하자면 따라잡은 게 아니었다.
이건 기다린 것이었다.
날아오는 공격 궤도를 정확히 읽은 뒤, 최적의 힘을 사용해 공격을 쳐낸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공격을 예측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제일 열 받는 건······.’
그러나 조범근을 진짜로 화나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것?
그것도 충분히 화가 났다.
하지만 진짜 조범근의 속을 뒤집어놓는 것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
다름 아닌 이신혁의 발이었다.
이신혁.
그는 손으로 검만 휘두를 뿐, 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과장이나 착각 같은 게 아니었다.
조범근이 지켜본 결과, 이신혁은 대련이 시작된 이래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손만 움직여도 상대가 가능하다, 라는 식의 기만임이 분명했다.
‘이 개새끼가······.’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화딱지가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네가 뭔데.
대체 네가 뭔데 나를 상대로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건데.
조범근은 이리저리 날뛰는 자신과 달리, 평온한 자세로 검만 가볍게 휘두르는 이신혁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때였다.
부웅!
수비만 하던 이신혁의 목검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던 조범근은 곧장 검을 거뒀다.
‘어디 통할 줄 아느냐.’
조범근은 재빨리 목검을 세워 수비 태세를 취했다.
전환은 아주 빨랐다.
그의 민첩한 속도는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에도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쐐애액!
그 순간, 이신혁의 목검이 빠르게 궤적을 틀었다.
아차 싶었던 조범근은 빠르게 목검을 이동했다.
이신혁의 검은 자신의 발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막을 수 있어.
상대방의 행동을 읽은 조범근은 이신혁이 그랬듯 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콰당탕!
발목에서 아릿한 감각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신의 몸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조범근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조범근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뭐하시는 거죠? 벌써 끝난 겁니까?”
고고하게 선 이신혁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재수 없는 태도에 조범근은 화딱지가 났다.
이런 씹.
누구 마음대로 끝이야.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들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조범근의 검격.
하지만.
‘젠장! 젠장! 젠장!’
조범근이 쏟아붓는 검격은 그 어떤 것도 이신혁에게 닿을 수 없었다.
왜.
대체 왜.
왜 단 한 대도 맞출 수가 없는 거야.
조범근은 애가 탔다.
조금 전에 자신이 넘어진 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때였다.
부웅!
수비만 하던 이신혁이 또 한 번 검을 뻗어왔다.
이번에는 하단.
조범근은 이신혁의 검 끝에 집중하며 수비 태세를 취했다.
그 순간, 이신혁의 검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또 당할 것 같으냐······!’
조금 전과 비슷한 페이크.
패턴을 학습한 조범근은 목검을 빠르게 들어 올렸다.
하단에 페이크를 주고 상단을 때리려는 이신혁의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뻐억!
이신혁의 검은 또 한 번 적중했다.
손목에서 아릿한 통증을 느낀 조범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검을 놓치고 말았다.
절그렁!
핑그르르 날아간 목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뒹굴었다.
수비에 실패한 조범근은 당황했다.
양지수와 윤대영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신혁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어떻게, 계속 하실 겁니까?”
이신혁이 물었다.
너무 놀라 얼어붙어 있던 조범근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말했다.
“다, 당연하지! 누가 그만둔대? 손이 미끄러워서 놓친 것뿐이라고!”
조범근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저벅저벅 걸어가 목검을 주웠다.
목검을 든 조범근은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사나운 표정과 달리, 그의 머릿속은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
‘어떡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 저놈을 이길 수 있는 거지?’
조범근은 이신혁을 바라보았다.
검을 늘어트린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인 이신혁.
하지만 저 평범한 자세를 보고 있음에도 어디를 뚫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략 10분간의 대련 동안 조범근은 최소 수백 번의 검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적중한 것은 0번.
아무리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대체 어떻게 이 대련을 풀어간단 말인가.
조범근은 그 어떤 움직임도 행하지 못하고 아랫입술만 짓씹었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이신혁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었다.
걸어온다니.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대련에서 느긋하게 걸어온다니.
평소의 조범근이라면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을 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조범근은.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의 지독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조범근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목검을 늘어트린 채 그저 걸어오고 있을 뿐인 이신혁에게 조범근은 공포감을 느꼈다.
마치 귀신이나 괴물을 보는 것처럼.
‘오, 오지 마······.’
조범근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전의는 상실한 지 오래였다.
조범근은 그저 바랄 뿐이었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를.
하지만 이신혁은 계속해서 다가왔고, 목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의 공방전에 비하면 너무나도 느린 움직임.
하지만 조범근은 그 어떤 대처도 하지 못했다.
공포감이 전신의 세포를 마비시킨 것이었다.
휘익!
그렇게 이신혁이 검을 직선으로 쭉 뻗었고.
말끔한 찌르기가 조범근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그르륵······.”
조범근은 게거품을 물더니 실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