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4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42화
조범근과의 대련에서 나는 대단한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극소량의 마력과 극소량의 신체 능력.
그것이 내가 조범근과의 대련에서 사용한 힘이었다.
그럼에도 조범근은 내게 대적하지 못했다.
아니, 대적을 넘어 조금의 위협도 되지 못했다.
‘상상 이상으로 싱겁네.’
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나름 경력이 있는 헌터라길래 어느 정도 재미를 볼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까보니 아니었다.
조범근은 시시할 정도로 약했다.
“선배님! 정신 차려보십쇼! 선배님!”
윤대영이 쓰러진 조범근을 붙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새하얀 게거품을 문 조범근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신혁 씨, 고생하셨어요······.”
그때, 양지수가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아닙니다. 고생할 것도 없었는데요 뭐.”
“네에. 솔직히 그래 보이더라고요. 그나저나 조범근은 괜찮은 거겠죠?”
“단순히 기절한 것 같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제가 볼 땐 목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혹시 신혁 씨는 ‘위압’을 사용할 줄 아시는 건가요?”
양지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압.
최상급 헌터만 사용 가능한 정신 공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네? 그럼요?”
“닿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쓰러지던데요?”
“······네?”
양지수가 근심과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조범근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을 뜬 조범근은 윤대영의 부축을 받으며 콜록거리고 있었다.
‘저런 놈에게 정신 공격은 너무 아깝지.’
실제로 나는 정신 공격을 사용할 줄 안다.
이곳에선 ‘위압’이라고 부르는 상급 기술을.
하지만 난 조범근에게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뭐하러 그러겠는가.
검에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맞을 뻔한 것에 기절하는 조무래기를 상대로.
“허억, 허억······.”
조범근이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치 기도가 막혔던 사람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기절에 대한 충격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허억, 허억······.”
“의무실이라도 가보시죠. 딱히 다친 건 아니지만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나는 조범근에게 길드 내 의무실에 가보길 권유했다.
그를 걱정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치료를 핑계로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그때, 조범근이 입을 벌려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까, 깜빡했네.”
“······?”
“고, 공황장애 약을 깜빡했어.”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나와 양지수는 미간을 좁힌 채 조범근을 바라보았다.
조범근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 대련하기 전에 공황장애 약을 먹었어야 했는데 깜빡했군. 그 바람에 대련 중에 공황이 왔고. 아, 이거 아쉬운데?”
“······.”
“이봐, 이신혁. 제대로 된 대련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은데? 흐흐흐.”
조범근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휴, 입가에 묻은 게거품 자국이나 닦고 말할 것이지.
나는 한심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러든 말든 알아서 하십시오. 대련이라면 언제든 받아줄 테니까.”
“하하하, 그래. 다음엔 제대로 하자고. 이런 애들 장난 말고 진검 써서 정정당당하게 말이야.”
“······.”
“아, 그럼 내기는 없던 걸로 해도 되겠지? 공황 발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련이 중단되었으니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맘대로 해라, 맘대로.
조범근의 꼴이 너무나 애잔했던 나는 그냥 대충 대답하고 말았다.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았기에.
“그, 그래. 알았어. 그럼 나중에 다시 붙자고. 하아, 약 먹으러 가야겠네. 아무튼 난 이만 간다!”
조범근은 너무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연무장을 벗어났다.
기절에 의한 충격 때문인지 걸음이 비틀거렸지만.
“휴, 드디어 끝났네요······.”
양지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제가 뭘 했다고. 고생은 신혁 씨가 다 하셨죠.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조범근을 저렇게 자극해놨으니.”
“왜요, 그러면 안 됩니까?”
“그럼요. 조범근이 얼마나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인간인데요. 지금은 적당히 잘 끝난 것 같지만, 결국 다시 달려들 거예요.”
“다시 달려든다면······.”
“그때는 진검에다 스킬까지 사용해 진심으로 달려들겠죠. 그땐 대련이 아니라 정말 누구 하나 죽을지도 모르는 싸움을 할 테고요. 하아, 걱정이네요. 이럴 줄 알고 대련을 허락하지 않은 건데.”
양지수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조만간 난동을 부릴 조범근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양지수에게 말했다.
“글쎄요. 저 사람이 그렇게 멍청하겠습니까?”
“네?”
“조금 전의 대련으로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느꼈다면 안 그럴 것 같은데요.”
나는 조범근과의 대련에서 극소량의 힘만 사용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실히 보여주었다.
격의 차이.
너와 나의 실력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는 만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웬만큼 머저리가 아니라면 재도전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덤빈다면······.’
그러나 다시 덤빈다면 나는 각오가 되어있었다.
기절 수준이 아니라,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짓밟을 준비가.
그때, 윤대영이 다가와 말했다.
“으하하, 뭘 그렇게 걱정들을 하십니까? 미래 따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자고요. 안 그렇습니까, 팀장님?”
“윤대영, 즐기긴 뭘 즐겨. 이게 뭐가 그렇게 즐거운 일이라고.”
“에이, 팀장님. 누가 다친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솔직히 팀장님도 조범근 저 양반 게거품 물고 쓰러질 때 통쾌하셨잖아요. 안 그래요?”
“······.”
“으하하, 역시 대답 못 하시네요. 팀장님도 내심 속이 시원했던 거잖아요. 그쵸?”
윤대영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물었지만 양지수는 끝내 부정하지 못했다.
양지수 또한 조범근이 쓰러질 때 나름 속이 시원했던 모양이었다.
윤대영이 이번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혁 씨, 진짜 고생 많았어요. 아, 조범근 저 인간 못 조져서 속이 답답했는데 신혁 씨가 참교육해줘서 얼마나 통쾌한지 몰라요. 아주 속이 뻐엉 뚫렸다니까요? 으하하.”
“그랬습니까?”
“네! 저만 그런 것도 아닐걸요? 아마 저놈한테 당한 길드원들이 봤으면 아주 신혁 씨 헹가래라도 쳐주려고 했을 거예요. 어떻게, 저 혼자서라도 해드릴까요? 네?”
윤대영이 자세를 숙이더니 나를 들어 올리려는 시늉을 했다.
“됐습니다. 오버는 진짜 1등이시네요.”
“아하하하, 그게 제 매력이죠. 아, 우리 기분도 좋은데 돼지껍데기에 소주 한잔 어때요? 네?”
윤대영이 양지수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양지수는 망설였고, 나는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좋습니다.”
“오, 진짜요?”
콜을 외치자 윤대영이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네. 근데 하던 건 마저 하고 가야죠.”
“네? 하던 거요? 어떤 거요?”
“뭐긴 뭐겠습니까. 훈련이지.”
“······네?!”
윤대영이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신혁 씨, 오늘만 쉬면 안 됩니까?”
“안 됩니다.”
“아, 진짜!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인데 왜 훈련을 또 합니까! 이 통쾌함을 즐겨야지!”
“훈련하고 마시면 술맛이 더 좋은 법입니다. 아무튼, 그만 징징대고 얼른 시작하시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석상들이 널브러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윤대영이 이번엔 양지수를 붙잡으며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이 말씀 좀 해주십쇼. 아니, 이렇게 좋은 날에 왜 훈련을 계속합니까. 예?”
하지만 양지수는 윤대영의 애원을 뿌리치고 내 근처로 다가왔다.
훈련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어휴, 진짜! 이 훈련 중독자들! 아주 그냥 평생 훈련하고 세계 랭킹 싹 다 먹으십쇼!”
윤대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쿵쾅거리며 석상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납작 엎드려 대기했다.
결국 그 역시 훈련을 택한 것이었다.
나는 그를 향해 피식 웃은 뒤,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자, 그럼 다시 훈련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한 두 사람의 등 위에 거대 석상을 올려주었다.
조범근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훈련을 이어나갔다.
* * *
한편, 연무장을 빠져나간 조범근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가온 팀에게 이런저런 말로 얼버무리며 나올 땐 어색하게 웃어댔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에 의한 패배가 그에게 엄청난 모욕감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지상으로 올라온 그는 글로리 길드 본사 바깥으로 나왔다.
바람이라도 맞으며 어떻게든 쓰린 속을 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패배로 인한 속쓰림은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조범근은 길거리에 멈춰 섰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음료수 자판기.
조범근은 주머니를 뒤적인 후, 동전 몇 개를 꺼내서 투입했다.
그리고 콜라가 적힌 버튼을 누르는데.
“······뭐야.”
이상하게도 콜라가 나오지 않았다.
뭐지?
고장인가?
조범근은 음료가 나오는 구멍을 살피기도 하고, 동전 반환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눌러대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젠장할······.”
돈을 먹은 건가.
조범근은 미간을 좁힌 채 콜라 버튼을 계속해서 눌렀다.
하지만 아무리 버튼을 연타해도 콜라는 나오지 않았다.
조범근은 단전에서부터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마치 용암처럼 펄펄 끓더니 금세 솟구쳐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씨발!”
콜라 버튼을 연타하던 조범근이 주먹을 휘둘러 자판기를 후려쳤다.
그러자 쾅 소리와 함께 철로 만들어진 자판기가 움푹 파였다.
그럼에도 조범근은 멈추지 않았다.
“왜! 왜! 씨발, 왜! 돈을 넣었는데 콜라를 안 주는 건데! 왜!”
조범근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자판기가 파이고 파이고 또 파였고.
콰아아아앙!
자판기는 결국 엉망으로 우그러져 완전히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망가진 자판기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음료 캔들.
그 사이에는 빨간색 콜라 캔도 있었지만 조범근은 그것을 줍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
“씨발! 왜! 이제! 나오고! 지랄이야! 지랄이!”
구둣발로 캔을 미친 듯이 밟아 터트렸다.
캔이 우그러지고, 캔에서 나온 음료가 이리저리 튀었지만 조범근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콜라 캔이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짓밟아댔다.
웅성웅성.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웬 남자가 자판기를 때려 부수고, 욕설과 함께 캔을 짓밟고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조범근은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뭘 봐! 구경났어? 너희들도 이렇게 만들어줄까? 어? 씨발, 대가리 한번 터트려줘? 어?”
조범근의 외침에 사람들은 사색이 된 채로 이리저리 흩어졌다.
단단한 자판기를 부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초인이요, 그러한 초인에게 잘못 걸렸다간 정말로 머리가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아······.”
사람들이 흩어지자, 조범근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굶주린 맹수처럼 너무나도 사나운 얼굴을 한 조범근.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진짜 화가 난 이유는 고작 자판기가 돈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이신혁······.’
조범근은 결국 현실을 인정했다.
자신은 이신혁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다.
고작 얼마 전에 헌터로 데뷔한 주제에 자신을 아주 갖고 논 개새끼.
그 개새끼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난 것이었다.
분했다.
너무나도 분했다.
그놈보다 경력이 몇 배는 긴 자신이 무력하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분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강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도, 길드장이 예뻐하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그는 강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자신으로선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그 분노는 결국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다.
‘없애버릴 거야······.’
조범근은 이를 빠득 갈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신에게 굴욕감을 선사한 이신혁을 없애버리겠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