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4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48화
사실 조범근의 생각에도 킬러비의 둥지가 조금 위험해 보이긴 했다.
그럼에도 킬러비의 둥지를 치고 킬러비들을 잡자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이 아는 척을 하는 게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범근은 이신혁의 말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무슨 수속성 마법사 지원이냐, 길드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느냐 등의 말로 비꼬면서 말이다.
그가 이토록 이신혁의 말에 반박하며 삐딱하게 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목검 대련으로 인한 굴욕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조범근은 나섰다.
그리고 킬러비의 둥지를 향해 검강을 발사했다.
조금 어려울지언정 브론즈 공격대에게 배정된 게이트니 결국 제압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하지만.
기이이이이잉!
승용차만 한 킬러비들이 벌집에서 나와 날아오자, 조범근은 당황했다.
크기도 하고 많기도 한 킬러비들.
그 괴물들과 마주하니 공포감을 느낀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승용차처럼 거대한 말벌 수백 마리가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날아오는 상황에서 정신이 멀쩡할 수는 없을 테니까.
‘또다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어.’
하지만 조범근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검을 꽉 쥐었다.
이신혁을 포함한 가온 팀에게 개망신을 당해온 상황에서 또다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정말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테니까.
기이이이이잉!
그때였다.
수백 마리의 말벌 중 하나가 조범근에게 빠르게 날아왔다.
가장 앞에 있었으니 그가 첫 번째 표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개자식들, 잘 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을 가온 팀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나 이신혁에게.
기이이이이잉!
킬러비 한 마리가 전기톱 같은 소리를 내며 조범근에게 접근했다.
엄청난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속도.
놈은 꽁무니에 달린 바늘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조범근에게 돌진했다.
“하압!”
조범근은 자신의 애검에 검기를 두른 뒤, 타이밍에 맞게 휘둘렀다.
그렇게 푸르스름한 검과 킬러비의 바늘이 충돌한 순간.
채앵, 하고 엄청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억!”
조범근은 킬러비의 힘에 떠밀려 뒤로 날아가 데굴데굴 굴렀다.
그는 엉망으로 넘어진 나머지 검까지 놓쳐버렸다.
이런 미친.
저 말벌 새끼들,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기이이이이잉!
킬러비들은 조범근이 이를 가는 동안에도 접근해왔다.
이제는 1마리가 아니라 무려 5마리가 모여든 상황.
승용차처럼 거대한 말벌들이 주변을 감싸자, 조범근이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검이 없기에 일단 육탄전으로 승부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허공으로 빠르게 튀어 오른 조범근이 발을 날렸다.
그러나.
휘익!
킬러비는 몸을 살짝 비트는 것으로 발길질을 피해냈다.
조범근은 욕설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워낙 높이 뛰어오른지라 낙하하는 데도 오래 걸렸다.
그리고 킬러비들은 그런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기이이이이잉!
뒤쪽에서 전기톱 소리가 났다.
떨어지고 있던 조범근은 겨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킬러비가 바로 뒤까지 접근했다는 것을.
푸욱!
킬러비가 꽁무니의 바늘을 조범근의 몸뚱이에 박아넣었다.
어깻죽지에 거대 바늘이 박힌 조범근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 이건 바늘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창술사의 장창이 박힌 듯한 고통이었다.
콰당탕!
조범근의 몸뚱이가 바닥에 맥없이 널브러졌다.
다행히 자신의 애검 옆에 떨어진 그는 넘어진 채로 검을 주우려 했다.
하지만 어깻죽지에 생긴 상처 때문인지 손을 뻗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킬러비의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젠장할.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설상가상 킬러비의 맹독에 중독된 모양이었다.
삽시간에 몸이 굳어 들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시야가 천천히 흐려지고, 몸에서 힘이 점점 빠지기도 했다.
“조범근!”
“서, 선배님!”
그때였다.
우르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양지수와 윤대영이 전장에 뛰어들더니 주변의 킬러비들과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채앵! 챙! 채애앵! 챙! 챙!
양지수와 윤대영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킬러비들 역시 거대 바늘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그들을 위협했다.
‘진짜 그 훈련이 효과가 있었단 말인가······.’
조범근은 쓰러진 채 두 사람을 보았다.
양지수와 윤대영은 정말이지 잘 싸웠다.
자신은 분명 단 한 방에 나가떨어졌는데, 저들은 나름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젠장할.
그 얼토당토않은 훈련이 정말 효과가 있었단 말인가.
키잉! 킹! 킹! 키이잉!
두 사람의 검과 킬러비들의 바늘이 미친 듯이 충돌했다.
양지수와 윤대영은 쓰러진 조범근 근처에서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들은 실제로 잘 싸웠다.
스스로도 훈련의 성과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이지 잘 싸웠다.
몇몇 킬러비들을 쓰러트릴 정도로.
하지만 킬러비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수백 마리의 킬러비들이 몰려든 탓에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했다.
‘이런. 많아도 너무 많잖아.’
그 바람에 양지수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윤대영의 안색을 살폈다.
그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킬러비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떡하지?
양지수는 사방을 가득 채운 수백 마리의 킬러비들을 바라보며 공포감을 느꼈다.
수백 개의 바늘에 관통된 자신의 시체를 상상하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스각!
무언가를 말끔하게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쪽 면을 채우고 있던 킬러비 수십 마리의 몸통이 비스듬히 갈라졌다.
툭, 투툭. 툭.
순식간에 상체와 하체와 분리된 킬러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너무나도 말끔한 단면.
그리고 단면에서 뒤늦게 흘러내리는 질척한 액체들까지.
수많은 시체에서 시선을 살짝 올린 양지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사방을 감싼 킬러비들을 뚫고 도착한 사내.
이신혁의 모습을.
* * *
킬러비.
놈들은 말벌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몬스터인만큼 집단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 집단행동은 평범한 말벌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정교하다.
마치 하나의 두뇌에서 내려진 명령을 일제히 전달받는 것처럼.
그렇기에 내가 아무리 이세계를 정복한 소드마스터라 한들 수백 마리의 킬러비들을 일격에 토벌할 순 없었다.
그랬다간 게릴라 조를 만든 킬러비들이 일행들을 공격할 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양지수에게 지원 요청을 해서 수속성 마법사를 부르라고 한 것이었다.
내가 아니라 일행들의 안전을 위해.
‘멍청한 놈이 결국 또 사고를 쳤구나.’
하지만 조범근 이 돌대가리가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분명 공략법을 말했음에도 멍청하게 검강을 날려 벌집을 건드리고 만 것이었다
기이이이이잉!
벌집에서 튀어나온 수백 마리의 킬러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킬러비들은 하나의 ‘돔’을 형성했다.
반구 형태의 시커먼 돔.
킬러비들이 군집한 것으로 형성된 저 거대한 돔 안에는 가온 팀 일원들이 갇혀있었다.
양지수와 윤대영, 그리고 나대다가 쓰러진 조범근 말이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조범근 저 등신 때문에 일이 아주 피곤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저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법.
나는 바닥을 박차고 돔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스각!
가볍게 내지른 검격으로 킬러비들 수십 마리를 가로로 갈라버렸다.
그제야 양지수와 윤대영이 보였다.
“신혁 씨!”
양지수가 나를 불렀다.
죽다 살아났다는 얼굴이었다.
윤대영은 더더욱 공포감에 절어있는 표정이었고.
나는 돔 안으로 과감히 들어갔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조범근을 어깨에 들쳐멨다.
“팀장님, 일단 퇴각합시다.”
“네? 퇴각이요? 그러면 시민들은요······?”
양지수가 시민들에 대한 걱정을 했다.
시민들의 동네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역시 양지수다.
자신이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시민들 걱정이라니.
하지만 난 시민이나 동네를 버릴 생각이 아니었다.
“완전히 도망치는 게 아닙니다. 전장을 옮기자는 거죠.”
“전장을 옮긴다고요······?”
“길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따라오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들었다.
그리고 달려감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돔의 벽을 이루고 있던 킬러비 수십 마리의 시체가 우수수 쏟아졌고, 나는 그곳을 통해 돔을 탈출했다.
“윤대영, 가자!”
“네? 네! 가, 가요!”
뒤쪽에서 양지수와 윤대영이 헐레벌떡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킬러비들 또한 우리를 쫓아왔다.
우리는 킬러비들의 추격을 받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저, 저리 가. 이, 이신혁 너 따위의 도움은 필요 없어······.”
그때, 어깨에 들쳐멘 조범근이 읊조렸다.
하아.
맹독에 중독되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끝까지 이런 소릴 지껄이다니.
가슴이 정말 답답했다.
“나도 맘 같아선 그냥 여기에 던져버리고 싶어.”
“뭐······?”
내 발언에 놀란 걸까, 아니면 반말에 놀란 걸까.
그게 무엇이든 난 이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딴 놈에 대한 존중은 이제 끝났으니까.
“맹독이 청각까지 마비시켰냐? 너 같은 놈 데려가는 거 싫다고. 맘 같아선 여기에 내던지고 킬러비들의 미끼로 쓰고 싶다고.”
“······.”
“왜, 막상 버리고 간다니까 겁나? 킬러비 수백 마리한테 찔려서 벌집이 될 생각을 하니까 무섭냐?”
조범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를 빠득 문 채로 몸을 작게 떨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난 이놈을 버릴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팀장님이 보고 계신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내가 조범근을 들쳐메고 도망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이놈을 버렸다간 양지수가 조범근을 챙기려 할 테고, 그랬다간 양지수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구해줄 때 입 다물고 얌전히 있어. 한 번만 더 헛소리를 했다간 정말로 여기에 버리고 갈 테니까.”
윽박지르듯 내뱉는 말에 조범근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새끼.
너도 죽기는 싫다는 거냐.
‘그나저나 정말 개떼같이 몰려오는구나.’
나는 뒤쪽을 힐끗 살폈다.
양지수와 윤대영 뒤쪽으로 미친 듯이 따라오는 킬러비들이 보였다.
마치 기다란 먹구름 같은 킬러비 떼.
나는 저놈들을 제압할 방법을 고민하며 질주했다.
그렇게 운동장 끝까지 내달렸을 때.
나는 자그마한 컨테이너 하나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경비요원들이 사용하는 임시 사무실인 듯했다.
‘그래, 저거라면······.’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저거라면 킬러비들의 바늘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듯했다.
무한정으론 아니겠지만, 집단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10분 정도는 버텨줄 듯했다.
“팀장님, 저기입니다! 저 안으로 피합시다!”
나는 뒤따라오는 양지수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양지수가 알았다며 대답했다.
끼익!
가장 먼저 도착한 나는 철문을 열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쳐메고 있던 조범근의 몸뚱이를 내던졌다.
엉망으로 던져진 그가 신음을 내지름과 동시에 양지수와 윤대영이 달려왔다.
“빨리요!”
나는 문을 연 채로 다급히 소리쳤다.
양지수와 윤대영은 땀에 뻘뻘 젖은 채로 달려왔고, 금세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그들이 안전한 공간으로 대피했을 때.
나는 문을 닫아버렸다.
탕! 탕! 탕! 탕!
안쪽에서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지수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 있는 자물쇠로 문을 잠가버린 뒤, 철문을 등으로 막아서기까지 했다.
기이이이이잉!
시야에는 킬러비 수백 마리가 보였다.
먹잇감인 내가 멈춰서일까?
놈들 역시 허공에 멈춰선 채로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운 킬러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러웠다.
“시, 신혁 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때, 옆쪽에서 양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컨테이너에 달린 작은 창을 통해 내게 소리친 것이었다.
다행히 철창으로 막혀있어 안전했지만.
“팀장님은 거기 계십시오. 여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신혁 씨가 하다니요! 우린 팀이잖아요! 근데 왜 신혁 씨 혼자서 싸워요!”
“그러면 좋겠지만 이놈들은 안 됩니다. 강하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집단행동 때문에 힘들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말을 아꼈다.
굳이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기에.
“네? 그 이후엔 뭐요? 아니, 됐고 얼른 문 열어주세요! 윤대영은 아니더라도 저 혼자만이라도 돕게 해달라고요!”
양지수가 싸우겠다며 애원했다.
윤대영은 됐으니 자신만이라도 싸우게 해달라며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난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전투를 준비할 뿐이었다.
킬러비들과의 본격적인 전투를.
‘자, 이제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이 징그러운 말벌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