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5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51화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이 사무실에 들어오자, 양지수를 포함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 마땅찮은 기분이었지만.
“뭐야! 지금 저기 나오는 뉴스가 다 뭔데!”
배성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적잖이 화가 난 듯 얼굴이 시뻘게진 배성철.
그는 사무실 내 TV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여왕 킬러비를 도륙하는 화면 말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팀장인 양지수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그녀로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뭐, 나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론에서 앞다투어 칭찬하는 사건인데 배성철은 왜 저렇게 화가 잔뜩 난 걸까.
“무슨 말이냐고? 양지수, 너 팀장 맞아? 어?”
“공격대장님, 혼을 내더라도 이유를 말씀해주신 후에 혼을 내주십시오.”
“하아, 답답하네. 야! 오늘 킬러비의 둥지 그거 변종 게이트였다며! 근데 왜 말을 안 해! 왜 지원 요청 안 했냐고!”
“지원 요청이요······?”
“그래! 킬러비인지 지랄인지가 브론즈 공격대 수준이 아니었다며! 킬러비들 존나게 세고, 여왕인가 뭔가 하는 년은 더 셌다며! 너희들로는 감당 안 됐던 거라며! 근데 왜 지원 요청 안 했냐고! 저번처럼 애들 다 죽여서 나 욕먹게 하고 싶었어? 어?”
나는 그제야 배성철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변종 게이트.
즉 난이도가 낮은 줄 알았는데 높은 것으로 밝혀진 게이트에 나가놓고 왜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양지수가 입을 열었다.
“아 원래는 지원 요청을 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여러 문제가 생겨서 그만······.”
“문제? 무슨 문제! 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전화 한 통 하기가 어려웠다는 건데!”
“일단 맨 처음 특이한 몬스터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바로 지원 요청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하지 못했습니다.”
“불의의 사고? 그게 뭔데!”
“킬러비의 둥지를 쉽게 공략할 방법이 있었으나 실수로 둥지를 건드리는 바람에 미처 지원 요청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뭐? 쉽게 공략할 방법이 있었는데 둥지를 건드렸다고? 씹! 뭐야! 뭔데! 대체 어떤 멍청한 새끼가 그딴 미친 짓거리를 한 건데!”
배성철이 소리쳤다.
그는 양지수의 얼굴은 물론, 사무실에 있는 윤대영과 나의 얼굴까지 훑으며 범인을 찾아내려 하는 모양이었다.
조범근은 헌터 병원에 입원해서 저 따가운 시선을 받지 못했지만.
“······제가 했습니다.”
그때, 양지수가 말했다.
나와 윤대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건 그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배성철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뭐? 양 팀장 네가 그랬다고?”
“네. 제가 실수로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킬러비들이 쏟아져나온 거고요.”
“하, 이런 미친! 야! 너 길드 짬밥이 몇 년인데 그딴 실수를 해! 네가 그러고도 팀장이야? 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너 때문에 안 그래도 없는 길드원들 다 뒈질 뻔했는데 죄송하면 다냐고!”
배성철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는 침을 팍팍 튀기며 양지수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설마 조범근을 감싸기 위해서 그런 건가.’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건 조범근이었다.
반면에 양지수는 내 말에 따라 얌전히 지원 요청을 하려고 했었다.
그럼에도 양지수가 저런 거짓말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팀원인 조범근을 감싸기 위한 것이었다.
“아니, 저기······.”
그 사실을 아는 윤대영이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팔목을 붙잡아 막았다.
왜 잡냐는 눈빛으로 보는 윤대영에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팀원을 보호하겠다는 양지수의 뜻을 지켜주자는 의미였다.
“······.”
내 뜻을 알아차린 걸까.
배성철의 의견에 반박하려던 윤대영은 결국 몸에 힘을 풀었다.
팀장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내 뜻에 따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배성철의 고성은 계속되었다.
“대체 뭔 생각으로 그딴 짓을 한 건데! 저번처럼 팀원들 싹 다 죽여서 나 엿 먹이려고?”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일부러 멍청한 짓거리 해서 나한테 똥 뿌리려고 한 거 맞잖아! 이번에는 완전히 내 옷 벗기려고!”
“그런 의도는 아니······.”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려고 들어! 팀원들을 죽이려 든 미친년이!”
배성철이 급기야 손까지 들어 올렸다.
마치 따귀라도 치려는 듯한 손짓에 나와 윤대영은 참지 못하고 튀어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거기까지만 하지.”
사무실 입구 쪽에서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행동을 제어 받아 화가 난 듯한 배성철이 곧장 등을 돌렸다.
“어떤 미친 새끼가 감히 공격대장님 말씀하시는데 끼어들······!”
배성철이 말끝을 흐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몸을 바들바들 떨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벌벌 떠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 길드장님······.”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
그가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권대호가 여긴 왜 온 거지?’
나 역시도 조금은 놀랐다.
길드장 권대호.
대한민국 랭킹 2위의 강자.
그가 글로리 길드 최하급 공격대 중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 기, 기, 기, 길드장님······!”
배성철이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그 역시 권대호가 이곳에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권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뒤에 서 있던 부길드장과 기타 임원들 또한 비슷한 표정이었다.
“자네는 왜 그렇게 말을 더듬나?”
“예? 아, 그, 그,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닌가. 지금도 벌벌 떨고 있구만. 왜, 무슨 죄라도 지었나?”
권대호의 물음에 배성철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권대호가 말했다.
“그나저나 복도에서부터 자네 목소리가 들리던데, 양지수 팀장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예? 아, 그게······.”
“눈 굴리지 말고 말해보게. 가온 팀과 양지수 팀장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그래서 꾸짖는 거야?”
“아, 그러니까······.”
배성철은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이 소리를 지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킬러비의 둥지라는 변종 게이트를 섣불리 건드려 일을 크게 만들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지원 요청도 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팀원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뻔한 일에 대해 혼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흐음, 그런가?”
“예, 길드장님. 일전에 브론즈 공격대가 텅 빈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한 나머지 정당한 훈계를 했습니다······.”
배성철이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으며, 그저 순수한 의도로 훈계했음을 어필했다.
그러나.
“난 자네의 의견에 별로 공감이 안 되는군.”
권대호는 탐탁지 않은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자 안도하던 배성철이 몸을 흠칫 떨었다.
“예······?”
“물론 양지수 팀장이 다소 위험한 일을 했던 건 맞아. 변종 게이트라는 것을 파악하고도 길드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다니. 그건 좀 경솔했지.”
“······.”
“하지만 나는 그들의 잘못보다는 그들이 이룬 업적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보네.”
“어, 업적 말입니까?”
“그래. 자네도 뉴스를 봐서 알겠지만 킬러비의 둥지는 골드 공격대 정도가 나서야 겨우 토벌이 가능했네. 그런 위험한 게이트를 브론즈 공격대의 팀이 정리했는데 뭘 그렇게 심하게 혼내고 그러나?”
권대호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하, 하지만 길드장님.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지, 만약 해결되지 않았다면 소중한 길드원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저는 그 점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을······.”
“일어나지 않은 일을 왜 생각하나? 결국 가온 팀은 킬러비의 둥지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복귀했잖은가. 그럼 앞으론 즉각 지원 요청을 하라고 적당히 훈계하고 공을 치하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
“언론에서도 잘했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상황에서 자네는 왜 그렇게 욕만 하지? 혹시 양지수 팀장이나 가온 팀에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악감정이라니요!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관리하는 공격대의 팀에 악감정을 품다니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배성철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어이가 없었다.
배성철이 가온 팀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뭐 그건 알았고.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는데······.”
권대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방향에는 양지수가 서 있었다.
“양지수 팀장.”
“네, 길드장님.”
“내가 알기로 자네는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그 능력을 인정받아 다소 부족한 전투력으로도 팀장 자리에 오른 거고.”
권대호가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자네가 변종 게이트인 것을 파악하고도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렸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날카로우면서도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양지수는 냉정한 판단력을 가졌다.
그런 그녀가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렸다고?
양지수를 조금만 안다면 그런 말은 절대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권대호 역시 그 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었고.
“그, 그게······.”
양지수가 입술을 달싹였다.
배성철에게는 거짓말을 했지만, 길드장인 권대호 앞에선 그러기 힘든 모양이었다.
“뭐지? 뭔가 숨겨진 사실이라도 있는 건가?”
권대호가 망설이는 양지수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권대호의 기에 짓눌렸을지언정 팀원을 고발하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길드장님.”
그때, 내가 나섰다.
그러자 권대호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흐음, 신혁 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권대호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에 말을 이었다.
“네. 팀장님을 대신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양 팀장을 대신해서? 뭐지?”
“사건의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맨 처음 임무 위치에 도착했을 때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건······.”
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팀장님이 아니라 팀원 조범근입니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권대호는 미간을 좁힌 채 내게 말했다.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게 양 팀장이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브론즈 공격대장은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게 양 팀장이라고 말한 거지? 양 팀장은 왜 공격대장에게 그렇게 보고한 거고?”
권대호가 양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답한 것은 나였다.
“그건 팀장님이 조범근이라는 팀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겁니다.”
“팀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네. 팀장님은 팀원을 보호하기 위해 누명을 쓰기로 결정한 겁니다.”
“시, 신혁 씨!”
내내 입술을 달싹이던 양지수가 그만하라는 듯이 소리쳤다.
“팀장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팀원을 지키려는 양지수의 뜻에 따르려 했다.
하지만 일이 길드장 선에 올라갈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진실을 계속 숨길 순 없었다.
만약 계속해서 거짓 누명을 썼다간 양지수가 큰 징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권대호가 말했다.
“흐음,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언론에는 킬러비 사냥 장면만 조명되어서 그렇지, 그 전의 CCTV 영상을 확인해보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권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배성철이 양지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양 팀장! 그게 정말이야? 정말 양 팀장이 둥지를 건드린 게 아니라 조범근이가 한 거였어?”
“······네.”
“왜 거짓말했어! 왜 거짓말을 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너 때문에 길드장님이 오해하셨잖아! 나도 속았고!”
배성철이 소리쳤다.
하지만 배성철도 잘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걸 말한다면 배성철 저놈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