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5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53화
병실에서 나오자 양지수와 윤대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온 모습을 보자 양지수가 먼저 다가와 물었다.
“신혁 씨,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 꽤 오랫동안 안 나오시던데.”
“별 얘기 안 했습니다. 그냥 몸조리 잘하라고 했습니다.”
“정말이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물어보시고요.”
“물어보긴 싫은데 그 말은 못 믿겠네요. 신혁 씨가 조범근한테 그리 호감이 있는 편은 아닌 것 같아서.”
“정확히 보셨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에. 저도 비슷한 마음이거든요. 아무튼 이만 돌아가죠.”
“아, 그전에 잠깐 어디 좀 들렀다 가도 되겠습니까?”
“어디요?”
나는 시선을 돌려 윤대영을 바라보았다.
“허기도 지는데 간만에 곱창에 소주 한잔 어떨까 싶어서 말입니다.”
“헉, 진짜요?!”
내 말에 윤대영이 펄쩍 뛰면서 말했다.
그러자 양지수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야. 들렀다 간다는 게 고작 곱창집이었어요?”
“네. 대영 씨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한 번은 가드려야죠. 안 그렇습니까, 대영 씨?”
“네! 맞아요! 제가 회식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윤대영이 만세를 부르며 말했다.
양지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어서 가시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병원 복도를 걸었다.
양지수와 윤대영 또한 가벼운 표정으로 나를 따랐고.
그때였다.
“앗! 이신혁이다!”
“이신혁 헌터님! 성천 일보에서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신혁 헌터님! 이번 킬러비의 둥지 게이트 토벌에 대해 인터뷰 가능하겠습니까?”
“어이, 이봐! 순서 지켜! 우리가 먼저 왔다고!”
“취재에 순서가 어딨어? 이신혁 헌터님!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별안간 우르르 달려온 사람들이 우리 앞을 채웠다.
A 일보, B 일보, C 일보 등.
그들은 전부 언론사의 기자들이었고, 아무래도 킬러비의 둥지 토벌 건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달려온 듯했다.
“자, 잠깐만요! 여러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잠시만요! 여러분, 여긴 병원입니다! 소란스럽게 하면 의료진과 환자분들께 피해가 갈 수 있어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친 양지수와 윤대영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날 지키기 위해 기꺼이 벽이 되어준 동료들, 그리고 그들을 뚫으려는 기자들의 모습은 톱스타의 기자회견을 방불케 했다.
그 피곤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대영 씨, 오늘도 곱창 먹기는 그른 것 같네요.’
* * *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길드가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거기에서도 계급이 나뉜다.
소형, 중형, 대형, 그리고 초대형 길드까지.
이것을 가르는 기준은 길드원의 숫자나 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대적인 가치는, 길드장의 전투력이었다.
쉽게 말해 은메달과 동메달이 아무리 많다 한들, 금메달 하나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최상위 랭킹의 길드에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
테라 길드.
그리고 그곳의 수장인 랭킹 1위 헌터 강태하.
검은 늑대를 인간으로 만들어놓은 듯 흑발과 흑안, 그리고 전신에 두른 옷까지 흑색인 그는 길드장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사실 강태하는 TV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재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고, 대부분이 혐오만 가득한 쓰레기 영상들뿐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TV에서 나오는 뉴스 속보.
그것은 테라 길드장 강태하의 관심을 모조리 뺏어갔다.
-한편, 이번 게이트에서 특별한 활약을 한 헌터가 있어서 화제인데요, 그는 글로리 길드 소속의 ‘이신혁’이라는 헌터로, 몇 달 전에 시행된 헌터 자격시험에서 사상 최초로 평균 100점을…….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기자는 말했다.
‘킬러비의 둥지’라는 이름의 변종 게이트가 발생했고, 그 게이트를 글로리 길드의 헌터들이 제압했다고.
그리고 특히나 ‘이신혁’이라는 이름의 헌터가 큰 활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TV에서는 이신혁이 하늘로 도약해 여왕 킬러비라는 거대 괴수를 일격에 도륙하는 영상을 반복해 송출했고.
“이신혁…….”
강태하는 이신혁의 이름을 입 안에서 가볍게 굴렸다.
이신혁.
그는 강태하가 예전부터 관심을 가진 헌터였다.
몇 달 전, 헌터 자격시험에서 평균 100점을 받았을 때부터 말이다.
그렇기에 이신혁의 집 근처까지 직접 찾아가 영입을 제안했던 거고.
물론 이신혁의 건방진 태도와 함께 대차게 거절당했지만, 강태하는 확신했었다.
이신혁은 앞으로 헌터 자격시험 만점보다 더 대단한 업적들을 잔뜩 이룩할 거라고.
“역시 신나게 날뛰고 있구나.”
강태하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웬만한 헌터들은 대면하지도 못할 거대 괴수 여왕 킬러비.
놈을 단숨에 썰어버리는 이신혁의 모습은, 강태하의 안목이 정확했음을 말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운 녀석이란 말이지.”
강태하는 TV 속 이신혁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만약 저 녀석이 테라 길드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저놈만 있었다면 대한민국 랭킹 1위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강태하는 너무나 큰 아쉬움을 느꼈다.
“뭐, 이 또한 운명이겠지.”
하지만 과거를 잘 돌아보지 않는 성격인 그는 금세 털어버렸다.
후회는 사치다.
후회의 감정은 발전에 방해된다.
그러니 앞만 생각하면 된다.
그나저나 글로리 길드의 이신혁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금세 나왔다.
“글로리 길드장 그 노친네, 슬슬 옷 벗을 준비해야겠는데.”
강태하는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꽤 오랫동안 한국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권대호.
그는 아마 이신혁에 의해 글로리 길드장의 권좌를 빼앗길 것이다.
“아니, 노친네를 걱정할 때가 아닌가.”
강태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길드의 순위는 길드장의 전투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만약 이신혁이 글로리 길드장이 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랭킹 1위인 강태하 자신의 자리는 그대로일까?
알 수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랭킹 1위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강태하로서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뭐가 됐든 좋으니 어서 올라와라. 네가 올라올 때까지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테니까.”
강태하는 기대했다.
이신혁이 언젠가 랭킹 1위의 자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순간을.
* * *
맨 처음 헌터에 관심이 생겼을 때.
나는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라는 양지수에게 3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내게 ‘거부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임무에 대한 거부권.
그것은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게이트에 대해 거부하고 싶어서 요구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 딸 하율이와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어서 내건 조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하율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에 왔다.
게이트 토벌보다 중요한 건 가족과의 시간이니까.
“우와! 아빠, 저거 봐! 가오리야! 짱 큰 가오리!”
내 품에 안긴 하율이가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쳤다.
나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실제로 해저 터널 위쪽에서 거대 가오리가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었다.
“우와! 저긴 상어두 있어! 아빠, 상어야! 상어! 완전 커!”
하율이가 이번엔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백상아리가 위협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헤엄치고 있었다.
“하율아, 아쿠아리움 오니까 좋아?”
“웅! 완전 조아! 맨날 책에서만 보던 물꼬기들을 실제로 보니까 너무너무 조아!”
“하하, 그래? 하율이가 좋아하니까 아빠도 좋네.”
“고마워, 아빠! 이런 데 데려와 줘서! 사랑해!”
하율이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내 뺨에 입술을 쪽쪽쪽 맞추었다.
애정 가득한 뽀뽀를 받으니 가슴이 콩닥콩닥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율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온갖 물고기들을 감상했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의 매력에 홀딱 빠진 건 하율이만이 아니었다.
“하나 씨.”
“네, 네?”
아쿠아리움을 둘러보던 조하나가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세요. 그렇게 신기하십니까?”
“아, 네. 처음에는 하율이한테 물고기 구경시켜 주려고 온 건데, 저도 정신이 완전 팔렸네요.”
“하하, 그렇습니까?”
“네. 아무래도 엄청 오랜만에 와서 그런 것 같아요. 한 20년 만인가? 초등학교 때나 와보고 처음 오네요.”
“뭐, 다들 그렇죠. 먹고살기 바쁘니까.”
“네. 아, 그나저나 정말 예쁘네요. 무슨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조하나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아쿠아리움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하율이를 안은 채로 주변을 살폈다.
내가 있는 곳의 테마는 360도 수족관.
이곳은 마치 원기둥과 같은 형태의 수족관으로, 중심에 선 관객들이 360도로 물고기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네요. 정말 예쁘네요…….”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동의했다.
몽환적인 푸른빛이 감도는 수족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해수어들.
물결을 따라 살랑거리는 해초.
돌멩이 하나마저도 예쁜 수족관 풍경까지.
이곳 아쿠아리움은 조하나의 말처럼 정말 동화 속 세상 같았다.
그렇게 나와 하율이, 그리고 조하나는 조용히 거닐며 아쿠아리움을 구경했다.
“앗! 아빠, 저기! 저기 봐봐!”
그때, 하율이가 손가락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또 뭔가 신기한 게 있나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을.
“인어야! 아빠, 인어공주야!”
하율이가 정답을 말했다.
내가 아름다움을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인어’ 때문이었다.
하율이가 얼른 가보자고 재촉했고, 나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우와…….”
바글바글한 인파 사이에 낀 우리는 인어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알록달록한 해수어, 거북이, 그리고 푸른 바다 안에는 정말 인어가 있었다.
물론 저건 진짜 인어가 아니라 머메이드쇼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반신에 지느러미를 단 채로 부드럽게 헤엄치는 모습은 정말로 환상 속의 인어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인어는 잔뜩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지느러미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아름답게 헤엄치거나.
수족관 안을 보는 관객들에게 윙크나 뽀뽀를 해준다거나.
물거품을 이용하여 하트 모양을 그려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퍼포먼스.
우리를 포함한 관객들은 계속해서 감탄을 내뱉었다.
“어휴, 저분도 참 힘드시겠어요. 그쵸?”
머메이드쇼를 보던 조하나가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숨을 참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러니까요. 저는 목욕탕 가서 1분 동안 잠수하는 것도 힘들던데 저분은 저렇게 퍼포먼스까지 하시고 정말 대단하시네요.”
“월급 많이 받으셔야겠는데요.”
“인정이요.”
조하나가 농담 섞인 말을 던지며 큭큭거렸다.
저렇게 아름다운 쇼를 보고도 직장인의 애환과 월급에 대해 얘기하다니.
역시 나와 조하나는 때가 탈 대로 탄 어른이었다.
“아빠…….”
그때, 내 어깨 위에 목마를 탄 채로 머메이드쇼를 바라보던 하율이가 말했다.
“응? 하율아, 왜?”
“인어공주가 진짜 있는 거였어?”
“응?”
“동화책이랑 영화에서 보던 인어공주가 징짜루 있었던 거냐구…….”
수족관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는 말에 나와 조하나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른인 우리와 달리, 하율이는 저 인어가 환상 속에 존재하는 그 인어공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귀여웠다.
너무 귀여워서 볼을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콕콕.
조하나가 내 팔을 몰래 찌르더니 윙크를 했다.
난 그녀의 의도를 곧장 알아차렸다.
하율이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라는 뜻이었다.
“응. 하율아, 몰랐어? 인어공주 실존하는 거였잖아.”
“징짜루……?”
“왜? 인어공주가 없는 줄 알았어?”
“우웅. 하율이는 그냥 동화랑 영화 속에만 있는 줄 알았지이…….”
“아니야, 하율아. 인어공주는 실제로 있는 거야. 하율이가 직접 보고 있잖아.”
“그랬구나. 징짜 짱이다아…….”
하율이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 귀여워.
내 딸이지만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이따가 집에 가서 뽀뽀 백 번 해줘야지.’
나는 집에 가서 하율이에게 애정 표현을 잔뜩 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때였다.
“어? 저게 뭐지……?”
하율이의 귀여움에 잔뜩 취해 있는데, 관객 중 하나가 기묘한 소리를 냈다.
심상치 않은 목소리.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리고 곧장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인어의 뒤쪽에 있는 물속.
거기에서 게이트가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