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5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56화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습격한다는 건 정말이지 두려운 일이다.
흉측한 괴물들이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산 채로 씹어 먹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니까.
그러나 그러한 세상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이른바 ‘헌터 덕후들’.
거대 괴수들과 용맹하게 싸우는 헌터들을 동경하고, 또 그 동경이 지나쳐 팬질까지 하는 이들을 헌터 덕후들이라 불렀다.
28세 오동구.
그 역시도 헌터 덕후 중 하나였다.
좋아하는 헌터들의 TV 인터뷰를 빠지지 않고 보고, 굿즈를 모으며, 팬 사인회까지 참석하는 그는 열혈 헌터 덕후 중 하나였다.
그러나 헌터 덕후인 그는 지금껏 헌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게이트가 열리면 곧장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령이 내려지며, 그에 응하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오동구는 늘 갈망해왔다.
헌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라이브로 직관하는 순간을.
그리고 마침내 오늘.
오동구는 그토록 열망하던 직관의 기회를 손에 넣었다.
“이, 이신혁. 저건 분명 글로리 길드의 이신혁이야…….”
아쿠아리움 수족관 앞에 선 오동구가 놀란 표정으로 읊조렸다.
저기 저 물속에서 상어 인간 샤크맨 20마리 사이에 둘러싸인 남자는 분명 이신혁이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사상 최초로 평균 100점을 받은 남자이자, 100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글로리 길드에 당당히 입성한 남자 말이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헌터가 싸우는 순간을 보다니.
심지어 초신성이라 불리는 유망주 이신혁이 수중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다니.
항상 헌터의 전투 장면을 라이브로 직관하고 싶었던 오동구에게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은 정말이지 꿈만 같았다.
쐐애애애액!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샤크맨 한 마리가 이신혁을 향해 돌진했다.
마치 어뢰처럼 빠른 속도.
오동구는 이신혁이 과연 저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 순간.
“……!”
오동구의 눈이 커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에게 달려들었던 샤크맨이 순식간에 둘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시뻘건 핏물을 대량으로 흩뿌리며 수면 위로 둥둥 떠 오르는 샤크맨의 시체.
오동구는 육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이신혁의 속도에 경악했다.
쐐애애액!
동료를 잃어서일까?
이신혁을 둘러싼 채 지켜보기만 하던 샤크맨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쐐애액! 쐐액! 쐐애애액!
잠수함 수십 대가 어뢰를 쏘는 듯한 광경.
몸을 일직선으로 편 샤크맨들이 이신혁을 향해 돌진했다.
마치 물속에서 미사일을 쏘는 듯한 모습에 오동구는 눈을 깜빡일 시간조차 없었다.
그리고 조금은 걱정되었다.
물속의 이신혁이 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괜한 걱정이었다.
“…….”
물속의 이신혁은 정신을 집중했다.
샤크맨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일반인은커녕 웬만한 각성자들도 포착하지 못할 속도로.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이놈들은 이세계에서도 여러 번 상대해 봤으니까.
아니, 이세계에선 이보다 훨씬 더 빠른 놈들도 숱하게 상대해 봤으니까.
스각!
그러한 마음으로 이신혁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첫 번째로 다가온 놈이 반으로 갈라졌다.
놈은 대량의 핏물을 쏟아내더니 아까 죽었던 놈을 따라 수면 위로 둥둥 떠 올랐다.
샤크맨의 등뼈로 만든 검은 투박할지언정 효과는 확실했다.
쐐애애액!
두 번째 놈이 근소한 차이를 두고 날아왔다.
이신혁은 놈의 궤적을 정확히 보고 검을 휘둘렀다.
스각!
물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김과 동시에 샤크맨의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또 한 놈이 곧장 날아왔다.
이신혁은 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스각!
직선의 물보라와 함께 샤크맨의 몸통이 내장을 와르르 쏟아냈다.
수족관 물이 빨간색 물감을 탄 듯 물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다음 샤크맨들이 줄지어 날아왔으니까.
스각! 스각! 스각!
이신혁은 놈들을 차근차근 죽여나갔다.
거의 동시에 다가온다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이신혁은 놈들의 순서를 정확히 포착해 차근차근 공략했다.
그 결과, 샤크맨들이 뭉텅뭉텅 토막 나며 수면 위로 줄지어 올라갔다.
“……!”
그것을 수족관 밖에서 보고 있던 오동구는 경악했다.
저렇게 빠른 놈들을 조금의 피해도 없이 잡아내다니.
그것도 물속에서 저렇게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니.
정말이지 경이로운 무력이었다.
“이, 이게 헌터…….”
오동구는 입을 쩌억 벌린 채 이신혁의 전투를 감상했다.
영상으로만 접하던 헌터의 전투는 실로 대단했다.
이건 영화 속 히어로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전투였다.
“아니야. 헌터라서가 아니라 이신혁이라서 가능한 일인가…….”
오동구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모든 헌터가 저런 전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샤크맨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껏 수많은 전투 영상을 봐온 결과, 오동구는 샤크맨의 속도가 다른 몬스터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대충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른 놈들이 20마리나 달려드는데 모조리 잡아내고 있다니.
그것도 물속에서.
이건 그저 헌터라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이건 초신성 이신혁이라서 가능한 경지임이 분명했다.
웅성웅성.
그것을 느낀 걸까?
오동구와 마찬가지로 대피하지 않은 관객들 또한 이신혁의 전투를 바라보며 감탄의 말을 쏟아냈다.
“와, 미친. 아까 대피하라고 소리 지르던 그 사람이 진짜 헌터였어?”
“그러게. 곱상하게 생겨서 몰랐는데 진짜 헌터였나 보네.”
“와, 그나저나 진짜 잘 싸운다. 헌터는 원래 저런 건가?”
“진짜 대단하다. 물속에서 저렇게 잘 싸우다니. 억대 연봉 받을 만하네. 인정이다, 인정…….”
사람들이 이신혁의 전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 충격을 받은 얼굴들.
그들을 보며 오동구는 말하고 싶었다.
저건 헌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이신혁이라서 가능한 경지라고.
웬만한 헌터 놈들은 샤크맨 한 마리도 못 잡고 죽을 거라고.
‘그랬다간 찐특이라는 말을 듣겠지.’
하지만 오동구는 괜히 끼어들었다가 찐따가 나댄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튼, 오동구는 다시 수족관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샤크맨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고작 30초나 지났을까?
이토록 짧은 시간에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처단하다니.
역시 이신혁이다 싶었다.
그렇게 이신혁이 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또 휘둘렀을 때.
샤크맨 한 마리가 남았다.
“크르르르…….”
내내 돌진하던 놈들과 달리, 마지막 샤크맨은 그저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물속의 이신혁은 자신을 바라보며 이를 가는 샤크맨에게 검지를 내밀어 까딱였다.
들어오라는 소리였다.
휘익!
하지만 마지막 샤크맨은 등을 돌렸다.
그러더니 이신혁과 반대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미사일처럼 빠르게 헤엄치는 샤크맨.
놈은 이신혁과 대적하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지능이 낮은 몬스터일지라도 자신의 동족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보고도 깨닫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샤크맨은 결심했다.
저딴 놈에게 대적하느니, 이 수족관 벽을 부수고 탈출하겠다고.
쐐애애애애액!
탄환처럼 내달린 샤크맨이 금세 반대편 수족관 벽 근처에 도달했다.
샤크맨은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대로 처박아 수족관 벽을 부수고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쐐애애애액!
벽에 머리를 박으려던 순간, 무언가가 뒤쪽에서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샤크맨은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푸욱!
무언가가 엉덩이에 깊이 박히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샤크맨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0.1초 후, 강제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에 처박힌 날카로운 물건.
그것이 샤크맨의 입을 통해 쑤욱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크, 르륵…….”
샤크맨의 의식이 흐려졌다.
놈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엉덩이부터 시작해 아가리까지 관통한 물건.
그것은 다름 아닌 아까 그 인간이 들고 있던 등뼈 검이라는 것을.
뽀그르르…….
피를 내뿜은 샤크맨의 몸이 축 처지더니 거꾸로 뒤집혀 수면 위로 천천히 떠 올랐다.
그렇게 수면 위에는 샤크맨의 시체 20구가 둥둥 떠올랐다.
고작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푸하!”
샤크맨들을 해치운 나는 비로소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뭍으로 천천히 헤엄쳐 가면서 나는 주변을 살폈다.
몽환적으로 푸르던 물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수면에는 샤크맨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녔다.
“간당간당했네. 역시 수중전은 쉽지 않구만.”
샤크맨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평범한 헌터들에겐 어려운 상대였겠지만 내게는 그리 버거운 적들이 아니었다.
약간의 동체 시력과 마력을 통한 기감 정도면 어렵지 않게 극복이 가능했으니까.
다만 문제는 수중전이라는 점이었다.
초인인 내게도 호흡량은 한정되어 있고, 물속에서 숨을 참아가며 하는 전투는 참 어려웠으니까.
‘샤크맨들이 달려들어 줘서 다행이야.’
만약 샤크맨 20마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수족관 벽을 부수려 했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낳았을 테니까.
그러나 살육에 미친 샤크맨들은 고맙게도 내게 달려들어 주었고, 나는 다행히 수족관 벽을 터뜨리지 않고도 적들을 섬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샤크맨들의 멍청함에 감사한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이제 뭍으로 올라가려는데, 저쪽의 직원용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저, 저깁니다! 저기에 몬스터가 나타났답니다!”
선두로 달려온 것은 아까 내가 보았던 아쿠아리움의 남직원이었다.
곧이어 달려온 수십 명의 사람들은 녹색의 유니폼을 맞춰 입고 있었다.
아마 신고를 받고 달려온 길드의 헌터들일 것이다.
“그리고 아까 어떤 분이 싸우러 가신다면서 물속으로 혼자…… 에엥?”
상황을 설명하던 남직원이 나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나는 물속에서 나와 귀에 들어간 물을 탁탁 털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남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아, 아니. 어, 어떻게 살아계신 겁니까?”
“무슨 말이죠? 제가 죽었어야 했단 말입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물속의 몬스터와 어떻게……. 히익! 저, 저게 다 뭐야!”
남직원이 뒤늦게 수면 위를 바라보며 기겁했다.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샤크맨들의 시체를 보고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아 입술을 달싹이는 남직원.
그를 대신해 헌터들의 팀장 격인 듯한 인물이 다가와 말했다.
“저, 실례지만 혹시 저 몬스터들을 혼자 다 잡으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저 상어처럼 생긴 놈들을 혼자 다 잡으셨다고요? 그것도 물속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팀장 사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뒤쪽의 팀원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시, 실례지만 어느 길드 소속이시죠?”
“제 신상을 물어보시려거든 먼저 본인의 정보부터 밝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홍연 길드의 최창규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어느 길드 소속이신지…….”
“글로리 길드 소속의 이신혁입니다.”
“예?!”
내 정보를 밝힌 순간, 최창규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신혁 씨요? 이번에 그 여왕 킬러비를 잡아 TV에 나온 이신혁 씨 말입니까?”
최창규는 글로리 길드에 놀라는 게 아니라 이신혁이라는 이름에 경악했다.
랭킹 2위 길드보다 내 이름에 더 관심이 간단 말인가.
뭐, 기분이 나쁘진 않네.
“그 이신혁이 맞긴 합니다만 길 좀 비켜주시죠. 보시다시피 제 꼴이 말이 아니라서.”
나는 물에 흠뻑 젖은 몸뚱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최창규가 곧바로 비켜서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어서 가시죠…….”
최창규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이 데려온 헌터들에게 길을 트라고 소리쳤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좌우로 도열한 헌터들.
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수족관을 벗어났다.
샤크맨들은 성공적으로 잡았다.
그러니 이제 내 딸 하율이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