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5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58화
“허억, 허억…….”
양지수와 윤대영이 연무장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헐떡거렸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의 가슴팍.
그들은 전신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오늘의 혹독한 훈련 때문이었다.
“자, 이만 일어나시죠. 다음 훈련 들어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널브러진 그들에게 말했다.
어서 일어나 다음 훈련에 들어가자고.
그러자 양지수가 벌떡 일어났다.
역시 양지수.
아무리 힘들어도 훈련하자는 말 한마디에 곧장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윤대영 쪽은.
“어휴, 신혁 씨. 5분만. 진짜 딱 5분만요…….”
여전히 연무장 바닥에 껌딱지처럼 들러붙은 채 내게 5분을 외치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 훈련은 너무나 혹독하며, 윤대영처럼 평범한 재능을 가진 헌터에겐 감당하기 너무나 어려운 것이니까.
다시 말해, 널브러져 있는 윤대영이 정상인 거고 벌떡 일어나는 양지수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안 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
하지만 나는 윤대영에게 가차 없었다.
윤대영이 평범한 재능을 가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둘 순 없었다.
평범한 재능을 가졌다면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잉, 제발요오.”
“지금 애교 부리시는 겁니까? 천 바퀴 더 뛰실래요?”
“아, 신혁 씨가 너무 안 봐주시니까 그렇죠. 아니, 5분도 못 쉽니까?”
“네. 못 쉽니다. 원래 훈련 사이의 휴식은 최소화해야 훈련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겁니다. 대영 씨는 지금까지 한 훈련이 전부 헛수고로 돌아가도 괜찮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아니면 빨리 일어나십시오. 저 얼마 안 있으면 하율이 하원하는 거 마중 나가야 합니다.”
“흐윽, 알았어요…….”
윤대영은 무슨 좀비라도 된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일어났다.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고 있는 양지수.
그리고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윤대영.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음 훈련을 지시하려 했다.
“염병할. 대낮부터 뭔 뻘짓거리들이야?”
그때, 뒤쪽에서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
우리 가온 팀 모두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두에 서 있는 것은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 그리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공격대장님, 어쩐 일로…….”
양지수가 연무장에서 내려가 배성철에게 다가갔다.
윤대영 역시 그녀를 따랐고, 나 역시 천천히 걸어갔다.
배성철이 말했다.
“양 팀장,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죄송합니다. 훈련 중이라 잠깐 꺼둔다는 게 그만…….”
“하, 이거 진짜 답답하구만. 팀장이란 년의 정신상태가 이렇게 해이해서야.”
배성철이 혀를 끌끌 찼다.
나는 몇 가닥 남지 않은 배성철의 머리카락을 뜯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겨우 참아내긴 했지만.
“됐고, 애들 받아.”
“애들이요?”
“기억 안 나? 길드장님이 가온 팀에 인력 충원 확실히 해주신댔잖아. 얘네들이니까 받으라고. 아무튼 난 간다!”
배성철은 그렇게 말하더니 인파를 헤치고 연무장을 떠났다.
그렇게 우리와 새로운 팀원들이 어색한 대치를 이루었다.
만약 새로운 팀원이 한두 명이었다면 어떻게든 적당히 인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입 팀원의 숫자가 무려 30명에 육박하기에 팀장인 양지수조차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던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의 수다쟁이 윤대영이었다.
“키야! 반갑습니다, 여러분! 아휴, 똘망똘망하게들 생겼네. 사냥 정말 잘하시겠어!”
지금껏 피죽도 못 먹은 노인처럼 벌벌 떨고 있던 윤대영이 신입 팀원들 앞으로 나섰다.
싱글벙글한 그의 얼굴.
아무래도 수다의 대상이 잔뜩 늘어서 기쁜 모양이었다.
“자자, 반갑습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온 팀의 에이스! 약방의 감초! 그리고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는 윤대영입니다!”
윤대영의 발칙한 자기소개에 신입 팀원들이 데면데면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대영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음, 일단 내가 선배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자, 그럼 그쪽들도 나한테 선배라고 편하게 부르시고.”
윤대영은 웃는 낯으로 이런저런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그건 가온 팀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지만, 그저 실없는 농담이나,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기도 했다.
나와 양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후배라 한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주절주절 떠들 수 있다니.
정말 넉살이 좋은 건지, 아니면 관종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 이제 간단한 얘기는 마쳤고. 으음, 질문 있는 사람?”
한 10분을 논스톱으로 떠든 윤대영이 신입 팀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20대 초반 여성 헌터 하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
“선배님, 혹시 말씀은 다 끝나신 건가요?”
“응. 그렇긴 한데 왜? 혹시 화장실 가고 싶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말씀 다 끝나셨으면 저희 하고 싶은 거 해도 되나 싶어서요.”
“하고 싶은 거? 뭐, 알겠어. 맘대로 해.”
윤대영이 흔쾌히 그러라고 말했다.
그때였다.
그 여성 헌터를 시작으로, 신입 팀원들이 우르르 걸어왔다.
내가 있는 쪽으로 말이다.
“선배님, 진짜 뵙고 싶었어요!”
“이신혁 선배님! 진짜 존경합니다!”
“TV에서 여왕 킬러비 사냥하신 거 잘 봤어요. 선배는 제 롤모델이세요!”
“전 테라 길드에서도 영입 제안 왔는데 선배님 때문에 글로리 길드에 들어왔습니다!”
“선배님, 혹시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선배님 사인 간직하고 다니면 저도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내 앞에 우르르 몰려든 신입 팀원들이 나를 향해 말을 쏟아냈다.
일일이 대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칭찬들이 쏟아지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젊고 팔팔한 신입 팀원들이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건 정말이지 기분이 좋은 일이었으니까.
“고맙습니다, 신입 팀원 여러분들. 여러분들도 열심히 하시면 분명 강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선배로서, 그리고 같은 팀원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성원에 나는 인터뷰라도 하듯 사무적인 말을 내뱉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신입 팀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저 적당히 내뱉은 말임에도 금과옥조라도 되는 듯 경청했고.
‘팀원이 잔뜩 들어와서 그런가. 북적북적하니 분위기가 좋네.’
젊고 씩씩한 팀원들이 잔뜩 들어와서 그런 걸까?
썰렁하기만 하던 우리 가온 팀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마치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고 뒤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론 모두가 즐거운 건 아니었다.
윤대영.
그는 영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흐아아…….”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윤대영.
아무래도 후배들의 인기를 내게 전부 빼앗겨 괴로운 듯했다.
그 마음을 아는 듯한 양지수는 윤대영의 등을 조용히 토닥토닥 두드려 줄 뿐이었고.
‘아무튼 앞으로 잘해보자.’
나는 바글바글한 신입 팀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양지수 팀장과 함께 가온 팀을 잘 꾸려나가 보자고.
* * *
2주 정도가 흘러 조범근은 헌터 병원에서 퇴원했다.
킬러비의 거대 바늘에 어깻죽지가 뚫리고, 맹독에 중독되었던 조범근.
일반인이라면 즉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피해지만, 조범근은 금세 병석에서 일어났다.
브론즈 공격대원일지언정 그 역시 초인의 반열에 드는 헌터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퇴원한 그는 글로리 길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길드장에 의해 모든 임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조범근이 헌터 활동을 사랑하거나 책임감을 갖는 편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는 뭔가를 열심히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 않는 것과 남에 의해 활동이 금지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조범근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선사했고, 그 굴욕감은 이내 분노로 치환되었다.
그렇다.
퇴원한 조범근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양지수, 윤대영, 그리고 임무 배제를 지시한 길드장 권대호까지 전부 다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화가 나는 대상은.
‘이신혁…….’
다름 아닌 이신혁이었다.
조범근은 이신혁만 생각하면 이가 빠득빠득 갈렸다.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임무에서 배제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다름 아닌 이신혁이기 때문이었다.
‘감히 네가 나를 고발해?’
글로리 길드 내에 있던 이에게 전해 듣기로, 원래 양지수는 조범근의 잘못을 그저 안고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 이신혁이 나서서 모든 진실을 밝혔다고 했다.
그 바람에 킬러비의 둥지를 건드린 조범근의 잘못이 까발려졌고, 그것을 계기로 길드장이 조범근에게 임무 배제를 지시한 것이었다.
‘개새끼가…….’
조범근은 이신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양지수 그 멍청한 년이 떠안고 갈 것을 굳이 까발려서 똥을 뿌린 이신혁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살심은 그저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조범근은 실제로 이신혁을 죽여 버리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 힘으론 역부족이야.’
그러나 조범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신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만 번을 달려들어도 이신혁 그놈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을.
물론 이것을 인정하기까진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조범근은 결국 자신이 더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실리를 찾기로 했다.
“여기인가…….”
걸음을 멈춘 조범근이 낡은 상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도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금이 간 건물에는 오래전에 영업이 중단된 듯한 간판들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건물을 한참이나 노려보던 조범근은 계단을 올랐다.
낡은 건물 특유의 습한 냄새와 함께 조범근은 꼭대기 층까지 올랐고, 현판조차 걸려 있지 않은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로 오셨나?”
생각보다 넓은 사무실.
그 안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던 사내가 물었다.
조범근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흑골인가?”
조범근의 말에 사내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확인한 조범근이 곧장 입을 열었다.
“흑골에선 무엇이든 해결해 준다던데. 사실인가?”
“맞아. 근데 우리 흑골은 아무 일이나 하지 않아. 집 나간 마누라 뒷조사를 하고 싶은 거라면 다른 데를 찾아보는 게 좋을 거야.”
“마누라 같은 거 안 키워.”
“그러셔? 그래, 그럼 무슨 일로 오셨을까? 표정을 보아하니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그래서 흑골을 찾아온 거고.”
“오호, 그래? 원하시는 게 뭔데?”
사내의 물음에 조범근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 하나를 죽여줬으면 하는데.”
조범근의 말에 사내가 씨익 웃었다.
너무나 익숙한 일이라는 듯, 조금의 놀란 기색도 없었다.
“역시 그랬구만. 하긴, 흑골의 이름까지 알고 찾아온 양반이 그 정도는 제안하셔야지. 좋아. 그래서 누굴 죽여줬으면 하는데?”
“누구든 상관없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
“오호, 주머니 사정이 꽤 괜찮으신가 봐?”
“됐고, 대답이나 해. 너희들이 원하는 금액만 내면 누구든 죽여줄 수 있냐고.”
“하하하, 당연하지. 우리 흑골의 주업이 살인 청부인걸? 그래서 누군데? 대체 누굴 그렇게 죽이고 싶어서 이 대낮부터 찾아온 건데?”
사내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조범근은 안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내려놓았다.
“흐음, 이 사람 누구야? 곱상하니 잘생겼는데. 뭐, 연예인이야?”
“아니. 헌터다.”
“헌터?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낯이 익은데? 이 사람이 이름이 뭐지?”
사내의 물음에 조범근에 대답했다.
“이신혁이다. 글로리 길드의 이신혁.”
“아, 이신혁! 그래, 기억났어. 요즘 TV에 얼굴 자주 비추는 그놈 맞지? 이야, 이놈을 죽여달라고? 왜?”
“이유까지 말해야 하나?”
“하하하, 아니야. 말하지 않아도 돼. 사람 죽이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나. 그냥 돈만 받으면 그만이지.”
“그래서, 일은 가능하겠나? 상대가 만만치 않은데.”
“걱정하지 마. 우리 흑골이 이런 일 처음 하는 줄 알아? 우리 빠꼼이야. 이신혁 이놈보다 강한 헌터들도 잔뜩 죽여봤다고.”
사내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음지에서 흑골에 대한 명성은 실로 대단했다.
그 아성을 알기에 조범근 역시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고.
조범근이 말했다.
“그래서, 의뢰비는 얼마지?”
“흐음, 일단 이름난 놈이고, 나름 실력도 있는 놈이니까 할인 같은 건 안 될 거야. 그리고 여러 명이 나서는 일이니 그놈들의 인건비도 다 챙겨줘야 해.”
“그래서 얼마야. 가격이나 말해.”
조범근의 물음에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100억. 깔끔하게 딱 100억만 받을게.”
100억이라.
확실히 쉬운 돈은 아니었다.
조범근으로서는 전 재산을 다 끌어모아야 겨우 지불할 수 있는 액수였다.
“좋아. 지불하도록 하지.”
하지만 조범근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제안에 수락했다.
글로리 길드 소속인 그로서도 100억은 큰돈이었다.
임무 배제가 된 상황에선 더더욱.
하지만 이신혁에 대한 복수심이 훨씬 더 컸기에 조범근은 100억이란 거액을 흔쾌히 지불하기로 결심했다.
“흐흐흐.”
사내가 하이에나처럼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성격 참 시원하시네. 좋아. 대신 일은 확실하게 처리해 주지. 흑골 중에서도 최정예 전투원을 보내서 말이야.”
조범근은 사내를 노려보다가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사내의 사악한 웃음이 가득한 사무실.
그곳에서 조범근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이신혁, 조금만 기다려라. 날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