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5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59화
“으아아, 배불러. 아빠, 하율이 배 터질 것 같아…….”
하율이가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말했다.
“어휴, 정말이네? 우리 하율이, 아빠 음식이 맛있었나 봐.”
“웅! 완전 맛있었어!”
“그래? 하율이한텐 좀 맵지 않았어?”
나는 하율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하율이에게 해준 음식인 ‘두부김치’가 맵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뭐, 하율이에게 맞춰서 최대한 덜 맵게 만들긴 했지만.
“아니야! 하나두 안 맵던데?”
“정말?”
“웅! 하율이는 매운 것두 잘 먹어!”
하율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랬구나. 우리 하율이 정말 착하네? 김치도 잘 먹고.”
“웅! 하율이는 편식 안 해! 아빠가 만들어준 건 다 맛있게 먹을 꾸야!”
“우와, 정말?”
“웅! 하율이는 착한 어린이니까!”
하율이가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하.
편식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나이라니.
참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TV를 보았다.
“아, 맞다! 나 아빠한테 보여줄 거 있는뎅!”
그때, 갑자기 하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모양이었다.
“응? 보여줄 거? 뭔데?”
“잠깐만 있어 봐!”
하율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와다다 달려가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그녀가 가져온 것은 돌돌 말린 종이뭉치였다.
“짠!”
하율이는 그 종이 뭉치를 내게 쫙 펼쳐 보였다.
그림을 본 나는 눈을 연신 깜빡이며 생각했다.
이게 대체 무얼 그린 걸까, 하고.
‘일단 이게 얼굴인 것 같긴 한데, 그럼 이건 또 뭐지?’
나는 그림을 뚫어지도록 바라보았다.
뭔가 외계인 같기도 하고, 만화 캐릭터 같기도 한데 뭘 그린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은 분홍색에 팔다리는 오징어처럼 여러 개이기 때문이었다.
“아빠, 이게 뭐게~?”
하율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단번에 맞춰주길 바라는 눈빛.
나는 약간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끼며 그림을 해석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전자두뇌라도 된 듯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알겠다. 이거 피그캅이지?”
피그캅.
그것은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동물 로봇으로,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였다.
하율이도 피그캅 만화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렸고.
그래, 피그캅이다.
이건 피그캅이야.
분명해.
나는 확신의 눈빛으로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웅? 피그캅 아닌뎅…….”
하율이는 조금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피그캅이 아니었나?
당황한 나는 빠르게 다른 답안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다른 캐릭터 하나를 떠올렸다.
“아, 피그캅 아니구나. 아빠가 이름을 헷갈렸네. 이거 외계인 봉봉이다. 맞지?”
외계인 봉봉.
그것은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영화를 보러 간 건 아니지만, TV에서 광고를 자주 했고 하율이가 그 영상을 본 게 분명했다.
“모야아! 외계인 봉봉 아니거든?!”
하율이가 심통이 난 얼굴로 말하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래도 또 틀린 모양이었다.
심장이 덜컥하는 기분.
나는 하율이에게 더 큰 실망을 줘선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추리를 이어갔다.
‘생각해. 생각해 내라, 이신혁. 더 이상 실망시켰다간 하율이 운다고.’
나는 그림을 더욱 자세히 살폈다.
이번엔 맞춰야 한다.
이번에도 못 맞추면 하율이가 울지도 모르니까.
그때, 정수리에 번개가 내리꽂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제 알겠다! 하율아, 이거 어린이 탐정 츄츄몽 맞지?”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딱 봐도 어린이 탐정 츄츄몽인데.
학습만화에 맨날 나오는 캐릭터인데 그걸 왜 몰랐냐고.
하지만.
“모야아! 아빠 미워! 하율이가 열심히 그린 건데 이상한 얘기만 하구!”
하율이는 결국 울먹이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야.
어린이 탐정 츄츄몽도 아니었어?
낭패감을 느낀 나는 내 이마를 짚었다.
“하율아, 미안해. 아빠가 요즘 일하느라 피곤해서 못 알아봤어. 그러니까 이해 좀 해주라. 응?”
나는 완전히 토라져 등까지 돌린 하율이에게 사과했다.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율이는 잘 그린 건데 아빠가 보는 눈이 없다며 사과했다.
“시러. 이해 안 할 꾸야. 아빠 미워. 바부 똥개…….”
그럼에도 하율이는 좀처럼 마음을 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림을 알아보지 못한 게 상처가 된 모양이었다.
뭐, 이해는 되었다.
어른 입장에선 별거 아닐 수도 있겠으나, 아이 입장에선 속상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흐음, 그나저나 어떻게 달래주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율아,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초코빵 줄 테니까 마음 풀어라. 응?”
“……흐윽, 초코빵?”
달달한 초코빵 얘기를 꺼내자, 울먹이던 하율이가 반응을 보였다.
이거구나 싶었던 나는 곧장 말을 이었다.
“응. 저번에 아빠가 마트 갔다가 사놓은 거 있잖아. 그거 줄게. 그러니까 화 풀어주라. 응?”
나는 기도하듯 손을 모은 채 부탁했다.
그러자 하율이가 코를 훌쩍 마시며 고민하다 말했다.
“……아라써. 대신 다음에는 꼭 맞춰야 대. 알았지?”
“응! 아빠가 다음엔 꼭 맞출게. 미안했어, 하율아.”
“우웅. 나두 갑자기 울어서 미안해, 아빠.”
“아니야아. 속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아빠가 여러 번 틀리기도 했고. 아무튼 아빠가 초코빵 갖다줄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냉장고에서 초코빵을 꺼내 하율이에게 갖다주었다.
초코빵을 건네받자마자 한 움큼 베어 무는 하율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실배실 웃으며 초코빵을 먹었다.
“하율아, 맛있어?”
“웅! 완전 달콤해! 아빠두 먹어볼랭?”
“아니야. 하율이 많이 먹어. 근데 방금 밥 먹고 빵이 또 들어가? 하율이 배부르댔잖아.”
“괜차나! 초코빵 배는 따로 있어!”
하율이는 그렇게 말하며 초코빵을 오물오물 먹었다.
입이 워낙 작아 초코빵이 느리게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아주 열심히 초코빵을 흡입했다.
귀여운 녀석.
나는 하율이의 빵빵한 뺨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웃었다.
그때 문득 궁금증이 생겨났다.
“아, 맞다. 하율아, 근데 아까 그 그림은 뭘 그린 거였어?”
이미 지난 일이지만 난 하율이에게 물었다.
대체 그 분홍빛 얼굴에 다리 여섯 개 달린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그러자 하율이가 입가에 초코 크림을 묻힌 채로 대답했다.
“아, 그거? 선생님이양!”
“뭐, 뭐라고? 설마 조하나 선생님?”
“웅! 완전 똑같지?”
하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그, 그러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완전 닮았네.”
“그치?”
“으응…….”
나는 억지로 맞장구를 쳐주며 생각했다.
저 그림은 조하나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겠다고.
* * *
나와 하율이는 밖으로 나왔다.
두부김치로 속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시원한 빙수로 후식을 먹을 생각이었다.
“음음음~!”
하율이는 신이 났는지 내 손을 잡은 채로 폴짝폴짝 뛰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날씨도 좋으니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반면에 나는 영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게 왜 하나 씨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분홍빛 얼굴에 다리 여섯 개의 캐릭터.
그게 왜 하나 씨일까.
그래, 그냥 어린아이의 상상력이라고 치자.
근데 난 왜 그걸 못 맞췄다고 혼난 거지?
왠지 억울했다.
물론 이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그랬다간 좀생이 아빠가 될 테니까.
아니, 이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좀생이인가?
그때였다.
“……!”
하율이와 손을 잡고 걷던 내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게 느껴졌다.
마치 한기와도 같은 느낌.
이윽고 나는 이곳 번화가에선 느껴져선 안 될 기운까지 느꼈다.
피융!
그 순간, 어딘가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하율이를 황급히 끌어안은 뒤, 빠르게 몸을 비틀었다.
곧이어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푸슉!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땅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총격에 의해 구멍이 난 것이었다.
‘마나 건?’
나는 미간을 좁혔다.
이 기운과 자국은 일반 총기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헌터들이 사용하는 ‘마나 건’의 흔적이었다.
“아빠, 왜 구래? 갑자기 하율이를 안고 싶었던 고야?”
품에 안긴 하율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다.
하율이는 총소리를 듣지도, 탄환이 땅에 박히는 것도 듣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마나 건의 소리와 기운은 오직 실력 있는 각성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때였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한 발로 시작됐던 마나 건의 탄환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건물 옥상 어딘가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푸른 탄환.
그 바람에 아스팔트 바닥은 물론, 자동차와 사람들까지 총격에 노출되었다.
“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을 뒤로 한 채 나는 하율이를 끌어안고 달렸다.
어떤 놈이 무슨 의도로 쏘는지는 몰라도 일단 하율이를 대피시켜야 했다.
정신없이 달린 나는 상가 복도에 들어와 바깥을 내다보았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허공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푸른 빛줄기.
그에 따라 번화가에 모인 사람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푸른 빛줄기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테러다! 테러가 발생했다!”
“다, 다들 도망쳐! 누가 총을 쏜다!”
“미친!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
“으아아아악!”
평화롭던 번화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한가롭게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이 우르르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
갑작스러운 테러 상황에 나 역시 짙은 불안감을 느꼈다.
“아빠, 모야? 저 언니는 왜 갑자기 누워 있는 고야?”
하율이가 상가 바깥을 가리키며 물었다.
거기에는 마나 건에 맞아 심장을 관통당한 여자가 눈조차 감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아니야, 하율아. 저런 거 보지 마.”
나는 하율이를 품에 꼬옥 끌어안아 시야를 가렸다.
그러자 쓰러진 여자의 몸에서 뒤늦게 핏물이 흘러나와 피 웅덩이를 이뤘다.
뭘까.
대체 어떤 놈들이 이딴 미친 짓을 벌이는 걸까.
탄환의 숫자로 보아 한두 명도 아닌 것 같은데.
스르륵.
나는 하율이를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캄캄해진 시야 속에서 천천히 마력 반응을 체크했다.
‘느껴져.’
암전과도 같은 시야 사이로 푸른 불꽃들이 보였다.
제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진 불꽃들.
그것이 최소 20개는 넘었다.
즉, 이 묻지 마 살인을 벌이고 있는 미친 작자들이 20명은 넘는다는 뜻이었다.
‘……잠깐만.’
그러던 중, 나는 심각함을 느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이 건물 옥상에 포진되어 있는 마력 파장들.
그중 하나에서 너무나 익숙한 마력 파장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마력 파장.
푸른 불꽃을 닮은 마력 반응과 달리, 이것은 일종의 그래프와 같은 모양을 보인다.
그리고 각성자들은 모두 고유의 마력 파장 모양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물결 모양.
누군가는 직선 모양.
또 누군가는 동그란 원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감지한 이 마력 파장은.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낙서를 해놓은 것처럼 마구잡이로 죽죽 그어져 있었다.
나는 일전에 감지했던 이 마력 파장 모양이 너무나 특이한 나머지,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특이한 모양의 마력 파장.
이것의 주인은.
‘조범근?’
분명 조범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