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6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62화
조범근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조범근.
그가 갑자기 이토록 초조해진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 그가 검을 들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지?”
그때, 뒤쪽에 있던 고주아가 물었다.
“뭐?”
“뭔데 그렇게 똥 마려운 짐승처럼 벌벌 떨고 있냐고.”
“말조심해. 난 네 고용주야.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들지 마.”
“그러니까 이유를 말해. 왜 우리 부하 몇 명이 쓰러진 것 가지고 그렇게 초조해하는지. 뭐, 혹시 생긴 것과 달리 마음이 약한 타입인가?”
“하.”
조범근이 헛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미친 소리 그만해. 네 부하 새끼들이 죽었다고 이러는 게 아니니까.”
“그럼 뭐지?”
“이신혁 저놈이 검을 들어서 그런 거다.”
“검? 설마 아까 그 조그만 단검 말인가?”
“그래.”
“그딴 걸 왜 걱정하지? 그 단검이라면 내가 더 잘 알아. 그건 등급이 그리 높은 아이템도 아니야. 보급형 아이템이라 어디까지나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것뿐이지.”
“씹. 그걸 누가 몰라? 그 단검이 쓰레기인 건 나도 알아. 문제는 그게 ‘검’이라는 점이라고.”
“검?”
“그래. 네 눈으로 봐서 알겠지만 이신혁 저놈은 강해. 기본 전투력도 높지. 하지만 검을 들면 차원이 달라진다고.”
조범근의 가슴이 낭패감으로 가득 찼다.
염병할.
생각지도 못한 단검이 나오다니.
예상치 못한 변수에 조범근은 이를 빠득 물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군. 저런 호신용 단검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그러나 고주아는 공감할 수 없었다.
이신혁이 검사라는 건 알지만, 고작 저런 장난감 같은 단검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조범근이 말했다.
“모르면 닥치고 보기나 해. 그러면 네년도 금방 알게 될 테니까.”
조범근의 무례한 말투에 고주아는 약간의 분노를 느꼈다.
의뢰가 끝나고 나면 이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때였다.
팟!
단검을 들고 사라졌던 이신혁이 흑골의 사수 앞에 나타났다.
흑골의 사수는 이신혁을 향해 마나 건을 잽싸게 움직였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 놈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었다.
스각!
그가 검지를 까딱이기도 전에 이신혁의 단검이 사수의 손목들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두 개의 팔과 마나 건이 바닥에 툭 떨어지자, 사수가 비명을 내질렀다.
말끔하게 잘린 손목들에선 핏물이 콸콸 쏟아졌다.
엄청난 격통과 핏물에 사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순간.
푸욱!
이신혁의 단검이 사수의 목에 틀어박혔다.
사수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이신혁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단검을 비틀었다.
스르륵 감기는 사수의 눈.
이신혁은 단검을 뽑았고, 사수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이신혁을 향해 마력 탄환이 날아왔다.
이제는 너무나 뻔해진 공격.
이신혁은 시시함을 느끼며 발을 굴렀다.
팟!
그의 몸이 사라졌고, 마력 탄환은 또다시 허공을 갈랐다.
흑골의 사수들은 당황스러웠다.
화살도 아니고 총알을 피하다니.
심지어 실력파 사수인 자신들의 마력 탄환을 이토록 쉽게 피하다니.
지금껏 떵떵거리며 살아온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팟!
그러거나 말거나 이신혁은 이번에도 귀신처럼 사수 한 명의 눈앞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사수가 마나 건을 하늘로 쳐들었다.
그는 마나 건의 개머리판으로 이신혁을 후려칠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조범근이 소리쳤다.
“쏴! 지금 쏘라고, 이 멍청한 새끼들아!”
조범근의 외침에 흑골의 사수들이 간부 고주아를 힐끗 바라보았다.
고주아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찰나의 시간에 이루어진 일.
흑골의 사수들은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아직 동료가 싸우고 있는 전장을 향해.
피융! 피융! 피융! 피융!
사수들의 총격이 또 한 번 쏟아졌다.
이신혁은 눈앞의 적을 간단히 제압한 뒤, 피 묻은 단검을 뽑아냈다.
시체가 쓰러지자, 이신혁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자 조범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푸른 빛줄기가 이신혁의 코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됐다……!’
아무리 이신혁이라도 이번 총격만큼은 피할 수 없을 터.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조범근은 피가 빠르게 도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티잉!
놀랍게도 이신혁은 탄환을 튕겨냈다.
그저 단검을 살짝 휘두르는 것으로 말이다.
“……!”
조범근과 고주아, 그리고 흑골 사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력 탄환을 쳐내다니.
피하는 것도 아니고 쳐내다니.
방패도 아니고 단검으로 쳐내다니.
이런 기예는 생전 처음 보았다.
하지만 아직 좌절하긴 일렀다.
아직 마력 탄환은 수십 발이 더 남았으니까.
그러나.
팅! 티이잉! 팅! 티잉!
이신혁은 모든 탄환을 차례차례 쳐냈다.
그저 단검을 휙휙 휘두르는 것으로 말이다.
‘미친…….’
조범근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 새끼는 대체 뭘까.
뭔데 눈으로 포착하기도 힘든 마력 탄환을 가뿐히 쳐내고 있단 말인가.
저놈의 눈에는 마력 탄환의 순서가 보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조범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확실히 보통 놈이 아니군.”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고주아가 말했다.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조범근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신혁, 그놈이 유명한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검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단 것도 대충 들었고.
하지만 맨몸 상태와 초소형 단검을 들었을 때가 크게 다를 거라 생각하진 않았었다.
‘완전히 달라.’
그러나 달랐다.
조범근이 똥 마려운 개 마냥 벌벌 떠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단검의 유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고주아가 조범근을 향해 말했다.
조범근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 정도는 예상했으니까.”
“뭐라고? 그럼 사수들이 다 뒈질 걸 계산하고 있었단 말이야?”
고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범근이 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그럼 애초에 사수를 왜 배치한 거지?”
“말하자면 보험이지.”
“보험?”
“그래. 저들은 그저 경호원 같은 거야. 간부인 나를 위한 경호원.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의뢰는 확실하게 처리될 테니까.”
“……그 말, 믿어도 되나?”
조범근의 물음에 고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골의 사수들이 맥없이 털리는 건 고주아로서도 놀라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의뢰에 변수를 주느냐?
그건 아니었다.
이신혁 저놈이 사수들에 의해 죽으면 좋겠지만, 사수들이 전멸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다시 말해, 결국 사수들은 곁다리고, 본체는 고주아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조범근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었고.
‘그래도 꽤 재미있어. 아주 오랜만에 강한 녀석을 만나니까 설레기도 하고.’
고주아의 입가가 처음으로 부드럽게 휘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실력 있는 이신혁에게 흥미를 느낀 고주아.
그녀는 확신했다.
자신의 ‘아기’들도 분명 이신혁을 좋아할 거라고.
* * *
마력 탄환들이 쉼 없이 날아온다.
총알이 아니라 마치 섬광처럼 날아오는 푸른 빛줄기들.
나는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티잉!
단검으로 마력 탄환을 쳐냈다.
사실 쳐냈다기보단 궤도를 비틀었다는 표현이 옳았다.
나를 향해 날아온 마력 탄환을 단검으로 살짝 건드려 부드럽게 궤적을 바꾼 것이었다.
그 이후에 날아온 탄환들도 마찬가지였다.
티잉! 팅! 티이이잉! 팅!
단검과 마력 탄환이 맞부딪혀 금속음을 냈다.
나는 마치 리듬게임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으로 마력 탄환들을 일일이 쳐냈다.
청아한 금속음들이 계속해서 울렸고, 내 몸에 닿는 탄환은 아무것도 없었다.
‘꽤 실력이 있는 놈들 같지만 나한테 안 돼.’
마력 탄환은 굉장히 빨랐다.
이 정도 위력과 속도라면 저 사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내겐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이세계에서 더 빠르고 강한 것들을 수없이 쳐내 봤으니까.
티잉!
그렇게 한참을 쳐냈을 때, 더 이상 날아오는 마력 탄환은 없었다.
놈들이 쏠 만큼 쏜 모양이었다.
좋아.
이번엔 내 차례다.
팟!
나는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적들에겐 내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빠르게 이동한 것뿐이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저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뿐이었고.
탁.
나는 건너편에 있던 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위치는 흑골의 사수 뒤쪽.
한기를 느낀 걸까?
흑골의 사수가 황급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내 손은 이미 뻗어진 상태였다.
스각!
예리한 단검이 흑골 사수의 목을 갈랐다.
치명적인 상처가 생긴 흑골 사수가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비명을 내지르는 놈의 입에선 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손 틈새로 콸콸 쏟아지는 핏물.
그는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그대로 쓰러졌다.
즉사였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마력 탄환들이 날아왔다.
쳐내도 되겠지만 이젠 귀찮았다.
그렇기에 나는 또 한 번 땅을 박찼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던 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주, 죽어라!”
흑골의 사수가 나를 바라보며 마나 건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내 단검은 놈의 심장에 틀어박혀 있었다.
흑골의 사수가 비명을 내질렀다.
쑤욱!
나는 깊게 찔러넣었던 단검을 뽑은 뒤, 빠르게 도약했다.
또 다른 건물 옥상에 가뿐히 착지한 나는 흑골 사수의 뒤를 점거했다.
그리고 놈이 돌아보기도 전에.
스각!
등 뒤에서 놈의 목을 갈라버렸다.
날 돌아보지도 못한 흑골 사수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 역시 목을 움켜쥐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는 그의 몸에서 기력이 빠지는 것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도둑고양이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스각! 푸욱! 서걱! 쑤욱!
이른바 학살이 시작되었다.
단검으로 찌르고, 베고, 또 찌르고, 베고.
흑골 사수들이 미처 공격이나 수비를 하기도 전에 나는 놈들을 제압했다.
하나, 둘, 셋, 넷.
우수수 쓰러지는 흑골의 사수들.
나는 그들에게 그 어떤 동정심도 느끼지 않은 채 다음 건물로 이동했다.
“그냥 쏴! 씨발, 그냥 막 갈기라고!”
저 멀리에서 조범근이 소리쳤다.
그러자 흑골의 사수들이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총기 난사.
그들은 잡을 수 없는 나를 잡기 위해 마구잡이로 쏘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도 나는 민첩하게 움직였고.
푸욱!
내 단검은 또 하나의 목숨을 앗아갈 뿐이었다.
* * *
조범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고, 얼굴은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그가 이토록 초조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
이신혁.
놈에 의해 흑골의 사수들이 픽픽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각! 서걱! 푸욱! 스각!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뒤이어 사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야말로 살육의 현장.
조범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왠지 모를 불길함과 그로 인한 공포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고주아는 그 살육 현장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답답했던 조범근은 고주아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넌 속상하지도 않아? 흑골의 간부라는 게 부하들이 저렇게 죽어 나가는데 아무렇지도 않냐고!”
조범근은 종종 냉혈한 소리를 듣곤 했다.
지금껏 온갖 잔인한 짓거리를 하면서도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으니까.
누군가를 두들겨 패거나 죽일 때도 늘 환하게 웃곤 했으니까.
‘이년 완전 사이코패스 아니야?’
하지만 고주아는 더 심한 인간이었다.
온통 보랏빛으로 치장한 이 미친 여자는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조범근은 고주아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고주아가 입을 열었다.
“저놈을 죽이고 싶은 거 아니었나?”
“뭐?”
“당신의 목표가 이신혁을 죽이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아, 맞지! 맞는데 그걸 지시한 놈들이 손도 못 쓰고 죽어 나가니까 그런 거 아냐! 아무리 예상한 바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냐고!”
조범근은 답답해서 가슴이 뻥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고주아는 여전히 이신혁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 부하들이 죽든 말든 결국 네 의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테니까. 그럼 된 거 아닌가?”
“아니,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부하들이 죽는데도 가만히 손 놓고 있는 주제에 대체 뭔 자신감이냐고!”
“틀렸다. 나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저 이신혁이란 놈에게 어울리는 ‘아기’를 고르는 중이니까.”
“아기? 갑자기 뭔 개소리야?”
조범근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고주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왔다.”
그 순간, 조범근은 느낄 수 있었다.
뒤쪽에서 전해지는 한기를.
설마.
아니겠지?
조범근은 몸을 바르르 떨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신혁…….”
흑골의 사수 수십 명을 모조리 살해하고 도착한 이신혁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