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6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63화
나는 건물 옥상 여기저기에 배치된 사수들을 모조리 살해했다.
그리고 마침내 조범근이 있는 옥상에 도달했다.
“어, 어떻게…….”
조범근은 내가 무슨 귀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사색이 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는 조범근.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내가 저놈들한테 죽을 줄 알았어?”
“…….”
“정말 그럴 줄 알았나 보네. 뭐지? 아까는 같은 팀원끼리 마음을 몰라주네 뭐네 하더니. 알고 보니 네가 더 무심하잖아? 내가 고작 저딴 놈들한테 당할 거라 생각했다니.”
나는 조범근에게 조롱을 보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조범근은 정신을 수습하듯 이를 빠득 물었다.
그리고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넌 네가 이긴 줄 알지?”
“뭔 소리야?”
“난 네놈을 죽여 버리기 위해 전 재산을 털었다. 저 멍청한 사수 새끼들이 죽든 말든 오늘이 네 제삿날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 재산을 털어?
뭐, 킬러라도 고용했단 소린가?
나는 미간을 좁힌 채 조범근의 말뜻에 대해 유추하려 노력했다.
“자, 지금부터 전 재산을 턴 값을 보여줄게.”
조범근은 씨익 웃더니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마치 교대라도 하듯 뒤쪽에 서 있던 여자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보랏빛의 긴 머리카락.
보랏빛 화장과 보랏빛 손톱.
그리고 옷마저도 보라색으로 두른 여자는 정말이지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뭔가 뒷골목의 점술사 같은 느낌도 들었고.
“재밌네.”
그때, 기묘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마저도 중성적이라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나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넌 누구지?”
“그건 알 거 없어.”
“그래? 그럼 비켜. 난 저 뒤에 있는 놈한테 용건이 있거든.”
나는 피가 흥건하게 묻은 단검으로 뒤쪽의 조범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건 안 돼.”
“왜지?”
“저자는 우리 의뢰인이거든.”
“의뢰? 무슨 의뢰를 말하는 거지?”
“죽는 마당에 그런 것까지 알 필요 없잖아?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살아. 그게 너한테 좋을 테니까.”
“참…….”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만.
나는 말이 영 안 통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너도 나랑 싸우겠다는 거냐?”
“응.”
“아까 저 사수들이 나한테 당하는 걸 보고도 나랑 싸우겠다고?”
“호호호, 당연하지. 너랑 싸우는 게 너무너무 기대되어서 막 설레기까지 하는데? 이런 기분은 아주 오랜만이야.”
여자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미친년.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됐고, 싸울 거면 빨리 싸우자. 난 빨리 끝내고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단검을 들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저 여자가 어떤 능력자인지는 모른다.
‘뭐든 상관없어.’
하지만 상관없었다.
저 여자의 능력이 무엇이든, 또 그 능력이 얼마나 강하든 나는 단숨에 처치할 것이다.
그리고 얼른 조범근 저놈의 멱을 딴 뒤에 하율이한테 돌아갈 것이다.
내 딸 하율이는 나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 시작하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그녀가 보랏빛 오러를 뿜어내며 허공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콰아아아앙!
건물 옥상 바닥이 굉음과 함께 부서지더니, 무언가가 쑤욱 솟구쳤다.
널따란 건물 옥상을 좁아 보이게 만드는 존재.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 전갈’이었다.
* * *
흑골의 간부 고주아.
그녀는 사실 전투 같은 건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닌 ‘테이밍’이었다.
자신의 마력으로 소환한 소환수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것.
그것이 고주아의 유일한 취미이자 유희였다.
하지만 그녀의 고상한 취미 생활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소환수들의 먹이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것.
그 바람에 고주아는 정상적인 현터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헌터계가 거칠다고 한들 매일 10명이 넘는 인간을 사료로 줘야 하는 고주아 주변에 정상적인 헌터나 길드가 존재할 리 없었다.
그렇기에 고주아는 헌터계를 떠났다.
물론 헌터계를 아예 떠났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양지의 헌터계를 떠나고, 음지의 헌터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기’, 그러니까 소환수들의 먹이를 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 헤맸다.
그리하여 찾은 것이 ‘흑골’.
기본적인 형태는 흥신소지만, 살인 청부를 주 업무로 하는 이곳은 고주아에게 너무나 적절한 일자리였다.
일단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기들에게 인간 사료를 잔뜩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주아는 흑골에서 활동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금세 간부로 승진했다.
그러나 불만족은 생각보다 금세 찾아왔다.
흑골의 간부 생활이 지겨워서?
소환사로서의 삶이 재미없어서?
이제는 자신의 소환수들이 예뻐 보이지 않아서?
아니었다.
전부 아니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녀가 불만족을 느끼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먹이’에 있었다.
소환수들의 먹이.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이다.
펄떡펄떡 살아 있는 인간.
하지만 흑골의 일을 맡으며 만나는 인간들은 그리 펄떡거리지 않았다.
살아 있긴 했지만 절대로 싱싱한 먹이는 아니었다.
그저 두려움에 벌벌 떨거나 애걸복걸하며 엉엉 우는 먹이들만 가득할 뿐.
그러한 먹잇감에 소환수들은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가끔은 식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리 먹음직스럽지 않은 먹이를 먹느니 굶기를 택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주아는 고민에 빠졌다.
사랑하는 아기들이 굶으니 엄마인 고주아가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고주아는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흑골에서 의뢰가 떨어졌다.
의뢰 내용은, 최근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헌터를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고주아는 약간의 기대감을 느꼈다.
그토록 강하고 싱싱한 헌터를 먹이로 제공한다면, 소환수들도 만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러한 생각으로 고주아는 의뢰에 나섰다.
그리고 살해 대상을 본 순간, 고주아는 큰 기쁨을 느꼈다.
이신혁.
글로리 길드 소속 헌터인 그는 정말이지 팔팔했다.
건물 옥상을 넘나들며 사수들을 썰어버리는 무력은 고주아로 하여금 군침이 돌게 할 정도였다.
저 펄떡펄떡 뛰는 먹이를 아기들에게 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고주아의 기대감은 폭발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그녀는 첫 번째 소환을 했다.
콰아아아앙!
소환사 고주아의 부름을 받은 소환수가 건물 옥상을 뚫고 튀어나왔다.
거대 전갈 스콜피온.
거대한 덩치와 맹독을 지닌 녀석은 고주아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녀석이었다.
‘가라, 스콜피온. 저놈을 맛있게 요리해 줘.’
고주아의 명령을 받은 스콜피온이 미친 듯이 질주했다.
고주아는 기대했다.
귀염둥이 스콜피온이 이신혁 저놈을 맹독으로 맛있게 요리해 주기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범근 역시 약간의 기쁨을 느꼈다.
‘좋아…….’
별안간 튀어나온 거대 전갈.
‘괴물’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대 전갈을 바라보며 조범근은 기대했다.
저 괴물 같은 전갈이 이신혁을 단숨에 죽여 버리기를.
“시시시시싯!”
스콜피온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이신혁 근처에 도달했다.
스콜피온은 곧장 꼬리에 달린 거대 독침을 내질렀다.
그렇게 쇠꼬챙이와도 같은 독침이 이신혁에게 닿으려던 순간.
스각!
이신혁의 손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발생한 현상에 조범근은 경악했다.
쿠웅!
거대 전갈의 꼬리가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괴한 소리로 포효하는 거대 전갈.
꼬리에서 진액을 질질 흘리며 앞발을 휘둘렀다.
덤프트럭이 전력으로 들이받는 것보다도 강력한 거대 집게의 완력.
그것이 이신혁을 덮쳤다.
하지만.
채앵!
이신혁은 집게를 너무나 가뿐하게 쳐냈다.
심지어 쳐낸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스콜피온의 몸이 조금 돌아가기도 했다.
이신혁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푸욱!
이신혁의 단검이 스콜피온의 미간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급소를 찔린 스콜피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을 바라보며 이신혁은 단검을 비틀었다.
쿠웅!
그러자 스콜피온이 그대로 축 처졌다.
즉사였다.
‘이런……!’
고주아는 이를 빠득 물었다.
귀염둥이 스콜피온이 당하다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맥없이 당하다니.
고주아는 애지중지하던 아기가 죽은 것에 대해 분노했다.
“이신혁, 네가 감히 내 귀여운 아기를 죽여?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내 여유롭던 고주아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스콜피온이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당하더라도 맹독 정도는 바르고 죽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귀염둥이 스콜피온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다니.
지금껏 스콜피온을 애지중지 키워온 그녀로선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러든가 말든가.”
그러나 이신혁은 개의치 않았다.
가만두든 말든 얼른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슈와아아!
고주아의 몸에서 더욱 짙은 보랏빛 오러가 활활 타올랐다.
염화와도 같은 오러는 별안간 하늘로 치솟더니, 허공에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아악!”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괴물.
그것은 다름 아닌 ‘괴조’였다.
인간의 얼굴에 새의 몸을 가진 거대 괴수 말이다.
“아가야, 가라! 저놈을 쥐포로 만들어버려!”
고주아가 소리쳤다.
그러자 괴조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미사일처럼 하강하기 시작했다.
새가 아니라 익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괴조가 미사일처럼 뚝 떨어졌다.
‘그래, 이번에라면…….’
조범근은 세차게 하강하는 괴조를 바라보며 희망을 느꼈다.
거대 전갈은 당했다.
하지만 저 괴물 새라면 다를 거다.
아무리 이신혁이라도 저렇게 거대한 괴물의 몸통 박치기를 맞고 멀쩡할 순 없을 테니까.
팟!
그때였다.
추락하는 괴조를 향해 이신혁이 도약했다.
‘뛰어올랐다고……?’
고주아와 조범근의 미간이 동시에 좁아 들었다.
뛰어오르다니.
저 거대한 놈이 떨어지는데 마주 뛰어오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일단 피하는 게 정상 아니던가.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괴조를 향해 하늘로 도약한 이신혁.
그가 하늘로 치솟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 순간.
스각!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고주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빠르게 하강하던 괴조.
녀석의 몸이 단검을 따라 둘로 갈라졌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궁!
둘로 갈라진 괴조의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혔다.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땅 울림.
조범근은 뜨악한 얼굴이었고, 고주아는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표정이 되었다.
“내 사랑스러운 아기가!”
고주아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괴조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시뻘건 핏물을 철철 흘리는 괴조는 어떻게든 푸드덕거리며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반으로 나뉜 터라 일어날 순 없었고, 결국 괴조는 힘없이 축 늘어지고 말았다.
“요, 용서 못 해!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울상이 된 고주아가 소리쳤다.
흑골의 사수들이 전멸할 때까지도 멀쩡하던 그녀는 얼굴이 벌게졌다.
애지중지하던 소환수가 두 마리나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고주아는 이를 갈며 다짐했다.
가장 사랑하는 마지막 소환수를 불러내 저놈을 죽여 버리겠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문제였다.
마지막 소환수를 불러낼 캐스팅 시간 말이다.
‘어떡하지?’
고주아는 고민했다.
대놓고 캐스팅을 하자니 이신혁 저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하던 고주아.
그녀가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겁에 질린 조범근이 서 있었다.
“네가 가봐라.”
“뭐, 뭐라고?”
조범근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반면에 고주아는 너무나 고압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저놈과 싸우면서 시간을 끌라고. 마지막 아기를 불러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