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67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67화
“아르르르 까꿍! 아르르르 까꿍!”
내 딸 하율이를 안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윤대영.
그는 하율이를 품에 안은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하율이를 돌보는 중인 듯했다.
하율이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 듯했지만.
“모예여, 아저씨. 그런 거 유치하다구여!”
“으, 으응? 유치해?”
“넹! 하율이가 어린애두 아니구 까꿍을 왜 해여.”
“아, 그런가? 그럼 뭘 해줘야 좋아하지? 그럼 군대 얘기해 줄까?”
“네엥? 아, 시러여! 지루하단 말이에여!”
하율이가 질색을 했다.
“지루해? 음, 그럼 축구 얘긴 어때? 축구는 재밌잖아.”
“재미없거든여?”
“그럼 뭐가 재밌지? 아, 그럼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 해줄까? 아저씨가 군대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였는데 말이야…….”
“으아아! 안 들려여, 안 들려. 아저씨, 하율이는 귀 막았어여! 하나두 안 들려여!”
듣든 말든 나불대는 윤대영과 그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귀를 막는 하율이.
둘을 바라보며 나와 양지수는 피식 웃었다.
“하율아.”
나는 노잼 지옥에서 하율이를 얼른 구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불렀다.
그러자 귀를 막으며 고개를 젓고 있던 하율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앗! 아빠!”
하율이는 윤대영의 품에서 물고기처럼 펄떡이더니, 그의 품에 벗어나 나에게 도도도도 달려왔다.
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빠르게 달려와 폴짝 뛰어오른 하율이.
나는 자세를 낮춰 그녀를 타이밍 좋게 끌어안았다.
“히잉, 보고 싶었어!”
“하하, 떨어진 지 30분도 안 됐는데?”
“그래두우!”
실제로 나는 하율이와 떨어진 지 30분도 되지 않았다.
약국에서 하율이를 찾은 뒤, 조사받는 동안 잠시 떨어졌고, 또 내가 조범근과 대화하는 동안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하율이는 마치 일주일 만에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얼굴에 입술을 계속해서 맞추었다.
“하아, 부럽네요. 부러워.”
그때, 어느새 다가온 윤대영이 말했다.
그는 삐지기라도 한 것처럼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양지수가 말했다.
“뭐가 부러워?”
“하율이한테 뽀뽀 받는 거요. 저는 하율이랑 붙어 있는 동안 한 번도 못 받았는데 신혁 씨는 수십 번씩 받고. 참 부럽네요.”
“그야 신혁 씨는 친아빠니까 그렇지.”
“그래도 제가 재미난 얘기도 잔뜩 해주면서 놀아줬잖아요. 그 정도면 한 번쯤은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윤대영…….”
양지수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양지수가 무슨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뭐, 축구나 군대 얘기는 전혀 재미가 없다는 얘기겠지.
나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일도 다 끝났는데 식사라도 하러 가시죠.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오,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요. 대영 씨 먹고 싶은 거 드세요. 이번만큼은 대영 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죠. 괜찮겠죠, 팀장님?”
“네. 신혁 씨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다만 하율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골라, 윤대영. 알지?”
“으하하, 그럼요! 하아, 뭘 먹지? 곱창? 닭발? 낙지볶음? 하아, 맛있는 게 너무 많네!”
윤대영이 입맛을 다셨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띠리리링.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하나 씨인가?
나는 의문을 느끼며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뭐지?”
“왜 그러세요?”
양지수가 물었다.
“아, 모르는 번호라서 말입니다.”
“그래요? 그래도 일단 받아보세요.”
“아닙니다. 귀찮네요. 어서 식사나 하러 가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통화를 강제로 종료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휴게실을 벗어나 식사를 하러 향했다.
그때였다.
띠리리링.
전화벨이 또 한 번 울렸다.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양지수 쪽에서 울렸다.
양지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눈을 번쩍 뜨며 절도 있는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아, 네! 길드장님!”
길드장이란 말에 우리 모두가 걸음을 멈추었다.
양지수는 바싹 굳은 채로 대답만 반복하더니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양지수가 말했다.
“길드장님께서 바꿔 달라고 하시네요.”
“저를 말입니까?”
“아, 네. 신혁 씨 핸드폰으로 걸었는데 끊겼다고 하셔서…….”
윤대영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조금은 놀랐다.
조금 전에 걸려왔던 전화가 권대호의 번호였구나.
등록하지 않아서 알지 못했다.
“전화 바꿨습니다. 이신혁입니다.”
-하하, 신혁 군. 통화하기가 참 힘들군그래.
수화기 너머에서 권대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미처 등록을 하지 못해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그런 거였나? 나는 자네가 내 전화를 일부러 끊어버린 줄 알고 상심했는데 말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번호는 바로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거야 천천히 하면 되고. 전해 듣기로 자네가 큰 고생을 했다더군.
“아닙니다. 고생은요.”
-아니기는. 내가 다 들었는데. 아무튼 고생 많았네. 그리고 미안하네. 내가 길드원을 잘못 관리한 탓이야.
권대호는 내게 심심한 사과를 전했다.
나는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했지만 권대호는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네도 들었겠지만 조범근 그 친구는 각성자중앙교도소로 갈 거야. 거기 가면 무조건 사형당할 테니 걱정 말게.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그런 악마 같은 놈의 몹쓸 짓에도 살아남아 줘서 고맙네.
“네. 그럼 나중에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길드장님.”
-알겠네. 연락 기다리겠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때, 누군가가 핸드폰을 쏙 빼앗아갔다.
그건 다름 아닌 하율이였다.
“할아부지!”
하율이가 자신의 얼굴만 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나는 하율이를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놔두었다.
아, 물론 ‘스피커 모드’를 해서 대화 내용은 들리게 조치했다.
혹시라도 하율이가 실언을 하면 바로 끊을 생각으로.
-흐음, 누구지?
“저는 하율이라구 해여!”
-하율이? 아, 혹시 신혁 군의 딸인가?
“넹! 하율이는 우리 아빠 딸이에여!”
-허허허, 그렇구만. 반갑네, 하율 양. 내가 전화를 잘했군. 신혁 군의 귀한 딸과 전화를 다 해보니 말이야.
수화기 너머의 권대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호랑이 같은 길드장이 아니라, 외갓집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모습이었다.
-그래. 그래서 우리 하율이가 무슨 일로 이 할아버지 전화를 받았지?
“아, 있자나여! 할아부지가 글로리 길드의 대빵 마자여?”
-으하하하, 그래. 맞다. 내가 글로리 길드의 대빵 할아버지다. 그건 왜 묻니? 혹시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는 게야?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하거라. 뭐든지 사줄 테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는 권대호는 정말 뭐든지 해줄 듯한 목소리였다.
그나저나 대빵이라.
대한민국 랭킹 2위의 사내에게 이렇게 부르는 걸 그냥 둬도 되는 걸까.
할아버지라는 표현도 그렇고.
“그게 아니구여. 하율이가 대빵 할아부지한테 할 말이 있어서여!”
-할 말? 그게 무엇이냐? 뭐든 말해보거라.
뭐든 말하라는 권대호의 말에 나와 주변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라도 하율이가 폭탄이라도 터뜨릴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나는 즉시 통화를 종료할 준비를 했다.
반면에 하율이는 숨을 흐읍 들이마신 후,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아주 힘차게.
“저희 아빠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미다아아아!”
하율이의 외침이 병원 로비에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들은 나와 양지수, 윤대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허허허허, 할 말이란 게 그거였냐? 너희 아빠 예뻐해 준 게 고마워서?
“넹! 저희 아빠가 맨날 말하거든여! 길드장님이 잘해주신다구여! 그래서 대빵 할아부지한테 고맙다구 말하구 싶었어여!”
하하.
그래, 내가 가끔 말하긴 했지.
뭐, 그냥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긴 했지만 분명히 했었지.
근데 그걸 여기에서 말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허허허, 그렇구나. 별로 챙겨준 것도 없는데 신혁 군이 그리 말했다니. 그 무뚝뚝한 친구가 그랬다는 게 참 신기하구나. 아무튼 하율이도 잊지 않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이 할아버지 마음이 푸근해지는구나.
“아니에여! 하율이가 더 감사합미다!”
-그래그래. 알겠다. 앞으로도 우리 하율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신혁 군 잘 챙겨주마. 아, 그나저나 갖고 싶은 건 없느냐?
“으음, 지금 갖고 싶은 건 없구여. 지금 아빠랑 어른들이랑 밥 머그러 가는데 맛있는 거 먹구 싶어여!”
-허허허, 그래. 알았다. 그럼 할아버지가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도록 아빠한테 밥값을 보내주마.
“헤헤, 감사합미당! 대빵 할아부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여! 돈두 많이많이 버시구여!”
하율이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나는 전화를 넘겨받았다.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많이 놀라셨죠?”
-하하, 아닐세. 오랜만에 꼬마아이와 통화를 하니 좋더군. 자네의 아이라니 더 기분이 좋았고.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다면 다행입니다.”
-하하, 기분 상할 일이 뭐가 있겠나. 귀여운 손주의 재롱처럼 느껴지던데. 아무튼 알겠네. 식사하러 간다니 이만 끊겠네. 아, 그리고 자네 계좌로 밥값을 조금 보내줄 테니 가온 팀과 식사라도 하게.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잘 먹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종료되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지수와 윤대영도 마찬가지였다.
하율이는 평범한 할아버지처럼 대했지만, 권대호는 랭킹 2위의 무시무시한 강자이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겐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상급자고.
“하율아, 갑자기 왜 그랬어?”
나는 품에 안긴 하율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빠가 맨날 말했자나, 길드장님이 잘해주신다구! 그거 감사하다구 말하려구 했지!”
“정말 그런 거였어?”
“웅! 아빠, 나 잘했지?”
하율이의 말에 나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양지수가 말했다.
“신혁 씨, 그냥 칭찬해 주죠. 길드장님 기분이 상하신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요.”
“조금 불편하셨을까 봐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아니에요. 길드장님은 원래부터 아이를 좋아하셨어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더더욱 좋아하시고요.”
“그렇습니까?”
“네. 게다가 하율이 덕분에 신혁 씨가 집에서 길드장님 칭찬한다는 것까지 자연스레 드러났잖아요. 분명 흐뭇해하실 거예요. 아시다시피 길드장님이 신혁 씨를 각별하게 생각하시잖아요.”
“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지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하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율아, 잘했어. 좋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래도 다음부터 전화하고 싶으면 아빠 허락부터 받아야 해. 왜냐면 상대방은 좀 놀랄 수 있거든. 아빠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웅! 알아들었어! 앞으론 허락받구 전화할게!”
“그래. 착하다, 우리 딸.”
나는 하율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때였다.
띠링!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알림음을 울렸다.
문자가 도착했다는 소리.
나는 곧장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양지수가 물었다.
“신혁 씨, 길드장님이 밥값 넣어주신 거예요?”
“아, 네…….”
“근데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요? 뭐, 얼마가 들어왔길래요? 설마 100만 원?”
“아니요. 그보다 더 많습니다.”
“네? 그럼요? 설마 천만 원? 에이, 그건 아니겠죠?”
“네, 아닙니다.”
“그럼요?”
양지수의 물음에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권대호가 밥값이랍시고 보내준 금액을.
“……1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