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7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75화
배성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었다.
이신혁 쪽으로 가봤자 양지수나 윤대영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까보니 결과는 완전 반대였다.
배성철 편인 오른쪽엔 단 한 명도 없었고, 전부 이신혁 편인 왼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래. 헷갈린 거야. 저 멍청한 놈들이 방향을 헷갈린 거라고.’
배성철은 가온 팀원들이 방향을 헷갈린 거라 생각했다.
배성철 측에서의 왼쪽이 팀원들의 입장에선 오른쪽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거다.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뿐이라고.
“잠깐만.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내가 다시 설명할게. 너희들 입장에서 왼쪽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왼쪽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훈련받고 싶은 사람은 이쪽으로 가면 돼.”
배성철은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위치까지 가리키며 말했다.
자신 입장에서의 왼쪽, 그러니까 사람이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공간 말이다.
‘그래, 됐어. 이렇게 하면 헷갈리지 않겠지.’
배성철은 확 달라질 결과를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
이신혁 쪽에 우르르 몰려 있는 팀원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놀란 배성철은 그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입술만 뻐끔거렸다.
자신은 분명 손을 뻗어 방향까지 정확히 일러주었다.
그런데도 저기 있다는 것은 분명 이신혁을 선택했다는 의미였다.
“너, 너희들 정말이야? 정말 내가 아니라 이신혁 저 새끼한테 훈련받는 게 좋다고?”
배성철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이신혁, 너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완벽한 패배에 화가 난 배성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신혁 저놈이 대체 무슨 술수를 썼길래 팀원들이 모조리 맛탱이가 가버린 것인지에 대해.
그때, 이신혁이 입을 열었다.
“결과는 대충 나온 것 같네요. 그럼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도 제가 훈련시키면 되겠습니까?”
이신혁의 말에 배성철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투표는 자신이 하자고 했고, 그 투표에서 완벽하게 발렸는데.
“대답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공격대장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훈련시켜도 되겠습니까?”
이신혁이 또 한 번 물었다.
양지수와 윤대영,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 또한 비슷한 눈빛이었다.
‘이 개자식들이…….’
배성철은 분했다.
이것들이 감히 공격대장한테 이따위 대접을 해?
특히 이신혁.
네놈이 감히 이 몸한테?
배성철은 이신혁 저 역겨운 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해. 근데 말이야, 이신혁 너는 징계 좀 받아야겠는데?”
“……징계 말입니까?”
이신혁의 표정이 조금 구겨졌다.
배성철은 그를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응.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지. 빌어먹을 훈련으로 팀의 위계질서를 개판으로 만들었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그래서 투표를 시키신 거 아닙니까?”
“그랬지. 근데 생각이 바뀌었어. 사람이 생각이 바뀌는 건 당연하잖아. 안 그래?”
배성철이 미소를 지었다.
이신혁이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때, 양지수가 나섰다.
“공격대장님, 약속은 어기지 말아주십시오. 보는 눈이 많습니다.”
실제로 팀원들은 배성철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배성철은 그것을 가볍게 외면한 뒤에 말했다.
“보는 눈이 많은데 뭐 어쩌라고? 내가 말했잖아,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라고.”
“공격대장님, 그게 억지란 건 공격대장님이 더 잘 아시잖습니까. 차라리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든지, 투표에서 졌다고 바로 말을 바꾸는 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제발 팀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씀 거둬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양지수가 정중하게 고개까지 숙이며 말했다.
그러나 배성철은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됐고, 이신혁 넌 따라와. 팀의 물을 흐린 것은 물론, 공격대장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겠어.”
배성철이 성큼성큼 걸어가 이신혁의 멱살을 쥐고 당겼다.
양지수와 윤대영은 이러지 마시라며 말렸다.
팀원들 또한 배성철을 말리려 했다.
“이거 안 놔? 너희들도 징계받을래? 길드 한번 잘려볼래? 어? 그래야 정신을 차릴 거야?”
배성철의 말에 팀원들이 하나둘씩 손을 놓았다.
심지어 윤대영마저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놓았다.
징계도 두렵고, 길드에서 잘리는 건 더더욱 두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배성철을 말리는 건 오직 양지수뿐이었다.
“양지수, 놔. 안 놔? 어?”
“공격대장님, 제발 그만해 주십시오. 훈련은 없도록 할 테니 여기에서 멈춰주세요.”
“됐으니까 놓으라고! 넌 뭐 잘해서 내가 놔두는 줄 알아? 이신혁 이 새끼가 나대게 놔둔 너한테도 책임이 있어!”
“공격대장님, 부탁드릴게요…….”
“놓으라고, 이년아!”
공격대장이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양지수는 배성철의 손에 매달려 간절히 빌었다.
심지어 자신이 대신 징계를 받겠다는 말까지 하며.
하지만 배성철은 그 부탁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배성철.
그가 가장 증오하는 건 다름 아닌 이신혁이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그때, 멱살을 잡힌 이신혁이 양지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러니 손 놓으십시오.”
“신혁 씨…….”
“괜찮습니다. 징계를 받아도 제가 받고, 책임을 져도 제가 집니다. 그러니 팀장님은 팀원들을 잘 추슬러 주십시오.”
이신혁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양지수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배성철은 그 모습이 너무나 꼴같잖았다.
“아주 드라마를 찍고 자빠지셨네. 됐으니까 빨리 따라와!”
배성철은 멱살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고, 결국 양지수는 손을 놓았다.
배성철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이신혁.
그를 바라보며 양지수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 * *
나는 배성철에게 멱살을 잡혀 연무장 바깥으로 나섰다.
그는 나를 엘리베이터에 구겨 넣듯이 밀었고,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어디 감히 공격대장 권위에 도전해?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
배성철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내게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우스웠다.
고작 브론즈 공격대장 따위가 이 정도로 권위적이라는 사실이.
그래서일까?
내내 고분고분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풉.”
“어? 이 새끼 봐라? 이젠 웃네? 웃겨? 뭐가 그렇게 웃긴데?”
“아닙니다. 그냥 투표에서 완벽하게 패하신 게 적잖이 화가 나셨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 뭐라고……?”
배성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조금 전의 내 발언으로 인해 더더욱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신혁 이 미친 새끼야, 너 지금 길드장님이 너 예뻐한다고 자신만만한 거지?”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새끼야! 그런 거 맞구만! 하, 이놈 이거 재밌네. 야, 길드장님이 이번 일에서 네놈을 커버쳐 줄 것 같아?”
배성철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꿈 깨, 이 새끼야. 길드장님이 다른 건 몰라도 우리 글로리 길드의 위계가 무너지는 건 절대로 타협하지 않으셔. 넌 그냥 좆된 거라고!”
맞는 말이긴 했다.
길드장 권대호.
그는 위계 서열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리 길드 내에 여러 공격대가 존재하고, 또 공격대장이나 팀장이라는 직급이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점이 누군가에게는 불합리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권대호는 이 체계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를 이용해 글로리 길드를 대한민국 랭킹 2위까지 올려두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냥 공격대장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허, 아주 끝까지 자신만만이시구만. 어이, 이신혁이. 이따 길드장님 앞에서도 그렇게 허세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배성철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엘리베이터 최상층까지 향했다.
꼭대기 층은 오직 길드장 권대호만이 사용하는 곳.
배성철은 비서를 통해 길드장 권대호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렇게 대기하면서도 배성철은 내게 이런저런 말을 내던졌다.
대부분이 이따 길드장님 앞에서 보자는 말들이었다.
‘그래, 얼마든지 해봐라.’
나는 배성철의 유치함에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비서를 통해 들어오라는 말이 전해졌고, 배성철과 나는 길드장실로 들어갔다.
웅장한 길드장실.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예술 작품들, 그리고 온갖 트로피들이 놓인 방.
그곳엔 한 사람이 집무를 보고 있었다.
길드장 권대호.
글로리 길드의 수장이었다.
“흐음, 공격대장.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신혁 군은 또 왜 데리고 온 건가.”
길드장 권대호가 금테 안경을 벗어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말에 배성철은 앞으로 성큼 다가가 말했다.
“약속 없이 정말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하지만 꼭 보고드려야 할 사안이 있어서 말입니다.”
“꼭 보고할 일? 혹시 그게 신혁 군과 관련이 있는 일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뭐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두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길드장 권대호가 조금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배성철은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마터면 저희 글로리 길드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질 뻔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예. 그러니까 그게…….”
배성철이 권대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온 팀원들을 훈련시켰으며, 거기에는 팀장인 양지수도 있었고, 중단하라는 공격대장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쏙 빼놓은 이야기였다.
당연히 투표 부분은 완전히 배제한 설명이었고.
“흐음, 그런 일이 있었나?”
“예, 길드장님. 아니, 대체 어떻게 글로리 길드에 이런 하극상이 발생할 수 있단 말입니까? 길드장님께서 피와 땀을 흘려가며 창조한 글로리 길드에서 말입니다!”
배성철이 무슨 웅변이라도 하듯 호소했다.
권대호의 표정은 조금 심각해졌다.
배성철의 말을 잠자코 듣던 권대호.
그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신혁 군, 공격대장의 말이 사실인가?”
“비슷하긴 합니다. 다만 제게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훈련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훈련으로 인한 효과, 줄어든 사상자, 그리고 배성철이 빼먹은 투표에 관한 이야기까지 했다.
철저하게 자신에게 맞춰진 배성철식 설명이 아니라, 너무나도 객관적인 설명이었다.
“흐음…….”
권대호는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배성철의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권대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신혁 군.”
“네, 길드장님.”
“내 생각엔 아무래도 이번 일은 신혁 군이 잘못한 것 같군.”
권대호의 말에 배성철은 쾌재라도 부를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권대호가 말했다.
“자네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투표를 해놓고 말을 바꾼 공격대장도 잘못이 있지.”
“…….”
“하지만 나는 문제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싶네. 애초에 일이 벌어진 이유가 뭔가. 팀원인 자네가 팀장과 선배를 훈련시켰기 때문이겠지.”
권대호가 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자네도 어느 정도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나는 이번 일만큼은 공격대장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 자네에게 가볍지만은 않은 징계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네.”
권대호의 결정에 배성철이 히죽히죽 웃었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나 설레고 행복한 모양이었다.
권대호가 말했다.
“일단 공격대장에게 무례를 베푼 것에 대해 사과하게. 그리고 본격적인 징계는 길드 회의 때 정해서 전달하도록 하지.”
권대호가 권유하듯 손을 내밀었다.
배성철에게 사과하라는 뜻이었다.
“흐흐흐.”
배성철은 내 쪽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승자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너무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뭐 해? 길드장님 말씀 못 들었어? 어서 사과해. 지난 일들에 대한 반성과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배성철이 허리춤에 양팔을 얹은 채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싱글벙글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고깝게만 보던 나에게 사과를 받을 생각에 기뻐 죽겠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똑똑.
침묵만이 가득하던 길드장실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냐는 권대호의 물음에 비서는 손님이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서 길드장실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는 사람.
‘……양지수?’
그 사람의 이름은 다름 아닌 ‘양지수’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보라색 책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