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77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77화
대한민국 랭킹 2위 길드인 ‘글로리 길드’.
이곳에는 여러 공격대가 있다.
이 공격대들은 철저하게 실력별로 계급이 나뉘며, 최상위 계급에는 ‘다이아 공격대’가 있다.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지만 전원이 A급 헌터인 실력자들.
그들이 나타나자 나는 조금 놀랐다.
다이아 공격대는 웬만한 일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권대호가 지시했겠지.’
그럼에도 나는 다이아 공격대원들이 왜 나타났는지 알 것 같았다.
길드장 권대호.
그가 이 사안을 중대하게 생각해 글로리 길드 최상위 계급의 헌터들을 출정시킨 것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고.
“으, 으으……!”
배성철이 겁에 질린 듯한 소리를 냈다.
조금 전까지 나를 죽일 듯이 굴던 놈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과연 다이아 공격대원들의 위엄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싶었다.
“브론즈 공격대장, 이쯤에서 그만하시죠. 더 이상의 저항은 의미 없습니다.”
다이아 공격대장이 말했다.
그저 평범하게 말하는 것임에도 그의 음성에선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이아 공격대장.
그는 글로리 길드장과 부길드장 다음 가는 강자니까.
“흐윽…….”
배성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항복하듯 손을 들었고, 다이아 공격대원들은 곧장 그를 덮쳤다.
* * *
다이아 공격대원들의 출정으로 인해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배성철을 포박한 다이아 공격대장은 내게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들은 배성철을 데리고 글로리 길드 본사로 돌아갔고, 누군가가 뒤늦게 달려왔다.
“신혁 씨, 고생 많으셨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사람.
그건 다름 아닌 양지수였다.
“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냥 거기에 계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저희 공격대장님과 제 팀원인 신혁 씨가 가셨는데…….”
양지수다운 답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공격대장이라 부르는 것도 그렇고.
그나저나 나는 양지수에게 물어볼 게 있었다.
“결국 공개하셨군요.”
흑골의 아지트에서 돌아온 이후, 나는 양지수에게 흑골의 비밀 장부를 전했다.
흑골에게 상납받은 배성철.
그의 이름이 적힌 비밀 장부를.
그리고 나는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팀장님에게 맡기겠다고.
빈말이 아니었다.
그 장부를 맡길 당시, 나는 양지수가 장부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양지수는 조금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글로리 길드의 질서를 지키는 걸 원하는 사람이니까.
난 그 뜻을 존중하기에 배성철을 고발하든 말든 양지수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었고.
그런데 직접 비밀 장부를 길드장실에 가져오다니.
나는 그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네, 결국 그래 버렸네요…….”
양지수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여쁜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그게 참 안타깝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유가 있습니까? 그 타이밍에 비리 사실을 고발하신 이유 말입니다.”
“그냥 뭐랄까, 신혁 씨가 당하는 게 싫었어요…….”
“제가 말입니까?”
“네. 공격대장님을 고발한 건 여전히 마음에 걸려요. 솔직히 잘한 건지도 잘 모르겠고…….”
양지수가 촉촉해진 눈으로 내게 말했다.
“하지만 신혁 씨가 공격대장님한테 이유 없이 당하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그걸 터뜨리기로 결심하신 겁니까?”
“네. 공격대장님의 비리 사실을 공개하면 길드장님의 관심을 빼앗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지수는 결국 나를 구하기 위해서 배성철의 비리 사실을 터뜨린 것이었다.
배성철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이유 없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
“그래도 너무 속상해하진 마십시오. 팀장님은 해야 할 일을 하신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양지수가 떨리는 눈동자를 한 채로 물었다.
“네. 마땅히 하셔야 할 일을 하신 겁니다. 공격대장이 무슨 일로 돈을 받은 건지는 몰라도, 그건 분명 저희 글로리 길드에 큰 피해가 될 테니까요.”
“신혁 씨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분명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일단 길드장님부터 엄청나게 노하셨잖습니까.”
내 말에 양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흑골의 비밀 장부에서 배성철의 이름이 나온 순간, 권대호는 맹수처럼 노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 공격대를 파견하는 강수를 둔 것이었고.
“감사해요, 신혁 씨.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저희도 길드로 돌아가죠.”
“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양지수와 함께 글로리 길드 본사로 복귀했다.
* * *
2주의 시간이 흐른 후.
글로리 길드의 철저한 조사 끝에 배성철의 혐의가 모두 밝혀졌다.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
그는 흑골에게 거액의 돈을 받는 대신 온갖 더러운 짓을 다 저질렀다.
일단 흑골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제보가 들어왔음에도 눈을 감아주었고.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려는 헌터들을 감언이설 혹은 마약으로 꼬셔 흑골 쪽으로 유도하기도 했으며.
글로리 길드이기에 수집할 수 있는 희귀한 아이템들을 흑골에 넘기기도 했다.
그 밖에도 자잘한 범죄 행각들이 모두 드러났으며, 길드장 권대호는 그 사실에 대노했다.
그 바람에 배성철은 모진 폭력과 함께 길드에서 쫓겨나 헌터 협회에 인계되었다.
그 이후의 처분은 알 수 없지만, 헌터 협회에 의해 그는 또다시 혹독한 조사를 받을 테고 이후에는 각성자교도소로 옮겨질 확률이 높았다.
99%가 사형당하는 각성자교도소 말이다.
그 일에 대해 윤대영과 가온 팀원들은 환호했다.
그동안 배성철에게 당했던 설움을 풀게 된 그들은 마치 해방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기뻐했다.
물론 양지수는 전혀 기뻐하지 못했다.
상사를 찔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
팀장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라며 보듬어주었다.
* * *
하율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딱히 임무가 없었던 나는 오랜만에 조하나를 만났다.
“……네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배성철과 흑골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자 조하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맛있게 먹던 파스타까지 툭 떨어뜨리면서 말이다.
“네, 그렇게 됐네요.”
나는 딸기주스를 홀짝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긴 했으나, 나는 어쩐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각성자인 조하나에겐 놀랍겠지만, 매일이 전쟁터인 헌터계에선 왕왕 있는 일이니까.
“와, 정말 살벌하네요. 헌터계는 원래 그런가요? 돈 몇 푼 쥐여주면 사람도 쉽게 죽여주고요?”
“종종 그런 일이 생기긴 합니다. 그러니까 헌터 활동이 위험하다는 거고요.”
“어휴, 그렇군요. 헌터들 돈 많이 버는 거 사람들이 배 아파하던데 그러면 안 되겠네요. 그렇게 목숨 걸어가면서 돈 버는 거 알면…….”
“하하, 그렇긴 하죠.”
“잠깐만. 그러면 신혁 씨도 그렇게 고생하면서 돈 버신다는 거잖아요? 아휴, 그럼 어떡해요. 저번에 주신 돈, 돌려드릴까요……?”
조하나가 금세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로 말했다.
일전에 내가 봉투에 담아줬던 돈을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하하, 아닙니다. 절대 돌려주지 마세요.”
“어떻게 그래요. 신혁 씨가 목숨 걸어서 버신 돈인데…….”
“괜찮습니다. 전 그렇게까지 고생한다고 생각도 안 하고, 또 고생한다고 쳐도 하나 씨한테 감사한 건 별개니까요.”
“그래도…….”
조하나가 죄인이라도 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준 돈을 받은 게 적잖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준 10억은 별로 아깝지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 하율이를 돌봐준 조하나에겐 그 이상을 줘도 아깝지 않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일 얘기.
하율이와 유치원 얘기.
새로운 식구가 된 겨울이 이야기까지.
그러던 중, 나는 뭔가가 생각나서 말했다.
“아, 그나저나 요즘 바쁘셨습니까? 저희 집에 오시는 빈도가 조금 줄었던데.”
“아, 그렇긴 하네요. 어쩌다 보니…….”
“흐음, 뭐죠? 혹시 하율이한테 질리신 겁니까?”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내가 장난을 걸자 조하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녀는 자신이 하율이를 얼마나 사랑해왔으며, 지금도 사랑하고, 또 앞으로도 사랑하리란 설명을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장난입니다.”
“휴, 정말이죠?”
“네, 그럼요. 근데 요즘 방문이 뜸해지신 건 사실이잖습니까. 소홀해졌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혹시 하나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아, 요즘 일이 조금 바빴거든요. 그리고 또…….”
말끝을 흐리는 조하나.
나는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또 뭡니까?”
나는 딸기주스를 쪼르륵 마시며 물었다.
그녀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조하나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신혁 씨, 비밀로 해주실 수 있죠?”
“하하, 뭐가 그렇게 비장하십니까? 혹시 나쁜 일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수상한데요?”
“나쁜 일이라니요. 신혁 씨도 참. 저를 뭐로 보시고…….”
조하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장난스럽게 나를 흘겨보기도 하고.
그녀의 격한 반응이 귀여웠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비밀 지킬 테니 어서 말씀해 보시죠.”
“정말 비밀 지켜주실 거죠?”
“네. 어차피 저 친구도 없어서 괜찮습니다. 하율이한테도 비밀로 하겠습니다. 뭐, 겨울이한테도 비밀로 할까요?”
“신혁 씨도 참…….”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말씀해 보십시오. 대체 뭐 때문에 요즘 바쁘셨던 겁니까?”
내가 또 한 번 채근하자, 조하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 요즘 웹소설 써요.”
“네? 웹소설이요?”
“앗! 그렇게 크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조하나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하하.
그쪽 목소리가 훨씬 더 크거든요.
나는 내 입을 막은 조하나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낸 뒤에 말했다.
“허, 그래서 요즘 웹소설 쓰느라 바쁘셨던 겁니까?”
웹소설이라.
요즘 그게 대세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세계에 가기 전엔 웹툰만 유명했는데 요즘엔 웹소설도 잔뜩 뜨고 있다지?
“왜요? 이상해요?”
“아뇨, 이상하기보단 생소해서 말입니다.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분은 처음 봤거든요. 그나저나 하나 씨한테 그런 재주도 있었습니까?”
“네. 저 어릴 때부터 소설 읽는 거 엄청 좋아했거든요. 글솜씨도 없지는 않았고요.”
“흠, 그렇군요. 근데 왜 갑자기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하신 겁니까? 독자랑 작가는 완전히 다르잖습니까.”
내 물음에 조하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더니 뭔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처럼 신중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전구가 뿅 하고 켜진 것처럼 그런 충동이 들더라고요.”
“그렇습니까?”
“네. 닳고 닳을 정도로 읽은 작품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저도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습작을 시작했어요.”
“그렇군요. 그래서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시는 겁니까? 단순 취미 말고 프로로?”
“네. 사실 전 사회복지사만큼이나 작가의 삶도 동경해왔거든요. 비록 겁이 나서 시도하진 못했지만…….”
조하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우며, 가치 있는 직업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한참이나 들어주다가 말했다.
“멋지네요.”
“네? 아, 작가라는 직업이요?”
“네. 그리고 꿈을 위해서 달려간다는 점도요.”
“말씀 감사해요. 다만 지금은 그저 습작이나 끄적이고 있는 지망생일 뿐이에요. 아직 완결작도 하나도 없고요.”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요즘 쓰고 있는 작품 제목은 뭡니까?”
“아, 말하기 좀 그런데…….”
제목을 묻자 조하나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흠, 곤란하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하, 모르겠다. 그냥 말씀드릴게요. 어차피 세상에 공개할 작품인데 숨겨서 뭐하겠어요. 대신 웃으면 안 돼요. 아셨죠?”
“웃긴 왜 웃겠습니까. 제목이 뭐라고.”
“아무튼 약속하세요. 절대로 안 웃겠다고.”
“네. 약속하겠습니다.”
나와 조하나는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그렇게 약속까지 마친 후, 조하나는 말했다.
“그러니까 제목이 뭐냐면…….”
다소 충격적인 제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