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7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78화
한참이나 망설이던 조하나.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 제목에 대해 말했다.
“예요.”
“……네?”
조하나가 말한 제목에 나는 깜짝 놀라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바람에 레스토랑 내에 있던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기도 했고.
“아, 왜요! 왜 그렇게 놀라시는데요!”
내 반응에 조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고, 조하나는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왜, 왜요! 그렇게 이상해요? 아니, 웹소설 제목은 다 이렇단 말이에요!”
얼굴이 토마토 색깔이 되어버린 조하나는 웹소설 제목이 왜 그런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즘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작품들이 범람하네, 제목은 직관적으로 지어야 하네, 이렇게 안 지으면 읽어주질 않네 등.
온갖 말들을 내뱉으며 소설 제목을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왜, 왜 그래요. 그렇게 충격이에요? 신혁 씨 웹소설 한 번도 안 읽어보셨죠? 그래서 그런 거예요. 웹소설 조금만 읽다 보면 익숙해진다고요…….”
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조하나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심지어 라는 이름의 소설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에 워프된 남자가 괴물들과 싸우다 천년 만에 귀환한 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딸을 키우는 스토리였다.
“…….”
하지만 그녀가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나는 충격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웹소설 제목이 오글거려서?
웹소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저런 웹소설을 쓰는 조하나가 이상하게 보여서?
전부 아니었다.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내가 이토록 놀라는 이유.
그것은 간단했다.
조하나가 쓰는 소설의 내용이 내 얘기와 똑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내 삶을 보고 그대로 써 내려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설마 하나 씨가 눈치챈 건 아니겠지?’
나는 이세계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조하나는 물론, 하율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겨울이에게도 하지 않았고.
그런데 조하나가 이세계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나는 그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한 것이었고.
“왜 말씀이 없으세요? 그렇게 오글거려요? 말도 못 할 정도로 이상한 거예요? 네? 제발 무슨 말씀이라도 해보세요…….”
조하나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난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소설 제목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좀 놀라워서 그랬습니다.”
“뭐야. 정말 제목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하아, 이래서 말 안 하려고 한 거였는데…….”
“아뇨,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제가 그쪽 문화를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
“정말요?”
“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와 하율이 얘기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서요.”
“아, 맞아요. 신혁 씨랑 하율이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거든요. 뭐, 이세계니 소드마스터니 하는 소설적 창의력을 잔뜩 첨가하긴 했지만요.”
조하나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
소설적 창의력이라.
그래, 이세계의 존재가 참으로 창의적이긴 하지.
나도 처음엔 못 믿었으니까.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최대한 멀쩡한 척을 하며 조하나에게 말했다.
“아무튼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웹소설은커녕 웹툰도 많이 안 봐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죠? 정말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서 그런 거 아니죠?”
“네. 아무튼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하나 씨는 반드시 잘 되실 겁니다.”
“말씀은 감사한데 뭘 보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흐음, 관상?”
“네? 관상이요?”
조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분명 잘 되실 겁니다. 관상이 그래요.”
“아, 뭐예요. 그냥 근거 없는 얘기였네. 저는 또 신혁 씨가 관상 공부라도 따로 하신 줄 알았는데.”
“뭐 어떻습니까. 덕분에 기분은 좋아졌잖습니까.”
“헤헤, 그렇긴 하네요. 그래요. 신혁 씨 말씀처럼 전 최고의 웹소설 작가가 될 거예요. 지금 쓰고 있는 라는 작품은 제 찬란한 커리어의 시작이 될 테고요.”
조하나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작가가 될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뿌듯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이팅하세요. 저도 대박 작가 인맥 하나 두고 싶으니까.”
“아하하, 대박 작가라니. 말만 들어도 엄청 좋네요. 가슴이 뭔가 몽글몽글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사인이라도 해드릴까요?”
“벌써 사인이 있습니까?”
“아뇨, 그냥 제 이름이라도 적어드리려고요.”
“그게 뭡니까, 하하하.”
조하나의 너스레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희한한 이름의 소설 때문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나는 금세 생각을 지워버렸다.
헌터도 아닌 조하나가 나의 과거에 대해 알 리는 전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였다.
띠링!
잠잠하던 핸드폰에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조하나에게 양해를 구한 나는 곧장 핸드폰을 확인했다.
“……응?”
핸드폰을 확인한 나는 미간을 좁혔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강하리 선생님이 왜 문자를 하셨지?’
발신자는 하율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담임 교사, 강하리였다.
이분이 왜 문자를 보내신 걸까.
지금껏 매번 전화로만 연락을 주셨는데.
“왜 그래요? 혹시 대출 광고라도 왔어요?”
굳은 표정을 본 걸까?
조하나가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하율이 담임 선생님한테 문자가 와서 말입니다.”
“그래요?”
“네. 보통은 전화로 연락을 주시는데 왜 문자를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흐음, 저번에 비 많이 왔을 때처럼 하율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그러시는 거죠?”
“네…….”
“으음, 그래도 일단 확인해 보세요. 나쁜 소식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조하나가 나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며 초조해진 마음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하리가 보내온 문자의 내용은 이러했다.
「안녕하세요! 토끼반 담임 교사 강하리입니다. 오늘 저희 토끼반에서 노래자랑을 했는데요, 노래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예뻐서 학부모님들께 보내드립니다! :)」
문자를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일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걱정하고 있을 조하나에게 말했다.
“휴, 다행이네요. 그냥 유치원에서 노래 부른 영상 보내주신 거랍니다.”
“아, 그래요? 별일 아니었네요. 다행이다.”
“네, 그러게요. 아빠가 되니까 그런지 유치원에서 무슨 연락만 오면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혹시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닌가 해서.”
“아이 있는 부모님들은 다 그런다고 하시더라고요. 음, 아무튼 영상부터 확인해 볼까요? 하율이 노래 부르는 거 보고 싶은데.”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문자에 첨부된 영상을 클릭했다.
나 역시 하율이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까.
“앗, 하율이다!”
영상이 재생되자 조하나가 소리쳤다.
나만큼이나 하율이를 예뻐하는 그녀기에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 역시 영상 속 하율이를 관찰했다.
토끼반 교실 맨 앞.
하율이는 손을 모은 채, 꼿꼿하게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너는 나의 무지개 ♪ 난 오늘 널 만나러 가볼래 ♪
하율이는 어린아이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나저나 동요가 아니라 가요라니.
나는 하율이가 가요를 부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들었던 노래는 대부분 동요나 자작곡이었고.
“어? 이거 신새롬의 아니에요? 이거 나온 지 얼마 안 된 노랜데 이걸 하율이가 벌써 알아요?”
조하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새롬.
그녀는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을 가진 솔로 가수였다.
은 신새롬이 컴백하면서 내놓은 타이틀곡으로, 최근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곡이었고.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저도 잘 모르는 노랜데…….”
하율이와 TV를 보다가 신새롬이 나온 적이 몇 번 있긴 했다.
하지만 몇 번 보지도 않았기에 노래를 익힐 시간은 없었다.
실제로 나 역시 이 노래의 가사를 잘 알지 못했고.
그런데 이 노래를 하율이가 가사를 외워서 부른다고?
대체 언제 외운 거지?
혹시 유치원에서 따로 연습한 건가?
그나저나…….
‘엄청 잘하네.’
하율이가 노래 가사와 멜로디를 암기한 것은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신기한 것은, 하율이의 노래 실력이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
그것을 이용해 천천히 음을 쌓아가는 하율이의 노래는 정말이지 듣기 좋았다.
뭐랄까.
마치 파릇파릇한 정원에서 부르는 아기천사의 노래 같다고 할까?
물론 기성 가수의 테크닉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실제로 노래를 배운 것도 아니었고.
그러나 하율이는 귀여운 외모와 청아한 목소리, 진심을 다한 노랫말로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아니야. 그냥 딸바보 버프로 좋게 들리는 거겠지.’
영상 속 하율이를 보던 나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런 말 있지 않은가.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게 본다고.
그런 것처럼 내가 아빠기 때문에 내 딸인 하율이의 노래 실력이 좋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벌써 끝났구나.’
그러던 중, 하율이의 노래 영상이 끝이 났다.
3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워낙 흥미롭게 봤더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영상을 다 본 나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함께 스마트폰을 잠금 상태로 돌렸다.
그때였다.
“와, 대박…….”
곁에서 함께 영상을 보던 조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읊조렸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게 말했다.
“아니, 뭐예요? 신혁 씨, 혹시 하율이 노래 가르치셨어요?”
“아뇨, 그런 적 없습니다만…….”
“그래요? 정말 노래 학원 같은 데 안 보내셨다고요? 거짓말 아니고요?”
“정말 아닙니다. 제가 그런 거짓말을 왜 하겠습니까.”
실제로 하율이는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딱히 노래 연습을 하거나, 노래 교실 같은 곳에 보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여느 어린이들처럼 정체불명의 자작곡을 불러대긴 했지만, 그때의 노래 실력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헐, 그래요……?”
“네.”
“진짜 신기하네요. 제가 돌볼 때도 노래 교실 같은 곳은 데려간 적 없었는데. 어쩜 이렇게 노래를 잘하죠?”
조하나가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다행이었다.
하율이의 대단한 노래 실력이 나만의 착각이 아니어서.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조하나.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혁 씨.”
“네?”
“하율이 얘요…….”
조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천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