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8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83화
헌터 협회장 백영환.
그는 이신혁이란 사내에게 꽤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또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올린 이신혁.
그에게 헌터계 수장으로서 관심이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이신혁을 만났을 때, 백영환은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아무튼 오늘 대화 정말 즐거웠습니다.”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마친 백영환이 이신혁을 배웅하며 말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네. 꼭 이신혁 헌터님의 목표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S급 헌터라는 숭고한 목표 말입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네. 협회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백영환은 이신혁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명함까지 건네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신혁이 돌아간 후.
“후우…….”
백영환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긴장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신기했다.
헌터 협회장인 자신이 일개 헌터 앞에서 이토록 긴장하다니.
초대형 길드장도 아니고 고작 헌터 하나를 만났는데 이토록 굳어 있었다니.
백영환은 이 모든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렇게 뒷짐을 진 채로 통유리창 밖을 바라보던 백영환.
그는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도심을 내려보다 입을 열었다.
“토벌대장.”
“네, 협회장님.”
백영환 뒤쪽에 가만히 서 있던 토벌대장 한민철이 대답했다.
백영환은 이신혁과 대화 내내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이신혁 헌터의 실력은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대화 내내 뿜어내던 ‘위압’이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토벌대장 한민철.
협회 소속 헌터 중 가장 강한 헌터.
그는 이신혁이 들어오자마자 정신 공격인 ‘위압’을 시전했다.
‘내 위압이 통하지 않다니…….’
하지만 그가 전력을 다해 위압을 퍼부었음에도 이신혁은 끄떡하지 않았다.
놀라웠다.
자신의 위압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는다니.
헌터 협회에서 가장 강한 자신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살기를 뿌렸음에도 멀쩡히 협회장과 대화를 하다니.
한민철은 이신혁의 경지를 감히 가늠할 수도 없었다.
백영환이 말했다.
“확실한 겁니까?”
“예. 협회장님이 대화하시는 동안 저는 전력을 다해 위압을 시전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통하지 않았다라…….”
백영환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토벌대장 한민철은 강하다.
동시에 충직하다.
그렇기에 위압을 뿌리라는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을 것이다.
‘그걸 전부 버텼다면…….’
하지만 이신혁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버텼다.
위압이 정말 시전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멀쩡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백영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S급 헌터, 그게 꿈만은 아니겠군.’
백영환은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했다.
대한민국에도 S급 헌터가 나타나는 바로 그 순간을.
* * *
“다녀왔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윤대영이 밝게 인사했다.
그러자 팀원들이 선배인 윤대영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금세 다른 방향으로 쏠렸다.
다름 아닌 나에게로.
“신혁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근데 승급전은 통과하셨나요?”
“당연히 통과하셨죠? 신혁 선배님이니까요!”
“어떻게 되셨어요? E급으로 승급하신 거 맞죠?”
내게로 우르르 몰려든 팀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합격했습니다.”
그러자 팀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소리치며 기뻐했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키야, 역시 신혁 선배! 합격할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역시 우리 선배님! E급 승급전 따위는 문제도 아니죠!”
팀원들이 기뻐했다.
그들은 헹가래라도 쳐줄 듯한 분위기였다.
“축하해요, 신혁 씨.”
팀장 양지수 또한 다가와서 축하를 전했다.
그녀 역시 내가 합격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윤대영이 말했다.
“여러분, 이 좋은 분위기를 그냥 넘길 순 없겠죠? 자, 우리 오늘 회식 어떱니까? 네?”
윤대영이 회식 분위기로 이끌어갔다.
저놈의 회식은, 참.
나는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윤대영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뭐라고 하진 않았다.
팀원의 승급은 확실히 축하할 만한 일이기에.
“회식! 회식! 회식!”
팀원들이 양지수를 바라보며 회식을 연호했다.
양지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대영과 팀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때였다.
“가온 팀은 분위기가 참 좋군.”
뒤쪽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나를 포함한 모두가 웃음을 머금은 채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부길드장님……!”
양지수의 말처럼 가온 팀 사무실 문을 열고 서 있는 남자는 부길드장이었다.
글로리 길드의 2인자, 부길드장 표원웅 말이다.
“부길드장님, 여기까진 어쩐 일로…….”
양지수가 앞으로 다가가 어쩔 줄 모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부길드장 표원웅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쁜 일은 아니야. 그저 길드장님의 지시로 이신혁에게 줄 게 좀 있어서 왔지.”
“신혁 씨한테요……?”
부길드장 표원웅의 말에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내게 줄 것이라.
그게 뭘까.
“제게 주실 게 있다고 하셨습니까?”
나는 양지수 옆에 나란히 서서 물었다.
그러자 표원웅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래. 배성철 사건 때의 일로 길드장님께서 이신혁 자네에게 아이템을 하사하기로 하셨거든.”
아.
그제야 나는 길드장 권대호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로비에서 말했었지. 조만간 보답을 하겠다고.’
일전에 배성철이 파면되었다는 공고를 로비에서 보고 있을 때, 권대호는 말했었다.
배성철을 쳐내도록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아무래도 그 보답이란 것을 오늘 할 모양이었다.
부길드장 표원웅을 통해서 말이다.
“아무튼 회식은 한 시간 정도만 미뤄주게. 가능하겠나, 양 팀장?”
“당연합니다, 부길드장님. 한 시간이 아니라 얼마든지 미루셔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그래. 배려해 줘서 고맙네. 이신혁, 이만 가지.”
“네, 부길드장님.”
나는 앞장서는 표원웅을 따라 가온 팀 사무실을 나섰다.
뒤쪽에서 윤대영을 비롯한 팀원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관심 가는 것은.
‘과연 어떤 아이템일까.’
길드장 권대호가 하사한다는 아이템뿐이었다.
* * *
나는 부길드장 표원웅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표원웅은 엘리베이터 버튼 중 가장 아래층을 눌렀다.
연무장보다도 훨씬 더 아래층.
나로서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으로 표원웅은 향했다.
띠링.
그렇게 글로리 길드 지하에 내린 후, 표원웅은 너무나 능숙하게 걸어 나갔다.
나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표원웅의 뒤를 따랐다.
이곳의 경비는 실로 삼엄했다.
글로리 길드원들이 몇 중에 걸쳐 지키고 있었으며, 보안 시스템 또한 10개가 넘었다.
“번거롭더라도 조금만 참게.”
앞서 걸어가던 표원웅이 말했다.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만 같았다.
“잠자코 따라가겠습니다.”
“하하하, 좋네. 뭐, 조금 지루하더라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우리 글로리 길드가 그저 폼이나 잡자고 이토록 번거롭게 보안을 해둔 건 아니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나는 침묵을 지킨 채로 표원웅을 따랐다.
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들을 숨겨놓고 있길래 이토록 보안이 삼엄한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로.
“다 왔네. 여기야.”
그렇게 한참이나 걸은 표원웅의 걸음이 멈췄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거대한 ‘문’이었다.
마치 초대형 은행의 비밀 금고처럼 생긴 문 말이다.
“이곳은 우리 글로리 길드의 보물을 모아두는 곳이야.”
“보물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그토록 보안이 철저한 거였지.”
“그렇군요.”
“사실 여긴 길드장님이나 나, 그리고 몇몇 임원들밖에 올 수 없는 곳이야. 일반 길드원으로선 자네가 처음이지.”
일반 길드원으로선 내가 처음이라.
그 말을 들으니 궁금증이 도졌다.
“제게 그토록 특별대우를 해주시는 이유가 있는 겁니까?”
“뭐긴 뭐겠나. 길드장님이 자네를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저를 말입니까?”
“그래. 길드장님은 저번 배성철 사건을 해결해 준 자네에게 크게 고마워하고 계시네. 그래서 아이템을 선정해서 하사하시는 게 아니라, 자네에게 아이템을 고를 권한을 주셨네.”
“……아이템을 고를 권한 말입니까?”
“그렇다네. 뭐, 사실 이 일에 대해선 부길드장인 나도 꽤 놀랐네. 이건 정말 파격적인 일이거든.”
부길드장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지. 우리 글로리 길드의 보물들이 담겨 있는 비밀 금고에 말이야.”
표원웅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특별한 출입증을 보안 시스템에 터치했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비밀 금고의 문이 쿠구궁,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
나는 곧장 압도되고 말았다.
비밀 금고 안에서 황금빛 섬광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 * *
헌터계의 아이템은 총 5개의 종류로 나뉜다.
일반.
희귀.
영웅.
전설.
신화.
당연하게도 일반 등급이 가장 흔하고, 신화 등급이 가장 희소하다.
사실 2번째 단계인 희귀 등급 정도만 되어도 수억 원에 달한다.
영웅 등급부터는 수십억부터 시작하고, 전설 등급부터는 수백억을 훌쩍 뛰어넘지만 사실 그 단계에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전설 등급 이상의 아이템 드랍률은 그야말로 극악이기에.
그렇기에 경력이 꽤 긴 헌터들 중에서도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봤다고 해도 TV에 나온 초일류 헌터들이 착용하고 있는 것을 가끔 볼 뿐이었다.
하지만.
“……!”
내가 보고 있는 비밀 금고에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모조품 같은 게 아니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만이 뿜어내는 황금빛 광채.
그것은 저것들이 분명 전설 등급의 아이템임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하하, 자네도 그렇게 놀랄 줄 아는군.”
“……아, 죄송합니다. 제가 헌터계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전설 등급 아이템은 상당히 희귀하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 웬만한 사람들은 구경조차 못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우리 글로리 길드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잔뜩 보유하고 있네. 아무튼 들어가 보도록 하지.”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표원웅의 뒤를 따랐다.
널따란 공간과 빼곡하게 가득 차 있는 진열대.
그곳에는 황금빛 섬광을 뿜어내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검, 도끼, 방패, 갑옷 등 모든 부위가 말이다.
‘이게 대한민국 랭킹 2위 길드의 힘인가.’
평소 나는 글로리 길드에 대해 그리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었다.
대한민국 랭킹 2위라고 해봤자 나보다 약한 놈들투성이였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엔 아니었다.
최소 수백억에 달한다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만약 윤대영이 왔다면 실제로 기절했을 것이다.
“부길드장님.”
“왜 그러지?”
“그런데 왜 계속 걷기만 하시는 겁니까? 전 그냥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하, 아니야. 길드장님께서는 자네에게 더 특별한 물건을 보여주라고 했거든.”
“더 특별한 물건 말입니까?”
“그래. 뭐, 조금만 더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그러니 따라오게.”
나는 일단 표원웅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전설 등급의 아이템들을 한참이나 가로지른 후, 우리는 하나의 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지? 이중 금고인가?’
금고의 끝에는 또 하나의 금고가 있었다.
나는 미간을 좁혔고, 표원웅은 또 한 번 자신의 출입증을 댔다.
그렇게 묵직한 소리와 함께 이중 금고가 열렸고.
“……!”
내부를 들여다본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팟!
이중 금고.
그 안에는 무려 ‘신화’ 등급의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