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8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85화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나와 하율이, 조하나, 겨울이, 그리고 놀이공원의 모든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대관람차 위쪽을 말이다.
“키야아아아악!”
대관람차 위쪽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원을 그리는 대형 괴물들.
그들의 생김새는 마치 백악기의 ‘익룡’을 닮아 있었다.
아마 놀이공원에 있는 99%의 사람들은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익룡이 부활했다고.
‘아니야. 저건…….’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익룡을 닮은 저 괴물은 익룡이 아니었다.
저건 바로.
‘와이번이야.’
익룡을 닮은 것으로 유명한 몬스터, ‘와이번’이었다.
틀림없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저건 와이번이었다.
문제는 저게 왜 여기에 있냐는 것이었다.
“웅? 아빠! 익룡이야! 공룡 만화에서 보던 익룡이 나타났다구!”
하율이 역시 츄러스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익룡이 나타났다고.
주변에 있는 아이들 또한 싱글벙글한 얼굴로 익룡이 나타났다며 소리쳤다.
조금 영특한 아이는 그냥 익룡이 아니라 프테라노돈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우지끈!
굉음이 들려왔다.
나는 하율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대관람차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와이번이 대관람차 중 한 칸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꺄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시, 신고해 주세요! 누가 헌터 협회에 신고 좀 해주세요!”
대관람차에 있는 이들이 유리창을 쾅쾅 두드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설상가상 대관람차의 회전도 멈춘 상태.
와이번들의 먹이 신세가 된 그들은 간절한 얼굴로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
“괴, 괴물이다!”
“도, 도망쳐! 익룡이야! 익룡이 나타났다고!”
“으아아악!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씨발, 도망쳐! 게이트가 열렸다고!”
하지만 대관람차에 탄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놀이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붙잡고 입구 쪽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시, 신혁 씨! 저희도 어서 가요!”
조하나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율이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겨울이 역시 해맑게 멍멍 짖을 뿐이었고.
“하나 씨, 하율이를 부탁합니다.”
그러나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하율이를 맡아달라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저놈들을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조하나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저 10마리에 달하는 와이번들과 싸운다는 게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제 직업은 헌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도망친대도 저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싸워야 합니다.”
내 말에 조하나가 잠시 망설였다.
원래라면 그녀는 날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일전에 아쿠아리움에서 내가 샤크맨들을 막아서 그런지 선뜻 말리진 않았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니 하율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주세요.”
“알겠어요. 그리고 신혁 씨…….”
조하나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절대 다치시면 안 돼요. 아셨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하율이를 안아 들었다.
겨울이의 목줄까지 꽉 쥐었고.
“웅? 아빠, 싸울 꾸야?”
하율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겨울이도 마치 같은 말을 하듯 멍멍 짖었고.
“응. 아빤 남아서 싸울 거야.”
“왜애?”
“하율이 아빠 직업이 뭔지 알지?”
“웅! 헌터자나! 완전 멋진 헌터!”
“똑똑하네, 우리 딸.”
나는 하율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맞아. 아빠 직업은 헌터야. 헌터는 시민들이 위험할 때 최전방에서 싸우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아빤 싸워야 해.”
“혼자인데두?”
“응. 혼자라도 싸워야 해. 우리 하율이, 아빠 믿지?”
내 말에 하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웅웅! 믿어! 딸이 안 믿으면 누가 아빠를 믿어주겠엉!”
하율이의 해맑은 얼굴.
나는 그녀의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고마워, 하율아.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선생님이랑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알았지?”
“웅! 하율이는 착한 딸이니까 얌전히 기다릴게!”
하율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겨울이 역시 알겠다는 듯 멍멍 짖었다.
“하나 씨, 부탁하겠습니다.”
내 말에 조하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한 뒤, 하율이를 안고 달려갔다.
겨울이 역시 발에 땀이 나도록 뒤를 쫓아갔고.
스윽.
나는 등을 돌렸다.
하늘을 맴돌고 있는 와이번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쿵쾅거렸다.
와이번들이 무서워서?
아니었다.
‘드디어 용살검을 써볼 수 있겠군.’
내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와 이세계에서 천 년 동안이나 함께하던 용살검.
지구에선 수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신화급 무기 용살검.
드디어 그놈을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르릉!
나는 검집에 넣어두었던 용살검을 천천히 뽑았다.
검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무지갯빛 섬광을 뿜어냈다.
* * *
올해 31살이 된 김동우는 정말이지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반에 들어간 그는 중고등학교 때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했고, 그 덕에 한국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인 한국대.
거기에 입학한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아내와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원했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도전했다.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내던진 채 노력한 결과, 그는 결국 의전원에도 합격했다.
노력, 노력 또 노력하는 삶이 성과를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렇게 의전원 생활과 공보의 생활까지 마친 그는 의사 국가시험까지 통과해 정식으로 의사가 되었다.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구만리지만 그는 행복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밖에 몰랐던 삶이 드디어 보상을 받는 것 같았기에.
게다가 더욱 좋은 것은 의사가 됨과 동시에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같은 학교 출신 후배.
늘 짝사랑만 하던 그녀에게 용기 내 건넸던 고백이 통했고, 그는 인생 처음으로 여자친구까지 얻었다.
30대에 시작하는 풋풋한 첫 연애.
한껏 꾸며 입은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주말을 맞아 놀이공원을 방문했다.
대관람차 안에서 남몰래 뜨거운 키스까지 나누었고.
그런데.
그 꿈같은 행복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키야아아아아악!”
별안간 괴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마치 익룡과도 같은 거대 괴물들.
놈들이 대관람차 주변을 맴돌자 김동우는 멘탈이 무너졌다.
“오, 오빠. 어떡해……?”
여자친구가 물었다.
김동우의 팔뚝에 매달린 그녀의 몸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자기야.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저, 정말 괜찮을까?”
“으응. 곧 헌터 협회에서 헌터들을 보내주실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김동우는 그렇게 말하며 여자친구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떡하지…….’
김동우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다.
익룡이라니.
차라리 깡패라면 들이받아라도 보겠다만 익룡이라 어떻게 덤빌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대관람차는 멈춰 있었고, 하필 최정상에 머물러서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김동우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키야아아아아악!”
익룡과도 같은 몬스터가 포효했다.
그러더니 김동우가 탄 바로 앞칸을 덮쳤다.
귀가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와 굉음, 그리고 잇달아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김동우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익룡 괴물이 사람을 물고 하늘로 비상하는 것을.
“오빠, 어떡해. 우리도 저렇게 되는 거 아니야……?”
여자친구가 물었다.
김동우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아랫입술만 짓씹었다.
아닐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헌터 협회가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이곳은 도심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한 놀이공원이다.
그렇기에 협회의 토벌대가 오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아무리 짧게 걸려도 30분.
그걸 기다리기엔 상황이 너무나 긴박했다.
익룡 괴물들이 대관람차에 하나씩 달라붙어 사람들을 뽑아먹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키야아아아악!”
하늘에서 원을 그리며 날던 익룡 괴물이 급강하했다.
놈의 방향은 김동우와 여자친구가 탄 칸이었다.
우지끈!
익룡 괴물이 김동우가 탄 칸에 내려앉아 흔들었다.
단단한 철근이 휘어지며 우지끈 소리를 냈고,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꺄아아아아악!”
“으윽!”
김동우와 여자친구는 서로를 끌어안고 버티려 노력했다.
하지만 익룡 괴물이 흔들어대는 관람차 안에선 중심을 잡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때, 또 한 번의 우지끈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위쪽에서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김동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흉악한 눈빛으로 관람차 안을 들여다보는 익룡 괴물을 말이다.
“저,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이 괴물아!”
김동우는 여자친구를 뒤쪽에 숨긴 채 고성을 질렀다.
꺼져.
저리 꺼지라고, 이 괴물아.
김동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하지만 헌터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인 김동우의 말을 괴물이 들어줄 리 만무했다.
콰앙!
그 순간, 익룡 괴물이 관람차 안으로 머리를 확 집어넣었다.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흔들리는 관람차 안.
김동우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여자친구를 꽉 끌어안았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확 멀어졌다.
마치 누군가가 여자친구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김동우는 눈을 떴다.
“……!”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익룡 괴물이 여자친구를 입에 문 채 관람차 밖으로 데려가려는 모습을.
“여, 연주야!”
“오, 오빠!”
“아, 안 돼! 연주야!”
김동우는 여자친구의 손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평범한 의사인 그가 익룡의 힘을 이길 순 없었고.
“꺄아아악! 오빠!”
여자친구는 익룡 괴물의 입에 물린 채 저 멀리로 날아갔다.
김동우는 구멍이 뻥 뚫린 관람차 밖으로 손을 뻗었다.
여자친구 역시 이쪽을 향해 손을 쭉 뻗고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멀어지는 탓에 두 사람의 손은 닿을 수 없었다.
“여, 연주야…….”
김동우의 손이 허공을 허망하게 휘저었다.
여자친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얼굴을 식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왜…….”
김동우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대체 왜 이런 벌어진 걸까.
김동우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참고 참고 또 참고 노력했는데.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룬 행복을 이제야 맛보았는데.
근데 왜 대체 이딴 엔딩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김동우는 이 빌어먹을 세상을 증오했다.
그때였다.
번쩍!
여자친구를 물어간 익룡 괴물 아래쪽에서 뭔가가 번쩍였다.
저게 뭐지?
울고 있던 김동우는 미간을 좁힌 채 빛나는 게 뭔지에 대해 바라보았다.
‘……무지개?’
반짝이는 무언가는 다름 아닌 무지개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무지개가 땅에서부터 로켓처럼 치솟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로켓처럼 솟구치던 무지개는 익룡 괴물에게 닿더니.
스각!
날렵한 절삭음과 함께 익룡 괴물을 절반으로 갈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