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8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88화
뜻밖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양지수와 윤대영, 그리고 가온 팀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방금 무조건 받을 거라고 하셨습니까?”
“예, 하하. 당연히 승인해야지요. 이신혁 씨 같은 인재를 받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실버 공격대장 은학태가 껄껄 웃었다.
나는 조금 놀라웠다.
내가 실버 공격대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쉽게 합격하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공격대 올라가는 게 그렇게 어렵다던데.’
브론즈에서 실버.
실버에서 골드.
골드에서 다이아.
이렇게 공격대를 올라가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윤대영이나 사형당한 조범근 또한 헌터 경력이 오래됐음에도 브론즈 공격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실버 공격대에 쉽게 합격하다니.
이건 내게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긴요. 이신혁 씨가 워낙 인재라서 그런 거죠. 안 그런가요, 양 팀장? 하하하.”
은학태가 밝게 웃었다.
양지수 또한 장단을 맞추듯 미소를 지었다.
신기했다.
일이 과도할 정도로 수월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실버 공격대장 은학태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악의도 없었다.
브론즈 공격대장 배성철 때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순수함 같은 것도 느껴졌고.
“아무튼 신청해 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요. 이신혁 씨 같은 사람이 올라와 준다면 우리 실버 공격대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은학태는 내 손까지 붙잡으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한 뒤, 나중에 보자며 인사하고 떠났다.
마치 폭풍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
그러한 침묵을 깬 것은 윤대영이었다.
“와, 신혁 씨! 실버 공격대로 승급한 거 축하해요!”
“아, 감사합니다.”
“으하하, 이건 뭐 인생 자체가 탄탄대로네. 이야, 아주 질투가 날 지경이야.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윤대영이 가온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가온 팀원들 역시 윤대영과 비슷하게 말했다.
놀랍고도, 대단하며, 실버 공격대에 올라가서 부럽다고.
‘실버 공격대라.’
실버 공격대.
브론즈 공격대보다 한 단계 높은 그곳에 가면 좋은 점들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당연하게도 ‘돈’을 들 수 있었다.
실버 공격대에 가면 어려운 게이트들을 공략하기에 그에 대한 보수로 거액을 받는다.
그렇기에 브론즈 공격대원들이 기를 쓰고 실버 공격대로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거고.
“신혁 씨, 축하해요.”
어느새 다가온 양지수가 내게 축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이젠 팀장도 아니죠, 뭐. 지수 씨라고 불러도 돼요.”
“에이, 아직 실버 공격대로 간 것도 아니잖습니까.”
“거의 확정인데요, 뭐. 실버 공격대장님도 직접 오셔서 인사까지 하고 가셨고.”
“그래도 팀장님은 영원한 제 팀장님입니다.”
“하하,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양지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더니, 어딘가 쓸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서운하네요.”
“네? 뭐가 말입니까?”
“신혁 씨가 떠난다는 게요. 고작 몇 달이지만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양지수의 눈동자가 금세 촉촉해졌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추억들이 스쳐 가는 것만 같았다.
‘그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양지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나와 양지수, 그리고 윤대영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맨 처음, 미노타우로스를 잡았을 때부터 웨어 울프, 킬러비의 둥지, 조범근 사건, 개인 훈련, 그리고 배성철의 비리 사건까지.
거기에 기억에서 옅어진 일들까지 포함하니 정말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지수를 위로하듯 말했다.
“저도 섭섭하긴 하네요. 그래도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정말이죠? 정말 자주 찾아와 주실 거죠?”
“네, 꼭 그러겠습니다.”
“약속 지켜요. 그 약속 안 지키면 정말 미워할 거예요.”
양지수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와 헤어진다는 게 적잖이 섭섭한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내 핸드폰이 알림 소리를 냈다.
그런데 내 핸드폰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핸드폰에도 띠링 띠링 소리를 내며 알림음이 연달아 울렸다.
이렇게 단체로 알림이 울려대는 건 글로리 길드 인트라넷에 공지가 떴다는 소린데…….
“응? 뭐지? 뭐가 왔는데?”
“어? 긴급 공지 떴다. 이게 뭐지?”
“다들 핸드폰 켜봐! 인트라넷에 뭐 떴어!”
팀원들이 술렁이더니 각자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인트라넷을 확인했다.
나 역시 핸드폰으로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안녕하십니까, 글로리 길드원 여러분. 길드장 권대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일전에 발생했던 비리 사건으로 인해 공석이 된 브론즈 공격대장 자리에 대한 회의 결과가 나와 공지드립니다.」
인트라넷의 공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전임 브론즈 공격대장인 배성철.
그의 비리 사건으로 인해 공석이 된 브론즈 공격대장 자리에 누가 오를지에 대해 회의를 마쳤다는 이야기였다.
새로운 브론즈 공격대장이라.
그게 과연 누굴까.
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공지를 확인했다.
「저 길드장 권대호는 길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여러 후보를 두고 고심한 끝에, 현재 브론즈 공격대 가온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길드원 ‘양지수’를 새로운 브론즈 공격대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새로운 브론즈 공격대장.
그것은 치열한 경쟁 끝에 ‘양지수’로 결정되었다.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 양지수 말이다.
「길드원 양지수는 그동안 탁월한 리더십과 동료에 대한 헌신으로 깊은 신뢰를 쌓아왔으며, 그 결과 브론즈 공격대장이란 자리에 오르기에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새로운 브론즈 공격대장인 양지수 길드원에게 많은 협력과 지지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내가 공지를 끝까지 읽은 순간, 팀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월드컵 결승 연장전에서 골이 터진 것처럼 실로 뜨거운 반응.
그것에 어리둥절한 양지수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말했다.
“팀장님, 축하드립니다. 아니, 이젠 팀장님이 아니라 공격대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네? 그, 그게 무슨…….”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나는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인트라넷에 올라온 공지를 읽는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이, 이게…….”
양지수가 핸드폰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브론즈 공격대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와하하! 팀장님, 축하드립니다!”
“야야, 팀장님이라니. 이제 공격대장님이셔!”
“아, 맞다! 공격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이야, 우리 팀장님이 공격대장님이 되시다니! 이건 정말 역사적인 일이야!”
“난 우리 팀장님이 공격대장이 되실 줄 알았다니까?”
“푸하하, 당연하지! 우리 양지수 팀장님이 아니면 대체 누가 공격대장을 하겠어!”
“만세! 가온 팀 만세! 아니, 브론즈 공격대 만세!”
가온 팀원들이 양지수를 둘러싼 채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마치 독립을 맞이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나도 코끝이 찡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양지수가 그동안 고생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격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공격대장님도 좋은 일을 맞이하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잘 모르겠네요. 제가 브론즈 공격대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양지수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실 수 있습니다.”
“네?”
“공격대장님이라면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분명히.”
나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양지수가 눈가에 맺혔던 눈물을 닦은 뒤, 어여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윤대영이 말했다.
“자자, 여러분! 오늘 같은 날을 그냥 넘어갈 순 없습니다! 신혁 씨의 실버 공격대 승급! 그리고 우리 양지수 팀장님의 공격대장 승진! 이 역사적인 날을 그냥 넘어갈 순 없습니다!”
윤대영은 그렇게 말하며 한우 회식을 제안했고, 양지수는 회식에 응했다.
윤대영과 가온 팀원은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나는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미소 지었다.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 * *
“어머, 강아지 참 예쁘다!”
겨울이를 산책하는 도중에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다.
그녀들은 겨울이가 너무나 예쁘다며 머리나 턱을 쓰다듬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길을 가던 여고생들, 초등학생들,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할 것처럼 생긴 할아버지들도 모여들어 겨울이를 예뻐했다.
“아, 강아지 참 예쁘다. 무슨 인형 같아. 얘 이름이 뭐예요?”
그때, 교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여고생 하나가 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겨울이에여!”
“아, 겨울이? 이름 진짜 예쁘다!”
“헤헤, 그쳐? 하율이가 지었어여!”
“하율이? 그거 너 말하는 거지?”
“넹!”
“그렇구나. 우와, 꼬맹이 너 작명 솜씨가 대단하네?”
“정말여? 헤헤.”
하율이가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응! 어? 근데 꼬맹이 너도 참 예쁘다.”
“앗, 그러게? 무슨 연예인처럼 생겼어.”
“피부는 또 어쩜 이렇게 좋아? 무슨 찹쌀떡 같아!”
사람들은 겨울이를 예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하율이까지 예뻐했다.
나는 예쁨을 받는 하율이와 겨울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 식구들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건 정말이지 기분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한참이나 사람들의 폭풍이 지나간 뒤.
우리는 인적이 드문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읏차!”
하율이가 벤치에 폴짝 올라가 앉았다.
나 역시 그 옆에 앉았다.
겨울이는 내 발치에 얌전히 엎드려 쉬었고.
“하율아, 피곤하지?”
“웅? 머가?”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거.”
“아니양! 하나두 안 피곤한뎅?”
“그래? 사람들이 자꾸 말 걸고 볼살 만지면 피곤하지 않아?”
“머가 구래! 그 언니랑 오빠들이 하율이 예뻐해 주는 건데! 기분 좋기만 하던뎅?”
하율이가 생글생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기했다.
나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리던데.
하하, 혹시 이게 연예인 체질이라는 건가?
“하긴, 겨울이도 좋아하긴 하더라.”
“웅! 겨울이두 예쁨 받는 걸 좋아하나 봐!”
“멍멍!”
“봐봐, 아빠! 맞대자나!”
하율이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귀여운 것들.
그렇게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쉬는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장난감 얘기, 만화 얘기, 음식 얘기 등.
그러던 중, 하율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참, 아빠!”
“응? 왜?”
“우리 다음 영상은 언제 찌거?”
“다음 영상?”
“웅! 하율이네 노래방 말이야!”
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너튜브 채널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