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1화
“별스타그램? 그게 몬뎅?”
하율이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겨울이 역시 반대편으로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이 귀여운 둘을 위해 별스타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이게 SNS의 한 종류인데, 말하자면 사진첩 같은 거야.”
“사진첩?”
“응. 인터넷에 사진첩을 만들어서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고, 또 라이브 방송을 할 수도 있어.”
“그걸 하면 모가 좋은 건뎅?”
하율이가 반대로 고개를 갸웃했다.
겨울이 역시 자동으로 고개 방향을 옮겼고.
“음, 일단 하율이의 예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너튜브 채널에는 노래만 올리지만, 별스타그램에는 일상적인 모습 위주로 올리는 거야.”
“앗, 그럼 하율이가 밥 먹는 거나 동화책 읽는 것두 보여줄 수 있어? 토끼 인형극 하는 것두?”
“응. 그런 식으로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독자 언니 오빠들이랑 더욱 가까워지는 거지.”
나는 별스타그램 개설의 장점에 대해 말해주었다.
“우와아, 할랭! 하율이두 별스타그램 할랭!”
하율이가 양손을 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일상을 공유하고, 라이브도 하고, 또 양방향 소통도 할 수 있는 별스타그램의 매력에 대해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하, 그래. 만들어보자. 근데 아빠도 처음 하는 거라 좀 연구를 해야 할 것 같네.”
“괜차나! 하율이두 도와줄게!”
“멍멍!”
별스타그램을 만들기로 한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플 마켓에서 별스타그램을 다운받은 후, 가입을 했다.
“휴, 드디어 됐네.”
“웅? 아빠, 땀 흘린 고야?”
“아, 응. 이게 꽤 어렵네.”
아롬이는 이런 거 곧잘 했었는데.
그때 같이해서 좀 배워둘 걸 그랬나.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으나, 하율이 앞이라 티를 내진 않았다.
“일단 아이디는 설정했으니까 대충 된 것 같아. 흐음, 근데 무슨 사진을 올리지?”
나는 사진첩 폴더로 들어가서 사진들을 살폈다.
사실 하율이와 찍은 사진들은 많았다.
하지만 왠지 마땅한 사진을 찾을 순 없었다.
그래도 별스타그램을 처음 만드는 거니 괜찮은 사진을 올려야 할 텐데.
“아빠, 좋은 게 없엉?”
“응? 으응. 마땅한 게 없네? 뭔가 짜잔! 하고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의 사진을 원하는데.”
“그랭? 그럼 지금 찌그면 되자나!”
“아…….”
나는 하율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하율이 너 천재구나?”
그래.
지금 찍으면 되지.
그걸 왜 생각 못 했지?
“그래, 하율아. 지금 한번 찍어보자. 겨울이도 같이.”
“웅! 겨울이는 하율이가 안을게!”
하율이는 겨울이를 안았고, 나는 그런 하율이를 끌어안았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셔터음이 몇 번 울린 후, 우리는 사진을 골랐다.
나는 하율이가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른 후, 별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별스타그램의 링크를 너튜브 채널에 연결했다.
「안녕하세요. 채널입니다. 댓글로 별스타그램을 원하는 분이 계셔서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앞으로 종종 사진 올릴 테니 하율이의 일상도 기대해 주세요!」
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후, 너튜브 채널을 종료했다.
그리고 별스타그램에 다시 접속한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하트 모양과 사람 모양, 그리고 말풍선 모양의 알림이 미친 듯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트 모양은 좋아요.
사람 모양은 팔로워.
말풍선 모양은 댓글이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별스타그램 링크를 타고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야, 이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빨리 들어오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치 내가 별스타그램 링크를 올리길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들어오는 사람들.
나는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는 팔로워 숫자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흐음, 하율아. 별스타그램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동화책 읽으러 갈까?”
“동화책?”
“응. 너튜브랑 별스타그램도 좋지만 하율이 하던 것도 해야지.”
너튜브 채널과 별스타그램을 키우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조회 수와 팔로워 숫자는 돈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하율이의 인생이었다.
너튜브나 별스타그램에 매몰되기엔 너무나 아까운 하율이의 인생.
그것을 위해 나는 아빠로서 적당한 선에서 커트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웅! 알았어! 아빠가 읽어줄 거징?”
“당연하지. 방으로 가자.”
“웅웅! 가자, 겨울아!”
“멍!”
하율이와 겨울이는 자신의 핑크핑크한 방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나는 하율이에게 무슨 동화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며 하율이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위이이잉.
주머니 속에서 정신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에서 하는 소리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네? 표창장이요?”
* * *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은 불쑥 찾아오게 마련이다.
내 인생에서도 그랬다.
나의 계획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일들은 휙휙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의 일 역시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물론 계기는 내가 제공했지만 말이다.
“아빠, 표창장이 모양?”
경찰서 대회의실.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하율이가 소곤소곤 물었다.
외출용 블라우스를 곱게 차려입은 하율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표창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으음, 표창장은 착한 일을 한 사람한테 주는 상이야.”
“상?”
“응. 상을 줘서 그 사람의 착한 일에 대해 칭찬하는 거지.”
“아, 그렇구나! 근데 아빠가 착한 일을 했엉? 어떤 건뎅?”
“저번에 우리 놀이공원 갔을 때 있지? 그때 나타난 익룡 괴물들 처치했잖아. 그것 때문에 아빠한테 용감한 시민상 표창장을 준다더라.”
하율이한테 말한 그대로였다.
내가 용감한 시민상 표창장을 받는 이유.
그건 저번에 놀이공원에 갔다가 와이번을 사냥하고, 대관람차에서 사람들을 구한 덕분이었다.
“우와아, 짱이다아! 아빠는 영웅이야?”
“응? 영웅?”
“웅! 사람들을 구해줬자나! 그러니까 영웅이 맞지!”
“하하…….”
머쓱했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영웅이라.
뭔가 쑥스러웠다.
뭐, 듣기는 좋았지만.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네.’
뉴스를 보다 보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사람들이 보도되곤 했다.
식당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간호사.
불이 난 건물로 뛰어 올라가 할머니를 구출한 학생들.
혹은 터널에서 불이 났을 때 용감하게 몸을 던져 화재를 진압한 남자.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그게 그저 남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상을 내가 받게 될 줄이야.
경찰서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만 해도 나는 믿지 못했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보이스피싱 아니냐며 되묻기도 했고.
-용감한 시민상 수상자인 이신혁 씨는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때였다.
단상에 선 경찰서장이 내게 앞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앗, 아빠 이름이다! 경찰 아저씨가 아빠 이름을 불렀어!”
하율이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수많은 경찰과 직원들이 내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어색함을 느낀 나는 저벅저벅 걸어 단상 앞으로 나섰다.
경찰서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표창장에 적힌 문구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신혁 씨는 지난 7일에 발생한 사고에서 헌터의 힘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제압한 것은 물론, 대관람차에 갇힌 시민 27인을 구조하였습니다. 저희 경찰서에서는 이 공로를 인정하여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합니다. 경찰서장 권현동.
경찰서장이 내게 표창장과 상패, 그리고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상패에는 용감한 시민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신혁’이라는 이름 말이다.
짝짝짝짝짝!
표창장과 상패, 그리고 꽃다발을 든 내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키가 작은 하율이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나를 향해 양팔을 흔들어 보였고.
‘기분 참 묘하네.’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껏 느껴봤던 그 어떤 쾌락보다도 짜릿했다.
100억 이상의 연봉을 받았을 때보다도, 거대 몬스터를 잡았을 때보다도, 솔직히 말해서 용살검을 받았을 때보다도 기뻤다.
뭐랄까.
이래서 사람들이 선행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을 정도로.
“축하드립니다. 기념으로 한마디 하시죠.”
경찰서장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한마디 말입니까?”
“네. 시민들의 영웅으로서 한 말씀 하셔야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수상 소감도 좋고, 하고 싶은 말씀도 좋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도 좋습니다. 원하는 말씀을 하십시오.”
경찰서장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이크를 가리켰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오직 내게 쏠렸다.
‘뭐라고 해야 하지?’
가슴이 쿵쾅거렸다.
머릿속이 새하R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랭킹 1위 길드장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았던 내가 이토록 긴장할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그냥 대충 감사하다고 말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고, 또 너무나 어색하니까.
그때였다.
쏘옥!
인파 사이에서 손이 뿅 하고 올라왔다.
하율이의 손이었다.
하율이는 주먹을 꼬옥 쥐어 보이며 내게 뭐라고 뻐끔거렸다.
‘……할 수 있다고?’
하율이의 입 모양은 분명 ‘할 수 있어’였다.
몇 번을 반복해 주었기에 확실했다.
그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하율이의 응원을 받는 순간,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마법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퐁퐁 샘솟아 마음을 가라앉힌 것이었다.
‘아빠로서의 책임감인가.’
이게 뭔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건 책임감인 것만 같았다.
아빠로서의 책임감.
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마음.
그 마음이 긴장감을 집어삼킨 모양이었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긴장감까지 털어낸 후, 하고 싶은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된 이신혁입니다. 먼저,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입을 떼자 사람들이 침묵을 지킨 채 내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율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보이는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무언의 응원을 받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저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입니다. 와이번들을 사냥한 것도, 대관람차에 갇힌 사람들을 구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은 한 건 아닐 겁니다. 이건 그저 힘을 가진 헌터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까요.
나는 말을 술술 이어나갔다.
대본 따위는 없지만, 너무나도 진심이기에 말이 막히지 않고 계속 나왔다.
-그럼에도 저와 같은 행동을 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의 슬픔을 자신의 일같이 생각하고 도와야만 이 춥고 외로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질 테고, 그곳에서 자라날 아이들이 더욱 행복해질 테니 말입니다.
난 선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악인은 아니지만, 딱히 착한 일을 하면서 살아오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조건 없는 선행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그래서 세상이 조금 더 좋은 곳이 되길.
그곳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더욱 행복하길.
나는 그러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 딸 하율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딸이 없었다면 제가 이토록 강해질 수도, 남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힘과 용기를 준 딸아이에게 이 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며 고개를 숙이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딸 얘기를 해서 그런지 경찰관 몇 명은 눈물을 찔끔 훔치기도 했다.
그토록 소란스러운 공간 속에서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짝짝짝짝!
내 딸 하율이가 자그마한 손으로 열심히 박수를 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