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3화
나와 시로코 팀원들이 바라보는 곳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년이 미쳤나. 가만히 있어!”
한 남자가 여자 위에 올라타 힘으로 억누르는 모습.
그리고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 여자가 죽을힘을 다해 반항하고 있는 모습.
고작 몇 초만 봤음에도 알 수 있었다.
저건 남자가 여자를 겁탈하려는 장면이었다.
“도,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흐흐흐, 여기까지 대체 누가 도우러 온다고 그래? 다른 헌터 새끼들은 오크 잡느라 정신없으니까 그냥 얌전히 있어.”
“꺄악! 하지 마세요! 하지 마시라고요!”
남자가 여자의 팔을 다리로 짓누른 뒤, 상의를 부욱 찢어버렸다.
그로 인해 드러난 여자의 속옷.
남자는 혀를 쭈욱 내민 뒤, 여자의 가슴팍을 향해 얼굴을 천천히 들이밀었다.
“저런 미친 새끼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용살검을 든 채로 나서려 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손목을 붙잡아 세웠다.
함께 지켜보고 있던 팀원이었다.
“뭡니까.”
“개입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무슨 소립니까. 저렇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나도 알아. 보기 엿 같은 건 아는데 괜히 끼어들어서 피 보지 말라고. 저 새끼가 누군지 알고 덤벼, 덤비기를.”
팀원이 경고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놓으십시오. 전 도와야겠습니다.”
“이신혁, 네가 강한 건 알겠는데 그냥 내 말 들어. 괜히 저 새끼 건드렸다가 소송이라도 당하면 너 인생 꼬일 수도 있다고. 각성자교도소 갈 수도 있다니까? 각성자교도소 가면 사형이라고, 사형.”
팀원이 설득하듯 말했다.
다른 팀원들 또한 비슷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상관없습니다.”
나는 날 붙잡는 팀원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갔다.
저 강간마 새끼한테 당할 걱정은 없다.
다만 소송을 당해서 각성자교도소에 간다면 그건 좀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달렸다.
여자가 저렇게 애원하는데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 손 치워!”
나는 겁탈의 현장에 가서 소리쳤다.
그러자 여자의 속옷을 내리려던 남자가 뒤를 휙 돌아보았다.
“이런 씹. 진짜 여기까지 온 놈이 있었잖아?”
남자는 낭패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놈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나에게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광기에 젖었어.’
나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간을 결심한 남자의 눈에는 광기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저런 놈에겐 살인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뒤져!”
남자가 자신의 무기인 도끼를 들고 내게로 달려들었다.
보랏빛, 다시 말해 희귀 등급의 무기를 든 남자의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다.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대번에 깨달을 정도로.
하지만 나를 따라올 순 없었다.
스각!
나는 도끼를 든 남자의 팔을 썰어버렸다.
보랏빛 도끼를 쥔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끄아아악! 씨발!”
팔 하나가 잘린 남자가 반대 손으로 주먹을 날렸다.
이제는 이판사판인 듯했다.
하지만 몸이 온전할 때도 어쩌지 못한 놈이 외팔이가 되어서 날 제압할 순 없었다.
스각!
말끔하게 내지른 검격이 놈의 남은 팔을 잘라냈다.
놈이 비명을 질렀다.
두 팔에서 뿜어지는 피 분수에 반격할 의지조차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 넌 뭐야! 뭔데 끼어들어서 지랄이냐고! 그 무기는 또 뭔데!”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검격에 한 번, 그리고 신화급 무기인 용살검의 무지갯빛 광채에 또 한 번 놀란 모양이었다.
스릉.
나는 검을 들고 고민했다.
이놈을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지, 아니면 그냥 보내줄지에 대해.
‘시로코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죽여버렸겠지만…….’
만약 시로코 팀원들이 보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자를 그냥 죽여버렸을 것이다.
이놈은 악인이고,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놈이니까.
하지만 팀원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내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그들이 혹시라도 헌터 협회에 신고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푸욱!
절규하고 있던 남자의 가슴팍에서 검이 쑤욱 튀어나왔다.
심장이 있는 곳을 관통당한 남자가 몸을 파르르 떨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남자가 쓰러진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남자에게 막타를 날린 것은, 조금 전까지 겁탈당하던 여자라는 것을.
“하아, 하아…….”
남자를 찌른 여자가 검을 두 손으로 쥔 채로 숨을 헐떡였다.
옷이 찢어지다 못해 속옷까지 드러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저기, 괜찮으십니까?”
나는 여자의 안부를 물었다.
겁탈에 대한 저항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는 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애처로워 보였다.
“괘,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도대체 무슨 일이죠? 어쩌다가 저런 놈에게 휘말리신 겁니까.”
“하아, 그러니까 그게…….”
여자가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에게 당한 일을 생각하니 뒤늦게 설움이 밀려온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일단 이것부터 입으세요.”
나는 겉옷을 벗은 뒤,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꼴을 돌아본 뒤, 내가 건넨 옷을 입었다.
스윽.
나는 내가 달려왔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로코 팀원들이 혀를 끌끌 차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돕지 말라던 사람을 도왔던 것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있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가시죠. 안전한 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 여자와 아까 그 남자가 무슨 사연인진 모르겠다.
뭐,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강간마는 죽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여자를 안전지대까지 호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혼자 갈게요…….”
여자는 안내하겠다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여긴 위험합니다. 근처에 오크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안 그래도 신세를 진 입장에서 안내까지 부탁드릴 수 없어요…….”
“괜찮으니 어서 가시죠.”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여자가 손사래를 치며 내 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전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 가시던 길 가세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아, 옷값은 배상해 드릴 테니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나는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여자는 더욱 완강한 태도로 내 번호를 얻어갔다.
자신의 이름을 ‘성유나’라 말한 여자.
내 번호를 기어코 얻어간 그녀는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한 뒤, 거리 저 너머로 멀어져 갔다.
“…….”
나는 성유나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바라보았다.
이상한 남자에게 겁탈까지 당한 그녀의 뒷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다.
솔직히 행색으로 보아 딱히 형편이 좋은 사람도 아닌 것 같았고.
“뭐, 번호 줬으니 힘들면 연락하겠지.”
나는 마치 길잃은 강아지와도 같은 그녀가 떠난 길을 등진 채로 걸었다.
다시 오크 사냥을 이어가기 위해.
* * *
성유나.
오크들을 피해 안전지대까지 나온 그녀는 택시에 올라탔다.
“흐윽…….”
택시 뒷좌석에 몸을 기댄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흐느꼈다.
안전한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려 눈물이 나온 것이었다.
성유나는 헌터가 되고 싶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강력한 헌터.
하지만 힐러인 자신은 그렇게 강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타인을 도와 높은 곳까지 가길 원했고, 모 길드에 들어가 오늘 게이트에 출정했다.
하지만.
‘나쁜 새끼…….’
함께 나온 길드장이란 새끼는 동네 깊은 곳에 들어가자마자 돌변했고, 성유나를 겁탈하려고 들었다.
당연하게도 성유나는 저항했다.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순결을 더러운 중년 남자에게 잃기 싫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연약한 데다가 힐러인 성유나가 도끼 전사인 남자를 이겨낼 순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옷까지 갈기갈기 찢어져 강간당할 위기에 처했다.
헌터 한번 해보겠다고 나온 게이트에서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던 것이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때, 영웅이 나타났다.
무지갯빛 검, 그러니까 신화급 무기를 든 사내가 나타나 빌어먹을 강간마를 제압했다.
막타는 자신이 넣었다지만, 만약 그 사내가 나타나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스윽.
성유나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매만졌다.
부드러운 소재의 옷에서는 남자의 체취가 느껴졌다.
어쩐지 포근한 느낌의 냄새.
성유나는 그것을 느끼며 자신을 구해줬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에서 본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했다.
마치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어디에서 봤을까.
성유나는 곱상하고도 잘생긴 남자를 어디에서 봤는지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끼익.
그렇게 고민하던 중, 택시가 멈춰 섰다.
그렇게 그녀가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린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이어마이크를 착용한 그들은 전부 경호원들이었다.
“아가씨, 대체 어디에 다녀오신 겁니까!”
“얼굴은 왜 그러십니까! 혹시 다치신 겁니까?”
“일단 들어가십시오! 의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성유나의 안위에 대해 물었다.
성유나는 조금의 귀찮음을 느끼며 말했다.
“전 괜찮으니까 의무실 대신 아버지를 먼저 뵙고 싶어요.”
“회, 회장님 말입니까?”
“왜요, 안 되나요?”
“아, 아닙니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조금 당황한 경호원들은 성유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1등 대기업, 오성 그룹의 회장실을 향해.
* * *
“앗! 저기 있따!”
“멍멍!”
하율이가 잠자리채를 든 채 와다다다 달려갔다.
겨울이 역시 멍멍 짖으며 잔디밭을 가로질렀다.
아무래도 잠자리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으앙! 또 놓쳤어!”
하지만 정신없이 달려가던 하율이는 좌절 섞인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잠자리를 놓친 모양이었다.
“멍멍!”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겨울이는 그저 해맑게 짖을 뿐이었다.
둘의 뒤를 따라가던 나는 겨울이를 한 번, 그리고 하율이를 또 한 번 쓰다듬었다.
“하율아, 왜? 뭐가 잘 안돼?”
“히잉, 잠자리가 날아갔어…….”
“잠자리 잡고 싶어?”
“웅! 아빠가 도와주면 안 대?”
“알았어. 아빠가 도와줄게. 잠자리채 잠깐 빌려줄래?”
하율이는 내게 잠자리채를 흔쾌히 넘겼다.
주변에는 잠자리들이 이리저리 한가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쁜 놈들.
감히 우리 딸을 실망하게 해?
전부 다 잡아주마.
“아빠가 보여줄게. 자, 이게 알고 보면 엄청 쉬워. 잠자리가 이동하는 방향을 잘 보고 있다가 확 잡아채면 되는 거거든.”
나는 숨을 죽인 채 잠자리들의 이동 방향을 주시했다.
그리고 적당한 녀석 하나가 내 앞을 날아간 순간.
“바로 지금!”
잠자리채를 휙 휘둘렀다.
그야말로 완벽한 찬스였고, 완벽한 팔짓이었…….
위이이잉!
……다고 생각했지만 잠자리는 잠자리채를 유유히 벗어나 하늘로 날아갔다.
아이고.
이게 무슨 망신이래.
“모야아! 아빠두 못하넹!”
“멍멍!”
하율이와 겨울이가 나를 비난했다.
하아
민망해.
“잠깐만 있어 봐. 아빠가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래. 이번엔 꼭 잡아줄 테니까 잘 보고 있어 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간을 좁혔다.
건방진 잠자리 놈들.
감히 내 딸 앞에서 망신을 줘?
나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잠자리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완벽한 찬스가 왔다고 생각한 순간, 잠자리채를 재빨리 휘둘렀다.
하지만.
위이이잉!
잠자리는 나를 유린하듯 내 앞을 배회하다가 날아가 버렸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어려운 건데?
“하아, 안 되겠다.”
망신을 당한 나는 하율이에게 잠자리채를 넘겼다.
이것들이 순순히 안 잡혀준다 이거지?
좋았어.
그럼 나도 전력을 다해줄게.
“하율아, 잘 보고 있어. 아빠가 이번엔 진짜 잡아줄게.”
나는 소매를 걷어붙인 뒤, 정신을 집중했다.
단전으로부터 펄펄 끓어오르는 푸른 마력.
나는 그것을 팔뚝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얇게 펴 발랐다.
그리고 주변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노려본 뒤.
휙!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잠자리를 잡아챘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날개를 파르르 떠는 잠자리.
드디어 채집 성공이었다.
“우와아아! 아빠가 잡았다아! 드디어 잡았다아아아!”
하율이가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겨울이 역시 앞발을 들고 콩콩 춤을 추며 장단을 맞췄다.
“있어 봐. 아빠가 더 잡아줄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계속해서 뻗었다.
휙휙 내뻗는 손마다 잠자리가 잡혔다.
심지어 2~3마리씩 잡히기도 했다.
잠자리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마력을 두른 내 속도를 앞지를 순 없었던 것이다.
“우와아앙! 우리 아빠 최고!”
하율이가 엄지척을 난사하며 환호했다.
나는 그녀의 칭찬에 뿌듯함을 느꼈다.
잠자리 사냥꾼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