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4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4화
나와 하율이는 잔디밭을 돌아다니며 잠자리를 잔뜩 잡았다.
꼬리가 빨간 잠자리, 파란 잠자리, 주홍 잠자리 등.
크기와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미친 듯이 잡아댔다.
각성자의 마력을 잠자리 채집에 사용한다는 점이 조금 민망하지만 뭐 어떤가.
내 딸이 좋다는데.
내 딸이 기뻐하는데 체면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나는 그러한 마음으로 잠자리를 잔뜩 잡은 뒤, 우리의 돗자리로 돌아왔다.
“우와앙! 하율이는 이제 잠자리 부자당!”
하율이가 목에 건 채집통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
실제로 형광색의 채집통 안에는 잠자리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뭔가 좀 미안할 정도로.
“하율아, 좋아?”
“웅! 잠자리 완전 잡고 싶었거등! 헤헤, 고마워. 아빠!”
하율이가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아이고, 예쁜 딸.
잠자리가 그렇게 좋을까.
‘잠자리가 좀 불쌍하지만…….’
채집통 안에 가득한 잠자리들.
그들은 아마 집에 가져가면 다 죽을 것이다.
그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기로 했다.
하율이가 며칠 기뻐하면 그걸로 된 거니까.
그때였다.
“헤헤, 다 놀았으니까 이제 보내줘야겠당.”
“응? 뭐라고?”
나는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너무나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보내줘야겠다구.”
“잠자리를 그냥 보낸다고? 왜? 힘들게 잡은 거잖아.”
“그래두 보내줘야징! 잠자리들두 집에 가구 싶을 텐데!”
“아니, 정말? 하율이 잠자리 잡고 싶어 했잖아. 아까 잠자리 못 잡아서 막 울려고 하기도 했고.”
하율이는 잠자리를 엄청나게 잡고 싶어 했다.
애초에 곤충채집을 하러 나오자고 한 것도 하율이였다.
그런데 그 잠자리들을 놓아주자고?
그토록 힘들게 잡았는데?
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웅! 잠자리들이 불쌍하자나! 잠자리들두 자기 가족이 있을 텐데!”
“잠자리들의 가족?”
“웅웅! 하율이가 집에 데려가면 쪼끔 재미있을 수는 있겠지만 잠자리들의 엄마랑 아빠가 슬퍼하자나. 그럼 안 대. 그러니까 보내주는 거양!”
“…….”
나는 하율이의 말에 침묵을 지켰다.
솔직히 난 잠자리들이 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하율이가 기뻐한다면 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곤충이니까.
미물이니까.
‘하율이는 잠자리 입장에서 생각했구나…….’
하지만 하율이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욕심 대신 잠자리들의 입장을 생각했다.
잠자리들도 가족들을 보러 가고 싶어 할 거라며 놓아주겠다고 말했다.
난 고작 5살짜리 아이가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땐 호기심으로 곤충을 죽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놓고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고마워, 하율아.”
“웅? 고맙다구? 모가?”
“그냥. 이렇게 착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율이를 끌어안았다.
“웅? 아빠, 왜 구래?”
“아냐. 그냥 이대로 있자.”
“헤헤, 좋긴 한데 왜 구러는지 궁금행. 혹시 하율이가 갑자기 막 이뻐 보인 구야?”
“응. 그런 거야. 하율이가 너무너무 예뻐 보였어. 평소보다도 훨씬 더 예뻐 보였어. 사랑해, 하율아.”
“웅! 나두 사랑해, 아빠!”
품에 안긴 하율이가 자그마한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내 몸에 퍼지는 다정한 온도.
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멍멍!”
그때, 겨울이가 짖었다.
아무래도 자기만 놔두고 포옹을 한다고 섭섭해하는 듯했다.
하여튼 질투도 많은 녀석이라니까.
“자, 겨울이도 이리 와.”
나는 품을 열었다.
그러자 새하얀 겨울이가 폴짝 뛰어와 내 품에 안겼다.
그렇게 나는 하율이와 겨울이를 품 안에 끌어안고 포근함을 느꼈다.
행복했다.
꿈처럼 느껴질 만큼.
“자, 하율아. 이제 보내줄까?”
“웅!”
한참이나 안고 있던 우리는 이제 슬슬 집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잠자리를 풀어주기로 했다.
“어떻게, 하율이가 할래?”
“웅! 하율이가 할게!”
하율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채집통을 들었다.
그러더니 잠자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빠이빠이, 라는 말과 함께 손까지 흔들며.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 싱긋 웃었다.
자기만의 인사를 한 뒤, 하율이는 채집통 마개를 열더니 하늘 높이 들었다.
“얘들아! 이제 엄마 아빠 만나러 가! 하율이랑 놀아줘서 고마웠어. 안녀어어어엉!”
하율이의 명랑한 인사와 함께 잠자리들이 채집통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유를 향해 날개를 바르르 떨며 날아가는 잠자리들.
그들은 정말 가족들을 찾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신없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잘 가라.”
나 역시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는 잠자리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잘 가라, 잠자리들아.
우리 딸이랑 놀아줘서 고마웠어.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그렇게 대부분의 잠자리들이 채집통에서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한 마리.
그건 다름 아닌 ‘왕잠자리’였다.
연두색의 커다란 몸통과 무지갯빛 꼬리를 가진 왕잠자리 말이다.
위이잉!
녀석 역시 자유를 향해 날개를 퍼덕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바로 도망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신기했다.
마치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기도 했고.
“아빠! 왕잠자리가 인사하나 봐!”
“인사?”
“웅! 우리랑 재밌게 놀았다구 인사하는 것 같은뎅?”
“하하, 그런가? 그래. 그럼 우리도 인사해 줄까?”
“웅! 잘 가, 왕잠자리야! 다음에 또 놀자아아아!”
하율이가 두 손을 하늘 위로 흔들면서 해맑게 외쳤다.
겨울이 역시 멍멍 짖었고, 나 역시 나지막이 읊조렸다.
잘 가, 왕잠자리야.
다음에 또 놀자.
위이이이잉!
아름다운 꼬리를 가진 왕잠자리는 우리 주위를 한참이나 배회하다 날아갔다.
솜사탕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 * *
며칠 후, 나와 하율이는 조금 낯선 장소로 향했다.
머리에 힘을 주어 세팅하고, 옷까지 베이지 컬러로 예쁘게 맞춰 입고 가는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스튜디오’였다.
가수들이 녹음을 하는 스튜디오 말이다.
“앗! 신혁 씨! 하율아! 여기요!”
그렇게 녹음실 건물까지 찾아갔을 때, 조하나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내가 스튜디오 앞에서 조하나와 만난 이유는 간단했다.
조하나는 채널의 세 번째 영상을 제대로 올려보자고 말했고, 그 방법으로 스튜디오 녹음을 해보자고 했다.
지금까진 자연스러운 영상만 올렸지만, 이번 영상은 분위기가 딱 잡힌 곳에서 튠 보정까지 깔끔하게 만져서 올려보자는 의견을 낸 것이었다.
맨 처음, 나는 너무 형식적인 것 같아 조금 망설였다.
채널의 매력은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하나가 자신의 대학교 선배가 스튜디오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권하길래 결국 알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하율이의 의사를 물었고, 하율이가 흔쾌히 허락한 덕에 스튜디오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여!”
“안녕, 하율아. 잘 지냈어?”
“넹! 너무너무 잘 지냈어여!”
하율이와 조하나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조금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하나 씨가 허락해 주셔서 오긴 왔다만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바쁘신데 민폐 끼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니에요, 신혁 씨.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전 정말 괜찮아요.”
“흐음, 하나 씨는 괜찮다고 쳐도 그 선배라는 분은 불편하실 수도 있잖습니까.”
“하하, 정말 괜찮아요. 그 오빠가 학교 다닐 때 저를 워낙 예뻐했고, 또 저도 오빠한테 도와준 거 많아서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절대로 민폐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조하나가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뭔가 조금 미안하긴 했다.
수고비로 100만 원을 봉투에 챙겨왔지만 그럼에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고.
조하나가 말했다.
“와, 그런데 오늘 두 사람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네. 베이지색 커플룩으로 맞춰 입으셨네. 진짜 멋지신데요? 하율이도 너무너무 예쁘고요. 무슨 화보 촬영하는 것 같아요!”
조하나가 우리 부녀의 데일리룩을 칭찬했다.
나는 흰 티에 베이지색 가디건.
하율이는 흰색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치마.
나름 신경 쓴 코디를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하율이 예뻐여?”
“응! 완전 예쁜데? 영화배우 같아, 하하.”
“정말이여? 헤헤?”
하율이가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 하율이는 정말 영화에 출연해도 될 정도로 예쁘고 귀여웠다.
조하나가 말했다.
“아무튼 얼른 들어가요, 신혁 씨.”
“아, 네. 가시죠. 가자, 하율아.”
“웅!”
우리는 그렇게 스튜디오 건물로 들어섰다.
핸드폰으로 대충 찍는 게 아니라 가수처럼 정식으로 녹음을 하게 되다니.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반갑습니다. 하나 선배 안세준입니다.”
녹음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세준이란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뿔테 안경을 낀 그에게는 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뭔가 음악계 고인물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로.
“안녕하십니까. 이신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신혁 씨. 하나 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네가 하율이구나?”
안세준이 자세를 조금 낮춰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율이가 배꼽 위에 손을 살포시 얹더니,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여! 이하율입미당!”
“하하하, 얼굴도 예쁜 애가 인사성도 참 밝네.”
“감사합미당! 선생님도 엄청 잘생겼어여!”
“아이고, 빈말도 할 줄 알아? 넉살도 좋은 게 아주 크게 되겠는데?”
“넹! 하율이는 키 많이 클 거예여! 180두 넘을 거예여!”
하율이의 순수한 오해(?)에 어른들이 웃음을 빵 터뜨렸다.
나 역시 미소를 짓고 있다가 안세준에게 말했다.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휴, 아닙니다. 하나가 부탁한 분인데 뭐가 죄송합니까.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안세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이거 별거 아니지만 드시면서 해주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오는 길에 산 고급 케이크와 커피를 건넸다.
돈 봉투는 다 끝나고 나중에 몰래 두고 갈 생각이었다.
“아이고, 번거롭게 뭐 이런 것까지 사 오시고.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안세준이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성품이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조하나와 절친한 사이인 사람이 악인일 리는 없겠지.
나는 마음을 한결 놓았다.
하율이 역시 딱히 긴장하지 않은 것 같았고.
* * *
케이크와 커피를 나눠 먹은 우리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나와 하율이는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TV에서나 보던 녹음 부스 안에 들어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와, 여기 짱 신기해!”
하율이 역시 마찬가지인지 녹음 부스 안을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핸드폰 카메라를 설치해 영상 촬영을 시작했고, 바깥에서도 녹음 준비를 마쳤는지 버튼 하나를 눌러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아, 들리세요? 하율아, 아저씨 목소리 들리니?
녹음 부스 안에 안세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TV에서나 보던 걸 하니 정말 신기했다.
“넹! 들려영!”
-그래그래. 신혁 씨도 들리시죠?
“네, 잘 들립니다.”
-네, 좋습니다. 아무튼 지금부터 녹음을 시작할 건데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반복해도 되니까 긴장하지 말고 하세요. 긴장하면 노래 안 나오니까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넹! 하율이두 들었어영!”
하율이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투명한 유리창 바깥에 있는 안세준과 조하나가 미소를 지었다.
이후에도 안세준은 초심자인 우리를 위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뒤 타임을 비워뒀으니 편하게 녹음해도 된다는 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도 보정이 가능하니 편하게 하라는 말.
그리고 녹음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과 각종 기기 사용법 등에 대해 친절히 말해주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재미있게 해봅시다.
-하율이 파이팅! 선생님이 응원할게!
안세준과 조하나의 말과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귀에 착용한 헤드폰에서 반주가 흘러나왔다.
하율이 역시 고개를 까딱이는 걸 보니 나와 똑같은 반주를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곡 역시 신새롬의 노래로, 저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였다.
‘우리 딸, 파이팅.’
커다란 헤드폰을 쓴 채 팝 필터 마이크에 집중하고 있는 하율이.
나는 그녀를 조용히 응원했고.
“초코 러브 ♪ 넌 나의 달콤한 초코 러브 ♬”
하율이의 노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