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5화
안세준.
그는 음악판에서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 사운드 엔지니어였다.
초대형 스타들의 녹음을 돕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유명한 아이돌이나 발라드 가수들의 일을 맡아서 하곤 했다.
실제로 초대형 기획사에 안세준의 이름이 스멀스멀 퍼지는 중이었고.
이렇게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안세준의 능력 덕분이었다.
어릴 적, 안세준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음악을 그냥 듣지 않았다.
예민한 귀를 가진 그는 음악을 듣자마자 반주에 쓰인 악기들을 분해해서 들을 줄 알았다.
보컬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믹싱이 뭔지, 마스터링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던 코흘리개 시절부터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어느 부분이 이상한지 곧잘 잡아내곤 했다.
프로 엔지니어의 손을 거친 작품에서 말이다.
이토록 예민한 귀 덕분에 안세준은 금세 업계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고, 매일같이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커리어를 키워가던 도중, 대학교 후배인 조하나가 부탁을 해왔다.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너튜브에서 노래 채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대로 영상을 찍어볼 수 있도록 좀 도와달라고.
조하나의 부탁에 안세준은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대학교 후배인 조하나에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아는 사람, 정확히는 이하율이라는 아이의 녹음에 진심을 다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고작 5살짜리 꼬맹이의 노래 채널.
그런 것에 전력을 다할 정도로 안세준은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어린아이의 취미 수준일 테니, 그냥 적당히 녹음 스튜디오 경험이나 시켜줄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녹음실 견학 같은 것이었다.
딱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이에 맞게 놀이를 해주려는 것뿐이었다.
어차피 이하율이란 아이가 정식으로 데뷔할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안세준의 큐와 함께 녹음에 들어갔다.
곡명은 국민 여동생 신새롬의 .
안세준은 반주를 틀었고.
-초코 러브 ♪ 넌 나의 달콤한 초코 러브 ♬
녹음 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있던 이하율이란 아이가 입을 떼기 시작했다.
안세준은 다리를 꼰 채로 손톱을 다듬으며 노래를 대충대충 들었다.
신새롬의 라.
뭐, 노래는 인기 있는 걸로 야무지게 골랐네.
딱히 관심은 없지만.
그런데.
“……어?”
손톱을 다 다듬고 귀를 후비적거리던 안세준의 손짓이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뜬 안세준.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이토록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하율이란 아이의 노래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얘 뭐지?’
딴짓을 하던 안세준은 녹음 부스 안을 바라보았다.
자기 머리보다 큰 헤드폰을 낀 채 청아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하율.
그 아이의 노래는 너무나 좋았다.
‘테크닉적으론 어설퍼. 음정도 조금은 나가고. 근데 묘하게 듣기 좋아. 이거 왜 이러지?’
이하율.
올해 5살인 아이의 노래는 솔직히 조금 어설펐다.
귀가 예민한 안세준에게는 음정이나 박자가 툭툭 나가는 게 다 들렸고.
그런데 왜일까.
이하율이란 아이의 노래는 너무나 듣기 좋았다.
‘목소리가 맑아서 그런가? 아니야.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야…….’
안세준은 미간을 좁혔다.
처음에는 그저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목소리가 좋아서, 라고 평가하기엔 너무나 고차원의 문제였다.
그렇게 안세준이 멍하니 노래를 감상하던 중이었다.
-……아저씨?
이하율의 목소리에 안세준은 정신을 차렸다.
몽롱했던 정신을 차리니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녹음 부스 안의 이신혁과 이하율.
그리고 근처에 서 있던 조하나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는 듯이.
“……아.”
안세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어느샌가 노래가 끝났다는 것을.
안세준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언제 4분이 다 지나갔지?’
의 노래 길이는 4분 정도다.
그 노래가 이토록 빨리 끝나다니.
심지어 그게 끝난 줄도 몰랐다니.
대체 얼마나 푹 빠져 있었길래 이런 거지?
안세준은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저, 엔지니어 선생님?
그때, 녹음 부스 안에 있던 이신혁이 말했다.
안세준은 그제야 정신을 완전히 차리고 대답했다.
“아, 예.”
-어떻게, 다시 한번 해볼까요?
“예? 왜, 왜요?”
안세준의 물음에 이신혁이 무슨 뜻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왜겠습니까. 당연히 저희 하율이의 노래가 엔지니어 선생님의 성엔 안 차실 테니 다시 해보려는 거죠.
이신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세준은 또다시 눈을 멍청하게 깜빡거리다가 말했다.
“아, 그게……. 음, 뭐, 네. 일단 한 번 더 해보시죠, 하하하.”
안세준은 너무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번 더 해보라고.
물론 이하율의 노래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다.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어.’
안세준이 이하율에게 노래를 한 번 더 해보라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조금 전의 그 아름다운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네. 그럼 다시 해보겠습니다. 하율아, 한 번 더 가자. 알았지?
-웅! 이번에두 파이팅!
이신혁과 이하율이 준비를 마쳤다.
안세준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주를 재생했다.
-초코 러브 ♪ 넌 나의 달콤한 초코 러브 ♬
이하율이 타이밍에 맞추어 노래를 시작했다.
안세준은 맨 처음과 달리 최대한 집중해서 노래를 들었다.
‘와…….’
그리고 곧장 감탄하고 말았다.
입을 쩍 벌린 채로 크게 감탄하고 말았다.
이하율의 노래.
그것은 자신이 들어본 노래 중 최고로 아름다웠으니까.
마치 아기천사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하, 하나야.”
안세준은 녹음 부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하나를 불렀다.
“네? 왜요, 오빠?”
“저 꼬맹이 뭐야?”
“뭐가요?”
“저 이하율이란 꼬맹이 대체 뭐냐고. 뭔데 저렇게 노래를 잘하냐고…….”
안세준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오! 오빠 마음에도 들어요?”
“맘에 들다마다. 야, 진짜 나도 난다 긴다 하는 가수들 노래 많이 들어봤지만 이렇게 좋은 노래는 처음 들어봐.”
“헐, 그 정도예요?”
“응. 진짜 잘한다. 물론 테크닉 면에서는 많이 미숙하지. 근데 자기만의 목소리로 노래를 이끌어가는 실력이 너무 능숙해. 뭐랄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뭐야. 농담이죠?”
“농담은 무슨. 나 이걸로 밥벌이하는 사람이야. 이런 걸로 농담 안 한다고.”
안세준의 말에 조하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확실히 안세준은 노래에 있어서는 빈말이나 장난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멍한 얼굴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말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조하나는 녹음 부스 안의 이하율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헤드폰을 낀 채로 예쁘게 노래를 부르는 이하율.
그녀를 바라보며 조하나는 싱긋 웃었다.
‘역시 하율이는 천재였어.’
* * *
나와 하율이는 같은 노래를 10번이나 반복한 끝에 녹음 부스를 나올 수 있었다.
“하율아, 힘들지? 고생 많았어.”
나는 같은 노래를 반복해 부르느라 힘들었을 하율이에게 고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웅? 아닌뎅? 완전 재밌었어!”
하율이는 조금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아니, 티를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로 힘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지?
설마 녹음실 체질인가?
신기하네.
아무튼 나는 고생했을 하율이에게 달달한 쿠키와 음료를 챙겨주었다.
오물오물.
하율이는 쿠키를 맛나게 먹었고, 안세준은 녹음한 노래 중 하나를 틀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율이의 노래를 들었다.
방음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음질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안세준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저, 선생님.”
“예? 아, 예.”
이상한 일이었다.
안세준은 맨 처음에 봤을 때의 그 지적인 이미지가 싹 사라져 있었다.
물론 외모는 그대로지만 맨 처음의 그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무슨 얼이 빠진 사람처럼 행동했다.
뭐야,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
나는 의문과 함께 안세준에게 물었다.
“엔지니어분 입장에서 저희 하율이 노래는 어땠습니까?”
“아, 그게…….”
안세준이 안경을 고쳐 쓰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신혁 씨.”
“네.”
“제가 사운드 엔지니어 생활만 올해로 딱 10년짼데요…….”
안세준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 좋은 노래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네?”
안세준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10년 차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사람이 이렇게 좋은 노래는 처음 들어봤다니.
말은 고맙지만 조금 과장처럼 느껴졌다.
10년 동안 일을 했다면 노래 잘하는 가수 수백 명은 봤을 테니까.
“하하, 농담이시죠?”
“아닙니다. 절대 농담이 아니에요. 제가 진짜 웬만큼 노래 잘하는 가수들 노래 다 들어봤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는 처음 들어봅니다.”
“진심이십니까?”
“예.”
안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미심쩍은 그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조하나가 입을 열었다.
“신혁 씨, 거짓말 아니에요. 세준 선배는 음악으론 빈말 안 하거든요.”
“진짜입니까?”
“네. 저도 세준 선배 오래 봤지만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 봐요. 그쵸, 선배?”
조하나가 안세준을 바라보았다.
안세준은 다시 안경을 고쳐 쓰더니 말을 이었다.
“하나 말이 맞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음악 쪽에선 꼰대라 빈말 못 합니다. 그게 제 신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하율이 노래는 정말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녹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녹음을 딱 10개 땄는데, 10개 다 좋은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 봤습니다. 뭘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10개가 다 매력적이에요. 하나를 고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안세준은 그렇게 말하며 온갖 칭찬을 이어갔다.
테크닉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거야 배우면 그만이고,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저기, 신혁 씨.”
“네.”
“제가 주제넘게 조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안세준이 조심스레 말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하율이 얘, 천재입니다.”
“천재요?”
“네. 천재예요. 제가 살면서 애들 노래도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 하율이처럼 노래 잘하는 애는 처음 봅니다. 이건 고음이 올라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매력이 끝판왕을 찍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런 천재는 그냥 너튜브 채널에만 두면 안 됩니다. 반드시 초대형 기획사를 통해서 데뷔시켜야 해요.”
“정식으로 가수를 시키라는 말씀이십니까?”
“예.”
안세준은 그렇게 말하며 하율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하율이는 그야말로 천재이며, 이런 아이는 초대형 기획사로 보내 연습생 생활을 거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준이 말했다.
“만약 하율이를 초대형 기획사의 케어 아래에서 훈련시킨다면…….”
사운드 엔지니어 안세준.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신새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