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6화
사운드 엔지니어 안세준은 말했다.
만약 하율이가 초대형 기획사에서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신새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쁜 외모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고도 말했고.
‘신새롬보다 더 성공한 가수가 될 수 있다라…….’
나는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어른들의 대화와 상관없이 초코 쿠키를 야금야금 베어먹고 있는 하율이.
그런 하율이가 국민 여동생인 신새롬보다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전문가에게 이런 말을 듣게 해준 하율이가 참 대견하기도 했고.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기획사 같은 건 좀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안세준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예? 왜요?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데 왜 생각을 하십니까? 요즘 애들은 빨라서 지금 나이부터 보내셔야 해요.”
“저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는 그런 길은 택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 혹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의아해하는 안세준.
그를 향해 나는 설명했다.
초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하면 성공 확률을 늘릴 수 있겠으나, 나는 내 딸 하율이가 그런 혹독한 환경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저는 제 딸이 최대한 즐겁고 행복한 환경에서 노래하게 하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하율이에게 노래가 놀이였으면 좋겠거든요.”
“신새롬처럼 국민 가수가 되어서 큰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말입니까?”
“네.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돈은 저희에게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거든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이토록 막힘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 이런 생각을 너무나 많이 했으며, 그 덕분에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돈은 내가 벌면 그만이야.’
나도 돈이 좋다.
하지만 돈은 내가 벌면 그만이다.
어차피 연봉은 예전에 100억을 훌쩍 넘었고, 그런 내게 있어서 돈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그저 내 딸 하율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노래가 좋아서 활동하는 삶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재능은…….”
“선배, 그만해요. 이제 충분히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듣고만 있던 조하나가 중간에서 중재했다.
“하나야, 나는…….”
“알아요. 안타깝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돈보다 다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에요. 신혁 씨랑 하율이가 그런 사람들이고요. 그쵸, 신혁 씨?”
조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녹음본은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마음 바뀌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아는 기획사랑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안세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녹음을 마쳤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안세준과 조하나는 먼저 나갔고, 나는 하율이를 마지막까지 챙겼다.
그리고 준비했던 돈 봉투까지 몰래 놓고 나가려던 순간.
“아, 하율아.”
“웅?”
“우리 스튜디오 온 기념으로 별스타그램 사진 하나 남길까?”
나는 오랜만에 별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업로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널의 구독자들은 노래 영상만큼이나 하율이의 일상 사진도 궁금해하니까.
“웅! 찍자! 근데 아빠, 하율이 머리 좀 빗겨주라!”
“응, 알았어. 잠시만.”
나는 가방에서 빗을 꺼내 하율이의 머리카락을 곱게 빗겨주었다.
그렇게 꽃단장(?)까지 마친 후, 나는 하율이를 품에 안아 들었다.
그리고 내 목을 감싼 하율이와 함께 이런저런 포즈로 셀카를 찍었다.
“자, 됐다. 지금 바로 올릴까? 따끈따끈한 사진 올리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웅! 올리자! 따끈따끈!”
하율이가 의욕을 드러냈다.
나는 녹음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사진란에 올렸다.
베이지 컬러를 포인트로 커플룩을 입은 우리는 정말이지 단란한 가족처럼 보였다.
“흠…….”
“웅? 아빠, 왜애? 무슨 고민 있엉?”
“아니, 내용을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네. 간단하게 한마디 쓰고 싶은데 생각이 안 나.”
“아하, 그럼 이건 어때애?”
“어떤 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하율이가 두 주먹을 꼬옥 쥔 채로 말했다.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
하하하.
정말이지 하율이다운 대답이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잠시만.”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율이가 말한 대사를 적었다.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 라고.
그렇게 포스팅을 마친 순간.
곧장 좋아요와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신상 포스팅 떴다!
└헐, 대박! 오늘 착장 뭐예요? 커플룩 존예!
└아버님이랑 하율이 커플룩으로 맞춰 입으신 거예요? 진짜 예쁘다!
└볼수록 부녀 미모가 미쳤네. 딸은 아빠 닮는다더니 하율이가 아버님 덕분에 예뻤구나!
└아이구, 우리 예쁜 하율이 사진 보니까 이모가 이제야 밥이 넘어가네 ㅎㅎㅎ
└어? 근데 배경이 녹음실인데?
└그러네? 설마 다음 영상 스포인가요?
└헐, 지금도 잘 부르는데 보정발 받으면 얼마나 쩐다는 거지? 하, 기대된다.
└다음 영상 올려주실 때까지 숨 참는 중 (1일차)
└222
└333
└444
기다렸다는 듯이 와다다 달리는 댓글들.
그들은 마치 알림 설정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곧장 포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고맙고도 신기했다.
세상에 우리 부녀에게 이토록 깊은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신혁 씨, 뭐 하세요? 어서 가요.”
“아, 네. 알겠습니다. 하율아, 가자.”
“웅! 밥 머그러 가자아아!”
신이 난 하율이의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식사를 하러 나갔다.
세 번째 영상 업로드가 임박한 순간이었다.
* * *
국내 최대 규모의 다국적 기업인 ‘오성 그룹’.
재계 서열 1위의 이 기업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
친부 때 쌀집에서 시작한 가게를 오늘날의 오성 그룹으로 키워낸 것은 다름 아닌 회장 ‘성태원’의 공이 컸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존경을 받으며 자서전까지 집필한 성태원.
사실상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듣는 성태원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러움을 샀다.
당연한 일이었다.
재계 서열 1위의 그룹을 소유한 인물은 못 할 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성 그룹의 회장 성태원은 최근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의 막내딸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셨어요?”
성태원의 막내딸인 성유나.
그가 회장실에 들어와 묻고 있었다.
“얘야, 그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성태원은 성유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성유나의 부탁은 도저히 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성유나가 말했다.
“왜 말씀이 달라지셨죠? 제 건강이 낫기만 하면 뭐든지 하게 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집을 사달라면 사주고, 차를 사달라면 사주고, 섬을 사달라면 사주마. 하지만 그것만은 안 된다. 그러니 제발 마음을 바꾸거라.”
“아뇨, 제 마음은 바뀌지 않아요. 전 길드를 만들고 싶어요.”
성태원이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은 이러했다.
성유나가 길드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투자해 주는 것이었다.
“하아…….”
성유나는 어릴 적에 큰 병을 앓았다.
죽을 수도 있는 희귀병을.
그런 성유나를 끌어안은 채 성태원은 애원했다.
제발 병석에서 일어나 달라고.
일어나기만 하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그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
성태원의 바람대로 성유나는 병석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연약하긴 했지만 병을 완벽하게 이겨내고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성태원은 기뻤다.
그리고 약속대로 성유나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성유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했다.
국내 대학도 다녀보고, 해외 유학도 해보고, 세계 여행도 해보고, 직장 생활도 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예술도 해보고, 평범한 편의점에서 신분을 숨긴 채 알바도 해봤다.
그렇게 웬만한 경험을 해본 성유나는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 말했다.
‘헌터’가 되겠다고.
성태원은 곧장 거절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나 힘겹게 살려낸 막내딸을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전장에 보낼 순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태원의 고집을 닮은 것인지, 성유나는 아버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자 곧장 집을 나가버렸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 같은 헌터에게 해코지까지 당해 들어왔다.
함께 게이트에 사냥에 가자던 남자에게 겁탈을 당할 뻔했다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성태원.
그는 막내딸인 성유나에게 제발 헌터를 그만둬 달라고 말했다.
이번엔 겁탈의 위기였지만, 다음에는 그 어떤 흉악한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유나는 이번에도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헌터를 그만두긴커녕, 길드를 설립할 생각이니 투자를 해달라고 말했다.
‘하필 소원이 왜…….’
오성 그룹의 회장인 성태원.
그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그는 막내딸 성유나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섬도 사줄 수 있고, 회사도 사줄 수 있고,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사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대체 왜 헌터니 길드니 하는 곤란한 요구를 해오는 걸까.
자식들 중 유일한 딸이자 귀하디귀한 막내딸인 성유나를 보는 성태원으로선 답답할 뿐이었다.
“유나야, 이 아비가 부탁 좀 할 테니 그냥 얌전한 일을 하면 안 되겠느냐? 아니,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지금처럼 이사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돈만 쓰면서 살거라. 그러면 안 되겠느냐?”
성태원이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성유나는 완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그렇게 살면 제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래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다른 그룹 딸아이들을 보거라. 그저 아비가 준 돈으로 편하게 유학도 다니고, 명품도 사고, 여행도 다니지 않느냐. 너도 그렇게 살면 안 되겠느냐.”
“안 돼요. 그건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삶이에요. 저는 힐러로 각성한 사람이고, 그 운명에 따라 헌터의 삶을 살아야 해요.”
“안 된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 헌터라니. 그건 아비로서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아버지.”
성유나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위험하지만 않으면 헌터 활동을 허락해 주실 수 있는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냐. 헌터 활동을 하는데 위험하지 않다니. 모순되지 않느냐.”
“아뇨, 모순되지 않아요. 왜냐면 전 절 지켜줄 분을 길드장으로 모실 생각이니까요.”
“유나 너를 지켜줄 사람?”
“네. 저는 그분을 길드장으로 모셔서 서포트하고 싶어요. 그 대가로 그분은 절 지켜주실 테고요. 이러면 아버지도 걱정하실 이유가 없지 않나요?”
“…….”
성태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완벽하게 받아들일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유나의 마음을 완전히 꺾을 수 없다면 그게 최선의 수긴 해.’
성유나는 고집이 어마어마하게 세다.
헌터 활동에 반대하자 집을 나가버린 아이다.
아마 이번에도 반대하면 또다시 집을 나가 험한 일을 당할 터.
그럴 바엔 그냥 그녀를 확실히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게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태원이 말했다.
“일단 들어나 볼 테니 말해보거라. 유나 네가 길드장으로 추대하고 싶다는 사람이 누구냐.”
“그게 누구냐면…….”
성유나는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겁탈당하던 자신을 구해준 남자.
어디선가 봤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던 남자.
그럼에도 마침내 기억하고 만 남자에 대해서.
“이신혁 헌터라는 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