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7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7화
실버 공격대 시로코 팀.
이곳의 팀원들은 나름대로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비록 그것이 선한 방향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나름대로 으X으X 하면서 팀을 잘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시로코 팀에 균열이 생겼다.
팀원들 사이에 분란이 생겨서?
아니었다.
시로코 팀에 균열이 생긴 이유는, 불청객이 팀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달갑지 않은 팀원의 이름은 ‘이신혁’.
고작 길드원 주제에 공격대장을 찌른 후, 뻔뻔하게도 실버 공격대로 올라온 놈이었다.
“뭐? 그놈이 여자를 도와줬다고?”
시로코 팀원의 말에 실질적 리더 이원구가 인상을 썼다.
그러자 이신혁에 대한 얘기를 꺼낸 팀원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니까. 그냥 가만히 두면 된다는 걸 바득바득 우기면서 도우러 가더라고.”
팀원은 일전에 갔던 오크 게이트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같은 조가 되었던 이신혁.
놈과 게이트에 점령된 동네를 누비던 중, 여자의 비명을 들었다.
비명의 정체는 겁탈당하는 여자였고, 팀원은 개입하지 말라고 했으나 이신혁은 결국 끼어들어서 상황을 정리했다.
물론 팀원이 우려하던 소송 문제나 더 큰 전투 발생 등의 문제는 없었다.
강간마 또한 이신혁이 아니라 여자가 죽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 사태에 대해 팀원들은 영 탐탁지 않아 했다.
그렇기에 팀원은 이원구 앞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고.
“하, 건방진 새끼. 대체 뭐가 그렇게 잘났길래 그렇게 나대는 거야?”
이원구가 이신혁을 떠올리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끼어들지 말자는 팀원의 말을 무시하고 타인의 일에 개입한 이신혁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들었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놈이 또다시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한 것이었다.
“선배를 아주 벌레로 아는구만. 안 되겠다. 그 신고식, 오늘 하자.”
이원구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담배를 뻑뻑 피우던 시로코 팀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
“왜, 안 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결정하니까 놀라서 그렇지.”
“놀랄 게 뭐가 있어. 저번부터 말한 건데. 아무튼 오늘 그 새끼 조질 거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아. 알았어?”
이원구의 말에 20명에 달하는 시로코 팀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같은 팀원이지만, 특출나게 강한 이원구의 지시를 묵묵히 따랐다.
‘건방진 새끼, 오늘 혼 좀 제대로 나봐라.’
이원구는 이를 빠득 갈았다.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이신혁을 호되게 혼내줄 생각을 하며.
* * *
출근길.
나는 택시 뒷좌석에서 채널을 확인했다.
‘이번 영상도 대박이네. 해트트릭이야, 아주.’
일전에 안세준의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한 세 번째 영상.
신새롬의 커버 곡.
그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영상도 조회 수가 잘 나오긴 했지만, 이번 영상은 특히나 더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각각 30만과 50만 조회 수로 시작한 두 영상과 달리, 이번에 올린 영상은 벌써 조회 수가 100만을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반응도 폭발적이네.’
나는 엄지로 스크롤을 쭉쭉 내려 커버곡의 댓글을 확인했다.
이전 영상에도 긍정적이었던 사람들의 반응.
그것은 세 번째 영상을 기점으로 폭발했다.
└헐! 신새롬 커버다. 대박 ㅠㅠㅠㅠㅠ
└우와, 하율이가 이 노래를 해줄 줄이야. 예상외라서 더 감동이에요! ㅠㅠㅠㅠㅠ
└별스타그램 사진이 스포일러였구나. 아, 역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거였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니까 노래가 더 좋은데? 와, 폰카로 찍은 건 하율이의 진가를 다 못 담았구나.
└노래 진심 좋네. 막말로 당장 데뷔해도 되는 수준임. 내가 장담함.
└올해 나이 일흔 되는 노인네입니다. 너튜브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네요. 감사합니다, 하율 양. 덕분에 행복한 4분을 보냈읍니다.
└하율이 착장 너무너무 예쁘다! 아버님이 코디한 거예용?
└베이지색 커플룩 찰떡인 듯 ㅋㅋㅋㅋ 이러다 두 분 패션 화보도 찍는 거 아님? 비주얼은 일단 프리패스인데.
└하율이 노래 너무 잘한다. 욕먹을지 모르지만 신새롬보다 나은 듯.
└듣기 좋은 건 알겠는데 비교는 하지 맙시다. 두 아티스트 모두 다 듣기 좋아요.
└아티스트 ㅋㅋ 하율이가 벌써 아티스트 소리를 듣다니. 하율이가 잘 부르긴 잘 부르는 듯 ㅋㅋㅋ
└다음 영상은 언제 올라올까? 너무 기대된다 ㅠㅠㅠ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구독자들.
그들은 감사하게도 하율이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해 주었다.
아니, 하율이 자체를 너무나 예뻐해 주었다.
끼익.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글로리 길드 본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출입증을 찍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시로코팀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
나는 조금 싸한 분위기를 느꼈다.
사실 원래도 날 바라보는 시로코 팀원들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분위기는 특히나 더 불쾌했다.
뭐랄까.
습하디습한 늪지대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만큼 끈적하면서도 불쾌한 게,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팀원들의 눈빛 또한 평소보다 훨씬 더 날카로웠고.
달칵.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시로코 팀장 방민호가 들어왔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싸늘했던 분위기는 조금 해소되었다.
시로코 팀원 이놈들이 방민호 팀장 앞에서는 그래도 조금 조심하는 편이었기에.
“어, 이신혁 자네 왔나?”
“네.”
“그래, 그럼 다 왔구만. 이제 슬슬 출발하도록 하지. 간단한 브리핑은 문자로 했으니 따로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방민호의 말에 시로코 팀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슬라임 게이트라.’
오늘의 게이트에는 ‘슬라임’ 게이트였다.
슬라임.
초록색 물방울처럼 생긴 이 녀석들은 보통 소설이나 게임에서 최약체 몬스터로 묘사되게 마련이다.
‘현실에서의 슬라임은 다르지.’
하지만 현실에서의 슬라임은 절대로 약하지 않다.
물론 개체 하나를 두고 판단하자면 그리 강하지 않지만, 놈들의 무서움은 ‘무리를 짓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도 심지어 수백 마리까지 뭉쳐 다니는 경우도 있으며, 공격도 힘을 합쳐서 하기에 굉장히 위험한 몬스터였다.
귀여운 생김새를 보고 무시했다간 슬라임의 몸통 박치기에 처맞고 실신하거나 슬라임의 점액질에 숨통이 막혀 질식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실버 공격대인 시로코 팀에게 의뢰가 떨어진 것이었고.
“자, 그럼 아무튼 출발하자고!”
방민호의 외침에 시로코 팀원들이 사무실 바깥으로 우르르 걸어 나갔다.
지나가면서 내 어깨에 툭툭 부딪히는 팀원들.
그들의 눈에서 나는 짙은 악의와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듯했다.
* * *
우리 시로코 팀은 트럭에 타고 게이트 발생 위치로 이동했다.
슬라임 게이트가 발생한 곳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지’였다.
“하아, 냄새…….”
방민호 팀장이 자신의 코를 움켜쥔 채로 읊조렸다.
다른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처에 있는 도시들의 쓰레기가 모이는 쓰레기 매립지.
이곳에는 오물이 여기저기 가득 쌓여 있었다.
그야말로 ‘쓰레기 산맥’.
당연하게도 그에 따른 악취들도 대단했다.
“자자, 다들 인상 펴고. 우리 시로코 팀이 싹 다 정리하고 가야 하니까 다들 힘내자고!”
“예에…….”
“인상들 펴라니까. 자, 아무튼 지도 나눠줄 테니까 각자 구역에 있는 슬라임들 처치하면 돼.”
방민호는 그렇게 말하며 널따란 쓰레기 매립지의 지도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나 역시 지도를 한 장 받아들었고, 거기에는 빨간색 동그라미로 내가 토벌할 구역이 체크되어 있었다.
그런데.
스윽.
곁에 있던 시로코 팀원들이 내 지도를 지켜보는 게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그들의 시선으로 인해 나는 완벽히 확신하게 되었다.
이들이 뭔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
그러나 나는 그들이 지도를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든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상황이기에 굳이 뭔가를 막거나 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 테면 해봐라. 결국 너희들의 손해일 테니까.’
* * *
방민호 팀장의 지시에 따라 시로코 팀원들은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졌다.
나 역시 지도에 표시된 구역으로 향하기 위해 움직였다.
“지독하긴 하군.”
홀로 걷던 나는 주변을 살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쓰레기 매립지.
이곳에는 온갖 생활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이딴 곳에 게이트가 열렸다는 게 역겨울 정도였다.
그때였다.
“끼잉!”
다소 귀여운(?) 울음소리와 함께 기괴한 생명체가 나타났다.
초록색 물방울 같은 몸에 귀여운 눈과 입을 가진 몬스터.
슬라임이었다.
“끼잉!”
“끼잉!”
“끼잉!”
물론 슬라임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제자리에서 통통 뛰고 있는 슬라임들의 숫자는 대충 봐도 30마리였다.
슬라임 한 마리는 약하다.
비록 슬라임 한 마리의 몸통 박치기가 승용차 교통사고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지만, 헌터는 더 강하기에 괜찮다.
하지만 저렇게 수십 마리가 힘을 합친다면 슬라임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실버 공격대원도 방심했다간 점액질 범벅이 되어 절명할 정도로 말이다.
“끼이이잉!”
그때, 제자리에서 통통 뛰고 있던 슬라임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너무나 빠른 움직임.
나는 놈들을 바라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용살검이 무지갯빛을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영롱하고도 아름다운 무지갯빛.
나는 그 찬란한 검을 들고 슬라임에게로 달려갔다.
* * *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여전히 지도를 보며 내가 맡은 구역을 돌아다녔다.
슬슬 지루해지긴 했지만, 찌를 듯한 악취는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런 빌어먹을 냄새에도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흠.”
그렇게 쓰레기 매립지를 걸으며 슬라임들을 처치하던 도중.
나는 기묘한 구덩이를 발견했다.
스윽.
나는 구덩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지름이 거의 100미터는 될 법한 거대 구덩이.
그 안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담겨 썩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잔뜩 쌓인 쓰레기들을 이 구덩이 안에 매립하는 모양이었다.
“오염도가 남달라.”
코끝을 찌르는 악취와 간질거리는 피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다른 구역보다 이 구덩이 안의 오염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을.
그리고.
이 구덩이로 인해 이 주변의 오염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것을.
‘여기라면 충분하겠어.’
나는 구덩이 안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여기가 딱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어이, 이신혁이!”
누군가가 내 이름을 거칠게 불렀다.
나는 구덩이에서 시선을 거둬들인 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그러자 한 무리의 패거리가 거만한 태도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꽤 먼 거리지만 나는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저들이 시로코 팀원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올 게 왔군.’
드디어 올 게 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