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8화
슬라임 게이트에 오기 전.
시로코 팀인 이원구와 나머지 팀원들은 은밀하게 약속했었다.
방민호 팀장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듯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로.
어디에서?
이신혁이 파견된 구역에서 말이다.
그렇게 한곳에 모인 이원구와 팀원들은 이신혁을 발견했다.
“어이, 이신혁이!”
멍청하게 구덩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신혁.
그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이원구와 팀원들은 씨익 웃었다.
너 오늘 잘 걸렸다, 하고.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여긴 제 구역입니다만.”
이신혁이 말했다.
그 말에 시로코 팀원들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원구가 말했다.
“그렇지. 네놈 구역이지. 근데 우리가 너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볼일이라. 그걸 꼭 여기에서 해야 합니까?”
“응. 여기에서 해야 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좀 곤란하거든.”
“흠, 뭐죠? 선배님들이 우르르 모여서까지 해야 한다는 게?”
이신혁이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건방진 놈.
이원구는 속으로 욕설을 씹은 뒤, 팀원들을 한번 둘러보며 말했다.
“이 친구들이 널 너무 환영한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신고식 좀 하려고 해.”
“신고식 말입니까?”
“그래. 근데 우리 시로코 팀의 신고식이 좀 거칠어. 음, 까딱하면 죽을지도 모르고. 어떻게, 괜찮겠어?”
이원구의 말에 시로코 팀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들은 건방진 이신혁에게 다소 거친 신고식을 해줄 생각에 신이 났다.
“신고식이라. 뭐, 나쁘지 않죠. 그걸 거쳐야 저도 시로코 팀에 완벽히 섞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큭큭큭, 뭐? 좋아? 얘들아, 저 새끼가 좋댄다.”
“푸하하하! 멍청한 새끼!”
시로코 팀원들이 하이에나처럼 웃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신혁이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이원구가 말했다.
“이 새끼가 우리 성격을 모르나 보네. 안 그러냐?”
“그러니까 말이야. 병신 같은 새끼, 오늘이 제삿날인 줄도 모르고.”
“원구야, 대화 그만하고 이만 시작하면 안 되냐? 몸 근질거려 죽겠는데.”
“맞아. 빨리 시작하자. 이러다 팀장님이라도 오시면 흥이 끊긴다고.”
팀원들이 빨리 신고식을 시작하게 해달라며 채근했다.
그때, 이원구가 말했다.
“좋아. 시작하자, 얘들아.”
이원구의 말에 시로코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기 시작했다.
스릉, 하고 금속 스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이윽고 흉기를 꺼내든 시로코 팀원들이 이신혁을 향해 스멀스멀 접근하기 시작했다.
신고식이란 이름의 폭행을 하기 위해.
‘큭큭큭, 건방진 놈. 너무 무서워하진 마라. 그래도 죽이진 않을 테니까.’
이원구는 이신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피투성이가 될 이신혁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나 즐거웠다.
쯧쯧쯧.
그러니까 나대지 말 것이지.
이원구는 멍청한 이신혁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때였다.
스릉!
저 멀리에 있던 이신혁이 검을 들어 올렸다.
흠, 그냥은 안 당하겠다 이건가?
“오호, 그게 길드장님께서 하사하신 신화급 무기인가?”
이원구는 이신혁이 든 검을 바라보았다.
무지갯빛 광채를 뿜어내는 검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게 대단하단 건 알겠어. 하지만 고작 검 하나 들었다고 우릴 어떻게 할 순 없을 텐데?”
이원구는 이신혁을 비웃었다.
신화급 무기가 대단하단 건 맞다.
신화급 아이템은 한 헌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대단한 옵션을 지녔으니까.
‘무기가 다가 아니지.’
하지만 신화급 아이템을 가졌다고 최강자가 되느냐?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면 랭킹 1위 헌터는 실력자가 아니라 재벌집 장남이 차지할 테니 말이다.
다시 말해, 장비한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의 전투력이었다.
그리고 이신혁이 아무리 좋은 무기를 소지했다 한들, 시로코 팀원 20여 명을 상대로 이길 순 없었다.
그때, 이신혁이 말했다.
“선배님들.”
“……?”
“지금부터 제가 재미있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였다.
이신혁이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고 하더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의 방향은 전방이 아니었다.
검의 방향은 다름 아닌 하늘.
이신혁은 하늘을 향해 검강을 뿌렸다.
꽈르르릉!
이신혁의 초승달 모양 검강이 하늘을 때렸다.
하지만 닿을 게 없는 상황인지라 그저 허공에 굉음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뭐야. 갑자기 휘두르길래 깜짝 놀랐더니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그냥 치와와 새끼가 짖는 거지 뭐. 신경 쓰지 말자고.”
“그래. 그냥 무서우니까 공포탄 쏜 거야. 흐흐흐, 귀여운 자식. 초신성이니 뭐니 하더니 결국 너도 사람이라 이거지?”
잠깐 당황했던 시로코 팀원들은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천둥 같은 소리를 내길래 조금 당황했지만, 그저 겁에 질린 똥개 새끼가 짖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끼잉!”
어디선가 슬라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원구를 포함한 시로코 팀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방에서 언덕을 넘어 대량의 슬라임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대충 봐도 500마리는 될 법한 슬라임들 말이다.
‘뭐지? 설마 방금 그 소리 때문인가?’
이원구는 미간을 좁혔다.
슬라임들 수백 마리가 모여든 이유.
그것은 분명 이신혁이 조금 전에 낸 굉음 때문일 것이다.
‘왜지? 우리에게 슬라임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저놈도 알고 있을 텐데?’
이원구는 이신혁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만약 슬라임들이 강한 몬스터였다면 이신혁이 어그로를 끌어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슬라임은 시로코 팀원들에게 그리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놈들이 무리를 지으면 위험하다고 한들, 실버 공격대인 자신들에겐 절대로 위협이 될 수 없었다.
팀원 전체가 모인 지금의 상황에선 더더욱.
“뭐야? 어그로 끈 거였냐?”
“참나, 슬라임 좀 모아서 뭐 어쩌려고?”
“야, 이신혁. 넌 우리가 만만하냐? 고작 저딴 슬라임들한테 당할 정도로 약해 보여?”
시로코 팀원들이 이신혁과 슬라임들을 비웃었다.
대한민국 랭킹 2위 길드의 실버 공격대 소속인 그들에겐 슬라임이 얼마나 나타나든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하지만 이원구는 이신혁의 태연한 얼굴을 바라보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시로코 팀원들이 슬라임 따위에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신혁이 모를까?
아니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어그로를 끌어서 슬라임들을 불러 모은 거지?
저벅저벅.
이원구가 의문을 품는 와중에도 시로코 팀원들은 이신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사자 떼가 사슴 한 마리를 천천히 몰아넣듯이.
그러는 와중에도 연두색 슬라임들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변화는 그때 시작되었다.
“끼이잉……!”
대량의 슬라임 중 하나가 갑자기 기묘한 울음소리를 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이원구는 곧장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슬라임에게 정체불명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르르르!
연두색 슬라임이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한 모습.
놈은 당장 터져 버릴 것처럼 부르르 떨더니.
스멀스멀!
별안간 슬라임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밑부분부터 천천히 ‘보라색’으로 물드는 슬라임.
생전 처음 보는 변화에 이원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끼이이잉……!”
“끼이이잉……!”
“끼이이잉……!”
주변을 포위한 500여 마리의 슬라임들 모두가 괴로운 소리를 내며 변하기 시작했다.
연두색에서 보라색으로.
귀여운 인상에서 화가 난 표정으로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새끼들 변하고 있잖아!”
“어? 진짜네? 왜 갑자기 보라색이 된 거지?”
“나, 나도 몰라! 이딴 건 처음 봐!”
“씨발, 뭐야! 저 슬라임 새끼들 대체 왜 저러냐고!”
시로코 팀원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그들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변화에 당황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키야아아악!”
보라색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슬라임이 포효했다.
귀여운 소릴 내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쿵! 쿵! 쿵! 쿵! 쿵!
땅을 미친 듯이 울리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원이 빠르게 좁아지자 시로코 팀원들은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 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평범한 슬라임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싸우겠지만, 생전 처음 보는 보라색 슬라임들 앞에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라색으로 바뀐 슬라임들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키야악!”
보라색 슬라임이 입을 쭉 오므리더니, 콩알처럼 자그마한 액체를 내뱉기 시작했다.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오는 보라색 액체.
그 방향에 서 있던 시로코 팀원은 일단 방패를 들었다.
그러나.
치이이익!
방패는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부식하기 시작했다.
시로코 팀원들은 그제야 보라색 액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독?”
보라색 슬라임이 내뿜은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독’이었다.
강철이나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더 단단한 아이템을 부식시키는 맹독 말이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그렇게 사방으로 몰려든 수백 마리의 보라색 슬라임들이 맹독 탄환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 * *
내가 있던 이세계에도 당연히 슬라임들이 존재했다.
지구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가.
그렇기에 나는 슬라임들과 싸울 기회가 아주 많았고, 그 덕분에 놈들의 특성에 대해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슬라임.
놈들은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몬스터에 불과하다.
뭉치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흉포한 몬스터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솔직히 생김새부터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놈들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란, 다름 아닌 놈들이 ‘오염’될 때이다.
슬라임들을 이루는 액체는 몹시 깨끗하다.
하지만 순수할 정도로 깨끗한 만큼 더러워지기도 쉽기에 슬라임들은 더러운 물질 곁에 있으면 금세 오염되곤 했다.
그리고 슬라임들이 오염된 순간, 그들은 변화한다.
연두색에서 보라색으로.
귀여운 표정에서 사나운 표정으로.
온순한 성격에서 흉포한 성격으로.
무엇보다 몸통 박치기밖에 할 줄 모르는 놈들이 맹독성 물질을 뿜어낸다.
웬만한 건 다 녹여버리는 맹독성 물질을.
사실 상당히 보기 힘든 현상이긴 하다.
슬라임을 오염시킬 정도로 특별한 조건이 맞춰져야 하기에.
하지만 난 그 희귀한 현상을 아주 오랜만에 직접 목격하고 있었다.
“키야아아악!”
“키야아아악!”
“키야아아악!”
슬라임, 아니 이제는 ‘포이즌 슬라임’이 되어버린 녀석들이 입에서 맹독 탄환을 내뱉었다.
사방에서 총알처럼 날아오는 맹독성 액체들.
그것은 내게 신고식을 해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다가오던 시로코 팀원들을 덮쳤다.
“뭐, 뭐야! 씨발 갑자기 왜 독이 됐냐고!”
“이 새끼들 뭐야! 이거 슬라임 맞아? 어?”
“막아! 떠들 시간에 막으라고, 이 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악!”
20여 명에 가까운 시로코 팀원들이 맹독 탄환들을 막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액체로 이뤄진 맹독 탄환을 막을 순 없었고, 그들은 맹독 범벅이 되어 빠르게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커, 허억…….”
벌써 한 놈이 쓰러졌다.
다른 놈들 또한 저렇게 픽픽 쓰러져 갈 것이다.
포이즌 슬라임의 맹독은 중첩될수록 더더욱 치명적이니까.
‘멍청한 놈들.’
나는 시로코 팀원들을 비웃었다.
제 발로 지옥에 들어온 멍청한 팀원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