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9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99화
보라색 슬라임들에 당한 시로코 팀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보랏빛 액체로 범벅이 된 그들은 중독 증세를 보였다.
그것은 저 보라색 슬라임들이 내뱉는 게 극독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제기랄……!”
뒤쪽에서 신고식을 느긋하게 즐기려던 이원구는 이를 빠득 물었다.
이제는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팀원들이 전부 다 죽고 말 테니까.
파밧!
이원구는 자신의 주 무기인 ‘너클’을 장착한 채 내달렸다.
그리고 전장으로 뛰어들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팀원들을 도우려 노력했다.
푸슉!
보라색 액체가 날아왔다.
이원구는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본능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철퍽!
독액은 수백 개의 물방울로 부스러져 사방으로 퍼졌다.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맹독이 전신을 휘감았다.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젠장할.
이원구는 이를 빠득 물었다.
이딴 독에 계속 맞았다간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자신도 죽을 게 분명했다.
“피해! 막지 말고 피해라! 막으려고 할수록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야!”
이원구가 소리쳤다.
그 말에 독 범벅이 되었던 팀원들은 이리저리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피융! 피융! 피융!
사방에서 원을 그린 채 독액을 쏴대는 보라색 슬라임들.
일직선도 아니고 전후좌우 사방에서 날아오는 독액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결국 탈출을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저 빌어먹을 보라색 슬라임에게 잘못 접근했다간 맹독 범벅이 되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팀원들과 함께 정신없이 피하던 이원구.
그는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 느긋하게 서 있는 이신혁의 모습을.
‘뭐지?’
짧은 순간, 이원구는 의문을 느꼈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다수의 적을 선두로 하기에 어그로가 자신들에게 끌리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신혁의 표정이었다.
이신혁.
놈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자신에게 독액이 날아오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닌 듯했다.
그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만. 설마…….’
그때, 이원구의 머릿속에 가설 하나가 스쳐 갔다.
그 가설에 대해 의문을 느낀 그는 이신혁에게로 빠르게 접근했다.
“너, 뭐지……?”
독액을 여기저기 묻힌 이원구가 물었다.
여전히 은은하게 웃고 있는 이신혁을 향해.
“뭘 말씀하시는 거죠?”
“너 뭐냐고. 뭔데 그렇게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거냐고.”
“글쎄요.”
이신혁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원구는 이를 빠득 문 후에 물었다.
너무나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설을.
“너, 설마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거냐?”
이원구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제발 이신혁이 아니라고 대답하길 바랐다.
하지만.
“네.”
이신혁은 말했다.
가증스러울 정도로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이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니 거대한 구덩이가 있더군요. 제 뒤쪽에 있는 구덩이 말입니다.”
“구덩이?”
“네. 거기엔 쓰레기들이 썩어가고 있었고, 매립지의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오염도가 심했죠. 슬라임들이 곧장 오염될 정도로 말입니다.”
“슬라임이 오염된다고……?”
“뭐, 사실 긴가민가하긴 했습니다. 지구의 쓰레기로도 슬라임들이 변할 거란 확신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히 변해주니 조금은 뿌듯할 따름입니다.”
“그러면 넌 슬라임들이 저렇게 변해버릴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냐? 그래서 우리가 나타났을 때 하늘에다 검강을 뿌려 어그로를 끈 거였고?”
“하하, 이제야 깨달으시다니. 무력에 비해 두뇌 회전은 좀 느리신 것 같습니다.”
이신혁이 씨익 웃었다.
이원구는 이를 빠득 물었다.
‘우리가 당한 거였다니…….’
이원구와 시로코 팀원들은 이신혁을 엿 먹일 생각이었다.
신고식이란 이름으로 이곳 쓰레기 매립지에서 이신혁을 흠씬 두들겨 패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신혁은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염되면 변하는 슬라임의 특성을 이용해 시로코 팀원들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
“개자식이…….”
이원구가 으르렁거렸다.
슬라임이 저딴 빌어먹을 특성을 갖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아마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신혁이 그걸 어떻게 알았던 걸까.
헌터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대체 어떻게.
이원구의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네놈이 감히 우리를 함정에 빠뜨려?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아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함정에 빠뜨리다니. 포이즌 슬라임들에게 둘러싸인 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개소리 집어치워! 넌 숫자가 많은 우리에게 어그로가 끌릴 걸 다 알고 이딴 짓을 벌인 거잖아!”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래서, 이제 선배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이신혁의 말에 이원구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맘 같아선 이신혁에게 달려들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이신혁 이놈한테 매달려 있다간 애들이 전부 죽을 거야.’
이신혁과 싸운다면 최소 30분은 소모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신혁에 대한 분노를 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팀원들이 전부 죽을 테니까.
“이신혁, 이딴 짓을 벌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거다.”
이원구가 분노를 담아 말했다.
이신혁은 여전히 싱글거릴 뿐이었지만.
팟!
이원구는 다시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신혁과 싸우는 게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보랏빛 지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 * *
나는 이원구와 시로코 팀원들을 지켜보았다.
적들에게 포위된 그들은 빠르게 죽어갔다.
사실 그들이 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수비가 아니라 회피가 답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고, 포이즌 슬라임들의 벽을 돌파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고, 결국 이렇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너희들에겐 동정심도 아까워.’
팀원이 죽는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고.
하지만 난 저들을 돕거나 구해줄 생각이 없었다.
저놈들은 날 신고식이란 이름으로 두들겨 패려고 한 놈들이기에.
아니, 그러다가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놈들이기에.
‘그래도 뭐 죽지는 마라. 죽지도 않을 테지만.’
나는 용살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시로코 팀원들이 저항하고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
용살검에서 뻗어 나간 참격이 포이즌 슬라임들을 분쇄했다.
놈들이 아무리 변이했다고 한들, 소드마스터인 날 막을 순 없었다.
용살검을 든 지금은 더더욱.
팟!
나는 홍해처럼 갈라진 공간을 밟고 가볍게 맹독 지옥을 빠져나갔다.
이원구와 팀원들은 전멸하지 않을 것이다.
실버 공격대의 실력자들인 만큼, 몇 명이 죽을지언정 전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들이 이곳에서 죽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저 시건방진 놈들을 죽음까지 데려가는 건 내가 직접 할 생각이니까.
* * *
이원구와 팀원들은 포이즌 슬라임들의 맹독 지옥에서 최대한 저항했다.
20여 명의 시로코 팀원 중 두셋 정도가 쓰러져 미동도 없었지만, 그래도 남은 이들은 최대한 저항했다.
거의 빈사 상태까지 다다른 이들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이신혁 이 개자식은 쥐새끼처럼 어딜 간 거지?’
거의 20분 전에 이 맹독 지옥에서 빠져나간 이신혁.
그 쥐새끼 같은 놈은 어디론가 떠난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체 어디 간 거지?
그냥 도망쳐 버린 건가?
‘빌어먹을 자식!’
이원구는 이신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신혁에 대한 복수는커녕, 지금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조차 막막하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이원구는 주변을 살폈다.
보랏빛 맹독에 범벅이 된 팀원들은 정신이 혼미한 얼굴로 싸우고 있었다.
이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0분?
5분?
아니면 그보다 더 짧게?
알 수 없었다.
‘원거리 딜러가 많았다면…….’
만약 팀원 중에 원거리 딜러들이 많았다면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들의 숫자는 고작 한두 명에 불과했고, 그 정도 숫자로는 이 맹독 지옥을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그렇게 이원구와 팀원들은 자신들의 최후를 상상하며 절망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콰과아아앙!
저만치에 있던 포이즌 슬라임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었다.
마치 지뢰라도 밟은 듯 하늘 높이 치솟은 폭발의 흔적.
그것을 본 순간, 이원구는 깨달았다.
지원군이 왔다는 것을.
그것도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것을.
콰아앙! 콰광! 콰과아아앙!
포이즌 슬라임들 사이에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었다.
지금껏 쉼 없이 맹독 탄환을 쏴대던 포이즌 슬라임들이 퍽퍽 터져나갔다.
이원구와 팀원들은 희망을 느꼈다.
포이즌 슬라임들이 무참히 찢기는 것은 물론, 어그로까지 저쪽으로 끌렸기 때문이었다.
“이봐! 다들 괜찮나? 어?”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로코 팀의 수장, 방민호였다.
폭발 마법이 장기인 방민호 팀장 말이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구해줄 테니까!”
낮은 언덕 위에서 나타난 방민호는 쉼 없이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치 미리 폭탄을 설치해 둔 것처럼 연쇄적으로 터지는 폭발.
그 폭발들에 이원구와 팀원들은 안도감을 느꼈다.
정말 죽다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이원구의 표정은 금세 구겨졌다.
겨우 살아난 이원구의 얼굴이 이토록 바싹 구겨진 이유는 간단했다.
방민호 팀장 옆에서 싸우는 이신혁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
참격을 퍼부으며 포이즌 슬라임들을 쓸어버리는 이신혁.
그놈을 본 이원구는 어이가 없었다.
그놈이 마치 구조대처럼 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신혁, 자네는 그쪽을 맡아!”
“알겠습니다, 팀장님!”
방민호와 이신혁은 둘로 갈라져 포이즌 슬라임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이원구는 어이가 없었다.
함정을 팠다는 놈이 구조대처럼 굴다니.
어쩜 저렇게 뻔뻔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원구는 구조를 받고 있음에도 기분이 너무나 더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신혁의 기만질에 화딱지가 나기도 했고.
콰아아앙! 콰광! 콰과아앙!
그렇게 방민호와 이신혁이 10분 정도 싸운 결과.
포이즌 슬라임들은 결국 모조리 액체가 되어버렸다.
보라색 음료수가 되어 쓰레기들 사이로 스며드는 포이즌 슬라임들.
그들을 일망타진한 방민호와 이신혁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어?”
방민호가 다가와 미간을 좁힌 채로 물었다.
대체 저 보라색 슬라임들은 무엇이며, 구역을 정해줬는데 왜 다들 여기에 모여 있는 건지에 대해 추가 질문도 했다.
“…….”
하지만 이원구를 포함한 시로코 팀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몰라서가 아니었다.
대답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신고식을 하러 모였다고 하면 분명 징계를 받을 거야…….’
이원구와 팀원들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자신들이 신고식을 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 그리고 그 신고식이 이신혁을 두들겨 패기 위한 거라고 말했다간 징계를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꽤 무거운 징계 말이다.
이신혁이 말했다.
“팀장님.”
“응?”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수습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
“네. 저 정체불명의 보라색 슬라임들에 당한 선배님들이 많으니까요.”
“허, 그렇군. 어서 헌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급선무겠어.”
방민호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맹독을 뿜어대는 보라색 슬라임들에게 팀원들 대부분이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신혁 자네 덕분에 살았군. 만약 자네가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오지 않았다면 팀은 전멸했을 거야.”
방민호의 말에 이원구는 잘못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티, 팀장님. 방금 도움을 청했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자네들이 이 보라색 슬라임들에게 당하고 있다고 이신혁이 도움을 청하러 왔어. 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오다니. 우리 시로코 팀이 인복은 있는 모양이야, 허허허.”
방민호가 이신혁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공을 치하했다.
하지만 이원구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자신들에게 함정을 빠뜨린 놈이 이타적인 이로 평가받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신혁이 말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팀장님. 아무튼 어서 팀원분들을 헌터 병원으로 옮기시죠. 저도 돕겠습니다.”
이신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쓰러져 있는 팀원들을 부축했다.
방민호는 이신혁을 바라보며 요즘 친구들답지 않다며 칭찬을 한 뒤, 팀원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저 개자식이…….’
이원구는 이신혁의 가식적인 태도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화딱지가 난다고 한들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신혁 저놈에게 완벽하게 당했다는 현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