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dragon! RAW novel - chapter (124)
내 딸은 드래곤! 내 딸은 드래곤-124화(124/529)
당황하는 채린이? (3)
채린이는 순진무구한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고. 그러자 당황한 것은 채린이가 아니라 아미다스의 멤버들이었다.
곡을 써 주겠다고?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보니, 자신만 잘못 들은 게 아닌 것은 확실했다.
솔직히 다른 꼬마애가 그랬다면 그냥 웃어넘기겠지만, 채린이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채린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니, 장난으로 대가를 요구한 건데, 살짝 욕심이 생겼다.
“곡? 곡을 써서 우리에게 주겠다고? 채린이가 직접 작곡한 곡이야?”
엘리의 질문에 채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제가 직접 작곡한 곡이에요. 들려 줄까요?”
채린이의 말에 멤버들은 바로 듣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통화를 마친 지훈이 다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채린이는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듣고 마음에 들면 약속 지켜야 해요. 약속.”
“약속.”
엘리가 대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지훈이 막 거실에 도착했을 때, 채린이와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정을 모르는 지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앉다가 만 상태라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오빠, 저 방으로 가요. 채린이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 들려 주기로 했어요.”
송하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훈을 방으로 이끌었다.
거실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널찍한 그 방은 방음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고, 그 안엔 기타부터 드럼까지 없는 악기가 없었다.
채린이는 들어오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아 가볍게 건반을 눌러 보았다.
“언니, 이거 음이 이상한데요? 음이 좀 쳐지는 게 조율해야 할 거 같아요.”
반음 건반을 눌러 본 채린이가 그렇게 말했다.
지훈은 채린이가 건반을 여러 번 누른 걸 다 들었지만 무엇이 이상한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럼 신시사이저로 쳐 볼래?”
채린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익숙하게 신시사이저와 앰프를 연결했다. 가볍게 건반을 누르며 소리의 세기와 페달까지 체크한 채린이.
“그럼 시작할게요.”
채린이는 그렇게 말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그녀의 두 손이 부드럽게 건반 위에서 백조처럼 노닌다.
“우와…….”
가사가 없는 반주곡이지만 멜로디 라인이 귀에 쏙쏙 꽂히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였다.
‘이거 대박인데?’
‘실력파’라는 수식어가 붙는 아이돌 그룹은 대개 팀 내에 작곡과 작사 그리고 프로듀싱을 할 수 있는 실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아미다스에서 그런 포지션을 맡은 것은 라율이었고, 라율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서 채린이의 곡에서 대박의 냄새를 맡았다.
‘무조건 잡아야 해!’
게다가 멜로디를 들으니 왠지 머릿속이 간질간질한 것이 가사를 붙여 주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라율은 그런 곡들에 가사를 몇 번 붙인 적이 있는데, 그 곡들은 모두 대박이 났었다.
비유하자면, 곡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랄까? 곡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아있는 곡은 망할 수가 없었다.
그걸 느낀 라율은 채린이가 연주를 마쳤을 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면 되겠니?”
곡을 팔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채린이를 납치해 버릴 것 같은 적극적인 기세에 놀란 것은 다른 멤버들이었다.
“근데 노래 진짜 좋다. 그치?”
“그러니까. 창작은 어느 정도 세상 경험이 쌓여야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천재는 달라도 진짜 다르네.”
진심이 담긴 후한 평가. 그 평가를 들으며 채린이는 환하게 웃었다.
“언니들, 약속 잊지 마세요!”
“응? 아, 물론이지. 잊지 않을게. 그러니까 얼마면 될까?”
지훈은 지금 오가는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면 되겠느냐는 말은 이해하겠는데, 약속은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지?
“채린아, 언니들이랑 뭐 약속했어?”
“응. 하지만 아빠한텐 잠깐 비밀!”
채린이는 그렇게 말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지훈은 채린이가 숨긴 비밀을 알기 위해 아미다스 멤버들을 보았지만, 이미 엄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들을 볼 때, 답을 알아내긴 요원해 보였다.
‘또 뭘 생각하는 거지?’
요 작고 똑똑한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은 늘 자신을 놀라게 만들고 감동을 준다.
지훈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좋은 일이지? 우리 딸 믿어도 되지?”
지훈의 질문에 채린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채린이는 착한 딸이니까 나쁜 짓 안 해! 히히!”
채린이의 웃음에 지훈은 부스스 웃었다.
“그래, 착한 딸이니까.”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채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은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다. 집에서나, 연구소에서나 자주 하던 행동이었고, 대화였으니까.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게 작은 감기 바이러스도 치명적인 것처럼, 딸바보와 아빠바라기의 콜라보레이션을 처음 본 아미다스 멤버들은 갖고 있던 심적 방어가 해체되어 버렸다.
송하나가 옆에 있던 에이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언니, 나도 결혼하면 저런 딸 낳을 수 있을까?”
송하나의 질문에, 에이엘이 그런 송하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넌 클 때 채린이처럼 컸어?”
“……아니?”
“그럼 답 나왔네.”
에이엘의 묵직한 팩트 공격에 송하나는 침몰했다. 그리고 그건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좌절이기도 했다.
“재미있게 놀다 가요.”
지훈의 말에 아미다스 멤버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채린이 두고 가면 안 돼요?”
“오빠, 혼자 가셔도 돼요.”
아미다스 멤버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채린이만 오케이 한다면 정말로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채린이에게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것.
“채린아, 오늘 언니들이랑 자고 올래?”
지훈의 질문에 채린이는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답했다.
“채린이는 아빠랑 자는 게 더 좋아.”
채린이의 대답에 아미다스 멤버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작 하루, 정확히는 한나절 정도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채린이가 얼마나 아빠를 따르는지 알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빠, 또 놀러오세요. 다음 주에도 오세요. 아니, 그냥 내일 오실래요? 저희 휴식기라서 시간 많아요!”
“제가 일이 바빠서 안 되겠네요.”
“아아……. 안 돼……. 우리 채린이를 한동안 또 못 본다니…….”
송하나는 채린이를 부둥켜안고 아쉬워했고, 그건 다른 멤버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워한다고 해서 언제까지 떠나는 걸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또 올게요.”
“약속하신 거예요? 꼭 오셔야 해요! 채린이 비타민이 말라 가기 전에 반드시, 꼭!”
지훈은 그쯤에서 완전히 작별 인사를 고했다. 가만히 놔두면 엘리베이터를 넘어 아파트 단지 정문, 그리고 집까지 따라올 기세였으니까.
*
*
*
일요일 아침, 지훈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고 하지만, 평상시에 매일같이 6시에 일어나던 버릇 때문에, 늦게 일어나도 7시 정도였다.
지훈은 잠에서 깨자마자 습관적으로 채린이를 찾았다. 채린이는 자신의 품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웬일이지? 아직도 자고 있네? 나도 좀 더 잘까?’
보통 때라면 벌써 일어나서 놀자고 보챌 아이인데. 어제 놀러 갔다 온 것이 조금 피곤했나?
지훈은 이불을 끌어당겨 채린이를 따뜻하게 덮어 준 후, 눈을 감았다.
고른 채린이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나 잠들었을까,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뜨니 익숙한 미소가 흐린 시계 속에서 들어왔다.
“우리 딸, 일어났어?”
“응! 아빠는 잠꾸러기! 해님이 활짝 떴는데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채린이는 그렇게 말하며 지훈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많이 간지럽진 않았지만, 지훈은 간지러운 척 몸을 비틀며 채린이를 와락 안아 주었다.
“우리 딸, 언제 일어났어?”
“으응, 아까 전에?”
“아까 전? 아까 전 언제?”
“아빠가 채린이한테 이불 덮어 주기 조금 전에?”
채린이의 말에 지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면 아까 자신이 깼을 때에 이미 채린이도 깨어 있었다는 것이다.
“자는 척한 거야?”
“응! 속았지? 히히!”
“우리 딸, 연기도 잘하네? 언제 그렇게 연기가 늘었어?”
옛날에는 자는 척해도 눈을 파르르 떨어서 다 티 났는데.
“옛날에는 연기 못하는 척 한 거야! 채린이는 옛날부터 자는 척 잘했어!”
채린이의 말에 지훈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럼 아까는 왜 자는 척했어?”
“아빠 더 자라구.”
“응? 아빠가 더 자야 해서?”
“아빠 요즘 잠 못 잤잖아. 그래서 아빠가 자는 게 행복해 보였거든. 히히!”
채린이의 말에 지훈의 입매에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아빠 생각해 주는 건 우리 채린이밖에 없다.”
“그치? 히히!”
지훈은 채린이의 뺨에 뽀뽀를 해 준 후, 일어나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이 애매하네. 흐음…….’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고, 점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시간 탓에 메뉴를 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면 그냥 가벼운 브런치 느낌으로 먹고, 점심을 제대로 만들어 먹으면 되겠지.’
어떻게 요리할지 결정한 지훈은 빵을 꺼내 구웠다.
토스트기가 없지만 괜찮다. 프라이팬이 있으니까.
프라이팬이 달궈질 때까지 기다린 후, 지훈은 정성을 다해 식빵을 구웠다.
식빵이 바삭바삭해졌을 때, 빠르게 뒤집었다. 그리고 다음 식빵을 굽는 사이에 재빠르게 빵에 잼을 발라 채린이에게로 가져갔다.
채린이는 이미 식탁에 앉아 싱글벙글 웃으며 지훈이 빵을 놓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어. 꼭꼭 씹어 먹고.”
지훈의 말에 채린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이거 엄청 맛있어!”
“맛잇어?”
“응! 엄청 맛있어! 진짜, 진짜, 진짜 맛있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음식이지만, 채린이는 언제나 맛있다고 말해 준다.
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새롭게 구운 토스트에 잼을 바른 후, 치즈를 끼워 넣고 채린이에게 내밀었다.
“이거 먹고 쑥쑥 커야지?”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채린이에게 우유를 따라 주었다.
그러자 채린이가 먹다 말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 지난번에는 채린이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며? 왜 지금은 쑥쑥 크라고 그래?”
“응?”
‘내가 언제 그랬더라? 근데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지훈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빠, 아빠! 그럼 채린이는 빨리 커야 해, 아니면 천천히 커야 해? 어떻게 해야 해?”
채린이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지훈은 입만 벙긋거렸다. 아무렇게나 말한 게 죄라면 죄였다.
지훈은 오늘 일어난 후, 가장 빠르게 머리를 굴려 최적의 답을 찾아냈다.
“아빠는 채린이가 천천히 크든, 빨리 크든 상관없어. 아빠가 바라는 것은 채린이가 어쨌든 항상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어. 우리 딸이 건강하게만 큰다면 아빠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지훈의 말에 채린이가 배시시 웃는다.
말없이 웃기만 하는 채린이.
지훈은 그런 채린이와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때 채린이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채린이도 아빠가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
채린이의 말에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채린이를 꼭 안아 주며 말했다.
“채린아, 아빠 소원이 뭔 줄 알아?”
“응? 아빠 소원이 뭔데?”
“아빠가 옛날에 빌었던 건 행복하게 사는 거였어.”
지훈의 말에 채린이는 눈을 반으로 곱게 접으며 물었다.
“그럼 그 소원 이루어졌겠네? 채린이가 아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잖아!”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아빠한테 새로운 소원이 생겼어. 그게 뭔지 알아?”
“모르겠어. 아빠 소원이 뭐야?”
지훈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담아 채린이에게 말했다.
“이렇게 우리 딸이랑 천년만년 사는 게 아빠의 소원이야.”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채린이를 보았고, 채린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소원, 꼭 이루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