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dragon! RAW novel - chapter (302)
내 딸은 드래곤! 내 딸은 드래곤-303화(302/529)
지훈이 정한 아이디를 본 채린이가 까르르 웃었다.
“아빠, 진짜 아이디 이걸로 할 거야?”
채린이의 물음에 지훈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린이는 천사니까.”
지훈의 말에 채린이는 기쁘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시작한 카일란 탐방.
세계관은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유저를 기다리고 있다.
‘잘 만들었네.’
잘 팔리는 상품엔 분명 그럴 이유가 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지훈이 보기에도 카일란은 잘 만든 게임이었고, 잘 팔릴 만한 게임이었다.
‘지금도 신규 유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지?’
게임의 생명력은 신규 유저가 꾸준히 유입되느냐, 아니냐에 있다.
기존 유저들이 가진 콘텐츠 구매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유저들을 받아들이면서 저변을 넓히는 것 역시 게임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
그 때문에 지훈은 시작하자마자 허수아비나 퀘스트를 받아서 진행하는 것 대신, 초보자 존을 쭉 둘러보았다.
‘나중에 한번 가상현실 모드로 해 봐야겠다.’
지금 그래픽도 나쁘지 않지만, 과연 가상현실은 어떤 느낌일까?
지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게임을 종료했다.
마을을 한 번 돌아다닌 것만으로도 어느새 2시간이 지났으니까.
이제 퇴근해야 할 시간이다.
“아빠, 다음에 또 하자. 알겠지?”
“그럼 다음에는 가상현실로 해 보자. 컴퓨터 그래픽보다 가상현실이 더 재밌을 거야.”
“응!”
채린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퇴근할까?”
지훈의 물음에 손을 잡아 오는 채린이.
“게임은 다 끝내셨어요?”
두 사람이 나오자 마리아가 웃으면서 물었다.
“네. 그사이에 들어온 소식 있나요?”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역시나라고 말해야 할까.
“네. RTP의 지울리스 회장이 보스를 뵙고 싶다며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요? 언제 오시겠다고 했어요?”
지훈의 물음에 마리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게, 지울리스 회장이 오는 게 아니라 보스를 초대했습니다.”
마리아의 말에 지훈은 순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만나자고 말을 했던가?’
너무 황당한 느낌에, 지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약속을 했던가 하고 되새겨 봤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부탁을 한 적도 없고,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 적도 없다.
“필요한 사람이 오는 게 예의 아닌가요? 왜 저한테 오라고 하는 거죠?”
지훈은 약간 차갑다 싶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와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스카이댄스 미디어의 사람들이 그렇게 약속을 잡지 않았던가?
그들은 심지어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다소 막무가내로 왔음에도, 직접 찾아온 성의 때문에 만났다.
그런데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에서는 그냥 오라 가라 한다?
‘내가 을인 줄 아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게 당연한 일.
남에게 시키고 싶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든가.
그런 것도 없이 오라 가라 하니 황당할 노릇이다.
“그게, 사정이 있답니다.”
“사정요? 어떤 사정인데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거예요?”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물었다.
“보스를 뵙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꽤 거물이 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저쪽에서 오는 게 조금 힘들다고 합니다.”
“누군데요?”
“로이 클린턴 주지사가 보스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로이 클린턴이라는 말에 지훈은 바로 짧은 탄성을 뱉었다.
몇 달 후에,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대통령 후보가 치러야 하는 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당연히 인생에서 가장 바쁜 4개월을 보내게 될 사람이 한국으로 오는 것은 요원한 일.
만일 저쪽에서 한국에 올 여유가 있다면,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지.’
문제는 바로 이 부분.
로이 클린턴은 당선 확률보다 낙선 확률이 더 크다는 것.
‘스카이넷의 판단도 있고…… 또 예나도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미국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인 로이 클린턴에게 굳이 저자세로 나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흠…….”
지훈이 선뜻 대답하지 않고 결정을 망설이자 마리아가 말했다.
“보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만나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로이 클린턴은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입니다.”
마리아의 말에 지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거죠.”
“그렇긴 하지만, 로이 클린턴은 정계에 영향력이 큰 사람입니다. 설령 떨어진다고 해서 완전히 몰락할 만한 위인이 아닙니다.”
마리아의 말을 들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도 옳다. 확실히 로이 클린턴은 이번에 낙선한다고 해서 완전히 몰락하진 않을 것이다.
‘러닝메이트로 관계를 잘 다져 놓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겠지.’
지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음 주부터 개강이니까, 주말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그쪽에서는 언제가 괜찮다고 하죠?”
“약속을 잡으면 그 시간을 비워 놓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마리아의 대답에 지훈은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소를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시간까지 저쪽의 뜻대로라면 그것은 너무 불공평한 만남 아닌가.
“그러면 주말에 잠깐 가서 보고 오는 것으로 하죠.”
전용기도 샀는데, 이럴 때 쓰지 않으면 언제 또 쓸까.
지훈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마리아에게 주말 일정을 비우고 그것으로 대신하라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퇴근할 테니까, 마리아도 퇴근하세요. 은정이 너도.”
채린이를 데리고 오구오구하고 있던 유은정이 ‘네!’라며 크게 답했다.
“아빠, 주말에 미국 가?”
“응. 채린이도 같이 갈래?”
“아니, 엄마랑 있을래.”
채린이의 대답에 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 외롭지 않게 채린이가 잘 놀아 줘야 해. 알겠지?”
“응!”
지훈은 집에 돌아가서 예나에게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아하, 그러면 만나고 와야겠네. 조심히 갔다 와.”
“응. 같이 가고 싶은데, 나중에 안전해지면 같이 갔다 오고 그러자. 재밌을 거야.”
지훈의 말에 예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짐 좀 챙겨야겠다.”
여행에 필요한 짐을 챙기겠다는 말에, 예나가 괜찮다며 말렸다.
“내가 윌리엄한테 부탁해 놓을게, 그러면 몸만 가면 돼. 따로 챙길 건 없어.”
“윌리엄? 아아, 네 집안의 집사라고 했던?”
지훈은 예나의 집을 지키던, 기가 막히게 잘생긴 집사를 기억했다.
“응, 그 친구가 불편한 거 없이 잘 챙겨 줄 거야.”
예나의 말에 지훈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일 바로 출국할 거지?”
“어. 그냥 아침에 출근해서 간단하게 미팅 끝내고 바로 미국으로 가려고.”
한국에서 직접 챙겨야 하는 중요한 일도 없으니까, 빠르게 갔다 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눴다.
“그럼 갔다 올게.”
“응, 조심히 다녀와요.”
예나가 지훈을 꼭 끌어안으며 그렇게 말했고, 채린이는 아빠의 뺨에 살짝 뽀뽀했다.
“아빠, 빨리 와야 해?”
“응, 기장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최대한 빨리 날도록 부탁할게.”
“희희, 약속!”
지훈은 채린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다음에야 출근했다.
회사로 향하는 차 안.
무언가 적막하고 고요하다. 그리고…….
‘뭔가 되게 어색하네.’
채린이가 옆에 없기 때문일까?
홀로 출근하는 것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냥 예나랑 채린이랑 다 같이……. 아니다, 임신 초기엔 조심해야지.’
지훈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버린 후, 오늘의 업무에 집중했다.
“어? 채린이는요?”
출근하자마자 묻는 것은 역시 채린이의 존재.
“오늘 오후에 바로 미국에 갈 생각이라서.”
“그러면 채린이는 집에 혼자 있는 거예요?”
“엄마랑 같이 있는데 왜 혼자야?”
“아, 맞다.”
채린이가 혼자 있다면 냉큼 가서 돌봐 주겠다고 말하려 했던 유은정.
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실패했다.
“너도 같이 갈래?”
“저도요?”
“어, 거기 경치가 나쁘지 않거든.”
지훈의 말에 유은정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채린이를 보기 위해 지훈의 집에 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잠깐 놀러 갈 것인가?
‘채린이 보러 간다고 하려나?’
지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은정은 의외로 후자를 선택했다.
“저도 갈래요.”
“진짜?”
“네. 채린이도 오랜만에 엄마랑 단둘이 있는 것일 텐데, 방해하면 안 되겠죠.”
채린이를 배려하는 말에 지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내가 아는 유은정이 맞나?’
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유은정은 약간 음침한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채린이 비타민을 며칠 섭취 안 하면 금단 현상이 올 테니까…… 월요일에 만났을 때 더 짜릿한 느낌을 얻을 수 있겠죠? 으흐히히……!”
“…….”
이런 친구가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검사까지 됐다니.
‘사법고시를 없앤 게 괜한 일이 아니었네. 그런 거였어.’
지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오전 업무를 간단하게 마무리 지은 지훈은 미국으로 출발했다.
동행한 일행은 마리아, 유은정이었고, 진성한은 함께하지 못했다.
정부와 관련해서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진성한의 경험과 연륜을 신뢰하는 지훈이기에, 그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크게 떨리진 않았다.
-마이클이 잘 보좌할 겁니다. 그 친구의 식견이라면 믿고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진성한의 말대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중 나온 사람이 바로 마이클 스나이든.
“오랜만입니다, 보스.”
마이클 스나이든이 웃으며 지훈에게 인사했다.
“네. 마이클도 잘 지냈나요?”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지훈은 우선 마이클의 사무실로 옮겨서 미국 지사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현재는 별다른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주 정부에서도 신경 쓰고 있는 판국이라 문제가 일어나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마이클은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그 단적인 증거가, 이번에 주지사인 로이 클린턴이 지훈을 보자고 한 것이 아니던가.
“이번에 클린턴 주지사가 저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짐작이 갑니까?”
지훈의 물음에 마이클 스나이든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침묵했다.
“몇 가지 짐작 가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어떤 거죠?”
“슈퍼팩 때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엠디드의 영향력이 더럼 근처에서 더 커질 테니,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보험을 들어 놓으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확실한 것은 만나 봐야 알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각 시나리오대로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토의해서 제출해 주세요.”
지훈은 하루의 시간을 내어 마이클 등과 함께 로이 클린턴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목록을 쭉 뽑아 검토했다.
“이 정도면 주지사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겠네요.”
지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약속 시간이 됐으니 갈까요?”
지훈은 빙긋 웃으면서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의 본부로 향했다.
지훈은 처음에 본인이 로이 클린턴을 만나기 위해 롤리로 갈 생각이었지만, 로이 클린턴이 오겠다고 했다.
‘이걸로 생색 낼 생각은 없겠지?’
지훈은 본부에 들어서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인 롤리와 더럼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이 정도 와 주는 것으로 생색낸다면 협상 과정이 썩 순탄치 않을 것 같았으니까.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요?”
로이 클린턴은 지훈을 만나 꼭 끌어안았다.
“어……. 네.”
갑작스러운 포옹에 지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더 떨떠름한 일이 생겼다.
“이쪽은 내 조카, 아이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