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dragon! RAW novel - chapter (345)
내 딸은 드래곤! 내 딸은 드래곤-346화(345/529)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미국 대선이 어떻게 전개되든 간에, 지훈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지훈은 한국 사람이니, 미국 정치까지 굳이 신경 써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예나도 무심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마스터의 뜻을 여쭙고 싶습니다. 하명하여 주십시오.
윌리엄이 현재 미국 대선의 판세를 보고하며 향후의 행보에 관해 물었다.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아?”
예나가 말한 진상은 아이린 클린턴의 죽음에 관한 것.
아이린 클린턴이 이미 진작에 죽어 있었고 조르아의 가디언, 로르시가 그녀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자세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윌리엄의 대답에 예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예나는 간단하게 명령을 내렸다.
“당선 확률은 리차드 스타인이 높으니까 현재 상황을 굳히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마스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유가 있니?”
-지난번 통화 때문에 리처드 스타인에게 재선을 약속했습니다.
“통화? 아…….”
예나는 지난번 야밤에 갑자기 연락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에이, 귀찮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예나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약속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면 네 생각에 필요한 건 다 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만일 자인 가문과 부딪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요?
“글쎄, 그쪽과 크게 부딪힐 일은 없을 거야.”
예나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심 없듯, 자인족의 조르아 역시 그럴 것이다.
단지 아이린 클린턴의 죽음을 이용해 이런 계획을 꾸민 것은 마지막 선물 정도 정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알겠습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예나는 전화를 끊으며 기지개를 켰다.
‘남편 앞에서 자랑 좀 했다가 조금 귀찮게 됐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니까, 별일 없으리라.
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배를 쓰다듬었다.
“그치, 크림아?”
예나의 질문을 들은 것일까. 크림이가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 남편은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예나는 창밖에 흐르는 강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예나가 아이린 클린턴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사이, 지훈 역시 같은 주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로이 클린턴 후보 측의 지지율이 많이 높아진 것,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훈은 그렇게 운을 떼며 엠디드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기존의 구도는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스타인 대통령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이번 일로…….”
“하지만 클린턴 후보 측이 상승세를 탔다고 해서 과연…….”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최종 선택권은 지훈에게 있었다.
지훈은 자신의 의견을 묻는 임원들에게 시원하게 답했다.
“저는 스타인 대통령 측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훈의 말에 임원들이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물었다.
“스카이넷이 예측한 로이 클린턴의 당선 확률은 40퍼센트 미만이라서요.”
“스카이넷요?”
“스카이넷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선을 예측하게 했고, 저는 그것을 신뢰합니다.”
지훈의 말에 일부 임원들은 불신을 비췄지만, 대다수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스카이넷이 얼마나 대단한 인공지능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 일단은 현재 기조로 유지하되,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주시하는 것으로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지훈이 일어서자 우르르 따라 일어서는 임원들.
‘이제 오늘 할 일은 거의 다 끝났으니까, 이제 가서 채린이랑 놀아야지.’
채린이와 함께 노는 것은 지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 중 하나.
“대표님, 최우택 소장님이 만나 뵙길 원하는데, 언제로 약속을 잡을까요?”
“교수님이? 무슨 일이시래?”
“지난번에 부탁했던 것을 완성하셨다고 하셨어요.”
“내가 부탁했던 거? 아, 그거? 금방 됐네.”
지훈이 부탁했던 것은 미용 시뮬레이터의 개발. 그것이 완성된 것이다.
“오후면 괜찮을 것 같아. 이리로 오시겠대?”
“네,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지훈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대표실에 들어섰다.
“아빠아!”
지훈이 들어오자마자 달려와 자그마한 손으로 잡아끄는 채린이.
“응? 왜?”
“이제 거의 다 완성됐어!”
“아, 게임?”
“응! 이름도 정했어! 어떤 거게?”
“으음, 모르겠는데……?”
지훈의 대답에 채린이는 한번 생각해 보라고 재촉했다.
“어…… 황금사과?”
“땡!”
“룬테란?”
“때엥! 아니야!”
“진짜 모르겠는데?”
지훈이 포기 선언을 하자, 채린이는 맞혀 보라고 재촉했다.
“으음…….”
지훈은 몇 가지를 말했지만, 전부 틀렸다.
“채린아, 힌트 좀 줄래?”
“세 글자고, 특별하지 않은 단어야!”
채린이의 말에 지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왠지 느낌이 꼭 맞혀야 할 거 같은데.’
만일 자신이 맞히려 들지 않고 그냥 알려 달라고 하면, 채린이가 토라질 것 같다.
‘특별하지 않고, 세 글자라.’
하지만 채린이가 이번에 준 힌트는 너무 막연했다.
지훈은 조금 더 자세한 힌트를 요구했고, 채린이는 ‘우리 회사!’라고 답했다.
“우리 회사가 힌트라고?”
“응!”
채린이의 힌트를 들은 지훈은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쭉 단어들을 떠올렸다.
‘회사. 엠디드……. 어?’
그러자 한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게 좀 어처구니없어서 설마 싶다.
“혹시…… 놀이터야?”
지훈의 물음에 채린이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빠랑 놀려고 만든 놀이터라서, 이름도 놀이터로 지었어!”
자신과 놀려고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다니.
역시 채린이 클래스는…….
지훈은 채린이가 다시 한번 채린한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 놀이터가 이제 다 마무리된 거야?”
“아니, 다 된 건 아닌데, 그래도 이제 놀 수 있을 정도는 됐어. 히히!”
채린이가 해맑게 웃으며 같이 놀이터에 가자고 졸랐다.
“아빠, 놀이터 가자. 응? 응?”
채린이가 귀여운 애교를 선보이며 지훈을 졸랐다.
절로 아빠 미소가 흘러나오는 깜찍한 애교.
지훈은 스카이넷에 자신이 확인해야 할 일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따가 소장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만 놀자. 알겠지?”
“응!”
채린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르는 듯, 묘한 부양감이 들었다.
그 후, 다시 눈앞에 보인 룬테란의 세계.
‘이게 나랑 놀려고 채린이가 만든 놀이터라니.’
이것도 재능 낭비에 속할는지 모르겠지만, 만일 속한다면 어마어마한 재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베타 테스트를 건너뛰고 바로 상용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게임인데.
그런 것을 단 한 명,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아빠!”
지훈이 시작의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느새 채린이가 다가왔다.
“언제 왔어?”
지훈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채린이에게 물었다.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이 걸으면 발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채린이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어느새 제 옆에 서 있었다.
그래서 물은 것인데, 채린이는 그저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아빠, 가자. 할 게 많아!”
“그래, 그러자.”
지훈은 채린이의 손을 잡고 촌장, 존 해럴드의 집으로 향했다.
“환영하오, 낯선 이여. 못 본 지 며칠이구려.”
‘유저가 나랑 채린이밖에 없는데, 날짜는 계속 흐르는 건가?’
존 해럴드의 말대로 지훈은 며칠 동안 접속하지 못했다.
주말 동안 괌에 있었기 때문.
그런데 며칠 동안 안 보였다고 말을 꺼내는 게 신기하다.
보통 게임에선 존 해럴드 같은 NPC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으니까.
“일이 좀 있었습니다.”
“허허, 안 좋은 일이 아니길 바라겠어요.”
“그런 건 아닙니다.”
지훈의 대답에 촌장은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대들이 나를 찾아온 것은 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이겠지요?”
“물론입니다.”
지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작은 창이 나타났다.
[Quest – 약초 채집]존 해럴드는 시작의 마을의 유지이자 촌장이다. 그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시작의 마을에 제대로 정착해 보도록 하자.
퀘스트 조건 : 존 해럴드가 요구하는 허브를 채취해 올 것.
퀘스트 보상 : 50골드, 마을 거주민 자격증
실패 시 : 마을의 NPC들의 호감도 하락
‘진짜 제대로 구현해 놨네.’
대충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티가 났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것은 약초로…….”
지훈이 채린이가 만든 게임에 감탄하는 사이, 촌장은 구구절절 약초가 필요한 이유와 종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럼 부탁하겠어요.”
“알겠습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촌장에게서 호미를 받으셨습니다. 유저는 잃어버리거나 파손하지 말고 돌려주어야 합니다.]인벤토리를 열자 진짜 호미가 있었고, 거기에 손을 뻗자 허공에서 호미가 나타났다.
“오…….”
그 능숙한 변화에 지훈은 채린이를 보며 감탄했다.
“진짜 잘 만들었네?”
“그치? 히히!”
아빠의 칭찬에 채린이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그럼 허브 캐러 갈까?”
“응!”
지훈은 채린이와 손을 잡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갔다.
화살표는 시작의 마을 옆에 있는 야산으로 이어졌고 야산에 진입하자 돌연히 사라졌다.
‘어? 이러면 어떻게 찾아?’
지훈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서 촌장이 원하는 허브를 찾아서 캐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허브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채린아, 혹시 화살표 같은 거 보이니?”
아빠의 물음에 채린이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채린이도 안 보여.”
“그, 그래?”
지훈은 허브를 퀘스트 창을 열어 허브를 찾아보았다.
‘어떻게 생겼는진 알겠는데, 여기서 어떻게 찾는담…….’
지훈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첫 번째 퀘스트라니.
너무 어려운 퀘스트다.
지훈은 헛웃음을 지으며 채린이에게 말했다.
“채린아, 이 퀘스트 채린이가 만든 거야?”
“아니, 채린이는 게임 속 세계관만 만들었고, 세부적인 퀘스트 같은 것은 하늘이가 만들었어.”
“아, 그래……?”
그러면 채린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퀘스트를 포기하면 실패하는 게 되고, 그러면 시작의 마을에서의 삶이 조금 곤란해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건데.’
지훈은 호미를 꺼내어 주위의 풀들을 헤집어 보았다.
다양한 풀들이 잔뜩 있다.
이름도 모를 풀들이 잔뜩 있는 언덕.
‘위에 이름이라도 뜨면 좋겠는데, 뜨지도 않고.’
증강 현실처럼 풀들 위에 이것이 어떤 것인지 떠오르면 좋으련만, 그런 친절한 서비스는 있지 않았다.
‘일일이 다 뒤져 봐야 하나? 이건 노는 게 아니라 노가다 같은데…….’
지훈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옆에서 채린이가 소리쳤다.
“아빠아! 찾았어!”
“엉?”
채린이가 무언가를 들고 흔들었다.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퀘스트 창에 나타난 허브랑 똑같이 생겼다.
“어떻게 찾았어?”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보이던데?”
채린이의 대답에 지훈이 입만 벙긋거렸다.
‘운도 좋지.’
이 많은 풀 중에서 어떻게 그런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건지.
어마어마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여기에도 힘, 민첩, 행운…… 이런 게 있나?’
하지만 지훈이 알기로 이 게임엔 그런 게 없다.
채린이가 만든 놀이터는 또 하나의 삶이다.
게임에 있을 수 있는 스테이터스에 의한 작위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 상태.
‘원래 게임은 노가다로 시작하는 거지.’
지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쪼그려 앉아 풀들을 뒤적거렸다.
그런 지훈에게 채린이가 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빠,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허브가 어디 있는지 알려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