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dragon! RAW novel - chapter (529)
내 딸은 드래곤! 내 딸은 드래곤-529화 (외전 완결)(529/529)
외전 46화
10년, 120개월.
강산도 바뀐다는 그 긴 시간은, 지훈의 삶 역시 여러 방면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훈의 삶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역시 외모.
다만 지훈의 외모가 아니라, 자녀들의 외모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저도요.”
제 누나와 함께 출근하는 유진이의 모습은 장성한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스무 살이 되었으니 어른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 무릎 위에서 뛰놀던 아이를 기억한다면 그 당연한 사실을 가끔 망각하곤 했다.
“그래, 오늘 일찍 올 거지?”
아빠의 질문에 채린이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래, 누나 생일이니까 유진이도 일찍 오도록 하구.”
“알았어요. 그럼 갔다 올게요.”
채린이와 유진이는 그 인사를 남기고 후다닥 학교로 떠났다.
‘벌써 대학생이라니. 시간 진짜 빠르네.’
지훈은 새삼스럽게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하면서 미리 저녁을 준비했다.
‘채린이가 좋아하는 게…….’
자신이 만든 음식은 대부분 좋아하지만, 그중에도 더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지훈은 그것들을 위주로 식사를 준비했다.
따다다다……!
일류 셰프 못지않은 능란한 칼솜씨를 뽐내며 식사를 준비하는 지훈.
재료 손질부터 조리에 이르는 모든 부분이 끝냈을 즈음에, 예나가 나른한 표정으로 지훈에게 다가왔다.
“식사 준비해?”
예나는 지훈이 준비한 식사를 보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왜 이렇게 많아?”
“오늘 채린이 생일이잖아. 저녁에 함께 먹을 만찬이야.”
지훈의 설명에 예나가 짧은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식도록 용언 걸어 줄까?”
“다 끝내고 부탁할게.”
지훈은 그렇게 말한 후, 차근차근 요리를 마무리했다.
입으로 먹고, 눈으로 먹는 완벽한 지훈의 요리.
“다 됐다. 이제 안 식게 용언 좀 걸어 줘.”
지훈의 부탁에 예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그럼 밥 먹자.”
두 사람의 아침은 만찬을 준비하고 남은 음식 조금이었다.
만들면서 주워 먹은 게 많아서 그 정도만 먹어도 배가 가득 찼다.
“애들 올 때까지 뭐 할 거야?”
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훈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우리 둘밖에 없는데.”
무언가 야릇하게 들리는 예나의 질문.
하지만 프로 주부이자, 유부남 20년 차인 지훈은 빠르고 정확하게 블로킹을 시전했다.
“훈련할까?”
지훈의 대답에 예나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또?”
“오늘은 왠지 될 거 같아.”
“그 될 것 같다고 말한 게 거의 5년 가까이 된 거 알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잖아?”
지훈의 반문에 예나는 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면 준비해.”
예나는 그렇게 말하며 서늘하게 말했다.
“오늘은 한번 똑바로 해야겠다.”
꿀꺽.
예나의 말에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끄으읔…….”
지훈은 바닥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헐떡였다.
“이게 끝은 아니지?”
예나가 얄밉게 물어왔다.
‘자기는 멀쩡하다 이거지? 젠장.’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처럼, 억울하면 용언을 써야 한다.
그래야 저 마누라의 높은 콧대를 한 번 눌러 줄 수 있는데.
‘밤에는 내가……. 아니야,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지.’
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네?”
예나의 목소리에 가벼운 감탄이 서렸다.
“이번엔 진짜 좀 세게 때렸는데.”
예나는 환하게 웃으며 지훈을 칭찬했다.
“장하네, 우리 남편. 많이 강해졌어.”
그 말을 들은 지훈은 침을 탁, 뱉었다.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 내니 기분이 좀 낫다.
“이번엔 다를 거야.”
지훈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강하게 검을 그러쥐었다.
‘반드시 한 방 먹인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성공할 때도 됐잖아?’
지훈은 진심으로 예나를 한 방 때리겠다는 마음을 굳게, 아주 단단히 먹었다.
‘해내고 만다.’
예나를 제대로 공격한다는 게 걸려서 다소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
‘반드시.’
지훈은 의지를 날카롭게 세우면서 예나에게 경고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엔 다를 테니까.”
지훈의 말에 예나가 코웃음을 쳤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
지훈은 예나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의지를 벼린 칼처럼 날카롭게 세우며 정신을 집중했다.
예나는 그런 남편을 보며 빙글빙글 웃었다.
지훈이 어떤 것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
그런 까닭에 예나의 태도는 여유, 그 자체였지만, 이윽고 지훈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조금 표정이 바뀌었다.
‘어?’
무언가 다르다.
지금까지 가볍게 웃어넘기던 공격과 질적으로 달랐다.
‘뭐지?’
예나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지훈의 공격이 쇄도했고, 예나는 자신도 모르게 피했다.
‘피했다고?’
예나는 자신이 피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지훈의 공격을 피해 본 적 없으니까.
지훈의 공격을 그냥 맞아 준 적은 셀 수 없지만, 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위협적으로 느껴진 거야?’
본능이 지훈의 공격을 위협이라 판단한 것이다.
‘세상에나.’
이번엔 다를 거라더니, 진짜 달라졌다.
“자기야……?”
남편이 진짜 발전했다.
깜짝 놀란 예나가 이 소식을 전해 주려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있어야 할 지훈은 온데간데없다.
“자기야?”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
*
*
진심을 담아 한 걸음 내디딘 순간.
지훈 역시 알았다.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
시계(視界)가 멈춘 듯, 느릿하게 흘러간다.
마치 모든 것을 관조하는 것 같은 그 순간.
‘뭐지?’
의문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의문과 함께 터진 새하얀 빛.
만년설 지대에서 발생한 화이트 아웃처럼, 모든 게 하얗기만 한 시야를 보며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뭐지? 에러인가? 아니면 버그?’
스카이넷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지훈은 시야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고, 마침내 하얀색 일색이던 시야가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지훈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야?’
지훈은 의아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게 뭐지?’
지훈은 의아한 얼굴로 그 무언가에 다가갔고, 그것이 곧 크고 아름다운 일곱 개의 비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뭐지?”
지훈이 의아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지혜의 기둥이라고 하지.”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예상과 다르지 않은 이가 서 있었다.
“절대자……님?”
지훈의 부름에 절대자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는 오랜만이겠구나.”
거의 10년 만이니까. 절대자는 한마디 덧붙였다.
‘이게 뭐지? 갑자기 절대자가 왜?’
지훈은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눈앞에 있는 이가 절대자라는 것.
그것만큼은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절대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웃을 뗐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구나.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절대자의 말에 지훈의 머리가 다시 헝클어졌다.
그 복잡한 머리를 간신히 정리했을 때 나온 결론은 하나.
“제가…… 통과한 건가요?”
지훈의 질문에 절대자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지훈이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제가 어떻게 통과한 거죠? 제가 어떻게……?”
혼란스러운 지훈의 표정만큼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을 절대자는 명쾌하게 정리했다.
“시험장에서 껍데기를 찢고 나왔잖니?”
‘시험장? 껍데기?’
지훈은 그렇게 반문했고 곧 알아차렸다.
‘그게 시험이었다고?’
젠 카이넨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시험이 시작된 셈이며 용언을 사용하여 이곳으로 길을 뚫는다.
그것이 시험이며 지훈은 첫 번째로 그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그러면 채린이가 벽이라고 생각했던…… 제 추측은…….”
“유쾌한 추측이었지. 하지만 내가 너를 아끼듯, 채린이를 아낀다. 채린이가 죽어야 하는 시험을 낼 리가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절대자의 지적에 지훈은 입술을 달싹였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만일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다면,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날 시험을 절대자가 내지 않았으리란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죽어야 끝날 시험은 이미 심판의 날 이후로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자, 아들아.”
절대자는 그렇게 말하며 지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보아라. 이곳이 내가 약속한 새로운 땅과 하늘이다.”
그 순간, 지혜의 일곱 기둥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푸르른 신록, 달빛에 반짝이는 호수, 광활한 바다…….
지훈은 광대한 자연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 한 번 본 것들이라는 것을.
“저…… 이거 혹시……?”
“그래, 젠 카이넨이지.”
새로운 땅, 젠 카이넨.
그 말대로, 절대자는 진정 새로운 땅을 만들었다.
“사실 하늘도 새롭긴 한데, 굳이 그것까지 자랑하고 싶진 않구나.”
절대자의 농담에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허허 웃었다.
“이곳이 제가 살아갈 곳인가요?”
“너, 그리고 시험을 통과한 모두가 살 곳이지.”
절대자의 말에 지훈은 아, 하는 탄성과 함께 한 가지를 물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훈의 질문에 절대자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너는 너란다, 아들아.”
“…….”
절대자의 말에 지훈은 입술을 들썩였다.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순간, 스쳐 지났고, 절대자는 그런 지훈을 위로하였다.
“심판의 날 이후, 너는 온전히 너로 존재한단다. 너의 자아, 기억, 관계, 모든 것이 너를 이루고 있잖니?”
절대자는 빙긋 웃으면서 지훈에게 사랑을 가득 담아 속삭였다.
“너는 나의 아들이며 내가 사랑하는 자녀 중 하나란다. 결코 심판의 날을 위해 가볍게 쓰고 버릴 장기말이 아니야.”
그 포근하고 사랑 가득한 위로에, 지훈의 눈시울이 축축이 젖었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절대자는 빙긋 웃으면서 지훈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 돌아갈 생각이지?”
그 말에 지훈이 깜짝 놀라 절대자를 보았다.
“그래도…… 되나요?”
“네가 내 아들이듯, 네 가족도 전부 나의 자녀니까. 그들과 함께 여기에서 사는 게 내 기쁨을 더하는 일이지.”
돌아가서 가족을 데려오라는 절대자의 말에 지훈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함께 오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절대자는 그렇게 말하며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여기에서 기다리마. 그러면 또 보자꾸나.”
절대자가 만든 하얀 통로.
지훈은 그 앞에 섰다가, 우뚝 멈췄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인사에 절대자는 빙긋 웃었고, 이내 지훈은 통로 너머로 사라졌다.
지훈을 삼킨 통로가 완전히 사라지고, 절대자는 의자를 만들어 편히 누웠다.
‘곧 오겠지.’
그리 생각하며 미소 지은 그 순간.
절대자가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공간이 차례차례 생겼다.
하나, 둘, 셋.
‘왜 셋뿐이지?’
절대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지막 통로가 열렸다.
사람이 지나다니기엔 좀 작다 싶지만, 그래도 불가능하지 않을 크기.
절대자는 자비를 베풀어 그 통로를 조금 키워 주었고, 곧 유진이가 그 안에서 기어 나왔다.
“켈룩, 켁!”
간신히 통로에서 빠져나온 유진이가 밭은기침을 내뱉고, 곧이어 예나와 채린이가 제 앞에 섰다.
“케흐으……!”
마지막에 나온 것은 바로 지훈.
예나와 채린이는 기침하느라 제정신이 아닌 아들을 일으켜 세웠고, 절대자는 그런 일가족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이제 좀 편하지?”
절대자가 유진이의 기침을 멎게 한 직후, 지훈이 그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내 딸은 드래곤!
외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