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조성현이 직접 가이드 녹음을 하려고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첫째.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그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가이드 녹음의 퀄리티를 살짝만 포기하면 다른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녹음을 하면 될 일이었다.
조성현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겠지만, 오늘 오후 중에 끝나긴 할 테니까.
하지만 조성현은, 가이드 녹음의 완성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걸 포기할 생각이었으면 가이드 녹음 자체를 최우진과 우경수에게 넘겼을 거다.
자신은 그냥 결과만 듣고 그걸 가지고 서예나에게 약간 디테일하게 디렉팅하는 것으로 끝을 냈겠지.
근데,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조성현은 약간이지만 자극받았고.
제대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원했다.
그가 직접 가이드 녹음을 하는 것도 그것에 대한 연장선이었고, 자신이 있었다.
‘가이드 녹음쯤이야.’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힐끗 최우진 쪽을 바라보았다.
최우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보고,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최우진은 알까.
조성현이 지난 생, 수십 수백 번을 가이드 녹음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심지어 최우진처럼 녹음을 보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혼자 녹음을 하고 곡을 만들어냈다.
가수 3팀의 팀장이 되었던 최현준의 밑에서, 조성현은 그리 많은 케어를 받지 못했었으니까.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최우진이 보조해주고 있으며, 우경수나 서예나도 일단 조성현과 손발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
조성현은, 걱정하지 않았다.
“우진씨, 준비됐어요?”
“아, 네. 형. 저 준비 되긴 했는데…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최우진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묻는다.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우진의 입장에서는 조성현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매니저로서 활동하던 사람이었고, 프로듀서로서 상당히 많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해도… 가이드 버전 녹음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괜찮아요. 들어갈게요.”
조성현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조성현이 이런저런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뭐 엄청 대단한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니까.’
보컬 능력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다.
이건 가이드 녹음이고, 서예나에게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 거지 알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대단하게 소화를 할 필요가 없이, 딱 감정선만 완벽하게 보여주면 되는 일이었다.
조성현도 스스로의 보컬이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보컬은 그냥 평범하다.
물론 그 평범의 기준이 일반인과 약간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조성현의 생각 자체는 그랬다.
당연히 과하게 나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자신이 이 곡의 편곡자이고 프로듀서인 만큼 확실하게 감정선을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조성현은 헤드셋을 끼고 앞에 있는 마이크를 바라보았다.
그가 후우 하고는 감정을 잡았다.
준비는 됐다.
슬쩍 고개를 들어 최우진을 바라보니, 최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였다.
치직.
헤드셋이 연결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성현이 입을 열었다.
가이드 녹음이 시작되었다.
* * *
최우진은 녹음 부스 밖에서 조성현을 바라보며, 노래를 재생시켰다.
과연 조성현이 어떤 식으로 가이드 녹음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약간은 불안했다.
가이드 녹음이라고는 해도, 이 감정선을 잡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작곡가인 최우진도 자신이 없어서 다른 연습생을 쓰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것이고.
조성현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안으로 들어간 것일까.
최우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스읍.
조성현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노래.
나, 실은 말이야.
조금은 두려웠어.
훅 하고, 무거운 감정이 던져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작게 하소연하듯 노래를 부른다.
불안하던 최우진의 눈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
이건, 뭐지?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보컬을 듣는 순간 심장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너무나도 무거운 감정을, 조성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었다.
그게, 더 가슴이 아프다.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라 두려웠다고 고백을 하고 있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최우진은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조성현의 가이드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네가 너무 부러워.
너는 이런 걸로 상처 안 받잖아.
가볍게, 목소리의 톤을 바꾸며 노래한다.
이건 메인 보컬이 아니라, 백그라운드 사운드로 들어갈 만한 보컬이다.
순식간에 감정을 억제하며 이야기하는 조성현의 보컬에, 최우진은 허어 하고 소리를 냈다.
그렇게 말하지 마.
나도 많이 상처받았어.
나도 많이 아팠어.
이어지는 보컬에서는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조성현은 슬쩍 손을 가슴 위로 올리며 호소하듯 노래했다.
그의 보컬에 최우진은 숨을 들이켜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정도 수준이면, 매니저가 아니라 당장 가수를 준비해야 하는 실력 아닌가?
물론 조성현의 보컬이 다른 기성 가수들만큼 깔끔하거나, 엄청난 실력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우진은, 적어도 자신보다는 잘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당장 데뷔를 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더라도… 연습생 중에서는 최고라고 불릴 수 있는 수준이다.
최우진은 아주 개인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너무 나를 몰아세우지 마.
난 그렇게 강하지 않아.
조성현의 보컬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는 끝까지 감정선을 잃지 않고 녹음을 끝낼 수 있었다.
조성현이 헤드셋을 벗자, 최우진이 화들짝 놀라서 장비를 조작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가볍게 위로 쓸어 올려 정리한 조성현은, 헤드셋을 벗고 녹음 부스 밖으로 나왔다.
“어때요?”
“아니, 형. 그냥 가수 하시지.”
최우진의 말에 조성현이 피식 웃고는 얼른 재생해달라는 듯 손짓했다.
진짠데….
최우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금 녹음한 것을 재생시켰다.
조성현은 살짝 미간을 찡긋거렸다가 입을 열었다.
“싸비 부분 약간 집중 못 한 것 같은데, 다시 갈게요.”
“…네.”
최우진이 듣기에는 괜찮았는데, 조성현이 집중을 잃었다고 하니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방금 그 보컬을 듣고도 뭐라 불만을 표하거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결국 조성현은 서너 번 정도 더 녹음한 후에야 만족했다.
그들은 가이드 녹음을 한 것을 가지고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죠?”
“그냥 된 수준이 아니죠. 이거 이대로 음원 내도 뭐라고 할 사람 많지 않을걸요?”
“욕먹겠죠. 이건 서예나씨가 불러야 제대로 진가를 드러낼 곡이에요.”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곡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우경수 팀장을 찾아갈 시간이었다.
* * *
조성현과 최우진은 함께 우경수 팀장을 찾아갔는데.
그들은 거기서 서예나까지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나씨.”
바로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서예나가 미리 찾아와 있었던 모양이다.
조성현은 서예나와 인사를 나누고, 우경수 팀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다 됐어요?”
“네, 가이드 녹음도 다 땄고… 이제 듣고 판단해주시면 됩니다.”
조성현의 말에, 우경수 팀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벌벌 떨면서 서예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최우진을 힐끗 보았다.
“우진씨.”
“아, 네. 팀장님.”
“정말 죄송한데, 저희가 회의할 동안만, 조성현씨를 빌려 가도 괜찮을까요?”
우경수 팀장이 말한다.
정중하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속뜻은 우리 이제 회의해야 하니까 기다려달라는 뜻이다.
하긴, 곡을 듣고 이제 어떤 식으로 앨범을 준비하면 좋을지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작곡가가 끼어 있으면 여러모로 불편할 게 뻔했다.
“헉. 당연하죠. 저도 사실 이제 연습하러 가봐야 해서… 감사했습니다.”
최우진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간다.
조성현, 서예나, 우경수는 함께 회의실로 들어왔고.
서예나는 회의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얼른 노래부터 들어보자는 듯 조성현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조성현이 곧바로 준비해온 곡을 재생시켰다.
방금 가이드 녹음을 끝내서 깔끔하게 다듬기까지 한 곡이 흘러나온다.
후반 작업에서 최대한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곡 자체를 깔끔하게 만들어놨다.
조성현은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항상 그렇지만, 이렇게 녹음을 한 노래들을 들어보면 그의 목소리 같지가 않았다.
우경수와 서예나는, 곡이 재생되고 나서부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서예나는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고.
우경수 팀장은 살짝 굳은 얼굴이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곡이 끝났고.
“이거….”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우경수 팀장이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가, 결국 말을 이었다.
“꽤 괜찮네요.”
“나쁘지 않죠. 아마 서예나씨의 보컬로 곡이 완성되면 상당히 좋을 겁니다.”
조성현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의 보컬보다, 서예나의 보컬에 훨씬 어울리는 곡이었다.
애초에 보컬 실력도 조성현보다 서예나가 뛰어났고.
“예나씨는 어떠세요?”
우경수 팀장이 슬쩍 서예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서예나는 멍한 얼굴로 가만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경수 팀장이 묻자, 아 하고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좋네요. 이대로 진행하죠. 오늘부터 바로 녹음 시작할까요?”
“오늘은 시간이 애매하니까, 내일부터 시작하죠.”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 팀장이 바로 답한다.
이미 우경수 팀장도 이대로 진행할 생각이었던 것.
잠깐의 회의를 진행하고.
스케줄을 어떤 식으로 조정할지 결정을 한 후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경수 팀장이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서예나와 조성현이 같이 나가는데.
조성현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다.
“아, 서예나씨.”
“…?”
“혹시 괜찮으시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서예나의 눈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