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조채윤 양.”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옆에 있던 조성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채윤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채윤이는 그것을 잡고 의자에서 내려와,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채윤아.”
“네에.”
“잘하고 와. 아빠는 무대 밑에서 보고 있을게.”
“응.”
잠시 동안, 아빠와 떨어져야 했지만 아이는 괜찮았다.
이제 곧 다시 만날 테니까.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무대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대.
아이는, 피아노가 좋았다.
처음에는 사실 그냥 소리가 좋아서 했던 것이었고.
이후에는 여러 소리들을 따라 하다 보니 신기해서 계속해서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아이에겐 피아노밖에 남지 않았다.
채윤이의 유일한 친구는 피아노였고.
어딜 가던 채윤이의 머릿속에서는 피아노 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조성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이후, 채윤이의 세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둡기만 하던 세상은 조금씩 밝아졌으며.
유일했던 친구인 피아노는, 이제 유일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영준이라는 친구도, 미현이라는 친구도 생겼으니까.
그래도 채윤이는 여전히 피아노가 좋았고, 조성현과 함께 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콩쿨을 시작한 것도, 아주 단순히 피아노가 좋아서 그런 것이었다.
처음 예선을 보러 왔을 때는 커다란 피아노가 좋아서 계속하고 싶었고.
본선을 하러 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피아노를 치는지 보고, 자신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하고 싶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채윤이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고.
정말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였다.
탁. 탁.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채윤이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러 가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혹시 실수하면 어쩌지?
집에서도 연습하면서 엄청 많이 실수했는데.
잘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켰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그런 두려움들을 이겨내고 무대 위에 올랐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아이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늘 연주할 곡은 바흐의 인벤션 8번.
‘잘하고, 아빠랑 놀러 가야지.’
채윤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눈을 감고 손을 움직였다.
아이의 손이 부드럽게, 건반 위에 올려진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 * *
따란.
박한율은, 무대 위에 방금 올라간 여자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채윤이라고 했던가.
‘바흐 인벤션 8번을 준비했네.’
자신과 같은 곡이다.
따라 한 건 아닐 거고, 우연인 모양.
오늘이 마지막 무대인 만큼, 자신의 무대가 끝난 후 경쟁자들의 연주는 어떤지 한 번 보려고 했던 건데.
바흐 인벤션 8번이 흘러나올 줄은 몰랐다.
‘15곡인데, 8명 중 두 명이 같은 곡을 고른다는 게 엄청 기막힌 우연도 아니고… 그리 놀랄 일은 아니긴 하지.’
박한율은 속으로 생각하며 채윤의 연주에 집중했다.
음의 높낮이.
그리고 강약 조절.
곡을 표현하는 표현 방식.
박한율은, 자신이 연주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연주하는 채윤이를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쟤는 왜 저렇게 연주를 하지?
저 곡, 저렇게 연주하는 거 아닌데.
박한율은 채윤이가 상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연주로는 상을 받지 못한다.
막 실수를 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악보에 나와 있는 그대로 연주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정석대로, 그냥 쓰여 있는 대로 완벽하게 연주를 하면 되는데, 왜 그런 연주를 안 하고 이상하게 연주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피아노를 못 치는 것 같진 않은데.’
연습도 나름 한 것 같고,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저렇게 연주를 할까.
저렇게 연주하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도 그냥 저렇게 치는 걸까.
박한율은 채윤이에게 약간의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연주와는 전혀 다른 연주를 보이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채윤이의 연주는, 그 완성도 면에서는 물론 조금 떨어지지만….
‘쌤 하고 비슷한 연주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박한율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레슨 선생,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가 저런 느낌이었다.
뭔가 자유롭고.
틀에서 벗어난 느낌.
실비아는 박한율에게 가장 먼저 틀을 완벽하게 만들고, 정석적인 연주를 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걷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달리지도 못한다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확실히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저건 뭔가.
‘이미, 자유로운 연주를 하고 있는데.’
틀이 완벽하지 않았고, 정석적인 느낌도 없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봐서는 그런 것에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실비아가 말했던 거랑은 조금 다른 상황.
분명 정석적인 연주를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연주도 할 수 있다고 말했었는데 저 여자애는 어떻게 벌써 자유로운 연주를 하는 거지?
‘실비아가 거짓말을 한 건가.’
아니면, 채윤이라는 아이가 일반적인 범주 안에서 벗어나 있는 아이인 건가.
박한율은 그것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었다.
따라란.
채윤이의 연주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박한율은 그것을 들으며 정장 단추를 풀었다.
단추를 풀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저 자유로운 느낌의 연주 덕분인 건지.
답답하던 느낌이 사라진다.
“…쟤, 몇 살이라고 했죠?”
박한율이 슬쩍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무대에 집중하던 그의 어머니는, 놀란 얼굴로 박한율을 돌아본 후 입을 열었다.
“7살. 잘하지?”
“뭐… 조금.”
박한율은 다시 무대로 시선을 움직였다.
7살인데 저런 연주를 한다니.
그럼 2년 후에는 또 얼마나 괜찮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자신과 같은 9살이 되면, 지금의 자신보다 더 잘하게 되는 거 아닌가?
박한율은, 그런 생각에 순간 위기감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따란.
연주가 끝난다.
그리고 박한율은, 채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안 보고, 가게?”
“다 본 것 같아서요,”
대상, 최우수, 그리고 우수상 후보는 정해졌다.
박한율 자신, 고은비, 그리고 조채윤.
세 명이 저 세 개의 상을 나눠 가질 것이다.
적어도 박한율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고, 그럼 더 이상 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몸을 돌리기 직전, 채윤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았다가 눈길을 뗐다.
다음에, 시상식 때 다시 한번 볼 수 있겠지.
‘그때는….’
인사 정도는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조성현은 채윤이 건반 위에서 손을 떼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연주는 훌륭했다.
연습한 대로, 잘 해냈고.
실수는 하나도 없었다.
채윤이는 하고 싶은 대로 연주를 했고, 아이도 스스로 만족스러운 것인지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맺혀 있었다.
‘멋지네.’
자신의 딸이, 너무 멋있었다.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무대를 마치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지다.
언제 저렇게 컸는지, 이제 7살인데 너무 커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자신이 조금만 더 아이와 함께 해주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쩌면, 조성현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지금, 그만큼 뿌듯했다.
채윤이가 콩쿨의 마지막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것에 자신이 무대를 한 것도 아닌데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고.
아이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무대를 내려가는 것을 본 조성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박한율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흥미로운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조성현은 박한율의 눈빛이, 채윤이가 처음 박한율의 연주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놀라야 했다.
서로의 연주 스타일이 극과 극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둘 다 재능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채윤이는 박한율에게.
박한율은 채윤이에게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걸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홀을 빠져나갔다.
빠르게 걸어서 무대 뒤편으로 향하는데, 반대편에서 채윤이가 해맑게 웃으며 걸어나오는 게 보였다.
“아빠!”
채윤이가 조성현을 부르며 호다닥 달려왔다.
드레스를 휘날리며 열심히 달려온 아이는, 조성현의 품에 폭 하고 안겼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채윤이를 안고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너무 잘했어. 채윤아.”
“채윤이 잘했어!”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아이는 자신이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후회 없이 연주를 끝마친 게 스스로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맞아. 채윤이가 최고였어.”
“아빠가 최고야!”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자신이 아니라 조성현이 최고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몸을 꿈틀거리더니, 조성현의 볼에 입을 맞췄다.
쪽.
작은 소리와 함께, 따뜻한 입술이 볼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채윤이는 아빠 좋아.”
“하하. 아빠도 채윤이 너무 좋아.”
조성현은 자신도 아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꼬옥 끌어안았다.
그렇게 또 얼마나 있었을까.
“아빠아….”
채윤이가 이상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조성현이 슬쩍 아이를 뒤로 빼며 채윤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의 시선은, 조성현의 뒤쪽을 향하고 있었다.
“쟤가 나한테 인사했어….”
그 말에, 슬쩍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니 박한율과 그의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인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의 피아노를 듣고 흥미가 생긴 눈빛을 하더니, 아까 무대 전에는 무시하던 태도가 달라졌다.
먼저 인사까지 건넸을 정도라니.
“채윤이 피아노 보고 완전 깜짝 놀랐나 보다. 그치?”
“진짜?”
“그러니까 인사하지 않았을까?”
“맞아!”
조성현의 말이 맞다는 듯,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채윤이 최고네.”
“아빠가 최고야!”
아이가 조성현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조성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채윤이의 첫 콩쿨이 막을 내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동안 싫은 소리 한번 않고, 열심히 따라와 준 채윤이가, 조성현은 너무나 대견했다.
이 귀여운 천사에게 어떤 상을 줘야 할까.
조성현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