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조성현이 먼저 퇴근을 하고.
서예나는 촬영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었다.
촬영하면서 적절하게 몰입을 했고, 적절하게 몰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식사 후에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푸른 밤을 표현하기 위해서 낮에 푸른 하늘이 있을 때 열심히 외부 촬영을 많이 했고,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지금은 집 안에서 촬영을 많이 할 거다.
집 안은 그래도 밖보다 훨씬 따뜻했기에, 서예나는 다행이었다.
“수고했어.”
“아직 다 안 끝났는데 벌써부터 수고는 무슨.”
우경수 팀장의 말에 서예나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하품을 한 번 했다.
아침부터 나와서 촬영을 해서 그런가, 피곤했다.
“춥지?”
“요즘 날씨가 다 그렇지.”
“자.”
우경수가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내 서예나에게 내민다.
서예나는 그것을 받아 들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문득,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 것.
자신이 그렇게 편하게 장난을 치고, 또 그 장난을 상대가 반대로 장난으로 받아치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평소 정말 서예나와 친한 몇몇만 그렇게 하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도 그런 장난을 쳤다.
그런 일은 서예나의 인생에 거의 없는 일이었다.
조성현이 장난도 치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자신이 맘 편히 장난을 치는 것도 신기하고.
전에 있던 매니저들과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그냥 매니저들이 서예나의 눈치만 보면서 어떻게든 서예나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전부였다.
“왜?”
우경수 팀장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 물음에 서예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 그냥. 조성현 그 사람. 매니저로서도 일 잘하더라.”
“그래?”
“어, 기본적으로 센스가 있어.”
“…신기하네.”
“뭐가?”
“네가 매니저한테 짜증 안 내는 게.”
“내가 무슨 짜증만 낸 것처럼 이야기하네.”
“아닌 것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
우경수가 짐짓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해 보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서예나가 우경수를 손바닥으로 살짝 쳤다.
“아니 다 이유가 있었다니까.”
“근데 조성현씨는 그럴 이유가 없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딱딱 필요한 거 챙겨주더라고. 아니 패딩도 줄 때 그냥 주는 것도 아니야. 자기가 입던 거 벗어 주니까 뭐라 할 건덕지도 없어.”
우경수는 그걸 듣고,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왜 조성현이 좋은 매니저라고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다 잘해. 무슨 매니저가 그런지 모르겠는데, 지난번에 가이드 보컬 녹음한 것도 그렇고… 내가 그 정도 실력이었으면 당장 가수한다.”
“가이드 보컬을 조성현씨가 직접 했다고?”
“어, 몰랐어?”
당연히 알 줄 알았다는 얼굴로, 서예나가 우경수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딱히 숨길 일은 아니라는 듯한 모습이어서, 우경수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어디 가서 괜히 말하고 다닐 일은 아니긴 한데, 이번 앨범 가이드 보컬 그거 그 사람이 직접 녹음한 거였어.”
“…노래도 잘하네.”
보컬이 엄청 뛰어나다고 말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
감정선을 너무 잘 타기도 했고.
“그 정도면 진짜 아티스트 해도 되겠는데.”
“왜 안 하는지 궁금할 정도야. 하다못해 진짜 프로듀서라도 할 수 있을 프로듀싱이었는데.”
서예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나 배고파.”
“어, 가야지.”
우경수 팀장도 그렇게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한 명의 팀장으로서, 조성현이라는 인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많은 방법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복잡한 머리를 비웠다.
그녀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조성현은 자기가 내키지 않으면 안 할 거다.
조성현은, 그런 사람이니까.
* * *
서예나의 뮤직 비디오 촬영을 지켜보다가 채윤이를 데리고 하원한 조성현은 집으로 와서 잠시 쉬다가 바로 저녁 준비를 했다.
밥을 먹으면서, 조성현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아.”
“네에?”
“오늘 유치원은 어땠어?”
“재미있었어.”
아이는 그렇게 답한 후, 무언가를 생각하는 얼굴이었다가 앗 하고 소리를 낸다.
채윤이는 밥을 먹다가 말고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가방을 뒤적거렸다.
“왜 그래 채윤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일어나서, 아이에게 가려고 하는 순간.
채윤이가 가방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이의 손에는 종이가 한 장 들려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다시 부엌으로 오는 것을 발견하고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올라온 아이는 종이를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아빠 꺼!”
채윤이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든 조성현은, 밥을 먹으면서 종이를 확인했다.
가정 통신문.
내용은….
“우리 채윤이, 졸업식이 진짜 코앞이네.”
아이의 졸업식에 대한 가정 통신문이었다.
열심히 연습하고,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으니 응원해주고 또 졸업식에 함께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의 가정 통신문.
조성현은 당연히 아이의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는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오늘 저녁은 소고기 야채죽이었는데, 아직 뜨거운지 아주 조금만 떠서 후우 하고 바람을 불고 있는 채윤이가 보였다.
‘졸업식, 어떻게 하지.’
약간은 걱정이 된다.
채윤이가 졸업식 준비를 잘 못 했을까봐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같이 낙엽 놀이할래?’를 못할까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졸업식에서 뭘 하던, 채윤이는 잘 할 거다.
다만.
‘나 혼자 가면 좀 그럴 텐데.’
지난번 체육 대회 때도 그랬다.
물론 영준이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또 지금은 절대 그런 말을 하거나 하지 않지만….
어쨌든 영준이가 했던 것처럼, 누군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할 수도 있는 거고.
조성현은 나이가 든다고, 더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성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조성현이 지난 생,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성숙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간을 찡긋거리던 이내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채윤이를 발견하고 수저를 들어 올렸다.
죽을 떠서 입에 넣는데.
“…!”
너무 뜨거워서, 그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펄펄 끓는 정도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입천장이 델 정도의 뜨거움이었다.
겨우 그것을 삼킨 조성현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얼른 일어나 찬물을 마셨고.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아… 괜찮아요…?”
입에 찬물을 머금고 있던 조성현은 얼른 그걸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빠 괜찮아.”
일단은, 진정 됐다.
입안이 조금 화끈거리긴 하지만.
채윤이는 조성현이 괜찮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가만히 조성현을 바라보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거실 한쪽으로 향했다.
“채윤아, 어디가?”
조성현이 찬물을 한 모금 다시 마시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 아프니까. 약 발라야 해.”
“진짜? 약 발라야 해?”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
약을 바를 정도도 아니고, 애초에 입안에 약을 바를 수도 없었다.
그저 아이의 행동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채윤이는 거실, 티비 밑에 있는 서랍에서 약통을 꺼냈다.
밴드나, 붕대, 약 같은 것들을 보관하는 통이다.
채윤이는 약통을 열어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다가, 병 하나를 꺼냈다.
조성현은 그것을 보고 난처한 얼굴을 해 보였다.
“이거!”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병을 들고 조성현에게 다가왔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슬쩍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그는 물 잔을 내려놓고, 아이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았다.
“채윤아, 그게 뭔지 알아?”
“응!”
“뭔데?”
“마법의 빨간약.”
“…마법의 빨간약?”
“응! 할머니가 그랬어!”
아이가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조성현은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채윤아. 아빠 약 안 발라도 되니까… 그거 다시 약통에 집어넣고, 다시 밥 먹을까?”
“그치만… 아빠가 아픈걸.”
채윤이는 조성현을 바라보면서 시무룩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아이가 시무룩해 하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저 빨간약을 입에 집어넣는 게 더 마음에 걸린다.
“아빠 괜찮아. 채윤아. 완전 멀쩡해.”
“…진짜?”
“응. 완전 진짜.”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채윤이에게로 다가가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미련이 남는 듯한 눈빛으로 빨간약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조성현의 손에 빨간약을 올렸다.
뭐가 그리 미련이 남는 걸까.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통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는 그것을 약통에 다시 집어넣은 후, 약통을 닫았다.
탁.
작은 소리와 함께 약통이 잠긴다.
조성현은 약통을 서랍에 집어넣고, 서랍 문까지 확실히 닫은 후에야 식탁에 다시 앉았다.
“호호 불어서 먹어야 해.”
“응.”
그가 식탁에 앉자마자 채윤이가 말했다.
지켜보겠다는 눈빛과 함께 그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는 채윤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과장 되게 후후 불어먹었다.
아이가 그것을 보더니 꺄르르 웃는다.
“그게 뭐야! 이상해!”
웃음을 터트리며, 아이가 외쳤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아이의 웃음 코드를 알 수 없었지만.
‘웃으면 됐지.’
아이가 웃으면 그걸로 된 거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항상 그렇듯 채윤이는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콩쿨에 나갈 준비를 한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졸업식 때 할 ‘같이 낙엽 놀이할래?’였다.
이제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채윤이도 알고, 연습하려는 모양.
아니면 그냥 제일 편한 곡을 치고 있는 것을 수도 있고 말이다.
조성현은 설거지하며 그것을 듣다가, 식탁 정리까지 전부 끝낸 후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힐끗, 피아노를 치는 채윤이의 뒷모습을 본 조성현은 슬쩍 걸음을 옮겨 안방으로 향하며 전화를 걸었다.
“네 엄마, 뭐하고 계세요?”
채윤이의 할머니에게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