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회의 초반 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랬다.
조성현은 그냥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우경수 팀장이 물어보는 것에만 답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홍보차 공개될 포토 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총 3종류의 포토 카드가 티저 느낌으로 순서대로 공개가 될 텐데, 6개의 후보를 두고 그중 3개를 고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1, 2, 3번이 가장 많이 선택된 상황.
“성현씨는?”
“저는 2,5,6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2번을 선택한 것은 가수 2팀과 같았지만, 5번과 6번을 선택한 것은 이번에도 조성현이 유일했다.
포토 카드가 뭐 별거냐 라고 할 수도 있고, 어차피 그냥 홍보용으로 공개되는 것뿐이니 뭘 하던 좋아할 거다. 아무거나 하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성현은 음악 외적인 요소를 통해서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단순한 포토 카드지만, 이걸 통해서 앨범의 컨셉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다.
컨셉과 서예나가 시도하는 것이 뭔지, 제대로 드러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냥 아무거나 고르기에는 그 기회가 아깝지 않은가.
조성현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골랐다.
앨범의 컨셉과 가장 잘 맞는 사진들.
서예나의 내면을 보게 되는 앨범이 될 거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사진들이다.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그의 의견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다들 썩 유쾌하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조성현을 바라보는 눈들이, 다 쟤는 아까부터 왜 저러지 하는 눈빛들이다.
미묘한 기류에, 그는 슬쩍 가수 2팀의 팀원들을 바라보았다가 우경수 팀장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포토 카드는… 흠. 나는 3, 4, 5가 괜찮긴 한데. 일단 지금 제일 많이 나온 건 1, 2, 3번이니까. 이렇게 진행하지 뭐.”
우경수 팀장은 포토 카드를 그리 중요하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고, 조성현은 그런 그녀의 판단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정확히는, 넘어가려 했다.
“아니. 근데 조성현씨.”
정 대리가 조성현을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경수와 조성현이 동시에 정 대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예. 정 대리님.”
“프로듀서시면서 서예나씨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에요?”
“…….”
그 말에, 조성현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정 대리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까.
그리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긴 했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싸움판을 벌일 수는 없지 않겠나.
조성현은 결국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답 없이 그를 무시하며 우경수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경수가 굳은 얼굴로 정 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무어라 말하지는 않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뻘쭘해진 것은 정 대리였지만, 그는 그저 자신을 무시한 조성현을 한 차례 노려보았다가 우경수 팀장이 탁탁 하고 테이블을 가볍게 치자 고개를 돌렸다.
다음 안건은, 앨범 외적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방송 출연인데… 일단 지금 가능한 건 ‘달리는 사람들’ 하고, ‘친구여 어서 오라’. 두 개야. 각자 의견 좀 말해봐.”
서예나기 때문에, 방송을 선택해서 갈 수도 있는 거다.
‘유미였다면 뭐든 일단 나가고 봤을 텐데.’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냉정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들’은 10년째 방송을 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달린다’를 주제로 총 7명의 메인 MC들이 나와서 게스트들과 함께 여러 가지 게임, 혹은 미션을 하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친구여 어서오라.’는 최근에 생긴 예능 프로그램으로, ‘달리는 사람들’에 비해 시청률은 사실 5분의 1 수준이지만 조금씩 매니아 층을 만들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4명의 MC가 시즌별로 총 2명의 게스트의 생활을 번갈아 보여주며, 같이 떠드는… 일종의 리얼리티 라이프 예능이다.
가장 메인 주제는, 게스트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예계 사람들은 평소에 뭘 하는지 알려주는 것.
서예나는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야 좋을까.
‘굳이 나가야 하나.’
조성현은 서예나가, 굳이 두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유미였다면 당연히 뭐든 일단 나갔겠지만, 서예나는 인지도 면에서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아티스트다.
굳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서 들어주는 아티스트.
물론 기본적인 홍보는 해야 서예나가 앨범을 냈다는 것을 알아주겠지만, 어쨌든 서예나가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나가서 앨범 홍보를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가수 2팀의 팀원들은 벌써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달리는 사람들’에 출연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시청률 8퍼센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예나씨가 출연하게 되면 화제성도 확실하게 될 거고… 저희로서는 확실한 홍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달리는 사람들’이 제일 좋은 선택지 같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앨범 컨셉을 바꾸면서 불안 요소가 더해졌는데, 그런 불안 요소들을 덮기 위해서는 홍보를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저도 홍보를 위해서 ‘달리는 사람들’을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선택지 같은데, 분위기가 서예나씨랑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친구여 어서 오라.’도 괜찮아 보여요. 서예나씨 효과로 ‘친구여 어서 오라’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오를 테고, ‘달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조금 효과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홍보 효과는 분명 있을 테니까요.”
가수 2팀원들이 차례로 말했다.
두 개의 프로그램 중 무엇이 더 좋냐는 의견은, 세 명은 ‘달리는 사람들’을 선택하고 한 명은 ‘친구여 어서 오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각자 이유는 확실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좋은 홍보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앨범 컨셉이 바뀐 만큼 홍보도 전보다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
라는 의견과.
‘친구여 어서 오라.’가 서예나씨의 이미지와 훨씬 더 잘 맞는다.
홍보도 홍보지만 여기서 굳이 이미지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
라는 의견으로 갈린 것.
우경수 팀장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친구여 어서 오라.’가 괜찮게 보인다. 조 프로듀서 의견도 나랑 비슷할 것 같은데….”
말해보라는 듯, 우경수 팀장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녀의 행동에, 조성현은 잠시 망설였다.
왠지 여기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가수 2팀이 더 안 좋은 시선으로 볼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정 대리가 자신 보고 무어라 말하지 않았나.
조성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언제 자신이 가수 2팀의 기분을 신경 썼다고, 이제 와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도 우스웠다.
조성현은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배척하는 이들에게 굳이 신경을 쏟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저는, 굳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달리는 사람들’이나, ‘친구여 어서 오라.’ 둘 다 기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고, 이번 앨범 컨셉과는 안 맞습니다.”
이번 앨범 컨셉은 그냥 단순히 서예나의 캐릭터성을 강조한 게 아니다.
그런 컨셉이었으면 예능에 나가서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전혀 아니었다.
서예나의 깊은 내면에 대해서 다루는 첫 앨범이었고.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섭외하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서예나의 모습도 아닐 거고.
편집에 직접 관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서예나로서는 도박이었다.
실패 확률이 높은 도박.
심지어, 성공한다고 해도 메리트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는가.
“…출연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요? 둘 다?”
가수 2팀의 팀원 중 한 명인, 정 대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조성현에게 묻는다.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정 대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서예나씨의 예능 출연은… 원래의 서예나씨 컨셉으로 진행하면 이번 앨범이랑 전혀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렇다고 이번 앨범 컨셉을 베이스로 깔고 가면 원래의 서예나씨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어떻게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조성현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정 대리는 하, 하고 소리를 냈다.
“조성현씨 진짜 서예나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프로듀싱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네. 아, 몰라서 컨셉을 그렇게 잡은 건가?”
정 대리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을 한다.
조성현은 무표정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정 대리. 적당히 해.”
우경수 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정 대리는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흥분한 나머지, 그는 우경수 팀장을 잊고 말았다.
“잘 들어요 조성현씨. 서예나씨는, 앨범의 성공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고. 예능이든 뭐든 해서 앨범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으면, 무조건 할 사람이라고요.”
“야, 정 대리.”
우경수 팀장이, 입을 연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는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조성현은 그저 입을 다물고, 무표정한 눈으로 정 대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나서봐야, 이득 될 게 하나도 없다.
그저, 정 대리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 뿐이다.
“너는 내가 우습냐?”
우경수가 슬쩍 몸을 돌려 정 대리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정 대리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팀장님. 그럴 리가….”
“지랄하지 말고.”
정 대리의 말을 끊으며, 우경수 팀장이 툭 하고 말을 내뱉는다.
야생동물 같이, 어디서든 날뛰는 서예나가 왜 우경수 팀장의 손에는 그렇게 쉽게 컨트롤 되는지, 정 대리는 알고 있었어야 한다.
“…죄송합니다.”
아차 싶었던 건지, 정 대리는 곧바로 사과했다.
우경수 팀장은 시간을 힐끗 확인하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예.”
“이번 건, 네 말대로. 예능이든 뭐든 해서 앨범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으면 무조건 할건지. 서예나 씨 의견도 들어보고 결정한다.”
우경수 팀장이 결론을 내렸다.
그날, 회의는 예상보다 10분 정도 늦게 끝났다.
회의실에서 나온 조성현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가수 2팀의 사무실 문밖에서 기웃거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빼꼼, 고개를 내미는 여자.
장현아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