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우우웅.
서예나는 길게 울리는 스마트폰 진동에, 미간을 찡긋거렸다.
지난밤, 늦게 자서 아직 자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 오니 짜증인 난 것.
“누구야 이 시간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집어 든 그녀는, 우경수 팀장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받았다.
“어, 언니.”
-뭐 하고 있었어?
“나 자고 있었어.”
-12시인데?
“아직 잘 시간이네.”
태연하게 답한 서예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신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오늘 회의했는데 네 의견도 좀 들어보려고.
“응.”
-지난번에 보여준 것들 있잖아. 포토 카드나, 앨범 커버 같은 것들.
“아, 어 보여줬었지.”
-그거랑 이번에 너 무슨 방송 나가면 좋을지. 그런 거 회의했어. 파일들 다시 한번 보내줄게.
“응. 메일로 보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서예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하고는, 서재로 향했다.
거의 읽지도 않는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서재 정면에는 데스크탑이 설치되어 있었다.
-보냈어. 한 번 봐봐.
“오케이.”
서예나가 간단히 답한 후, 바로 메일을 확인했다.
앨범 커버와, 포토 카드 사진,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두 개에 대한 간단한 설명.
“흠. 일단 앨범 커버는 난 세 번째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이번 앨범이랑 컨셉 확실하게 잘 맞는 것 같은데?”
-세 번째? 너 뒷모습 나오는 거 말하는 거지?
“응.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은데. 일단 방을 넓게 보여주고, 다른 커버들보다 나를 좀 작게 만들었잖아. 약간은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내 뒤의 풍경이 어떤지 보여주는 것도 괜찮고. 나는 3번.”
-흠….
우경수 팀장이 작게 소리를 흘렸다.
서예나는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질문을 던졌다.
“아, 그 사람은 뭐랬는데? 같이 회의했을 거 아니야.”
-조성현씨?
“응.”
-3번 선택했어. 조성현씨도. 다른 팀원들이 다 다른 거 말할 때 그 사람만 딱 3번 고르더라.
“신기하네. 나도 그냥 3번밖에 눈에 안 들어오던데.”
-포토 카드는 어떤 게 좋아?
우경수 팀장의 말에 서예나는 슬쩍 마우스를 움직여 포토 카드 후보들을 살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나는 3번, 5번, 6번이 제일 괜찮아 보인다. 2번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다 예쁘긴 한데… 1번은 너무 화려하고, 4번은 자칫하면 너무 어두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신기하네. 진짜.
우경수 팀장의, 감탄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반응에 서예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뭐가 신기해?”
-조성현씨가 2, 5, 6 선택했거든. 보는 눈이 좋은 건지 뭔지.
“언니는 뭐 골랐는데?”
-난 4, 5, 6.
“언니도 5번하고 6번 겹치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어떤 걸 좋아했어?”
-우리 빼고는 5, 6번 픽이 아예 없었어.
“…? 앨범 컨셉이랑 제일 잘 맞는 것들인데 왜 없었지. 이해가 안 되네.”
서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한다.
그녀는 ‘달리는 사람들’과 ‘친구여 어서 오라’의 간단한 설명을 다 읽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방송 프로그램은 뭐야? 별로 맘에 안 드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이거 앨범 컨셉이랑 안 어울리잖아. 둘 다 진지하기보다는 그냥 웃기는 예능 프로그램이고.”
-예능이 다 그렇지.
“하면 홍보는 확실하게 될 텐데, 이미지 변신은 안 될 거야. 이번 앨범으로 뭘 하려고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지. 디지털 싱글 앨범이잖아. 굳이 이거 다 나가면서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면서까지 앨범 성공에 목맬 필요는 없어.”
서예나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우경수 팀장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난 그래도 ‘친구여 어서 오라’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것도 좀 그런가?
“그냥 방송 없이 가면 안 되나? 딱히 나가서 뭐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서예나의 의지는 확실했다.
우경수 팀장이 그래도 한번 나가보자고 말을 한다면 서예나는 방송에 출연하겠지만, 그리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확실하게 표현을 했고.
서예나가 확실하게 표현한 것을 우경수 팀장은 보통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편이었다.
-조 프로듀서 말도 있었고 하니까, 이번에는 그럼 방송 없이 가자.
“…?”
서예나는 의아한 눈빛을 해 보였다.
설마, 이번에도 같았을까.
그녀는 아무리 그래도 완전 방송 출연을 하지 말자고 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데?”
-둘 다 하지 말자고 하더라.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이래서 회사에 유능한 사람이 있어야 하나 봐.”
서예나는 진심으로 감탄을 하며 말했다.
살면서 이런 프로듀서는, 또 이런 매니저는 처음이다.
음악적으로 잘 맞는 프로듀서는 있었고, 그 외의 것들에서 잘 맞는 매니저도 있었다.
‘근데, 그 둘이 전부 잘 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애초에 프로듀서가 매니저 역할 하거나, 매니저가 프로듀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러게. 내가 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조성현씨가 나보다 더 널 잘 알고 있냐. 정 대리 걔는 어떤 쪽을 당하려고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 대리? 언니네 팀원?”
-응. 그 정 대리.
“그 사람이 왜?”
-회의 때, 자꾸 조성현씨한테 시비 걸더니 내 말도 무시하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뭔지 알아?
“…뭔데.”
서예나가 인상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정 대리는 오다 가며 몇 번 본 적이 있다.
가끔 자신을 픽업해주기도 하고 그랬었으니까.
딱히 별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누군지 잘 알지는 못해도 몇 년 동안 2팀에서 일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뭐?
‘말을 무시하고, 시비를 걸어?’
어이가 없네.
서예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우경수 팀장의 말을 들었다.
-조성현씨 진짜 서예나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프로듀싱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네. 아, 몰라서 컨셉을 그렇게 잡은 건가?
“하하하.”
서예나는, 우경수 팀장의 말을 듣고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조성현이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컨셉을 이렇게 잡았다고?
“언니.”
웃음을 흘리던 서예나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우경수 팀장을 불렀다.
-응?
“나 오늘 저녁에 스케줄 하나 있지 않았나?”
-있었지.
“어, 나 정 대리 통해서 픽업 좀 해줘.”
-…뭐 하려고. 사고 치면 안 된다.
“언니는 무슨, 내가 사고만 치는 어린애인 줄 알아? 그냥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인가, 한 번 보려는 거지.”
서예나의 그 말에, 우경수 팀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그래. 그럼 정 대리 보낸다.
우경수 팀장의 답에, 서예나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어딜, 나서.’
자기 위치를 알아야지.
우경수의 말을 무시하고, 조성현에게 자신에 대해서 모른다고 시비를 걸어?
‘어떻게 손 봐줘야. 잘 해줬다고 소문이 나려나.’
확실한 건, 오늘 하루는 정 대리에게 그리 좋은 추억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 * *
“여기 완전 맛집이래요.”
보통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해결하는데, 장현아와 함께 20분이나 떨어진 식당으로 왔다.
닭볶음탕과 꼬막 무침을 파는 곳이었는데, 오래 회사에 다녔지만 조성현은 이곳에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거의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10분 내외에 있는 식당을 이용했으니까.
조성현과 장현아는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세트로 시키면 될 것 같은데요?”
가장 기본 2인 세트.
그게 제일 무난해 보여서, 조성현은 장현아를 보며 어떻게 생각하냐는 듯 물었고.
장현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벨을 눌렀다.
“저희 여기 커플 세트 하나 주세요.”
“예~”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장현아는 가볍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선배님.”
“네, 현아씨.”
“서예나씨 프로듀싱 다 끝나셨다고 들었는데, 좀 어떤 것 같아요?”
“아직 앨범이 다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 확실하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좀 기대되네요.”
서예나의 앨범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조성현이다.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걱정은 안 되세요? 저라면 진짜 긴장될 것 같은데.”
“성공할 텐데. 걱정할 필요는 없죠.”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농담식으로 말한 그의 답에, 장현아가 오오 하면서 과장된 반응을 보인다.
둘은 동시에 웃음을 흘렸다.
“서예나씨 앨범 작업 끝나면 바쁘시죠?”
“그럴 것 같아요. 채윤이 졸업식이랑 시기가 겹칠 텐데, 졸업식 끝나면 일단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채윤이랑 노느라 바쁘겠죠.”
지금은 제한적으로밖에 못 놀고 있지만, 아이가 졸업식을 한 후 몇 개월 동안은 정말 자유롭다.
조성현은 아이의 방학 기간 동안 함께 뭘 하면 좋을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채윤이 엄청 신나겠네요. 아빠랑 계속 같이 놀 테니까.”
“여행도 가보고 싶고, 아이가 원하는 거 일단 가능한 것들은 다 해보려고요.”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장현아는 그런 조성현을 잠시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 장현아의 모습에, 조성현은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
장현아가 아, 하고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그거 아세요?”
“어떤 거요?”
“채윤이 이야기 할 때면 선배님 입가에 미소가 그냥… 눈에는 완전 하트 쏟아져 나오고… 장난 아니에요.”
“하하. 딸이잖아요.”
“그쵸. 선배님 딸이죠. 저 이제 와서야 고백하자면, 출근 첫날 선배님이 엘리베이터에서 했던 말 듣고 엄청 당황했었거든요.”
“그래요? 제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조성현이 볼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장현아의 출근 첫날, 자신이 어떤 말을 했더라.
그 당시에 채윤이만 신경 쓰느라 장현아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잘 안 났다.
“막 갑자기 저한테 딸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니, 선배님은 딸이 있는데, 천재라면서 완전 딸바보의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제가 그랬었나요? 하하.”
“선배님이 딸 가진 아빠로는 절대 안 보였는데 딸이 있다고 한 것부터 의외더라고요.”
“뭐….”
조성현이 묘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딱 그 시점, 음식이 서빙되었다.
닭볶음탕과, 꼬막 무침.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는 음식을 보며, 수저를 안 들 수가 없었다.
채윤이 이야기를 하고, 또 음식이 나온 이 시점.
조성현이 방심하고 있을 때.
장현아가 입을 열었다.
“선배님.”
“네, 현아씨.”
“채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그때 다시 한번 프로듀서로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에는, Pan 엔터랑 정식으로 계약하고요.”
그녀의 그 말에, 조성현이 덜컥하고 몸을 멈췄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