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조성현은, 장현아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을 때부터 당연히 그냥 배를 채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조성현도 예상하지 못한 주제였다.
지금 조성현은 Pan 엔터테인먼트의 가수 2팀과 함께 일하며 서예나의 다음 디지털 싱글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분명 계약서를 썼지만, 그건 Pan 엔터테인먼트와 체결한 계약이 아니고 서예나와 체결하는 계약을 Pan 엔터테인먼트가 대리로 해준 것에 불과했다.
장현아가 지금 조성현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그냥 가볍게 이야기 하는 건 아니겠지.’
아마, 많은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린 다음에 말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Pan 엔터테인먼트와 정식으로 계약을 해서 프로듀서를 하자는 건, 너무 거창하지 않나요? 하하.”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자신의 위치와, 장현아의 위치를 잊지 않았다.
장현아는 분명 자신에게 Pan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해서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은 맞다.
그녀는 무려, Pan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딸이니까.
‘근데 지금은… 신입 매니저로서 만나고 있는 거지.’
그걸 잊으면 안 된다.
장현아가 직접, 조성현에게 자신이 장판석 대표의 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면 조성현은 그녀를 그냥 신입 매니저로 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도 그것을 깨달은 것인지 묘한 얼굴을 해 보였다.
꼬막을 하나 집어 입에 집어넣은 그녀는 우물우물 하고는 삼켰다.
“제가 아직 Pan 엔터테인먼트에 다닌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애사심이 너무 생겨서요.”
“제가 정식으로 계약해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게 애사심을 하는 이야기라는 거예요?”
“능력 있으신 분이시니까요. 그리고 선배님이 자주 출근하시면 저도 선배님한테 도움 많이 받을 수 있고요. 흐흐.”
장현아는 일부러 과장된 웃음을 흘렸다.
장난스러운 제안이었다는 듯.
그렇게 넘기려고 하는 거다.
조성현도 가볍게 웃어 보인 후, 식사를 시작했다.
이후부터 장현아는 무게를 잡고 질문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철없는 신입 매니저로서의 질문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질문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선배님, 근데 진짜로 Pan 엔터랑 정식으로 계약해서 프로듀서로 일할 생각은 없으세요? 유미씨도 원하시는 것 같고 하니까 원하신다면 팀장님하고 이야기만 하면 가능하실 것 같은데.”
그녀의 말 대로였다.
사실 조성현이 프로듀서로 일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장현아가 말한 것처럼, 그냥 박중원에게 이야기해서 프로듀서로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유미와 붙여준다면 조성현도 편하고, 유미도 편할 테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해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아티스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측면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프로듀서로서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지만,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미 조성현의 유능함은 입증되었으니까.
“글쎄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거라면 또 모를까. Pan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게 되면 그냥 풀어주진 않을 거예요.”
그럼, 그리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서예나와 함께 작업할 때는 사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그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도 그렇고, 조직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Pan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게 되면 그렇게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건, 조성현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항상 말하지만, 조성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채윤이었고.
일은 그다음이다.
다시 한번 일에 얽매이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조건을 달아서 계약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음… 대표님이 직접 오케이 하지 않으시면 조건 협상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조성현은 지난 생에도 Pan 엔터테인먼트와 음악적 작업을 함께 해본 적이 있다.
작곡가로서 함께했고, 그는 배신을 당했었다.
물론 그 배신의 주체가 최현준이고, 지금은 그에 대한 것들을 전부 해결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Pan 엔터테인먼트와 일을 하다가 배신을 당하게 된 것이고, 회사는 그를 도울 수 없었다.
박중원이 노력해도 그를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건 물론 최현준의 잘못이 컸지만 계약적인 문제도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가 엄청 특별하게 안 좋은 계약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일반적이다.
다만,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계약조건은 일반적으로 창작자들에게 불리하다.
조성현이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의 것들이었다.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선배님이 몇 년을 일했는데, 다들 최대한 조건 맞춰주지 않을까요? Pan 엔터에서 일하면 다들 선배님이랑 아는 사이니까 편하기도 할 거고요.”
“…세상이 그리 아름다운 곳은 아니잖아요.”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장현아의 말은, 언젠가 최현준이 그에게 했던 말과 비슷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 그는 배신당했다.
조성현이 특별한 애사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현아씨야 애사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상황이지만….’
장현아는 훗날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니, 당연히 애사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성현에게 애사심이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시 돌아온 때부터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또 자신을 위해서 일을 했을 뿐이다.
기본적인 책임감은 가지고 있었으니, 끝까지 할 일은 하고 가자는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박중원이 부탁하는 것들은 대부분 했던 것이고 유미의 앨범에도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이 표절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굳이 나서지 않은 것도 딱히 그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아는 사이니까 편하기도 할 거라는 말이 언제나 다 통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가 말했다.
가수 2팀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여서 아까와 같은 사단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모이면 되레 불편할 수도 있었다.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말을 돌렸다.
“현아씨는 어때요?”
“저요? 뭐가요?”
“능력 좋은 신입이잖아요. 요즘은 어떤 거 하고 있어요?”
“보통은 땜빵을 가는데, 유미씨 스케줄 있을 때는 유미씨랑 같이 움직여요.”
“유미씨는 요즘도 앨범 하고 싶어 하세요?”
“요즘은 그냥 다른 이야기는 안 하시고 스케줄에만 집중하세요. 채윤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가끔 하고… 이번에 채윤이 보러 간다고 자랑하시던데요?”
“하하….”
채윤이의 이름이 나오자,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와 함께 채윤이의 시상식에 가기로 했는데, 조금 걱정되긴 했다.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유미도 미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최근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기에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막 위험하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약간의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장현아는 이후, 계속 채윤이 이야기만 했다.
조성현이 한번 말을 돌리고 난 후는 더 이상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
덕분에 조성현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조성현은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일은 마무리해야 했으니까.
“어, 성현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넵.”
그런 조성현을, 우경수 팀장이 불러냈다.
조성현은 당연히 아까 회의 때 있었던 일로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우경수 팀장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정 대리가 자리에 없다.
조성현은 약간의 의아함을 가지고 우경수 팀장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우경수 팀장은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아까 회의 때는 미안해요.”
“아닙니다. 제 잘못도 있는데요.”
그녀의 사과에 조성현이 바로 답했다.
조성현이 과하게 2팀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게 물론 조성현에게 편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신경을 써서 친해지려 노력할 이유도 없었다고는 해도.
어쨌든 정 대리가 대놓고 조성현에게 무어라 말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조성현이 그들과 맞추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우경수 팀장이 미안해야 할만한 일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우경수 팀장도 알았기에 그녀는 재차 미안하다고 하기보단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거리며 넘어갔다.
“일단, 서예나 씨랑 통화했어요. 회의 결과 말해주고, 의견 종합적으로 들어봤고요.”
“네.”
“조성현씨가 말했던 거랑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인데. 이거 가지고 또 회의해서 최종 결정 내릴 거예요.”
우경수 팀장이 말했다.
조성현은 자신의 의견과 서예나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에 그리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이 세상에서 이번 앨범의 컨셉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세 명을 꼽으라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 서예나와, 작곡가인 최우진, 그리고 프로듀서인 조성현일 것이다.
앨범 컨셉과 잘 맞는 것들을 선택하는 거라면 그들의 의견은 대부분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는데, 성현씨가 퇴근하고 회의할 거예요.”
조성현은 우경수 팀장의 그 말이 어떤 뜻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가 회의할 때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오전에 했던 회의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특히 지금은 서예나의 의견이 조성현의 의견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던 2팀은 더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우경수 팀장은 조성현이 괜히 그 자리에 있다가 더 미움 사고,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그냥 그를 회의에 참석하지 않게 하는 게 옳다고 판단한 모양.
“알겠습니다.”
조성현은 회의에 미련이 없었기에, 거부감 없이 답했다.
“결과는 바로 공유해줄게요.”
“넵.”
“그리고, 정 대리는….”
우경수 팀장은 말을 할까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서예나씨가 본인 오후 스케줄에 정 대리가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정 대리 보냈어요.”
“…?”
“그냥, 신경 안 써도 될 거라고요.”
우경수 팀장은 그렇게 말하며 조성현의 어깨를 툭툭 쳤고.
조성현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후 피식 웃었다.
“퇴근해요. 그럼.”
“예, 감사합니다.”
그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채윤이 유치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할 일이 있었기에 그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일은 콩쿨 결과 발표날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