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정 대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서예나씨 스케줄 가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
보통 서예나는 아무 매니저와 다니지 않는다.
우경수 팀장이 설득해서 붙여준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데, 그것도 정말 마음에 안 든다며 매니저가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최현준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유능하니 잘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빨빠진고양이’의 사건이 터지고 나서 나가리 됐고.
‘서예나씨의 담당 자리가 공석이라는 거지.’
그런 상황 속에서, 서예나가 자신을 지목해서 오늘 스케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경수 팀장은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일단 서예나가 자신을 직접 지목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까탈스럽지만, 그래도 자기 사람은 잘 챙기니까.’
서예나라는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사람이 아니면 한없이 냉정하고, 매섭게 굴지만 또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왔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잘해준다.
당장 우경수 팀장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서예나는 우경수 팀장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우경수 팀장도 서예나의 데뷔 전부터 함께 해서 그런가, 서예나가 원하는 거라면 되도록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이고.
둘 만큼 각별한 사이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친분 있는 사이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서예나를 케어하는 게 조금은 힘들 수 있어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득이 훨씬 컸다.
‘직접 지목한 거니까, 오늘 제대로 해서… 담당까지 해야지.’
정 대리는 속으로 생각하며 실실 웃음을 흘렸다.
맨날 데뷔도 못 하거나, 데뷔하긴 했지만 정말 인지도 없는 아티스트를 데리고 다니며 고생하던 건 끝이다.
서예나와 함께라면 어딜 가서든 일단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었다.
허리도 펴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거다.
정 대리는 부푼 마음을 안고, 저 멀리 보이는 서예나의 집 앞으로 다가가 주차했다.
아직 서예나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정 대리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가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뚜르르르.
신호가 가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예나씨. 정일호라고 합니다. 지금 1층 주차장에….”
-내가 아직 준비 다 못했는데 왜 먼저 와요?
“…예?”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목소리에, 정 대리는 눈을 깜빡거렸다.
왜 늦었다고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일찍 왔다고 뭐라고 하는 건가?
‘에이, 설마.’
정 대리는 허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천히 준비하시고 내려오시면….”
-아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나? 그쪽 이름이 뭐라고?
“정일호입니다. 예나씨.”
-응 그래요 정일호씨. 일호씨라면 내가 준비가 아직 안 끝났는데 매니저가 도착했어. 그럼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어요?
“그게….”
-뭐하자는 거야 정말.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야지. 기다리고 있어요. 준비하고 내려갈 테니까.
“옙!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내려오십쇼!”
정일호는 서예나의 말에 바로 힘차게 답했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짧게 통화를 한 것뿐인데 벌써 뭔가 진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서예나를 케어하기 힘들다고 하는구나 싶었고.
예전에 그도 가끔 서예나와 함께 스케줄을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렇게까지 신경질적인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아 의아하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고 한 건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나.”
정일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나름 신경을 써주겠다는 뜻 아닌가 그거는?
정일호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는, 역시 그게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뭔가 오전에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자신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으니까 괜히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시, 조성현 그 사람 일을 들었나?’
조성현의 의견이 서예나의 의견과 전혀 달라서, 같이 음악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정일호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왜 그런 사람을 프로듀서로 앉혀서는.
조성현의 능력은 분명 나쁘지 않다.
일 처리 하는 것들을 보고,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을 해내는지 봤으니까.
능력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나쁘지 않은 것과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는 것은 다르다.
“참, 멍청하단 말이야.”
정일호가 중얼거렸다.
조성현은 나쁘지 않은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방향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얼마나 멍청한가.
‘그래도 능력도 없고 방향성도 못 잡는 것보단 괜찮긴 하지. 능력도 없고, 방향성도 올바르지 않다면 그건 그냥 병신이니까.’
정일호는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통화를 끝내고 대충 20분쯤 지난 시점이었는데, 서예나가 정일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정일호는 빠르게 내려 서예나의 손에 들린 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뭐해요?”
“들어드리려고….”
“어림도 없으니까 손 좀 치우지?”
서예나는 정일호를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정일호는 어색하게 손을 빼고 서예나와 보조를 맞춰 차로 향했다.
문을 열어 준 후, 그는 운전석에 올랐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응. 출발. 중간에 들려서 커피 하나 사갈 거니까 좀 서둘러줘요.”
“옙.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정일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니, 뭐 하는 거예요? 사람 죽일 일 있어?”
“예…?”
멀쩡히 운전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일호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서예나는 짜증 난다는 듯 팔짱을 끼고 정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좀 천천히 가요. 사고 나서 다 죽으면 어쩌려고.”
“…예나씨가 좀만 서둘러 달라고….”
“내가 서둘러 달라고 했지 누가 과속하라고 했나? 당신 이거 난폭 운전이야.”
“…죄송합니다.”
정일호는 일단 사과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서예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니 진짜 찰 하면 떡 하고 알아들어야지. 나를 그렇게 몰라요? 정일호씨 가수 2팀에서 몇 년 일했어요?”
“4년입니다.”
“응, 근데 아직도 나를 몰라? 내가 이렇게 말했으면 이렇게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냐고. 왜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저렇게 알아들어요?”
“…….”
“아니 웃긴 건 뭔지 알아? 내가 아까 우 팀장님한테 회의 결과에 대해서 들었거든요?”
“회의 결과요?”
위압적인 서예나의 목소리에 계속 기가 죽어가던 정일호는 눈을 반짝거렸다.
회의에 대해서 들었다면, 그래도 자신을 좋게 봤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근데 내가 원하는 거랑 딱 정반대로만 했더라고. 정일호씨가. 나를 안지 이제 두 달밖에 안 된 조성현씨가 날 훨씬 더 잘 알아. 꿍 하면 짝이야. 응?”
서예나가 참나 하고 소리를 내더니,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어떤 병신이 그런 의견을 냈나 싶어서 우 팀장님한테 부탁해서 정일호씨가 오늘 내 매니저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 좀 했어요. 이제 좀 이해가 가긴 한다. 그냥 눈치도 없고, 능력도 없고, 근데 나서는 건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었구나?”
서예나의 말에, 정일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서 지목한 게 아니라, 마음에 안 들어서 지목한 거라고?
정일호는 그제야 진실을 알고,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에게 그리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좆됐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 * *
조성현은 퇴근하자마자 바로 꽃집으로 향했다.
생에 처음으로 가는 딸의 콩쿨 시상식이었다.
채윤이가 수상을 하게 된다면 완전한 축하를, 혹여나 수상하지 못한다면 위로와 동시에 본선 2차 무대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축하를 하고 싶었다.
수상을 못 한다고 해도 아이가 그리 슬퍼할 것 같지는 않아서, 큰 걱정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따로 찾으시는 꽃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아이가 콩쿨 시상식을 해서요. 그냥 작은 꽃다발 하나 사고 싶어서요.”
“아하.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꽃집 사장의 축하에 조성현은 웃으며 답했다.
“아이가 몇 살인가요?”
“7살이에요.”
“그러면, 이런 건 어때요? 보라색 튤립 메인으로 만든 꽃다발이에요. 아, 간단하게 해바라기 3개로만 꽃다발을 만드는 것도 괜찮고요….”
꽃집 사장은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조성현은 꽃집을 돌아다니며 그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어느 순간 꽃다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다른 꽃다발 사이에 섞여 있는데, 혼자만 눈에 확 들어오는 꽃다발.
분홍빛의 꽃이 중앙에 있고, 그 주변을 하얀 꽃들이 감싸고 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채윤이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냥 내가 보기에 예뻐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저 꽃은 혹시 무슨 꽃인가요?”
“아, 저거는 하얀 안개꽃이랑 백일홍으로 만든 꽃다발이에요.”
“저건 얼마에요?”
“2만 8천원입니다.”
“…저걸로 주세요.”
조성현은 짧게 고민하고 답했다.
저거보다 예쁜 꽃다발은 없는 것 같았다.
빠르게 꽃다발을 정한 후.
그는 다음으로는 케이크 가게를 가서 케이크를 샀다.
손바닥만 한 하트 모양의 고구마 케이크.
초콜릿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예뻤다.
집으로 가서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고, 꽃다발도 안방에 채윤이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잘 놓아둔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과 함께 다시 집에서 나왔다.
이제 채윤이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조성현은 유치원에 가서 민은정 선생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빠아!”
언제 들어도 행복해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두 팔을 벌렸다.
채윤이가 풀썩, 조성현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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