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그러게요라니. 대답이 왜 그래요.
서예나가 말한다.
조성현은 자신의 대답이 미적지근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약간 긴장이 되기는 하는데,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서예나는 신기하다는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
-좀, 신기하긴 하다.
“어떤 부분이요?”
-아니 그냥, 그쪽은 지금까지 매니저 일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프로듀서로서 프로듀싱한 거잖아요.
“그렇죠.”
프로듀서가 처음인 건 맞았다.
작곡가로서 디렉팅을 해본 적은 있어도, 프로듀서로서 프로듀싱을 한 적은 또 없으니까.
-근데 너무 여유롭잖아. 이게 말이 되나 싶다니까?
“막 여유롭진 않아요. 그냥 믿는 거죠.”
-말하는 거 보면 엄청 여유롭구만 뭐.
“그러는 서예나씨는 막 여유 있진 않으신가 봐요.”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서예나가 곧바로 반응했다.
-누가 그래요. 나 여유롭지 않다고. 이번 앨범 쭉 밀고 가는 거 보고 못 느꼈어요? 나도 나 믿거든요?
서예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면서 빠른 어투로 말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말이 조금은 변명 같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참나 하고 소리를 냈다.
-됐어요. 괜히 전화했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며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조성현은 볼을 한 번 긁적거렸다가 입을 열었다.
“서예나씨.”
-왜요.
“너무 불안하지 않아도 됩니다. 잘 될 거니까요.”
-누가 불안하다고 했어요? 나 완전 여유롭다니까.
서예나는 끝까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까 전보다는 훨씬 편해진 목소리여서,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예, 알겠습니다.”
-수요일에 회사에서 봐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성현은 전화를 마치자마자 바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하던 것들을 해나갔다.
그는 지난 생, 항상 워커홀릭으로 살았었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최근에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뭐랄까.’
일의 능률이 최고점을 찍고 있는 느낌이다.
바이올린을 개인적으로 독학을 하고, 악보를 읽고, 분석하는 것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다.
서예나의 앨범을 프로듀싱 하기도 했고.
채윤이와 함께 놀거나, 아이의 피아노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며 최대한 보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는 일도 많고 어떻게 보면 정말 바쁜 하루들이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가, 채윤이의 하원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점심을 걸러서 슬슬 배가 고프긴 했다.
채윤이와 함께 하원을 해서 저녁을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조성현은 유치원으로 가서 민은정 선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아버님 안녕하세요.”
민은정 선생이 조성현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녀는 힐끗 채윤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아버님.”
“네, 선생님.”
“혹시 주말 동안 채윤이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랑 같이 영화 보러 다녀온 게 전부인데, 왜 그러세요?”
조성현이 물으며 창 너머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채윤이.
다만, 차이점이라면….
“채윤이가 오늘 하루 종일 피아노를 안 쳐서요. 계속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데,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었으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유치원에서 뭔가 친구들끼리 일이 있었나 봐요.”
“아니에요.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요.”
민은정 선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채윤이를 보며 말하기에, 조성현은 일단 손을 흔들며 답했다.
아무래도, 어제 본 ‘바람의 왕국’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조성현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일단 지켜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
유치원에서도 계속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고 연주를 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을 때도 잘 먹고, 활동할 때도 뭔가 기가 죽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더라고요.”
민은정 선생이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제도 비슷했다.
다른 것을 할 때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 유독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연주를 하지 못했다.
인어공주 인형이 떨어져도 모를 정도로 피아노에만 오로지 집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것.
그게 유치원에서도 그랬다면 조성현이 나서서 차분하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할 것 같았다.
“아빠아!”
조성현이 민은정 선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조성현이 온 것을 발견한 건지 얼른 조성현에게 다가왔다.
그가 웃으며 채윤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있었어?”
“응.”
“영준이는?”
“저기.”
채윤이가 한쪽을 가리킨다.
영준이가 슬금슬금 다가오며 고개를 꾸벅 숙여 조성현에게 인사했다.
조성현이 웃으며 영준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영준이 안녕?”
“안녕하세요.”
“부모님은 잘 지내셔?”
“…네.”
영준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나중에 유재균과 정미원에게 따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텐데,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
‘예나씨 앨범까지 나오면 전화 한 번 해야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영준이와 인사를 한 후 채윤이와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그는 채윤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을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예상이 안 된다.
“채윤아.”
“으응?”
“우리 저녁 뭐 먹을까?”
“밥?”
“그냥 밥?”
“응!”
아침에 간단히 빵을 먹어서 그런지, 저녁으로는 밥을 먹고 싶은 모양.
“그럼 고등어 있는데, 고등어 조림해서 먹을까?”
끄덕끄덕.
나쁘지는 않은 모양.
결국 조성현은 집으로 가서 간단하게 씻고, 짐을 푼 후 식사 준비를 했다.
조성현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채윤이는 거실에서 놀았다.
아이의 시선은 피아노를 향해 있었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피아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결국.
채윤이는 걸음을 옮겨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조용히 피아노 의자를 꺼내 앉은 채윤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만히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건반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리저리 손가락을 까딱거리기는 하는데 정작 건반을 누르지는 않고 있는 상황.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정신이 팔렸다가,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숟가락이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빠르게 숟가락을 주워들고 채윤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지만, 채윤이는 여전히 피아노 건반만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요란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집중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저렇게 집중하고 있는 것도 대단했다.
주변 상황을 전혀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채윤이가 머릿속으로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음악이 들어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조성현은 음식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채윤이를 신경 썼다.
하지만, 그가 저녁 준비를 끝마쳤을 때도 채윤이의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30분이 넘도록, 채윤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피아노 앞에만 앉아서 건반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게 전부였다.
30분 동안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 텐데, 저렇게 완벽히 집중한 상태로 앉아 있는 건 채윤이가 얼마나 음악에 있어서 진지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7살이지만.
채윤이는 이미 한 명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려도 충분했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이의 손이 건반 위로 올라간다.
그것을 보자마자, 조성현은 곧바로 걸음을 멈췄다.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순간.
채윤이는 잠시간 건반 위에 손을 올려 두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와 동시에 조성현이 숨을 토해냈다.
“채윤아.”
조성현이 아이를 부르자, 아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집중하고 있어도 아빠의 목소리는 들리는 모양.
“이제 저녁 먹을까?”
“…응.”
약간의 미련이 남은 듯한 눈빛으로 피아노를 본 채윤이지만, 조성현의 말에 싫다고 하지는 않았다.
아이는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왔고, 조성현은 다시 피아노 의자를 집어넣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채윤이가 앉기 편하게 의자를 빼준 후, 조성현도 맞은 편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조성현의 말을, 채윤이가 따라 하며 수저를 든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고등어의 살을 발라 채윤이의 밥그릇에 올렸다.
고등어의 살만 발라서 채윤이가 먹기 좋게 밥 위에 올려주니, 채윤이는 날름날름 잘 받아먹는다.
그런 아이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조성현은,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맛있어?”
“응!”
다행히 간이 잘 맞는지 아이가 망설임 없이 답한다.
조성현은 손을 뻗어 아이의 입에 묻은 양념을 닦아 준 후, 말을 이었다.
“요즘 피아노 안 치고 가만히 앉아 있던데. 피아노 치는 게 좀 어려워?”
그가 물었다.
채윤이의 눈치를 보면서.
아이는 밥을 먹으려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피식 웃었다.
그는 채윤이가 들고 있던 수저를 손으로 살짝 밀어 채윤이의 입가에 넣었다.
채윤이가 우물우물 고등어 조림과 밥을 함께 씹다가, 삼킨다.
“피아노 잘 못 해.”
“누가? 채윤이가?”
“…네에.”
자신 없는 목소리로,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조성현은 여기서 약간 충격을 받았다.
채윤이는 지금까지, 피아노를 그저 즐겁게 쳤다.
최근에야 콩쿨을 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 그렇기에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에 있어서, 채윤이는 만족했고 충분히 행복해했다.
그 행복은 사실 콩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것보다는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한 것을 잘 해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이었다.
어쩌면, 조성현과 유미가 함께했기 때문에 행복했던 것일 수도 있는 거고.
잘한다, 못 한다는 것을 넘어.
피아노가 좋으니 계속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채윤이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거다.
조성현에게도, 채윤이가 원하느냐가 가장 중요했고.
근데 지금, 채윤이는 자신이 피아노를 잘 못 한다고 언급했다.
이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누가 그래? 채윤이 피아노 못 친다고. 아빠는 채윤이 피아노가 최고인데? 우리 채윤이 피아노 엄청 잘하잖아.”
“…아닌데. 채윤이는 피아노 못하는데.”
아니라는 듯,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아이의 생각은 확실했다.
‘바람의 왕국’에서 나온 음악과 비교를 했을 때, 자신의 음악이 볼품없다고 느낀 것.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고 있던 조성현은, 이어지는 채윤이의 말에 당황해야 했다.
“내가 연주하면 다 망칠 거야.”
아이가 말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