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어휴.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미원이 집에 들어오면서 조성현에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아닙니다. 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정미원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유재균이 슬쩍 들고 있던 쇼핑백을 하나 내밀었다.
“이거 별건 아니고… 송진인데 꽤 쓸만할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최근 바이올린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상황이었다.
바이올린을 켤 때 송진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좋지 않은 송진을 사용한다고 해서 소리가 망가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예민한 이들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 초보자가 아무리 좋은 송진을 사용한다고 해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
그게 포인트인 거다.
예민한 이들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거.
조성현과 채윤이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몰라도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예민한 편이 속하니까.
송진을 다양하게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였으니 너무 좋은 선물이었다.
“영준이 안녕.”
“안녕하세요.”
영준이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인사를 하고 나서도, 아이의 시선은 채윤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채윤이도 영준이가 반가운지 손을 흔들고 있었고.
조성현은 힐끗 자신의 눈치를 보는 영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머. 뭐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
“아니에요. 한 게 없는데요 뭘.”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한 게 없었다.
메인 요리라고 할 만한 건 못했고, 그냥 자잘하게 반찬을 조금 했다.
영준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소세지 야채 볶음이랑, 김치전 같은 것들도 하고, 채윤이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했다.
정미원과 유재균이 오면서 닭강정도 사 와서 음식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먹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따로 할 일은 없었기에, 그들은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히히.”
채윤이가 조성현의 앞에 있는 오므라이스에 무언가 그림을 그리고는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은 오므라이스 위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는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어공주야?”
“응!”
보이기는 생선처럼 보이긴 하는데, 조성현은 어쨌든 정답을 맞췄다.
채윤이가 케첩으로 그림을 그린 것을 본 유영준은 자신도 케첩 통을 들어 오므라이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케첩을 짠 영준이는 이내 뿌듯한 얼굴로 케첩 통을 내려놓았고.
“우와아.”
채윤이가 영준이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영준이가 그림을 진짜 잘 그리네.”
조성현도 웃으며 영준이의 그림을 칭찬해주었다.
영준이도 채윤이를 따라 인어공주를 그렸는데, 확실히 뭔가 인어공주의 형태는 있었다.
그림 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정미원에게도 듣고, 채윤이에게도 몇 번 들어봤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느낌이 다르다.
조성현이 그림 쪽으로는 아는 게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잘 그렸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맛있네요. 성현씨 요리도 너무 잘하신다.”
“아…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조성현은 웃으며 답했다.
시선을 돌려보니, 영준이도 입맛에 맞는지 잘 먹고 있었다.
식사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아이들 부모였으니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역시 아이들 이야기였다.
“채윤이는 요즘 졸업식에서 할 곡 열심히 연습하면서 지낸다고 하던데요.”
“네,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해요. 이제 뭐, 며칠 안 남았잖아요.”
금요일이 딱 졸업식이다.
눈 한 번 깜빡하면 바로 졸업식이고, 당연히 채윤이도 그렇고 조성현도 어느 정도 마음이 들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채윤이는 그런 마음을 모두 피아노 연습에 쏟고 있었고.
“졸업식 끝나면 뭐 일정 있으세요?”
유재균이 물어온다.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토요일은 쉴 거고, 일요일에 연주회를 보러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일정은 없네요.”
“오, 일요일에 연주회 보러 가세요?”
“네네. 채윤이랑 같이 연주회 보러 가려고요.”
“누구 연주회인데요?”
“실비아 가르시아요.”
“헐. 구하기 힘드셨을 텐데, 대단하네요.”
“아, 마침 딱 두 자리가 비어 있어서 예매했는데. 원래 많이 힘든가요?”
“티켓팅 진짜 빡센 연주자 중 한 명이죠. 실비아 가르시아가 원래 인기가 있다 보니까요. 잘 예매하셨네요.”
유재균이 웃으면서 말을 했고, 조성현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대단한 연주자의 연주회를 갈 수 있게 된 것도 좋고, 채윤이가 가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아, 맞다. 성현씨.”
“네?”
이번에는 정미원이었다.
조성현은 살짝 시선을 움직여 정미원을 바라보았다.
정미원이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크리스마스에 뭐 하세요?”
“크리스마스예요? 별거 없을 것 같아요.”
조성현의 시선이 달력을 향했다.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인데, 딱히 뭐 생각해둔 건 없었다.
그때도 채윤이랑 놀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일정은 없다.
“그럼,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캠핑 다녀오지 않을래요?”
“캠핑이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 동안 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제가 뭐 캠핑 도구 같은 게 전혀 없는데….”
“아, 저희도 그냥 글램핑으로 다녀오려는 거라서 캠핑 도구가 필요하진 않을 거예요.”
“오… 괜찮을 것 같긴 한데요?”
채윤이랑 캠핑 같은 걸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었다.
이 기회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영준이네랑 가면 채윤이도 마음이 편할 거고. 재밌겠네.’
채윤이와 영준이를 바라보니, 누가봐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조성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준이는 채윤이가 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모양이고.
채윤이는 아마, 조성현과 함께 놀러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이리라.
‘…영준이랑 논다는 거에 좋아하는 걸 수도 있고.’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채윤아, 가고 싶어?”
“응!”
아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했다.
조성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그 예약 사이트만 알려주시면 저희도 예약할게요.”
“아, 바로 링크 보낼게요.”
결국 조성현은 정미원이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 예약했다.
조성현도 이런 식의 캠핑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신기했다.
작은 카라반들이 여러 대 놓여 있고 각자 그 카라반에서 지내는 거다.
텐트보다 훨씬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이기에 좋다고 한다.
“눈이 오면 참 좋겠는데. 오려나 모르겠어요.”
“아, 그러게요.”
날은 추워졌는데, 아직 눈이 오지는 않았다.
캠핑갔는데 눈이 오면 정말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텐데, 과연 눈이 올지 모르겠다.
그들은 식사를 이어나가면서 또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간단히 정리한 후.
차를 마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유재균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아, 성현씨. 요즘도 채윤이랑 같이 바이올린 많이 하세요? 궁금하네요.”
“시간 날 때마다 같이 연주하고 그래요. 아, 선물해주신 것도 써볼 겸 한 번 지금 해볼까요?”
“좋죠. 채윤이가 콩쿨 하면서 피아노가 또 얼마나 늘었을지도 궁금하고….”
유재균이 기다렸다는 듯 답을 한다.
조성현은 웃으면서 채윤이를 바라보았고, 채윤이는 당당한 얼굴로 피아노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이는 피아노 이야기가 나오자 신난 모습이었다.
채윤이가 피아노 앞에 앉고, 조성현은 안방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가지고 왔다.
그는 바이올린을 조율한 후 방금 유재균이 준 송진을 활에 슬쩍 바르고 가볍게 소리를 냈다.
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엄청 미끄럽지는 않고.
‘괜찮네.’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조성현은 채윤이 쪽을 힐끗 보았고, 채윤이도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헤헤 웃으면서 건반에 손을 올렸다.
아이는 항상 하던 대로, ‘같이 낙엽놀이 할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영준이의 집에 가서도 같이 호흡을 맞춰봤던 적 있는 그 곡.
유재균은 한 번 들어봤던 곡임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주에 그의 표정이 변해갔다.
“…어?”
지난번에 들었던 연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채윤이의 피아노와 조성현의 바이올린이 서로 묘하게 얽히며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 호흡이, 엄청났다.
지난번에도 호흡만은 정말 잘 맞는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 이걸 들어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공연을 위해서 호흡을 맞추려고 연습을 한 연주자들처럼,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뿐인가.
‘채윤이도 그렇고… 조성현씨도….’
연주 실력 자체가 엄청 늘었다.
개인 기량이 쑥 상승한 것.
지난번에도 아니 이 사람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처음 치고는 너무 잘했다.
근데 이건 뭔가.
바이올린을 얼마나 열심히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전공자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정도 실력이라니.
조성현만 대단한 게 아니었다.
채윤이를 봐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
건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거다.
열심히 연습했다는 게 티가 나고, 지난번에 보였던 미숙함은 사라져 있었다.
다른 걸 다 빼고 피아노만 본다면, 유재균의 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연주를 잘한다.
‘감정 표현은 그보다 훨씬 뛰어나고.’
소름이 돋는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그때는 그냥 어렴풋이 아 천재들이구나 싶었던 건데.
지금은 정말 현실적으로 그들이 천재라는 게 실감이 나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런 연주를 펼칠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채윤이와 조성현은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독학이다.
채윤이는 조성현에게 피아노를 배웠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유재균은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아주 잘 알았다.
물론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건 맞겠지만, 그건 피아노라기보단 음악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부분을 알려주는 것으로 그쳤을 거다.
거기에 조성현은, 그냥 혼자서 악보를 읽고 다른 연주자들의 동영상을 참고한 게 전부라는데….
‘근데 이런 연주들이 나온다고.’
유재균은 헛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정말로 역사에 남을 천재들의 탄생을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너무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유재균은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